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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4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7화

47화. 소림에서 왔다고?

 

아무래도 일이 좀 더 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도 덩달아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럼 창룡무가주께서도 자객의 암습을 받았단 말이오?”

조금 전엔 이름을 불렀지만 이젠 존칭으로 불렀다.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는 뜻이다.

“그럼 한 가주께서도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것이오?”

난 말없이 남궁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진이 즉시 문도들에게 지시했다.

“그것들을 가져와라.”

백검문도들은 말없이 두 개의 자루와 꽁꽁 묶인 자객을 앞으로 데려왔다.

두 개의 자루와 자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들이 날 습격한 자객들이오. 난 창룡무가에서 보낸 자객이라 생각하고 지금 일전을 각오하고 쳐들어가는 중이오.”

창룡검주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창룡무가에서 자객을 보내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오히려 자객을 보낸 것이 한 장주가 아니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기고 성질내는 일은 갑이 하는 일. 누가 갑이고 을인지 확인시켜 줄 때였다.

목소리에 업그레이드 된 백호후를 실어 소리쳤다. 물론 백호안도 부릅뜨고.

“이 놈! 감히 일개 대주정도 되는 놈이 천하제일장주인 내게 망발을 지껄이느냐! 너는 내가 창룡무가를 두려워 할 것으로 보이느냐!”

백호후를 담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크헉!”

백호안과 백호후에 직격당한 창룡검대주는 비틀거리며 피를 한 사발 토했다.

“으윽!”

“악!”

“우악!”

나머지 창룡무가의 무인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무사하지는 못했다.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다시 창룡검대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놈은 아직도 내가 자객을 보냈다고 믿느냐! 납득할 만한 증거를 대지 못할 경우, 절대 가만히 넘어가지 않겠다!”

“........”

창룡검대주가 대답하지 못하자 뒤에 있던 늙은이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주, 뭔가 서로 간에 커다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오. 좀 더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에.......”

놈의 말을 자르고 포박당한 자객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해?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 오해는 무슨 오해! 네 놈들은 무슨 증거를 가졌기에 날 암습이나 하는 치졸한 놈으로 모는 이유가 무엇이냐!”

증거가 있을 리가 없었다.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나였으니까.

“장주, 자객의 증언이 올바른 증거가 될 수 있겠습니까? 화를 가라앉히고 좀 더 냉정히 판단해 보심이.......”

나름 설득력 있는 말이지만 난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었다. 불같이 분노한 상황에서 말 한 마디에 수긍하고 화를 풀 수는 없는 일. 더더욱 화를 폭발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광견이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이때쯤 광견이가 끼어들어 중재를 해 줘야 했다. 그래야 내가 광견이 안면을 세워주려 못이기는 척 화를 푸는 거고.

‘광견이도 그 정도는 알 텐데.......’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뒤편의 기척을 살폈다.

‘아! 진짜. 내가 광견이를 너무 높게 평가했나? 그냥 미친년에 불과한데.’

어쨌든 시간을 너무 끌 수는 없는 일. 그래도 내 안목을 믿고 나갈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갈! 쓸데 없........”

그때였다. 구세주 같은 광견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휘리릭. 척.

멋들어진 폼으로 창룡무가와 우리 진영의 중간에 떨어진 광견이가 차례로 포권하며 새빨간 입술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호호호! 반가워요. 한 장주님, 그리고 맹 호법.”

반쯤은 진심이 담긴 심드렁한 목소리로 광견이에게 물었다.

“철혈방의 임 방주께서 이곳엔 웬일이시오?”

“호호! 창룡무가와 백검문이 검을 맞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달려왔지요. 결과가 어찌 되든 우리 철혈방에도 영향을 끼칠 테니까 말입니다. 안 그런가요, 맹 호법.”

