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6화
26화. 얼떨결에 늙은 동생이 생겼다.
다음날.
‘급하긴 급했군. 흐흐!’
날이 밝기 무섭게 백검문주 남궁무강과 소문주가 찾아 왔다. 그것도 은밀히 단 둘이서.
백검문주는 아들과 달리 마르고 꼬장꼬장하게 생긴 육십 대의 사내였다. 이미 아들로부터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주지했을 터.
그런데도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해 굳은 얼굴로 날 쏘아보았다. 마음 같아선 날 죽이고 싶을 거다.
‘하긴, 보도 못한 놈에게 머리를 숙이려니 자존심이 상하겠지.’
어쨌든 초절정의 고수가 쏘아내는 안광은 현대인인 내게는 정말 대단했다. 살기까지 섞인 시선에 온몸이 따끔따끔 했으니까.
어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3단계 백호안을 시전 해 맞섰다.
파밧!
시선이 부딪히자 마치 불꽃이 튀는 듯하며 살기가 사라졌다. 남궁무강도 놀란 표정이나 나도 놀랐다. 남궁무강은 전혀 백호안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으니까.
‘역시 정신력이 강한 놈이나 내공을 끌어 올린 상대에게 3단계는 통하지 않는 걸까?’
4단계로 올릴까 하다 초절정 이상은 3단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것으로 만족했다. 비장의 무기는 숨겨둬야 하니까.
살기가 사라지자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문주, 도대체 흡정음마를 누가 죽였다고 들은 겁니까?”
남궁무강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럼 한 장주가 죽였다는 말인가?”
“도대체 세가에서 나에 대해 뭐라 했습니까?”
“한 장주를 살펴보라는 말밖에 없었네.”
“그럼 문주는 설마 소림성녀와 남궁 화가 음마를 죽였다고 생각합니까?”
“그, 그건 소가주와 함께 합공으로........”
남궁무강은 별로 자신이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저도 생각하니 이상한 거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그건 그렇고 이른 아침부터 나와 싸우려고 찾아온 겁니까? 정말 그게 목적이라면 좋습니다. 연무장으로 가시죠.”
아닐 거다. 하지만 남궁무강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아버님!”
“아닙니다, 소문주. 비무를 한 뒤에 대화를 나눠야 서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난 내 실력을 알기 위해서라도 처음 만나는 초절정고수를 말로 끝내고 싶진 않았다. 검강이 아닌 이상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별로 없는 호승심을 불러일으킨 거다.
창!
연무장에 마주서자 남궁무강이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한 장주가 음마를 죽였다면 나도 전력을 다 해야 할 터. 조심하시게.”
살인멸구하고 싶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거다. 나도 내공을 끌어 올리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한 살이라도 어린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백호 출동!”
파바바바밧!
백호기에 둘러싸인 일곱 개의 권영이 남궁 무강을 향해 날아갔다.
주변 공기를 짓이기며 날아오는 권세에 안색을 굳힌 남궁 무강은 세가의 검법으로 맞섰다.
콰과광!
“윽!”
타다닥.
일합의 대결로 고하는 판가름 났다. 남궁무강은 권세를 해소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여섯 걸음이나 물러나서야 멈췄다.
‘역시 첩첩무적권!’
이미 승부는 났지만 이대로 멈추긴 아쉬웠다. 아직 초절정고수의 칼 맛을 보진 못했으니까. 앞으론 일 갑자의 내공만 사용해 상대해 볼 생각이다.
“다시 갑니다. 백호출동!”
“타핫!”
망연해 있던 남궁무강도 이어지는 공세에 전력을 다 해 마주쳐 왔다.
콰광!
이번엔 세 걸음만 물러나서 몸을 세우는 남궁무강.
“백호출동!”
“하압!”
차자장.
이번에 한 걸음. 아직 내가 쓸 수 있는 초식은 일 초식 쾌뿐. 더구나 일 갑자로 내공을 줄이자 남궁무강이 차츰 적응하고 있었다.
차자장.
그극. 그그극.
지릿! 지릿!
그리고 마침내 십여 합이 지나자 남궁무강의 검이 내 몸을 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호기는 초절정고수의 검기마저 완벽히 방어하며, 찌릿한 통증 정도만 남겼다.
