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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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2화
신룡전설 3권 - 2화
“아직 복귀를 하지 않았다니?”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아직 련으로 복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음…….”
흑월 2호의 말에 양도강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흑월 1호가 생각보다 늦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리라고 만 생각하는 양도강이었다. 흑월대에서 그가 가장 믿는 사람이 흑월 1호인 만큼 그의 복귀가 늦는 데에는 다 그만한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나머지 흑월대를 준비시키도록.”
“……?”
흑월 2호가 그 뜻을 몰라 양도강을 바라봤다.
“신도황이라는 애송이를 잡으러 간다.”
그제야 흑월 2호는 흑월대 31명이 신도황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알겠습니다.”
흑월 2호가 자리를 떠나자 양도강이 가볍게 웃었다.
“신도황? 웃기는군!”
“모두 모였습니다.”
흑월 2호의 말에 양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양도강이 남은 흑월대를 모두 소집시켜 다시 사흑련의 정문을 넘는 순간,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2명의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흑월 구 호 아니야?”
흑월대 대원의 음성이 아니더라도 양도강은 이미 곤혹스런 얼굴로 길을 안내하다시피 앞장서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흑월 9호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런데 뒤를 따라오는 사람은 누구지?”
흑월 9호의 안내를 받아 사흑련에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왕무적이었다.
“흑월 구 호! 도대체 무슨 일이야?”
흑월 2호의 외침에 흑월 9호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
흑월 9호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자 흑월대 무인들이 입을 열었다.
“어이! 흑월 구 호!”
“구 호 저놈 왜 저래?”
“다른 동료들은 다 어디 있어?”
동료들의 음성에 흑월 9호는 뭐라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구 호!”
“왜 말이…….”
저벅.
흑월 9호의 곁으로 나란히 선 왕무적.
왕무적은 천천히 양도강과 흑월대를 바라보곤, 이어서 으리으리한 사흑련의 정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기가 사흑련.”
조그맣게 중얼거린 왕무적은 자신의 곁에 서 있는 흑월 9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내는 고맙게 생각해.”
퍽!
왕무적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털썩!
“……!”
“……!”
가볍게 휘두른 주먹은 흑월 9호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가격했고, 그대로 흑월 9호의 신형은 옆으로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양도강을 비롯한 흑월대 무인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놀란 시선으로 왕무적과 즉사해버린 흑월 9호의 시신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흑월 구 호!!”
“이 새끼!”
“감히 사흑련 앞에서 그런 미친 짓을!!”
흑월대 무인들의 욕설과 고함이 장내 커다랗게 울리기 시작했다.
“…….”
왕무적은 그저 무감정한 눈으로 흑월대 무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왕무적을 향해 양도강이 물었다.
“네놈이… 신도황이란 애송이냐?”
양도강의 물음은 분노한 얼굴로 욕설을 뱉어내던 흑월대 무인들의 얼굴을 경악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시, 신도황!”
“저자가 신도황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생김새가 소문 그대로군!”
“그럼 흑월 삼십 호부터 육십 호는 어떻게 된 거지?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라 흑월 일 호와…….”
“서, 설마 다 당한 건 아니겠지?”
척!
흑월 2호가 손을 들어 흑월대 무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조용!”
흑월 2호의 외침에 흑월대 무인들은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왕무적에게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양도강이 다시 물었다.
“네놈이 신도황이란 애송이냐?”
양도강은 이미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왕무적이 신도황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 허리와 등에 각각 지닌 검, 도, 창!
무림의 소문 그대로였다.
왕무적은 양도강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
왕무적의 대답에 양도강은 두 눈을 찡그렸다.
신도황의 소문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처음 만박귀자를 잡으러 갔다가 실패한 외당 무인들과 흑영당의 정보에 의한 사내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왕무적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그래.”
“…….”
양도강은 왕무적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왕무적은 양도강이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이유도 없었다.
저벅.
