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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2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7화

27화. 최강의 뒷방 늙은이 一

 

늙은 동생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 보수가 끝난 지하 연무장으로 갔다. 남궁무강과 싸워본 결과 내 부족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초식은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인 백호풍운까지는 쓸 줄 알아야.........신법도 그렇고. 아! 전음도 배워야 하는데.’

동굴에서 심법과 점혈법만 배웠다. 발가벗고 붙어 있어 전음이나 신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계속 비단옷을 대주고 뼈를 취할 수는 없는 일. 무조건 익혀야 했다.

쿵쿵쿵쿵!

무협지나 영화에서 본대로 연무장 바닥에 구주팔황종횡보의 발자국을 순서대로 찍었다.

‘자! 이제 신법은 됐고.’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무얼 하든 먼저 운공부터 하는 것이 정석이다. 또 나 같은 놈일수록 정석을 좋아한다. 정석을 알아야 변칙도 가능한 법이니까.

층층무적공을 운용하며 대주천을 시작했다.

우우웅.

츠츠츠츠.

알겠지만 효과음이다. 브금이라도 있어야 정지화면 같지 않으니까.

일 주천, 이 주천.......

몰아일체, 명경지수........는 개뿔!

무협지가 틀린 건지 내가 특이한 건지 모르겠다. 내력은 백호기가 앞장서 구결대로 기경팔맥을 맹렬히 돌아다닌다.

보통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몰아일체에 빠져 뜬금없이 깨달음을 얻고 절대고수가 된다. 뭐 보이지도 않는 벽을 허물고, 머리 위에 꽃이 피고, 더운 김이 나는 등 별별 잡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나?

오만가지 잡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서울에 있을 지연이나 민정이, 일본의 영자 알몸까지 둥둥 떠다닌다. 거기에 소림, 남궁과 지낸 동굴 장면도 나온다.

왜 건전한 자아성찰이나 자기계발이 아닌 전부 여자 생각이냐고?

까놓고 말해 혈기왕성한 내 나이에 가장 걸 맞는 상상이다.

외국의 유명한 고사 성어 중에 모든 길은 여자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예쁜 여자, 능력 있는 예쁜 여자, 돈 많고 예쁜 여자, 머리 좋고 예쁜 여자를 얻기 위해, 저 죽는지 모르고 노력하는 종이 남성이라는 종족이다. 성공의 끝엔 미녀라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니까.

아무튼 내 머릿속은 명경지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운공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층층무적공이 대단하던지 백호기가 대단한 거다.

기세를 몰아 혹시 깨달음이라도 얻을까 해서 슬쩍 근원적인 화두를 던져 본다.

‘무림에서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뭘까?’

돈?

귀신도 움직일 수 있으니 중요한 건 틀림없다. 한데 한 번 뒈져본 나는 죽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음마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똘마니를 움직이려면 필요하기도 하고.’

그래도 일 순위는 아닌 것 같아 일단 보류.

그렇다면 명예?

필요는 하나 쓸데는 없는 딱 빛 좋은 개살구가 명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명예의 개념이다. 원래 남의 말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실리를 쫓는 성격 상 그것도 패스.

권력이라?

이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거다. 나름 흥미는 있지만 역시 죽으면 소용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권력의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도 있고.

마지막으로 여자?

미치게 좋다. 사회의 통념이 어떻든 윤리가 어떻든 환장하게 좋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몇몇 고자나 게이를 제외하고는 내 말에 동의할 거다.

그리고 나 역시 위의 것들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은 아주 좋아 하는데 가지지 못해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 역시 남자는 힘이야, 힘!’

한 가지 근원적인 진리를 깨달았다. 내가 위에 말한 것들은 이 시대에서는 무공이 강하면 전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슈우욱!

펑! 펑! 펑!

뇌리 속에 오색찬란한 폭죽이 터졌다. 상상은 나래를 펴고 날아가 높은 권좌에 앉아 세상을 발 아래로 보고 있었다. 수많은 미녀들이 나를 둘러싸고 천상의 옥음으로 재잘거리고 있다.

꿈이라면 깨지 말고 현실이라면 절대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목표가, 욕망이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거다. 욕망에 충실한 인간인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인간인 거다.

난 지금 바로 만고불변의 진리의 한 자락을 엿본 거다.

‘아! 이것이 바로 깨달음?’

궤변이라고?

아무렴 어떨까.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졌는데.

‘응?’

그런 것에 비해 몸이 너무 멀쩡했다. 뼈마디가 우두둑거리며 환골탈태가 일어나지고 않았고, 노폐물이 빠져 나오며 똥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아! 노폐물은 한 번 빠져 나왔지. 몸이야 워낙 손 볼 데 없이 완벽하니까 변하지 않은 거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뿌듯한 심정으로 내력을 갈무리했다. 기분이 그래서인지 단전이 더욱 묵직했다.

벽을 깨고 내공이 늘었냐고?

전에도 말했듯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알까. 남이 그렇다니까 90년이라고 그러는 거다. 설마 무림인은 모두 자신의 내공이 몇 년인지 정확히 알까?

예를 들어 난 14년, 난 17년 7개월, 난 54년 3개월 2일.

이러면 얼마나 웃기는 일일까.

하지만 대충이나마 알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전력을 다해 일 권을 내질러 보면 안다. 풍운각이 무너지면 내공이 늘어난 거고, 흔들리다 말면 그대로인 거다.

‘그때는 몰라서 그랬지만 이제는 절대 안 하지.’

원래 이런 지하연무장에선 내공의 일할 정도만 사용해 수련하는 거였다. 나처럼 무식하게 전력으로 하는 놈은 없다고 했다.

두 시진 정도 더 신법과 첩첩무적권을 수련하고 지하뇌옥으로 갔다.

