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8화
48화. 동방 어느 나라의 주도
저벅저벅
나도 애들 들으라고 발걸음에 내공을 실었다. 초면에 없어 보이면 무시당하는 법이니까. 알다시피 난 누르면 튀는 놈이다. 살살 달래면 헤롱거리고.
우뚝.
네 명의 방문객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듯싶더니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아까보다 더 묵직한 걸음으로.
‘새끼들, 중이란 놈들이 호승심 하나는 쩌네!’
난 이미 대청으로 나와 더 이상 걸을 데가 없었다. 제 자리 걸음이라도 걸을까 하다가 말았다.
나도 호승심이 만만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쟤들을 이겨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어차피 시원하게 허리까지 굽힐 생각을 해놓곤 이런다. 이것도 병이다.
‘그래 니들이 이겼다.’
곧 풍운각을 들어서는 네 명의 승려가 보였다. 갑자기 네 개의 인공조명으로 인해 풍운각이 환하게 밝아진 느낌이다.
후다닥.
버선발로 달려 나가 승려들을 맞았다. 말이 그렇다는 뜻이다.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천하제일장주 일권무적 한 대갑이라고 합니다.”
쟤들한테는 쓸데없는 허세란 걸 안다. 그래도 속물인 난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사십 대의 신선풍으로 생긴 중이 힐끗 쳐다보더니 손을 모아 합장했다. 중에게 신선이라는 비유가 조금 이상하지만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지 않아, 청수한 분위기란 뜻이다.
“아미타불! 소림의 일연一蓮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장주님에게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아미타불!”
“일허一虛라고 합니다, 아미타불!”
“일원一圓이라고 합니다, 아미타불!”
“일정一靜이라고 합니다. 아미타불!”
차례로 합장하는 스님들의 머리에는 아홉 개의 계인이 또렷하게 보였다. 역시 소림의 일대제자로 십팔나한 중의 네 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일연은 십팔나한의 수장으로 전대 칠룡오봉 중의 미룡美龍이라 불리던 자다. 사십이 넘어서도 그 미모는 변하지 않아 청수하다고 했던 거다.
“하하! 그 유명한 소림십팔나한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서 오르시지요.”
차가 준비되어 있는 대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막상 마주 앉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하! 뭐라고 해야 하나?’
중들하곤 정말 말을 섞기 싫었다. 얘들은 툭하면 아미타불, 불리해도 아미타불, 대답하기 곤란해도 아미타불이다. 그리고 매사에 제가 잘났다고 교육하려고 하는 애들이라 피곤하다.
아무튼 얘들이 먼저 말을 꺼냈으면 좋으련만 입을 꾹 닫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인 된 입장에서 아무 말이나 해야 했다.
“그런데 실례가 아니라면 여러분께서 무슨 일로 본장을 방문하셨는지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아미타불! 사매가 귀장에 신세지고 있다고 해서 인사차 들렀습니다.”
“아! 길이 어긋난 모양이군요. 주매라면 지금 남궁세가에 있습니다만.”
주매라는 말에 일순 스님들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나보고 어쩌라고?’
네 명이 일제히 나를 쏘아봤으나 일 대 사의 눈싸움을 할 방법이 없어 그냥 빙그레 웃어 줬다.
그러자 금세 안색을 회복한 일연이 입을 열었다.
“장주께서는 사매와 어떤 관계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미타불.”
저 놈의 아미타불 소리.
그런데 질문의 순서가 틀렸다. 아무리 궁금해도 순서가 있는 법. 당연히 구명지은에 대한 인사부터 해야 했다. 지금처럼 추궁하는 듯이 묻지 말고.
굽히려고 했던 허리가 조금 펴졌다.
“스님께서 남녀사이의 일을 알아서 무얼 하시려는지요? 정 궁금하시면 주매에게 직접 듣도록 하시지요.”
설마 이런 식의 대답을 들을 것으론 생각도 못했는지 일연의 안색이 벌게졌다. 무공과는 달리 수양은 높지 않은 모양이다.
“험험! 아미타불!”
당황해 할 말을 찾지 못한 일연에게 물었다.
“스님들께선 생각보다 사매를 중히 여기시지 않는 모양입니다?”
쾅!
“시주는 말을 삼가시오!”