한 발을 내딛은 왕무적.
“더 이상 움직이지 마라!”
흑월 2호가 눈을 매섭게 치켜뜨며 외쳤다.
“신도황이 아니라면 누구냐? 감히 누구기에 사흑련의 앞마당에서…….”
저벅.
왕무적은 흑월 2호의 경고도, 양도강의 말도 깨끗하게 무시하며 또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또다시 움직인다면……!”
저벅!
왕무적은 흑월 2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크게 한 발 움직였고, 그만큼 거리는 가까워졌다.
“놈!”
흑월 2호가 두 눈 가득 살기를 품고 검을 뽑기도 전에 왕무적의 손이 허리로 움직였고, 곧바로 검이 뽑혀져 나왔다.
치릉!
그리고…….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일식(第一式)!
일룡천지비(一龍天地飛)!
번쩍!!
왕무적이 든 녹슨 검에서 푸른 기류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푸른 기류는 하나의 형상이 되어 흑월 2호의 몸을 향해서 나아갔다.
“헉!!”
“저, 저게 무슨!”
“이 호!!”
“…용(龍)… 으아악-!!”
흑월 2호는 자신을 감싼 푸른 기류의 형상이 용임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곧이어 온몸이 잘게 부서지는 아주 찰나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
“…….”
정적!
“이, 이 호가…….”
흔적조차도 없었다.
흑월 2호는 멀쩡하게 뜨고 있던 눈앞에서 사라져버렸고, 그의 앞엔 볼품없는 녹슨 검을 늘어트린 왕무적이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꿀꺽……!”
흑월대 무인 한 사람이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왕무적이 천천히 입을 열며 양도강과 흑월대 무인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나는 신도황이 아니야. 나는… 왕무적이야!”
파란 눈동자가 시리도록 빛나기 시작했다.
第二章. 나는… 왕무적이야!(2)
‘검…….’
양도강은 지금까지 신도황이라고 알려진 왕무적이 검을 사용한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긴 만약 그가 검을 사용했다면 애초부터 신도황이라는 별호가 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신도황이란 별호를 얻은 왕무적이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것과, 그런 그가 도가 아닌 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용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검법이라……!’
양도강은 자신의 기억을 죄다 들쳐보기 시작했다.
“으음…….”
기억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검법들을 죄다 더듬어봤지만, 정확하게 왕무적이 사용한 무공이 어떤 검법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양도강이 알고 있는, 용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검법만 하더라도 10여 가지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에 한해서였지만.
“대, 대주님…….”
흑월 2호의 허무한 죽음 앞에 흑월대 무인들은 분노 이전에 당황스런 마음과 공포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흑월 2호를 가볍게 죽인 왕무적의 실력으로 미루어보아 지금까지 련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동료들의 생사는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고 있었다.
전멸!
“꿀꺽!”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당장 비상 경보령을 울려라!”
양도강의 외침에 흑월대 무인 3명이 한꺼번에 련 내로 나는 듯이 뛰어 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무적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서 있었다. 이미 그의 의지는 확고했고, 사흑련에서 어떤 대응을 해오든지 자신이 있었다.
“신도황! 네놈은 온 무림을 잘도 속여…….”
“난 신도황이 아니라고 했어!”
왕무적의 외침에 양도강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들은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왕무적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자신의 말을 번번이 끊어 먹고 있었기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흑월 2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죽임을 당했지만, 양도강은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예상보다 왕무적이 훨씬 대단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긴 하지만, 그렇다고 겁을 먹을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지금 양도강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사흑련이다. 왕무적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홀로 사흑련 전체와는 싸울 수 없다는 사실을 양도강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황이란 소리가 듣기 싫다면 그만둬주지. 그렇지 않아도 그따위 소리를 하는 나 역시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니까.”
양도강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고, 왕무적은 더 이상 그의 말을 끊어 먹지 않았다.
“네놈은 지금까지 무림을 잘도 속여…….”