공방을 이어가다 잠시 거리가 벌어지자 남궁무강이 검을 내리며 말했다.
“그만 하세.”
같은 초식만 사용하는 나와 더 이상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도 앞가슴이 허전해 살펴보니 비싼 비단장삼이 십자로 길게 베어져있었다.
‘쩝! 부지런히 신법 연습을 해야겠군.’
언제까지나 몸으로 때울 수는 없는 일.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돈이 덜 든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허! 한 장주가 벌써 호신강기를 이루었다니. 허긴 그랬으니 흡정음마를 죽였겠지.”
아무래도 남궁이나 소림이 자세한 사정을 얘기하지 않은 듯했다. 아니면 세가에서 전하지 않았든지. 어쨌든 명백한 오해였지만 굳이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다.
“자, 그럼 자리를 옮겨 다시 대화를 나눠보시지요?”
“아닐세, 한 장주, 난 이 순간부터 아들에게 문주직을 넘길 생각이네. 그러니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아들과 상의하게. 그가 이젠 백검문주니까.”
“아버님!”
소문주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남궁무강을 불렀다. 하지만 남궁무강은 완강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네가 백검문의 7대 문주다. 네게 백검문의 존망이 달려 있으니 한 장주와 잘 상의해 결정하도록 해라.”
남궁무강은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충격 때문에 내뱉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세가의 대공녀와 관계도 있는데 무공마저 자신보다 강했다. 더구나 약점까지 잡혀, 많은 양보를 해야 하고 결국은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자식에게 물려주면 최소한 더러운 꼴은 보지 않아도 좋았다. 어차피 물려줄 자리, 이 기회에 물려주겠다는 속셈인 거다.
나 역시 꼬장꼬장한 꼰대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소문주가 편했다. 편한 게 좋은 거라고 문주를 배웅하고 소문주와 마주 앉았다.
우선 나는 흡정음마의 일에 입을 다무는 대가로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약속 받았다.
백검문으로선 남궁 화와 나의 관계에 따라 전혀 손해가 아닌 조건이라 두말없이 승낙했다. 큰 손해를 각오한 남궁진이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였다.
‘내가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세력이 없는 난 내 뜻대로 움직여 줄 사람이 돈보다 절실했다. 이 넓은 땅 덩어리를 나 혼자 뛰어다닐 수는 없으니까.
대충 은혜를 베풀고 소문주 아니 이젠 백검문주가 된 남궁 진에게 말했다.
“문주가 은밀히 소문을 좀 흘려줘야겠소.”
“예? 천하제일장에 대해서 말입니까?”
“아니, 흑구파 말이오. 백검문이 뒤를 봐주고 있는 청랑파가 흑구파를 친다는 소문을 내달란 말이오.”
“청랑파가 말입니까? 흐음........”
남궁 진이 내 말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려 말꼬리를 늘이는데 다시 물었다.
“그럼 누가 먼저 움직일 것 같소? 토룡방이요? 부월파요?”
“토룡방이 먼저 움직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만일 저희가 흑구파를 흡수하고 나면 같은 정도에 속해있는 창룡무가로서는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저들이 먼저 차지하려 들 겁니다.”
“흐음. 과연!”
내가 감탄하자 남궁 진이 안색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 장주님, 그건 너무 위험한 계획이 아닙니까? 자칫 창룡무가를 넘어 황산파와 알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만 아마도 어른 싸움으로 번지긴 쉽지 않을 거요. 내 뒤에는 남궁과 소림이 함께 할 테니 말이오.”
“소림도 말입니까?”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요. 하하하!”
남궁은 총관으로, 소림은 호법으로 낙점했다. 문제가 생기면 두 세력도 자연히 질질 끌려 들어올 수밖에.
“장주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저희가 은밀히 소문을 내겠습니다. 시기는 언제쯤이 좋겠습니까?”
“세가의 조사대가 도착하기 전에 일을 벌여야 하지 않겠소?”
세가의 세력이 합비에 머물면 창룡무가가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선 내가 얻을 게 없었다.