일정이라는 스님이 탁자를 치며 벌떡 일어섰다. 딱 봐도 성격이 급하게 생겼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 같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일연이 사제를 제지하고 나섰다.
“일정 사제! 이 무슨 실례인가? 어서 한 장주에게 사과하도록. 아미타불.”
“하지만 사형!”
“어허! 사제! 삼년의 묵언수행에도 아직 혈기를 다스리지 못한 건가? 어서 사과하지 못할까?”
“사형........실례했소이다. 한 장주.”
‘참 나. 내가 아는 소림이 맞아?’
입장부터 발걸음에 공력을 실어 압박하고, 이젠 사형제끼리 북 치고 장구까지 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대 소림이고, 나도 알아서 허리를 굽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하! 별 말씀을. 스님께서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하외다, 장주. 그런데 아까 하신 말씀은 어떤 의미였습니까?”
“별 것 아닙니다. 정말 주매를 아낀다면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감사 인사도 없이 시위부터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뿐입니다.”
일연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이건 쪽 팔릴 때 하는 아미타불이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머지 세 명의 아미타불은 할 말 없다나, 동감이다 정도일 거다. 뭐 그래도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점수를 잃지는 않았다.
십팔나한이 떼로 이러니까 나도 더 이상 삐딱하게 나갈 이유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포권하며 사과했다.
“필부가 괜히 핍박받는 느낌을 받아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허허!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전부 우리가 주 사매를 너무 아껴서 그런 것이니, 한 장주께서 부처님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미타불.”
진짜 아미타불만 빼 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한 동안 아미타불의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 할 듯했다.
아무튼 서로의 사과로 경색된 분위기는 풀어졌다. 대신 난 네 쌍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장주의 본가는? 아미타불!”
“부친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아미타불!”
“내공이 적지 않던데 사문은? 아미타불!”
“한 장주의 연치는? 아미타불!”
여자들도 아닌데 어찌 남궁세가주의 다섯 부인과 묻는 말들이 그렇게도 똑같은지.
물론 사형제로서의 관심도 있겠지만 아마도 방장 및 뒷방 늙은이들의 사주를 받은 질문일 거다.
나 또한 남궁세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대답했다.
어쨌든 소림의 사형제들이니 나도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사내들이 빨리 친해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다. 주먹을 섞어 보는 것과 술을 같이 마시는 것이다.
‘주먹 보다는 술이 유리하지?’
중들 그것도 소림의 무승이 술을 먹었으면 얼마나 먹었을까? 더구나 상대는 화려한 대한민국의 주법에 통달한 나다. 십팔나한이 아니라 소림사 전체가 덤벼도 자신 있었다.
대충 호구조사가 끝난 듯해 밥이나 먹자고 했다. 다음 순서를 위해 친하게 굴면서 말이다.
“자, 사형들, 식사나 하러 가십시다. 제가 근사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주매의 사형들께서 방문하셨는데 대접이 소홀했다간 경을 칠 테니까 말입니다.”
“허허! 불제자에겐 소찬이면 충분합니다. 아미타불!”
“하하하! 아무리 그러셔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 면을 살려주시는 셈 치고 따라와 주십시오.”
“허허! 이것 참. 아미타불!”
이건 따라 가겠다는 긍정의 아미타불이다.
‘흐흐! 어디 언제까지 아미타불을 하나 보자!’
십팔나한을 데리고 갈 곳은 앵앵루櫻櫻樓였다. 앵앵루는 합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홍루紅로 내꺼다. 술과 음식, 여자가 모두 있는 곳이다.
이미 투견을 통해 연통을 넣어 앵앵루 최고의 기녀들을 준비시켜 놓았다. 물론 술과 음식으로 떡 벌어진 한 상을 차려놓았고.
‘흐흐! 사바세계에 내려왔으면 주지육림의 맛도 봐야지.’
@
“자, 이곳입니다.”
앵앵루 정문 앞에 서자, 청수한 스님 일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곳은?”
아무리 산속에서 생활한다고 홍루를 모를까? 붉고 푸른 등불과 담장 넘어 들려오는 교성. 요상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상한 전각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모르지? 들어가 봤을 지도.’
아무튼 이럴 땐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얼렁뚱땅 안으로 몰아넣는 것이 중요했다.
