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5화
25화. 이놈에게서는 나와 같은 향기가 난다.
대청으로 올라 상석에 냉큼 앉으며 말했다.
“하하!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자, 일단 자리에 앉도록 합시다.”
내 집이라 당연한 일이지만 합비에서 백검문의 명성으로 보아서는 당돌한 일이었다. 수행원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남궁 진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으로 말렸다.
“감사합니다, 장주.”
남궁 진이 맞은편에 앉자 굳은 표정의 수행원 둘이 그의 등을 지켰다.
내심 아쉬웠지만 태연한 얼굴로 대청 앞에 늘어선 나머지 일행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머지 분들은?”
“하하! 내 호위들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것 보다는 어제까지는 풍운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천하제일장이라는 장주의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들어오면서 현판을 보지 못하신 모양이구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장주가 바뀌었으니 장원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요.”
성질은커녕 무릎까지 탁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라?’
일단 보통 놈은 아니었다. 보통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놈은 이성보다 주먹이 앞서는 급한 성격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나 또한 그런 선입견 때문에 세상사는 것이 편했다. 웬만큼 자신 없는 놈은 먼저 시비 걸지 않았고, 대부분은 양보를 받고 사니까 말이다.
그런 외모에 잔대가리 마저 팽팽 돌아가면 상대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한다. 바로 내가 그런 타입인데 이놈에게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하지만 졸개들도 그럴 수 있을까?’
졸개들마저 군기가 바짝 들었다면 백검문과는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 힘으로 누르면 눌리는 척하다가 틈이 나면 뒤통수를 칠 놈들이니까.
우선은 조금 더 찔러보고.
“그런데 백검문에서 무슨 일로 갑자기 본 장을 방문했는지 궁금하군요.”
“풍운장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어 들렀습니다. 전 주인인 양 장주와는 친분관계도 있는데 별 다른 말씀도 없어 궁금했습니다.”
세가의 명을 받고 날 살피러 온 놈이 다른 말만 하고 있다. 물론 남궁 진은 풍운장의 전 장주가 흡정음마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친분을 들먹인 거다.
전 장주를 들먹이며 내가 흑구파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떠볼 생각인거다.
“글쎄요. 양 노인과 백검문이 친분관계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 그런 줄 알았으면 다리라도 놓아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남궁 진은 제가 방금 얼마나 큰 실언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사람 좋은 모습으로 대소를 터뜨렸다.
마주 웃어주며 어떻게 골탕을 먹일까 궁리하고 있는데 남궁 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장주께서는 이곳 분이 아니신 듯 한데 어떻게 풍운장을 구입하게 되셨습니까?”
“그동안 세상을 떠돌며 살아왔지만 마침 풍운장이 매물로 나와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결정했습니다.”
“풍운장이 매물로요? 그거 이상하군요. 전 장주가 매각할 생각이 있었다면 백검문에 먼저 알렸을 텐데 말입니다.”
“호오! 풍운장이 그 정도로 백검문과 친분이 있었던가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합비에서 백검문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 장주와도 여러 가지 일로 각별한 친분을 쌓고 있었지요.”
남궁 진은 수렁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내 눈치만 살폈다. 만일 내가 흑구파를 모른다면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생각인 거다.
“각별한 친분이라........그랬군요. 그렇다면 이거 큰일 났습니다.”
안색을 굳히며 말하자 남궁 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한 장주, 무엇이 큰 일 났다는 말씀이십니까?”
“허어! 이것 참!”
즉시 대답하지 않고 애를 태우자 답답해진 남궁 진이 다시 물었다.
“한 장주,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시지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힘이 되어 드리겠소이다.”
“그게.......제 문제가 아니라 백검문에 문제가 되는 일이라서.......”
난처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남궁 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봤다. 난생 처음 보는 놈이 백검문에 문제가 생겼다니 황당하기도 했을 거다.
그러더니 곧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척 보아도 간신히 성질을 죽이는 모습이었다.
“한 장주!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오. 우리 백검문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니 말이오.”
은근한 협박성 발언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서로 기 싸움을 하며 간을 볼 때는 먼저 목소리가 커지는 놈이 지는 거니까 말이다.
“아아! 내 어찌 남궁의 일가를 무시할 수 있겠소. 절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니 오해는 마시오.”
그러면서도 이유를 말하진 않았다. 더 약이 올라야 실수를 하고 그래야 다음 순서로 진행시킬 수 있다. 먼저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해, 고하를 가르친 다음 적절한 협박을 하는 것이 협상의 정석이다.
내가 알기로는 백검문의 문주인 남궁 무강은 초절정. 한 지방에선 먹어주는 실력이다. 그렇다면 소문주 남궁 진은 잘해야 절정이다.
‘그것도 안 되겠지.’
음마에게 죽은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 혁의 무공수위가 절정이었다. 방계인 남궁 진의 실력이 세가의 소가주를 넘긴 어려운 일. 잘해야 절정이고 아니면 일류 정도일 거다.
‘절정까지야 뭐.’
백검문주가 아니라면 애초에 상대가 안 되었다.