광견이의 말에 맹 호법이라는 늙은이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임 방주님. 한 장주께서 뭔가 큰 오해를 하고 계신 듯한데 임 방주님께서 나서 주시면 창룡무가는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다시 한 번 뻗댔다. 이제 광견이가 등장해 더 이상 가슴 졸일 일은 없었다.

“오해는 무슨! 여기 확실한 증거가 있건만!”

“한 장주님, 저도 오면서 대충의 사정은 들었습니다. 양 측 모두 자객의 암습을 받았고, 불행히도 창룡무가주께서는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죽었다고!”

난 믿기지 않는 다는 얼굴로 광견이와 맹 호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맹 호법은 가주의 죽음을 광견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 듯했다.

“그걸 어떻게!”

“호호! 맹 호법께서는 철혈방의 정보력을 너무 우습게보시는 듯하군요. 왠지 서운한데요?”

“아, 아니, 제 말뜻은 그런 것이 아니라........”

거창하게 사기 치는 광견이를 보며 기가 막혔다.

‘정보력은 개뿔. 나한테 들었으면서.’

가볍게 맹 호법의 기를 눌러주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듯, 광견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한 장주님, 창룡무가주께서 살아있다면 몰라도 돌아가셨다면 상황이 좀 다르지 않을 까요? 솔직히 말해 자객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말이에요. 얼마 전에 소호에서 철혈방을 노린 정체불명의 집단이 있었지요. 한 장주님도 그 사실은 알고 계시지 않나요?”

“으음. 알고 있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맹 호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임 방주님, 그럼 철혈방도 습격을 받았단 말입니까?”

“예, 다행히 한 장주님의 도움으로 물리칠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 자들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부터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난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뭐가 말이오?”

“그 일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룡무가와 천하제일장이 동시에 자객의 습격을 받았어요. 아직 백검문을 공격하진 않았지만 한 장주님과 백검문의 관계를 보면 공격받은 것과 마찬가지지요. 안 그런가요?”

광견이는 사람 짜증나게 꼭 되묻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래도 물어보니 대답할 수밖에.

“으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

“그럼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아무래도 합비를 노리는 다른 세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 같지 않나요? 그러니 지금은 냉정하게 시간을 갖고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또 그런다. 분명히 내 편인데도 짜증이 나는 이유는 뭘까.

“으음!”

내가 침음성을 흘리며 대답을 회피하자 광견이의 시선은 맹 호법을 향했다.

“안 그런가요, 맹 호법님?”

백호후 한 방에 기가 죽은 맹 호법이다. 쪽수로 보아도 백검문과 비슷한 상황. 고수의 수는 백검문이 많았다.

더구나 자객을 보낸 것이 창룡무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였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데 광견이가 활로를 열어 준거다. 그것도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서.

“임 방주님의 고견에 탄복했습니다. 확실히 저희 창룡무가와 천하제일장에 자객이 보낸 제 삼의 세력이 있는 듯합니다. 저흰 임 방주님의 의견에 따라 이번 사건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조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호호! 그래야지요. 저희 철혈방도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적극 도울 생각입니다. 한 장주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으음. 일리가 있는 말이니 일단 오늘은 물러가겠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창룡무가에서 자객을 보낸 것이라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맹 호법은 명심하시오!”

“호호호!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저희 철혈방도 기꺼이 한 방주님께 힘을 보태, 강호의 정의를 지키겠다고 맹세하겠어요.”

광견이가 슬쩍 숟가락을 얹고 들어왔다. 순발력 하나는 기가 막힌 년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말릴 수가 없었다.

정곡을 찔린 맹 호법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가주마저 죽은 지금 정파인 창룡무가가 자객을 보낸 것이 밝혀지면 정말 끝이었다. 그래봐야 내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튼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창룡무가는 돌아가서 이를 갈며 밤새 회의를 거듭했을 거다. 하지만 저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리는 없을 터.

‘잘해야 황산파에 이르는 정도겠지. 그것도 자객얘기는 쏙 빼야 하니 별로 명분도 없을 것이고.’

