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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7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76화

76화. 과식의 대가

 

찰랑찰랑.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악양루에 올랐다. 광견이와 함께 바다 같은 동정호를 내려다보며 호연지기好戀之技를 키웠다. 둘이 꽁냥꽁냥했다는 얘기다. 원래 늦바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둘이 아침부터 염장을 질렀더니 상 장로와 철혈사신은 멀찍이 떨어져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에 반짝이는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으며, 몇 척의 배들이 한가로이 호수 위에 떠 있었다.

이런 장면에선 한 마디 털어주는 것이 예의다.

“이곳에서 오나라의 명장 노식이 십만 수군을 조련해 조조를 물리쳤다고.”

불확실하고 얄팍한 지식을 뽐내도 콩깍지가 쓰인 광견이는 그저 좋단다.

“호호! 그래? 우리도 배 타고 가자.”

“배?”

“동정호에서 장사까지는 뱃길로 이어져 있어. 그리고 배가 더 빨라.”

“그래? 그럼 그러지 뭐.”

빠르다는 데 싫다고 할 이유가 없다. 말 타는 것도 지겨울 쯤이라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즉시 철혈사신이 빠른 배 한 척을 수배해 모두 배에 올랐다.

동정호를 빠져 나와 원강沅江이란 곳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 마땅히 쉴 만한 곳이 없어, 적당한 곳이 나올때까지 밤을 달려 배를 몰기로 했다.

커다란 배가 아니어서 잠자리가 불편해 쉽게 잠들지 못했다.

찰싹찰싹.

잔잔한 수면을 가르는 규칙적인 노 소리가 더욱 신경을 건드렸다.

‘응? 이 밤중에 우리 말고 또 누가?’

철썩철썩.

우리배의 노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두 척도 아니고 세 척이나 되었다.

부스럭.

옆자리에 누운 광견이도 낮선 소리에 몸을 일으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만큼 급한 사람들이 있나 봐.”

물론 급하지 않으면 이 밤중에 배를 띄울 리가 없었다. 우리 선장도 밤에는 위험하다며 몇 번이나 말렸으니까.

“흐흐!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잠자코 기다려봐.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동정호에는 수적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난 처음에는 수적이 나타난 줄 알았다. 수적들이 절정고수들이 탄 배를 습격하면 재미있어 지니까 말이다.

철썩철썩.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 척의 배는 우리 배를 그냥 지나쳐가고 있었다.

‘어라! 이러면 곤란한데. 앞뒤로 막아서서 공격하려나?’

잘 자고 있는 상 장로와 철혈사신까지 깨워 대기하는 중이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불만이 폭주할 것은 뻔했다.

그리고 배가 완전히 지나치자 결국 볼 멘 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주님!”

“장주님, 한 밤중에 깨워놓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잠깐만, 조용히!”

일단 소란을 진정시키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행을 향해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두 번째 배에서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한 사람?”

잠시 청력을 기울이던 철혈사신이 한 마디씩 하고 나섰다.

“가운데 배에 말입니까?”

“세척 모두 인기척은 있지만 조용하기만 합니다. 괜히 미안해서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가운데 배의 기척과 다른 두 배의 기척은 조금 달라. 모두 자고 있는 듯하지만 가운데 배의 기척은 다른 두 배에 비해서 호흡이 굉장히 느려.”

내 설명에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광견이 물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마 내 생각에는 가운데 배에 반혼인이 실려 있는 것 같아.”

“정말이야?”

“반혼인! 장주, 사실입니까?”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사실 이들이 느린 호흡으로 반혼인을 예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 조사해 봤어야지.’

맞부딪혀 싸워는 봤어도 제압된 반혼인을 심문하고 조사한 사람은 나였다. 때문에 난 반혼인 특유의 느릿한 호흡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헤엄칠 수 있는 사람?”

“장주, 제가 헤엄칠 수 있습니다.”