“흐음. 그도 그렇군요. 그럼 삼일 후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흑도 싸움이야 보나마나 개싸움이고, 내가 전문이라 준비할 것도 없다.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진을 불렀다.
“좋소. 그건 그렇고 남궁 문주.”
“예, 장주님.”
“문주의 취임식은 어쩔 예정이오?”
“너무 급작스런 일이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고견이라도 있으십니까?”
“세력도 불릴 겸 이왕이면 성대히 치렀으면 하오만?”
“하지만 아직 지닌바 무공이 일천해서........”
그건 맞다. 태앙혈이 불룩한 남궁 진은 아직 생사현관을 타통 하지 못했다. 아직 절정에도 이르지 못한 그가, 일문의 문주로서 남들 앞에 서기는 조금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흐음! 얘한테 약 좀 팔아 볼까?’
생사현관 타통업 말이다. 세가의 직계가 아닌 이상, 나이 마흔에 절정이면 준수한 편이다. 구대문파의 일대제자나, 세가의 최정예가 딱 그 정도니까.
확인 차 물어봤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문주의 무공수위를 알 수 있겠소?”
이미 큰 소리 한 번에 내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그 이상 쪽팔릴 일은 없는지 순순히 대답했다.
“쩝! 부끄럽습니다. 아직 일류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으음. 내공은 어느 정도요?”
“아직 일 갑자는 되지 않습니다.”
소환단 급은 아니어도 영약 한두 개는 먹었다는 뜻이다. 남궁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정색하며 불렀다.
“남궁문주.”
“예, 한 장주님.”
뭔가 촉이 왔는지 경청하겠다는 듯이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했다.
“남궁 문주는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소?”
“믿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한 장주님.”
대놓고 묻는데 못 믿는다고는 못할 거다. 그러려니 하고 말을 꺼냈다.
“내가 문주의 생사현관을 타통 시켜 줄 수 있소.”
벌떡.
못 믿겠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새끼 금방 믿는다고 했으면서.’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요. 날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는지.”
철푸덕.
무릎 꿇는 소리다. 한 번 꿇은 무릎이라고 망설임도 없이 잘도 꿇는다.
그리고.
“형님!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 몸뚱이 구워삶든지, 삶아 먹든지 형님 뜻대로 하십시오.”
역시 이놈은 내 과科가 맞다. 언뜻 봐도 대여섯 살은 위인 놈이 넉살좋게 내게 형님이란다. 더구나 이제 일문의 문주인 놈이.
그렇다고 남궁진이 자존심이 없는 놈은 아니다. 순식간에 냉철한 상황 판단과 손익을 따져 보고 굽힌 것뿐이다.
무림은 나이 보다는 배분과 실력이 앞서는 사회다. 남궁과 연결되는 순간 내 배분은 백검문주의 위로 치솟는다. 내 뒤에 줄 서는 것도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더구나 난 힘도 세고, 놈의 약점도 잡고 있다. 그런 내가 생사현관까지 타통 해 준다고 했다. 무릎이 아니라 절이라도 하라면 했을 거다.
‘제 아비가 살아 있으니 망정이지, 죽었다면 날 보고 아버지라고 할 놈이네.’
그런데도 난 이런 놈이 좋다. 보통 자기랑 닮은 놈은 싫어한다고 하는데 난 아니다. 답답한 것보다는 입안의 혀처럼 구는 애가 좋다.
그러니까 얜 오늘 완전히 봉 잡은 거다. 나 역시 음마처럼 아낌없이 주는 놈이니까.
남궁진의 팔을 잡고 일으키며 말했다.
“진 아우, 그만 일어서게. 바로 시작해야지.”
바로 말을 놓았지만 낯빛하나 변하지 않는 놈은 나름 진국이었다.
“바로 말입니까?”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시도하는 생사현관 타통이다. 바로 하자니 놀랄 수밖에.
“그래 맘 변하기 전에 바로. 아! 그리고 이 일은 자네와 나 둘만이 알아야 하는 절대 비밀일세. 자네 부친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습니다. 아버님께는 의형제 된 기념으로 형님께 영약을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아예 의형제로 묶으려는 놈의 속셈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렇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