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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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38화
신룡전설 2권 - 13화
주자운의 말에 깡마른 체구에 묘도를 지니고 있는 장량이 피식 웃었다.
“세상에서 모르는 게 없다니? 넌 그런 말을 믿는 거냐?”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데요.”
주자운이 꽤 작아진 목소리로 반박하자 장량이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기껏 해봐야 글깨나 읽은 놈이겠지. 뭐.”
“아닌데…….”
입을 내밀며 주자운이 투덜거렸지만 장량은 더 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허자명? 혹시 만박귀자(萬博鬼子) 허자명을 말하는 거냐?”
“예!”
진중악의 물음에 주자운이 맞다는 듯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박귀자 허자명이라면 나도 들어봤지. 그자의 식견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칭찬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군.”
엄등의 말에 말을 꺼낸 주자운의 얼굴엔 알게 모르게 약간의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자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상자량이 콧잔등의 흉터를 매만지며 묻자 주자운이 급히 대답했다.
“적어도 우리보다는 많이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큭큭! 우리 막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
형조문이 주자운의 머리를 엉클어트리며 말하자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땅한 목적지도 없으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
진중악이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이제는 자신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왕무적을 바라보며 물었다.
“주군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왕무적은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왕무적의 대답에 엄등이 말했다.
“주군이 저희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건 영 불편합니다. 그렇지 않아?”
“물론이지!”
“주군! 저희에게 편하게 말씀을 하십시오!”
“무림에서 나이는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곳이 무림인데, 어찌 ‘신도황’이라 불리는 주군께서 저희에게 존대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남들이 알면 저희가 욕먹는 것은 물론이고, 주군까지도 함부로 생각할까 봐 걱정입니다!”
“맞습니다!!”
큰 소리로 대답하는 신왕대 무인들의 모습에 왕무적은 그들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주군, 저들의 말이 맞습니다. 주군께서 저희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저희는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군이 다른 이들에게 존경 받길 원하는 것이지, 남들이 주군을 깔보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더 이상 존대는 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왕무적은 자신을 싱글벙글 바라보는 7명의 신왕대 무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하대는 할 수 없어요.”
“주군, 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왕무적의 모습에 진중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진중악의 대답에 왕무적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그런데 우리가 찾아가야 할 사람은 어디에 살죠?”
왕무적의 물음에 신왕대에서 유일하게 나이 차이가 커서 막내가 되어버린 주자운이 급히 대답했다.
“강서성(江西省)의 포양호(我陽湖)(‘포’의 한자가 틀립니다)입니다!”
“꽤 재밌는 사람이구나!”
멀지 않은 곳에서 왕무적과 신왕대 무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여인이 두 눈을 반짝이며 씽긋 웃었다.
왕무적이 복주성을 떠난 지 3일이 지나서야 그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자연적으로 신도황 왕무적의 얼굴과 그의 무공, 그리고 그가 지닌 묵룡도의 모습이라도 구경하기 위해서 몰려들었던 수많은 무림인들은 그의 뒤를 쫓아 부랴부랴 복주성을 떠나기 시작했다.
썰물처럼 수많은 무림인들이 복주성을 떠나가자 그동안 그들로 인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장사꾼들은 안타까움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들과는 반대로 그동안 무림인들로 인해서 기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관부의 포쾌(捕快)들이나 뒷골목을 주름잡던 파락호들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며 거리를 활보했다.
“황룡전장이 어디냐?”
“응?”
다짜고짜 반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지에서 몰려든 무림인들로 인해서 쥐죽은 듯이 지내야 했던 독사파의 흑곰이었다. 이제는 무림인들도 거의 대부분 떠났기에 예전의 당당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 거드름을 피우며 대로를 걷던 그였다.
잠시나마 들떴던 기분이 곤두박질 쳐지는 기분에 흑곰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내에게로 고개를 삐딱하게 돌렸다.
‘무, 무림인인가?’
빼어난 외모와 다소 지저분해졌지만 하얀 백의 무복에 허리에 걸려 있는 한 자루의 검은 그가 무림인임을 단번에 말해주고 있었다.
‘씨팔! 하필이면…….’
언제부터인지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흑곰과 사내를 주시하고 있었다. 워낙에 거들먹거리며 대로의 정중앙을 거닐던 흑곰이었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뭐, 뭐라고 했냐?”
상대가 제아무리 무림이라곤 하지만 처음부터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있을 자신의 활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기에 흑곰은 최대한 상대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위신도 높이려고 애썼다.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상대는 흑곰의 말투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물었다.
“황룡전장이 어디냐?”
사내의 물음에 흑곰은 ‘곧바로 대답하면 비굴하게 보이겠지?’란 생각을 하곤, 나름대로 최대한 삐딱한 고갯짓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
“…….”
사내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매섭게 변하자 흑곰은 움찔거리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다시 묻겠다. 황룡전장이 어디냐?”