뜻밖이지만 상 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확인하러 가 봅시다. 상 장로는 날 따라오시오. 나머지는 놈들이 눈치 채지 않게 여유를 두고 따라와.”

광견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리고 나섰다.

“한 장주, 반혼인이라면 위험해. 뒤를 밟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아냐, 살짝 확인만 하고 올 거야. 걱정 말고 여기서 기다려. 갑시다, 상 장로.”

풍덩.

지체 없이 강물로 뛰어들었다. 등평도수登平渡水나 일위도강一葦渡江 등의 신법도 있지만, 소리를 감추려면 근처에서 잠수로 접근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풍덩.

뒤이어 상 장로가 뛰어들고 곧바로 전음이 들려왔다.

-장주, 계획은 있으십니까?

-가면서 생각해 봅시다.

-역시 그렇군요.

상 장로는 몇 번의 함께한 경험으로 포기도 빨랐다. 낮과는 달리 빠르지 못한 속도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잠수로 접근해야겠소. 혹시 발각되더라도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수혈을 잡아 제압하시오.

반혼인을 조종하는 놈들의 무공은 그리 높지 않았다. 나와 상 장로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조용히 제압할 수 있었다.

불쑥.

뱃고물에 붙어 머리를 들어 조심스럽게 선내를 살폈다. 움직이는 기척은 별로 없었다.

-경비는 별로 없는 듯하오. 내가 선내를 살펴볼 테니 뒤를 부탁하오.

-조심하십시오, 장주님.

먼저 선실을 뒤졌지만 십여 명의 고른 숨결밖에 들리지 않았다. 반혼인의 숨소리와는 달라 선창船倉으로 내려갔다.

‘음! 역시.’

선창 안에서 찾고 있던 느린 호흡이 느껴졌다.

덜컥.

선창을 막고 있는 덮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소리 나지 않게 주의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희미한 달빛이 캄캄한 선창을 비추었다.

드러나는 광경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음! 새끼들 해도 너무 하네.’

반혼인들이 선실도 아닌 선창에 짐짝처럼 널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밀항선의 창고 안을 보는 듯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이 배에 반혼인이 있다는 것은 다음 공격 목표가 금의장이기 쉬웠다. 그렇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반혼인의 단전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격이 연기될 테고 소득이 없잖아?’

가장 큰 문제는 금의장에 내 활약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가없는 봉사를 가장 싫어하는 내가 취할 방법은 아니었다.

‘얘들이 공격은 공격대로 하고, 나도 생색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 그렇지.’

반혼인의 강점은 튼튼한 신체와 제정신이 아니라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도 고강한 내공이 받침이 되었을 때였다.

‘만일 내공이 십년 정도밖에 안된다면?’

반혼인이 튼튼해도 금강불괴는 아니었고, 두려움이 없다고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공이 약하다면 일류고수만 되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흐흐!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거야. 근데 전부 얼마나 되는 거야?’

언뜻 봐도 오십구軀는 되어 보였다.

‘십 년씩만 잡아도 오백년!.......근데 가능하기는 할까?’

모 소설에는 천년공력이 나오긴 해도 모두 화경이상에 이른 자들이었다. 나처럼 화경도 아닌데 비정상적으로 내공만 급증시킨 경우는 기억에 없었다.

‘현재 사 갑잔데 조금 위험하려나? 에이! 일단 지르자. 위험하면 뭔가 이상 신호가 오겠지.’

설마 배가 빵하고 터지지는 않을 테니 일단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성격상 눈앞에 보이는 공짜는 먹고 보는 주의니까 말이다.

‘정 안되면 백호기에 양보하자.’

일단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상 장로에게 전음을 날렸다.

-상 장로,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오. 만일 처리하기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전음으로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장주. 이곳은 제게 맡기고 서두르십시오.

무림의 금기 중의 하나가 남의 내공을 쪽쪽 빨아먹는 거였다. 눈치 없이 식사 중에 들어오면 오해받기 딱 좋았다.