“한 장주!”
남궁 진이 눈알에 힘을 주고 날 불렀다. 역시 닳고 닳은 놈이 확실했다. 보통 이 정도면 주먹은 아니라도 욕설은 튀어나와야 했다.
‘남궁 세가의 명령 때문인가? 한 번만 더 찔러 볼까?’
이럴 땐 방귀 낀 놈이 성내기다. 눈알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깔아 말했다.
“남궁 소문주! 지금 날 협박하는 거요? 백검문을 걱정하는 나를. 정말 그런 거요?”
내 말이 끝나자 남궁 진의 호위 두 놈이 칼을 뽑아 들었다.
챙! 챙!
‘흐흐! 그럼 그렇지. 졸개들까지 보살일 수는 없겠지.’
내게 겁이라도 줄 모양이겠지만 난 목표를 달성한 기쁨에 남궁 진을 향해 씩 미소를 지었다. 사악한 미소를 발견한 남궁 진이 아차 싶어 다급한 목소리로 졸개들을 말렸다.
“거, 검을 치워라!”
하지만 한 발 늦었다.
“감히! 내 집에서 내게 검을 뽑아 들어! 백호출동!”
이미 난 벌떡 일어서 두 명의 호위를 향해 쌍 권을 내미는 중이니까.
슈와악!
일곱 개의 백호를 닮은 권형이 두 호위에게 날아갔다. 늦었다고 생각한 남궁 진이 호위들의 앞을 막아서려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난 남궁 진을 향해 일 갑자 반의 공력이 담긴 백호후를 터뜨렸다.
“어흥!”
“크윽!”
쾅! 콰직.
쾅! 콰직.
“컥!”
“크헉!”
남궁 진이 울컥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미 두 호위는 쌍 권에 적중당해 대청 밖으로 훨훨 날아가고 있었고.
털썩. 털썩.
그러자 백검문의 수행원들 앞에 떨어지자 호위들도 저마다 칼을 뽑아 들었다.
챙! 챙! 챙!
더 할까? 하는 얼굴로 무릎을 꿇은 남궁 진을 쳐다봤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남궁 진이 힘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그만 검을 치워라!”
저벅저벅.
남궁 진에게 다가가 부축해 자리에 앉혀주며 말했다.
“좋은 판단이오, 소문주. 세가에서 나와 분란을 일으키라고 시키진 않았을 거 아니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오늘의 시비는 없던 일로 하겠소.”
“.........가, 감사합니다. 한 장주.”
바로 내 말뜻을 알아듣고 숙이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역시 잔머리가 도는 놈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런 놈들이 좋다.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다 하니까.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확실히 약점 하나는 잡아둬야 뒤끝이 없어진다.
“아까 하던 얘긴데 남들이 들어 좋은 일이 아니오. 수행원을 물리고 단둘이서만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남궁 진이 날 빤히 쳐다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물러나라!”
“소문주!”
“어서!”
소문주의 지시에 부하들이 물러서고 풍운각에는 둘 만이 남았다. 남궁 진에게 손짓으로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시오.”
“.........”
어기적거리며 어쩔 수 없이 옆 자리에 앉은 남궁 진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남궁세가에서 날 살펴보라고 했지 흑구파를 삼키라고는 하지 않았을 거요. 안 그렇소?”
“........그, 그렇습니다. 모두 내 독단적인 판단이지 백검문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세가를 들먹이자 공손해지는 남궁 진이다.
“하하! 압니다, 알아. 내 특별히 소문주를 책망하고자 꺼내는 말이 아니오. 단지 흑구파의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소문주가 답답해 그러는 거요.”
“풍운장의 전 장주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남궁 진을 향해 한 숨을 내쉬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아! 나 이런! 소문주는 세가의 소가주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아직 모르시오?”
“그거야 무림공적인 흡정음마와 싸우다........헉! 설마?”
이제야 전모를 깨달았는지 안색이 퍼렇다 못해 하얗게 질려가는 남궁 진이다.
“쯧쯧! 풍운장의 전 장주인 양 노인이 바로 흡정음마였소. 그런데 백검문이 각별한 사이였다니. 세가에서 알게 되면........”
“어찌 그럴 수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 망연자실한 남궁 진이다. 아마 세상을 전부 잃어버린 심정일 것이다.
양 노인이 흡정음마라는 사실을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었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무려 본가의 소가주를 죽인 놈과 친분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검문은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아직 세가에서는 음마가 풍운장주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오만........”
“그 말씀은?”
역시 머리 좋은 놈이라 바로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문주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지 않소?”
“알겠습니다. 오늘이라도 즉시 아버님과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오늘은 나도 할 일이 있으니 내일 찾아오는 게 좋겠소.”
“이곳으로 말입니까?”
“그럼 내가 가야 하오?”
“아, 아닙니다. 모시고 찾아뵙겠습니다.”
큰 소리 한번으로 자신을 제압하고 호위 두 명을 날려 버린 나다. 백검문주가 확실히 나를 제압할 자신이 없다면 따르는 수밖에 없을 거다.
‘아비도 아들만 같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