“하하! 제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자자, 음식은 식으면 맛이 없는 법. 어서 들어가십시오.”
“허어! 불제자를 어찌 이런 곳으로. 아미타불!”
약간 노한 듯의 아미타불인데 어감이 묘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확실치가 않았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의외로 역정이 아닌 호기심이 가득한 아미타불 3콤보가 터져 나왔다. 3콤보에 용기를 얻어 아무 말로 설레발을 떨며 안으로 잡아끌었다.
“이곳 숙수가 솜씨가 좋아 이리 모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누가 보기 전에 어서 들어가십시다.”
그런데 내게 밀려서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는 십팔나한이었다. 십팔나한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 하나의 힘에 못 이겨 끌려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다.
드르륵.
준비한 기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떡 부러지는 한 상이 차려 있었다. 물론 기녀는 아직 부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자극을 주면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젖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자, 어떻습니까?”
“오오! 과연 훌륭하군! 아미타불!”
마음에 들었다는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격하게 동의한다는 아미타불 3콤보.
‘이건 뭐, 거시기도 아니고. 쩝!’
하지만 불만은 잠시 접어두고 정신없이 몰아쳐야했다. 일연 스님을 먼저 상석에 앉히고, 차례로 자리에 앉힌 다음 술병을 들고 말했다.
“합비 최고의 숙수가 만든 최고의 채식요립니다. 차린 것은 없지만 사양치 마시고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자, 먼저 곡주부터 한 잔씩.”
쪼르륵. 쪼르륵.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일단 평범하게 한 잔 씩 따라 돌렸다. 마지막으로 내 잔을 따르려는데 일연 스님이 손을 내밀어 술병을 잡았다.
척.
‘설마 여기까지 와서 스톱?’
눈치를 살살 보는데 술병을 받아 쥔 일연 스님이 입을 열었다.
“이미 사매를 얻은 한 장주가 아니시오? 얼마나 더 많은 미인을 얻으려고 자작을 하려 하시오. 욕심이 과하면 화가 되는 법이니, 내 한 잔 따라드리리라.”
이 양반이 술도 마시기 전에 농부터 한다. 술 마신 다음은 어떨까 무척 기대된다.
“하하하! 영광입니다.”
쪼르륵.
그렇게 모두의 잔이 차자 일연스님이 잔을 들고 말했다.
“허허! 사제들, 한 장주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어려우니 한 잔씩 드세.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다시 건배의 3콤보가 터졌다.
“건배!”
꿀꺽!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탁. 탁. 탁. 탁.
사형제들이 단숨에 잔을 비우고 탁자에 올려놓았다. 난 술잔을 머리 위에서 거꾸로 들어 흔들고 나서 내려놓았다.
탁.
그 모습을 보고 일정스님이 호기심을 보였다.
“한 장주, 그건 어느 곳의 주도요?”
“하하!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유행하는 주도라고 들었습니다. 잔을 깨끗이 비웠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밑 잔 깔기 방지용입니다.”
밑장은 야채 밑에 깔아 둔 고기로 충분했다.
“허허! 아주 그럴 듯합니다. 간혹 주법에도 사도를 걷는 자들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나머지 세 명의 스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다시 동의 한다는 3콤보가 나왔다.
사실 밑 잔 털기를 선 보이기전엔 조금 망설였었다. 나야 괜찮지만 이 사람들은 민머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격한 반응에 자신을 갖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법인 폭탄주였다.
시기를 가름하고 있는데 일연 스님이 자리를 깔아 주었다.
“한 장주, 혹시 또 다른 재미있는 주법을 알고 계시오? 알고계시면 개안開眼시켜 주구려.”
“하하! 그럼 이건 어떨까요. 폭탄삼연배爆彈三連杯라고 이것도 동방의 초식인데 석 잔을 연속으로 마셔야 합니다. 물론 내공으로 중화시키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겠습니다.”
폭탄주 석 잔을 연달아 마시면 웬만한 사람은 전부 알딸딸해진다. 그 후 몇 잔 더 들어가면 입신의 경지에 접어드는 거다. 그리고 성불한다. 인사불성 말이다.
‘그때도 아미타불을 찾으면 내가 진짜 형으로 모신다.’
난 마음만 먹으면 백호기가 알아서 중화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