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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36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36화

신룡전설 2권 - 11화

 

 

 

 

 

“신도황인지 뭔지 하는 사람 때문에 성안이 엉망이 되어버렸어.”

 

“그러게 말이야.”

 

“이해를 할 수 없단 말이야. 도대체 신도황이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 그토록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쯧!”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는 쏠쏠하게 이익을 챙기지 않았나. 하하하!”

 

“그건 그렇지!”

 

복주성의 서문을 나서는 두 보부상(褓負商)은 텅 비어버린 등짐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성내가 비좁을 정도로 모여든 무림인들로 인해서 자신들이 생각한 시일보다 무려 닷새나 일찍 장사를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도황이라는 자의 소문이 거짓은 아니더군.”

 

“소문? 무슨 소문을 말하는 건가?”

 

“신도황의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소문 말일세.”

 

“아! 나도 소문이 워낙에 대단해서 한번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황룡전장 근처를 몇 차례 기웃거려봤는데,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하더군!”

 

“그럼, 그럼!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내가 어디 안 가본 곳이 있던가! 내 천하를 두로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지만 신도황이라는 자처럼 아름다운 사내는 보질 못했네. 제아무리 잘났다고 소문난 사내라고 하더라도 그 앞에서는 새 발의 피지!”

 

그의 말에 다른 보부상이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잉?”

 

“누구요?”

 

불쑥 고개를 들이밀고는 ‘헤헤’거리며 웃는 10대 후반의 여인의 모습에 보부상들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두 보부상의 놀란 눈동자는 곧바로 감탄의 빛을 흘렸다.

 

하늘의 달을 얹어놓은 듯한 반듯한 눈썹과 커다란 눈, 그리고 긴 속눈썹만 하더라도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거기에 앙증맞게 솟아오른 코와 분홍빛이 반짝이는 듯한 앵두 같은 입술에 가녀린 턱선은 전형적인 미인상이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헤헤. 그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운가요?”

 

커다란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물어오는 여인의 모습에 두 보부상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가 이내 재빨리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내 인생에 있어서 그리 아름다운 사내는 본 적이 없소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니 소저도 한번 직접 보시구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말을 똑똑히 느끼게 될 것이오!”

 

두 보부상의 말에 여인은 활짝 웃으며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등을 돌리고 성문 안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여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두 보부상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여인이로군…….”

 

 

 

 

 

“적랑!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육소빈은 갑작스런 왕무적의 말에 놀란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곁에 있는 허풍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왕무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떠나려고.”

 

“왜? 어째서!!”

 

앙칼지게 소리치는 육소빈의 외침에 왕무적은 살짝 눈만 찌푸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뿐이야.”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왕무적이 육소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런데 도와주질 않잖아?”

 

“뭐?”

 

왕무적은 언제 챙겼는지 커다란 짐을 어깨에 짊어지며 말했다.

 

“소빈,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건 정말로 고마워. 하지만 나는 남들이 말하는 도황의 전인으로서 살기 위해서 인간… 무림에 나온 게 아니야. 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무림으로 나왔고,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겠어.”

 

“하지만! 막연하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건 적랑도 잘 알고 있잖아?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우리 천천히…….”

 

“나는 알아.”

 

“뭐?”

 

왕무적은 조금은 씁쓸한 눈으로 육소빈과 허풍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빈과 허 아저씨는… 나를 도황의 전인인 신도황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한다는 걸 난 알아. 물론 네 말대로 내가 찾으려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 찾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난 그걸 찾아야만 해. 여기서 이렇게 도황의 전인의 행세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너무나도 큰 변화였다.

 

더 이상 왕무적에게선 인간 세상으로 나왔을 때의 그 어수룩함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육소빈과 허풍도가 노력을 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말을 마친 왕무적은 등을 돌렸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왕무적을 허풍도가 가로막았다.

 

“정말로 이대로 떠날 생각인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허풍도는 왕무적을 바라봤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왕무적의 모습에 허풍도는 허탈한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는 본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나! 이제 우리에게서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떠나려는 것인가!”