제일 앞에 너부러져 있는 반혼인의 단전에 손을 대고 백호기를 보냈다. 대략 십년 정도의 내공만 남겨 놓고 전부 흡수했다.

‘하나, 둘.......’

그렇게 차례대로 반복해 열 구째 흡수했을 때였다. 아슬아슬하던 내 단전에 이상이 생겼다. 흡수한 내공이 꽉 차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아! 단전이 더 커져야 하는데.’

하지만 단전은 요지부동, 조금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여기까진가? 어쩔 수 없지. 일단 나머지도 마저 흡수하고 나서 생각해 보자.’

다음부터는 계속 흡수하기만을 반복했다. 반 시진이 흘러서야 마지막 놈까지 마칠 수 있었다.

‘정확히 오십구네.’

일단 백호기를 불러들이고 서둘러 선창을 벗어났다.

-상 장로, 돌아갑시다.

-반혼인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내공을 쓰지 못하게 금제를 가했소이다.

-금제만으로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전부 없애는 편이 났지 않겠습니까?

-아니오. 제 금제는 쉽게 풀리지 않소. 걱정 말고 놈들이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돌아갑시다.

전음을 마치고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깔끔하게 입수했다.

퐁!

 

@

 

배로 돌아와 일행에게도 반혼인을 확인하고 금제를 가했다고 알려줬다. 감탄하는 일행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하려는데 심장이 욱신거렸다.

‘윽!’

심장을 보호하고 있는 백호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서둘러 일행에게 호법을 부탁하고 선실 한 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백호기는 심장을 벗어나 전신을 기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이 통통 오른 관계로 이전보다는 현저히 느려진 상태였다.

백호기가 주인을 닮아 미련을 떨고 있었다. 토하자니 아까워 어떻게든 소화를 시키려 했지만 용량초과인 듯했다.

‘이런 욕심꾸러기 새끼! 인마 과식했으면 얼른 토해.’

피시식.

마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견디다 못한 백호기가 백기를 들며 내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쩐다?’

중단전이니 상단전이니 하는 것들은 아직 내겐 꿈같은 얘기였다. 손놓고 있다가는 백호기가 풀어놓은 내력이 방귀로 사라질 지도 몰랐다.

퍼버버벅.

투두두두둑.

‘어!’

그런데 백호기가 풀어놓은 내력이 삽시간에 전신 세맥細脈을 뚫으며 피부로 흡수되었다.

‘이번에야 말로 환골탈태?’

다시 고릿한 냄새가 풍겨 나와 선실을 가득 채웠다. 떨리는 심정으로 다음 변화를 기다렸지만 냄새만 짙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토해낼 만큼 토해낸 백호기는 다시 심장에 얌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미 상황종료라는 뜻이다.

‘아! 그놈의 깨달음의 벽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결국 이번에도 환골탈태에는 실패했다. 솔직히 반노환동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단지 개성 있는 외모를 기생오라비로 바꾸는 정도면 충분했는데 말이다. 실망과 허탈함 속에 운기를 마쳤다.

가부좌를 풀고 일어서자 광견이 놀라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뻐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너, 너. 지금 뭐한 거야?”

상 장로는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허허! 장주는 정말 사람 놀래 키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오. 뜬금없이 선실에서 입신入神의 경지에 들어섰으니 말이오.”

철혈사신이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 입신! 정말 장주께서 방금 화경에 이르렀단 말씀이십니까?”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해명해야 할 것 같아 손을 들어 진정시키고 설명했다.

“아, 아! 우선 모두 진정하시오. 전신 세맥이 뚫린 것은 사실이나 화경을 이룬 것은 아니오. 환골탈태를 한 것도 아니고.”

“그럼 지금 이건 뭐야?”

“세맥이 뚫리며 탁기가 배출 된 것뿐이야”

“갑자기?”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본인이 모른다는 데 뭐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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