사내의 물음에 흑곰은 ‘두 번 물었으니까 이젠 대답해도 비굴하게 보이지 않을 거야’란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으흠! 황룡전장은 이쪽으로 쭉 가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곧 보일 거다.”
흑곰의 말에 사내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한심하다는 듯이 흑곰의 몸을 한차례 훑어보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
사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흑곰은 문득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가볍게 찌푸렸다.
마치 ‘무림인 앞에서는 기도 한 번 제대로 못 펴는 병신 같은 놈!’이라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에 흑곰은 눈알을 부라리며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뭘 봐, 이것들아!!”
“그렇소?”
“그렇습니다.”
“알겠소.”
흑곰에게 물어 황룡전장을 찾아온 사내는 황룡전장에서 일하는 남자 하인에게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것을 듣고는 몸을 돌렸다.
사내는 잠시 황룡전장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따스한 햇볕.
누구나 절로 얼굴이 환하게 펴질 만한 날씨임에도 사내는 얼굴을 찌푸렸다.
“…….”
사내는 이내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네놈을 용서하지 않는다…….’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복주성의 서문을 향해서 걸어가는 사내의 등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강서성 포양호.
“와아~ 바다만큼 크구나!”
왕무적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포양호를 바라보며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곤, 감탄사를 연방 터트렸다.
왕무적의 모습을 보면서 신왕대 무인들은 저마다 키득거리며 웃었다.
“큭큭! 난 말이야, 문득 주군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와서 미치겠어.”
형조문의 말에 엄등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게 주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하긴 그 외딴 섬에서 홀로 살았으니…….”
장량의 말에 주자운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전 주군이 더욱 존경스러워요. 외로움을 견뎌내며 저런 엄청난 무공을 홀로 수련하신 거잖아요. 아마도 저였다면 주군처럼 되진 못했을 거예요.”
도담우가 묵직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따지고 보면 주군이야말로 진정한 사내라고 할 수 있지. 하긴 내가 주군의 그런 모습에 반했으니. 흠흠!”
“강인함과 순수함이 함께라… 후후!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주군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으니, 나는 뭐가 뭔지를 잘 모르겠군.”
상자량은 연신 넓은 포양호를 보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음을 짓는 왕무적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주군께 끌렸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주군은 분명 무언가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죠.”
“물론이죠!”
“저도요!”
진중악의 말에 저마다 동의를 하는 신왕대 무인들.
그러는 사이, 왕무적은 주섬주섬 옷을 벗고 있었다.
“주, 주군!”
주자운이 화들짝 놀라며 왕무적을 부르자 그가 씨익 웃고는 아랫도리 하나만을 남기고 그대로 푸른 포양호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어어어어!!”
“으거걱!!”
“주, 주군!”
너무나도 갑작스런 왕무적의 행동에 신왕대 무인들이 저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푸하아아-!!”
물속으로 들어갔던 왕무적이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며 길게 숨을 뱉어냈다.
“주군!!”
“어서 나오십시오!”
“남들이 보면…….”
신왕대 무인들의 외침에 왕무적은 그들을 향해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모두 같이 헤엄쳐요!”
“……!”
“에에?”
그 말을 끝으로 물속으로 다시 쏙! 들어가 버리는 왕무적의 행동에 신왕대 무인들은 저마다 잔잔하게 출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거 참!”
상자량은 난감하다는 듯, 습관적인 행동인지 콧잔등에 난 상처를 매만졌다.
이어 엄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럴 때 보면 꼭.”
“꼭?”
모두가 엄등을 바라보자 그가 자신의 볼을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꼭… 우리들 중의 막내는 주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네에?”
주자운이 가장 놀라며 엄등을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왕무적은 섬에서 웬만한 영물들보다도 더욱 뛰어났던 헤엄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물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하하하하! 재밌어 보이는데!”
진중악은 어느새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있었다.
“대, 대주!”
장량이 그를 말릴 새도 없이 진중악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크하하! 같이 합시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을 드러낸 도담우가 커다랗게 웃으며 물속으로 달려들자, 멀뚱하게 서 있던 나머지 무인들도 저마다 피식피식 웃고는 옷을 벗어던졌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삼십 년간 고이 숨겨왔던 실력을 보여주지!”
“저도 물이라면 꽤 친합니다!”
풍덩, 풍덩, 풍덩!!
어느새 포양호 한 귀퉁이를 차지한 왕무적과 신왕대 무인들. 그들은 오랜 여행의 피로를 포양호 물속으로 던져버리고 있었다.
“푸힛! 대낮에 저게 뭐 하는 거람!”
멀리서 왕무적과 신왕대 무인들의 모습을 보며 여인이 재밌어 죽겠다는 듯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인은 커다란 눈에 부럽다는 감정을 가득 담고,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재밌겠다.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