장원으로 돌아와 자객을 심문했다. 배후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살수조직을 캐물었다. 백호후와 백호안을 견디지 못하고 술술 불었다. 생각보다 작은 조직이어서 찾아가 일망타진했다.

인명을 경시한다고?

난 악인으로 살아봐서 안다. 한 번 악인은 영원한 악인이라는 것을. 물론 만 명의 한 사람 정도는 개과천선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그 한 명을 계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악인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한 마디로 한 사람의 악인을 없애 열 명의 억울한 사람을 살리자는 주의다. 뭐 개인적인 신념의 차이니까 아니면 말고.

 

@

 

아무튼 자객사건 이후, 다시 부족한 무공을 수련하는 평범한 날로 돌아갔다. 가끔 한두 명씩 찾아오는 낭인은 모두 상 장로에게 일임했다. 그래도 아직 서른 명이 되지 않았다.

부서진 침실의 수리가 끝날 때 쯤, 불청객이 천하제일장을 방문했다. 영춘 아범의 방문객 보고에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누구라고?”

“소림사에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소림사라고!”

“예, 장주님. 틀림없이 소림사라고 하셨고 언뜻 보아도 고승의 품격이 느껴지는 분들이셨습니다.”

“하아! 어서 안으로 모시게.”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 막연히 생각은 했었다. 소림의 딸을 훔쳐갔으니 한 번쯤은 만나야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만남은 원치 않았다.

‘가려면 남궁으로 가지 여긴 왜 들려.’

내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만날 생각이었던 거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것은 선방을 맞는 것과 다름없었다.

‘더구나 왠지 중은........’

정말 진실한 불자에겐 미안하지만 내 머릿속의 중은 개독교나 호모교와 다름없었다. 한 마디로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게 행동할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살며 워낙 많은 고승들을 봐왔다. 룸살롱에서 젖가슴을 주무르며 득도한 고승, 오리고기 집에서도 육수 더 달라며 당당히 말하던 고승, 대처승도 아니며 마누라에 젊은 애인까지 둔 고승, 돈과 권력 때문에 패싸움을 벌이는 무승武僧 등등.

이런 고승들은 내 손으로 잡아 전부 극락으로 보냈다. 확실히 극락에 도착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아 모르지만. 아무튼 열반에 드는 걸 내 손으로 도운 건 사실이었다.

‘쩝! 더구나 최소한 사형급 이상일 텐데........후우!’

구대문파. 그것도 독보적인 소림이다. 소림의 일대제자라면 십팔나한들인데 광견이나 창룡무가주, 백검문주와는 격이 다르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어쭙잖게 나댈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일대 일이라면 몰라도.’

하지만 십팔나한과 싸워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아니 적도 아닌데 싸울 생각부터 하는 내가 우습다. 아마 그만큼 내가 중들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일거다.

‘아서라, 소림을 위해서라도 허리 한 번 숙이지 뭐.’

말했듯이 난 부러질 바엔 차라리 휘어지고 만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한 허리도 가지고 있고.

저벅저벅.

저벅저벅.

얼마 있지 않아 풍운각을 향한 네 명의 묵직한 발 걸음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는 작은 바람에도 휘청하고 휘려고 준비하고 있는 내 가슴에 불을 질렀다.

‘저 새끼들이!’

고수들이 왜 고수냐. 내공이 높을수록 몸도 가벼운 법이다. 그런데 저런 묵직한 발걸음 소리를 내는 건 나보고 들으라고 시위하는 거다.

‘진짜 고승은 아니네.’

하긴 소림사 중이라고 전부 수양이 깊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소림 역시 강호세력의 하나가 아닌가.

그 명성을 유지하려면 고수의 쪽수는 필요불가결이다. 당연히 경전보다는 무공에 주력할 것이고. 특히 밥 처먹고 수련만 하는 무승 임에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 쟤들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림에서 온 방문객을 맞으러 대청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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