 

@

 

철노는 여전히 정좌를 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계속 감고 있었는지 내 인기척을 듣고 감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은 명확해 보였다.

그렇다고 아! 그러세요? 하고 돌아갈 내가 아니다.

“이봐, 노인네. 아직 처지를 모르나 본데, 내가 얘기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싫으면 그때 그만 두는 거고.”

“네 제안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건지. 이렇게 무시당하면 아무리 대인배인 나도 울컥 할 수밖에.

“그래? 그럼 죽여주지.”

덥석.

철노의 앙상한 맥문을 낚아채고 백호기를 흘려 넣었다.

움찔!

콰아아.

백호기는 맹렬한 기세로 금간 유리 같은 단전으로 달려갔다.

설마 예고도 없이 이럴 줄은 몰랐을 거다. 철노의 안색이 급격히 변해, 눈을 번쩍 뜨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뭐하는 짓이냐! 당장 멈춰!”

멈추란다고 멈출까. 더욱 거칠게 내력을 몰아치며 말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영감도 내겐 일 푼의 가치도 없어!”

“큭! 아, 알았다. 재고해 보마.”

재고는 내가 할 일이다. 그래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백호기는 유리단전의 지척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당근은 나중이다. 지금은 채찍을 들 때가 맞았다. 타이밍이 안 맞아 죽으면 할 수 없는 거고.

철노의 부릅뜬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힘주어 말했다.

“십 년! 장주님!”

차가운 내 눈과 마주한 철노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복창했다.

“시, 십 년. 자, 장주님.”

즉시 백호기를 거둬들였다.

“완치하고부터 십 년이오. 그에 적당한 금제는 가할 것이고.”

“휴우! 금제는 됐다. 내 입으로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킬 테니.”

“뭐 노인네 생각이야 그렇겠지만 나야 확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싫으면 관두시오.”

사실 금제 없이 풀어 놓기는 너무 위험한 노인이다. 어떤 금제를 가할 것인가는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

양보할 기색이 1도 없는 내게 철노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음대로 해라.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일단 노인네 말투부터 고치시오. 난 천하제일장의 장주 한 대갑이니까. 그리고 당신을 장로원장으로 삼을 생각이니 앞으로 장주님이라 부르면 되겠군.”

“허어!”

기가 찬 모양이지만 난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목숨은 물론 망가진 몸까지 고쳐주는데 이 정도 대접은 당연히 받아야 했다.

“한 번 불러 보시오. 장로원장.”

“........하, 한 장주님.”

“원래 처음이 어려운 법이오. 하다보면 차츰 입에 착착 감길 거요. 장로원장.”

“........”

가타부타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당근의 시기라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장로원장의 몸을 살펴본 결과, 적어도 소환단 급의 영약이 있어야 완치할 수 있을 듯하오. 이미 독에 훼손된 용모야 돌릴 수 없지만 내공은 찾을 수 있을 거요.”

“정말 가능한 일이.......입니까?”

피식.

애쓰는 철노의 모습에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안 돼도 손해 볼 건 없지 않소? 계약은 완치 후부터니까.”

“으음........”

“그건 그렇고 그래 이런 수모까지 겪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한데 말해 줄 수 있소?”

“.........”

“뭐 치료를 하려면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맘이 변하면 언제든지 말해주시오. 아! 그리고 조만간 남궁세가에서 들릴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불편하더라도 이곳에서 지내시오. 가고 나면 좋은 거처를 내 드릴 테니까. 그 편이 서로 좋지 않겠소?”

“........그렇게 하겠소.”

 

@

 

‘제기랄! 제기랄! 어떤 놈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망발을 지껄였어!’

남궁 진은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 주었다. 합비 성의 밤거리에는 주인 잃은 흑구파를 청랑파가 삼키려 한다는 소문이 은밀히 돌았다.

청랑파가 잡은 디-데이는 내일.

동생이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토룡방이 쪽수를 모으는 등 분주해 졌다고 했다. 청랑파에 앞서 오늘 흑구파를 칠 생각인 거다.

모두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투견을 대동하고 흑구파의 본거지인 만월루로 가려 할 때였다.

저 멀리 장원을 향해 오고 있는 일남 삼녀를 발견했다. 눈이 좋은 나는 단박에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니까.

“가가! 한 가가!”

“한 가가!”

눈이 좋기는 그쪽도 마찬가지. 일남 삼녀 중에 두 명의 여인이 날 듯이 뛰어 오며 나를 부른다.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데 부끄럽지도 않은지 가가란다. 가가.

‘쟤들이 왜 벌써? 옆에 있는 노인네는 또 누구고?’

물론 소림과 남궁은 반가웠다.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난 애들이고 할 짓 못할 짓 다한 내 여자들이니까. 날 부르는 목소리도 다른 때 들었으면 천상의 옥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필이면 지금.’

지금 말고 내일이면 말이다. 오늘은 토룡방을 접수해야 하는 날이다. 아니 토룡방은 됐다하고 같이 오는 구부정한 노인네만 아니어도 반겼을 거다.

‘누구지?’

전혀 고수 같지 않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기도의 노인네.

하지만 수많은 무협지를 섭렵한 나는 안다. 평범한 노인네가 남궁과 소림을 데리고 올까? 그것도 며칠 전에 화를 입은 애들을.

최소한 음마 정도는 찜 쪄 먹는 보호자라는 뜻이다. 저 노인네가.

‘좋지 않아!’

백호기가 경고를 보내지 않아도 조금도 안심할 수 없는 강자였다. 뒷방 늙은이 중에서도 보스 몹인 노인네가 등장한 거다.

뒷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어눌한 목소리로 철없는 애들을 맞이했다.

“어....... 주매, 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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