 

“허 아저씨…….”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군!”

 

허풍도는 진심으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허풍도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왕무적은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허 아저씨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은 제가 평생을 갚아도 갚지 못할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전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건 허 아저씨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자네의 평생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절정 할 수 없는 일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전! 반드시 찾아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반드시 찾아낼 것입니다! 지금 당장 찾을 수 없다고 평생 동안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마십시오!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입니다!”

 

“…….”

 

왕무적의 고집스런 눈빛과 기세에 압도되어버린 허풍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왕무적이 낮은 어조로 말했다.

 

“허 아저씨께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

 

“제가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

 

왕무적은 놀란 허풍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래서… 절 도황의 전인으로 살아가게 하고자, 무림맹의 맹주가 되게 하고자 하셨던 것 아닙니까?”

 

“…….”

 

왕무적의 말에 허풍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림맹의 맹주!

 

사실이었다. 왕무적이 도황의 전인으로 알려지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자 허풍도는 그를 무림맹의 맹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나름대로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저는 무림맹의 맹주라는 것 따위는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저는 가문의 숙원을 풀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아야 합니다. 허 아저씨의 말대로 제 평생을 찾아도 찾기 힘든 것이니 한가하게 무림맹의 맹주나 되어 무림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제겐 조금도 없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허풍도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꾸했다.

 

“하, 하지만… 무림맹의 맹주가 되면 자네가 찾고자 하는 물건을 보다 쉽게 찾을 수도 있네. 그리고… 무림맹의 맹주는 결코…….”

 

“허 아저씨의 꿈을 제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

 

“허 아저씨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허 아저씨를 대신해서 그 꿈을 이뤄드릴 순 없습니다. 허 아저씨와 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

 

허풍도는 자신이 왕무적을 가르쳤지만 이 정도로까지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조금 나쁘게 말하면, 왕무적을 이용해서 무림에 이름을 떨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던 그였다. 그리고 그게 어렵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그였다.

 

또한 왕무적은 자신에게 온 인생의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이 왕무적에게도 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더욱더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왜… 왜 이렇게까지 변했지?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한 거야? 내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허풍도를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왕무적을 이번에는 육소빈이 가로막았다.

 

“못 가!”

 

“소빈.”

 

육소빈은 매섭게 치켜뜬 눈으로 왕무적을 노려봤다.

 

“너… 너… ‘적랑’이라는 의미가 무언지 알고 있지?”

 

왕무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글을 깨우치는 시점에서 왕무적은 육소빈이 자신을 부를 때의 호칭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걸 바꾸기보다는 차라리 처음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욱 나을 것이라고 여겨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주르륵.

 

육소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쁜 놈…….”

 

육소빈은 왕무적의 얼굴 표정만으로 그가 무슨 뜻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빈, 미안해.”

 

“너, 너…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응.”

 

“나쁜 새끼!”

 

육소빈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울지 마.”

 

왕무적은 육소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가지 마…….”

 

“…….”

 

왕무적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육소빈은 그의 가슴을 껴안으며 애원했다.

 

“가지 마… 나랑 함께 살자.”

 

“고마워. 내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살 수 있도록 많은 걸 가르쳐줘서 정말로 고마워. 이 은혜는 평생을 잊지 않을…….”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할 것 아니야! 그러니까 가지 마! 그러면 돼!”

 

소리를 지르며 더욱더 왕무적의 가슴을 꽉! 껴안는 육소빈.

 

왕무적은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육소빈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봤다. 어떻게 그녀를 달래줘야 하는지 모르기도 했으며, 그녀의 바람을 들어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그러니까 가지 마.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얼마나 좋아하는데…….”

 

“소빈…….”

 

“무림맹의 맹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싫다면 도황의 전인이라는 것도, 신도황이라는 무명도 다 버려! 나에겐… 나에겐… 적랑만 있으면 돼. 응? 그러니까 가지 마. 나랑 같이 여기서 함께 살자.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해줄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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