저벅.
왕무적은 양도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양도강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화를 터트리고 말았다.
“이런, 개 후레자식!!”
스릉!
번- 쩍!!
양도강이 욕설을 내뱉은 것. 그의 허리에 착검되어 있던 검이 뽑혀져 나오는 것. 눈부신 검광과 함께 왕무적의 미간을 노리고 찔러 들어가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한 줌의 공기를 들이마시기도 전에 일어났다.
쐐애애액-!
훌륭한 한 수!
발검과 동시에 이뤄진 양도강의 찌름은 어떤 무인이 보아도 칭찬하기에 충분했다.
빠르고, 정교했으며, 검끝에 실린 힘은 단단한 바위라도 일격에 꿰뚫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적절하게 기습을 펼친다면 웬만한 중소 문파의 장문인이라고 하더라도 화를 면치 못할 정도로 대단한 공격이었지만 상대가 좋지 못했다. 상대가 왕무적이라는 사실이 양도강에게는 최대의 불운이었다.
왕무적은 자신의 미간을 뚫어버릴 기세로 날아드는 양도강의 검끝을 정확하게 보고 있다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녹이 잔뜩 슬어 보기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없었지만, 왕무적은 이 검 역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팅-!
“……!”
검극과 검극이 정확하게 맞닿았다.
양도강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공격을 막아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믿을 수 없었다. 검극을 검극으로 정확하게 막아버렸다는 사실이 양도강을 당황시키고 있었다.
퉁!
왕무적은 가볍게 검을 튕겨 양도강의 검을 뒤로 밀어냈다.
“개, 개 같은… 죽어!!”
양도강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정한 형식도 없이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쇄액-! 쇄애애액-!
겉으로 보기엔 그저 미친놈의 칼부림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왕무적의 전신을 노리고 압박해 들어가는 양도강의 검기 주변엔 날카로운 칼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왕무적은 옷자락을 찢어버릴 것 같은 칼바람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 역시 아무런 형식 없이, 아니 형식이 있다면 그저 양도강이 휘두르는 방향으로 마주 검을 휘둘러댈 뿐이었다.
땅! 따당!
“크윽…….”
검과 검이 부딪칠 적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양도강은 미약하게 신음을 흘렸다.
따당! 깡! 까가강-!
“큭!”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양도강의 얼굴은 조금씩 더 일그러졌고, 결국은 급급히 뒤로 물러나고야 말았다.
“으으…….”
처음에는 오기로 검을 멈추지 않았지만, 결국은 10여 차례도 넘기지 못하고 양도강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손목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를 사용하던 놈이라 힘이 강하군.’
양도강은 그렇게 위안을 삼았지만, 그건 그가 애써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었다.
무림에 알려지기로 왕무적이 양도강과는 다르게 검이 아닌 도를 사용하는 무인이라는 것 때문에 힘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서 힘의 우위는 엄연히 내공의 차이에 있었다. 즉, 왕무적의 내공이 양도강을 훨씬 웃돌았기에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윽.
왕무적은 물러나서 자신을 노려보는 양도강을 노리고 검을 들었다.
“흥!”
양도강은 왕무적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먼저 달려들었다.
팟-!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린 양도강은 왕무적을 노리고 크게 일검을 휘둘렀다.
순간, 검신에서 수십 가닥의 검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양도강의 독문무공인 전광폭류검법(電光爆流劍法)의 후초식 중의 하나인 일검난영(一劒亂影)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이번 공격으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겠다는 듯 상하광변(上下光變), 뇌공교격(雷公交擊)까지 한꺼번에 펼쳤다.
쇄애애액! 슈아아악-!!
수십 가닥의 검기가 팔방을 완벽하게 점하고 짓쳐들어오자 왕무적은 그 중심에서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보는 이가 어지러울 정도로 발을 내딛으며 왕무적은 검을 휘둘렀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오식(第五式)!
오룡회선무(五龍回旋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