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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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35화
신룡전설 2권 - 10화
第六章. 홀로서기(2)
일성검문의 총관인 손진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왕무적의 모습에 당황하기보다는 다소 불쾌하다는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또 무슨 해악한 짓을 하려고 왔지?’
매섭게 노려보며 속으로 외친 손진악은 이내 담담하게 물었다.
“대단하신 신도황께서 무슨 일로 이런 누추한 문파까지 직접 발걸음을 하셨소이까?”
“그게 무슨 말이오?”
왕무적보다도 그의 뒤에 시립(侍立)해 있던 진중악이 붉어진 얼굴로 대꾸했다.
무슨 이유에서 손진악이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중악의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을 결코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손진악은 나서서 얼굴을 붉히는 진중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무엇인데 나서는 것이오?”
“나는!”
“문주님께 사죄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정중한 왕무적의 행동에 손진악은 진중악을 노려보다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냉랭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럴 수 없소!”
일언지하(일언지하)에 거절을 해버리는 손진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왕무적의 모습에 손진악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이내 그의 눈이 다시 매섭게 빛났다.
“흥! 무언가 잊은 모양인데! 문주님은 당신에게 당한 상처로 인해서 지금은 다른 누굴 만날 만한 상황이 아니란 말이오! 당장 돌아가시오!”
퉁명스럽게 말하며 몸을 홱! 돌리는 손진악의 모습에 진중악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왕 공자님께서 이렇게 부탁을 하는데 그게 그리 어렵단 말이오?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지만 왕 공자님께서 이렇게까지 나오면 최소한…….”
“자초지종을 모르면 나서질 마시오!!”
말을 딱! 자르며 외치는 손진악의 모습에, 진중악의 눈가에 살기가 돌았다.
척!
어느새 도병을 움켜쥔 진중악.
당장이라도 도를 뽑을 듯한 행동을 취하자 왕무적이 손을 뻗어 그를 만류했다.
“진중악 선배님께서는 잠시 물러나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제가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단호한 음성에 진중악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곤,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손진악을 바라보는 그의 눈가엔 여전히 진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왕무적은 손진악을 향해서 다가갔다.
“문주님의 상처가… 심각한 수준입니까?”
솔직히 그리 심각할 것도 없었지만, 손진악은 왕무적이 당장이라도 일성검문에서 나가길 바랐기에 일부러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주 심각하니 당장 돌아가시오!”
더 이상은 말하기 싫다는 듯한 손진악의 모습에 왕무적은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제게 효과가 아주 좋은 약이 있습니다. 우선은 문주님을 뵙도록 해주십시오.”
도저히 물러나지 않을 것만 같은 왕무적의 모습에 손진악이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악감정이 더 남았기에 이토록 괴롭힌단 말이오! 당신에게 어떤 좋은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받을 생각이 없으니 제발 그냥 돌아가 주시오!”
“꼭 만나야 합니다.”
이제는 힘으로라도 만나겠다는 듯이 강경한 어조로 대꾸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손진악은 두 눈 가득 살기를 머금었다.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그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왕무적을 노려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욕설과 함께 몸을 돌려 걸어가는 손진악의 모습에 왕무적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도대체 왕 공자님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진중악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릴 뿐이었다.
똑똑.
“누군가?”
“총관입니다.”
“들어오게.”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너무나도 좋았다.
‘거짓말을 했구나!’
진중악은 다시 한 번 죽일 듯한 시선으로 손진악을 노려봤다. 그러는 사이에 손진악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곧바로 왕무적도 문턱을 넘어섰다.
책을 읽고 있던 유석군은, 총관인 손진악뿐만이 아니라 왕무적과 처음 보는 진중악까지도 방 안으로 들어오자 다소 놀란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자가 문주님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습니다.”
손진악의 말에 유석군은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일으켜 왕무적에게 포권을 했다.
“귀마도 홍륜을 일초식 만에 물리쳤다는 소문은 들었소이다. 축하드리오.”
유석군의 축하에 왕무적은 급급히 마주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유석군은 저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왕무적의 모습에 의아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우선은 자리에 앉도록 하시오. 총관은 손님들 대접할 만한 것들을 준비해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손진악은 잔뜩 불만스런 얼굴이었지만, 유석군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 없었기에 공손히 대답하곤 방을 나갔다.
“이쪽으로 앉으시오.”
유석군의 거듭된 권유에 왕무적은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곤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유석군은 진중악에게도 자리를 권했지만 그가 한사코 왕무적의 뒤에 서 있겠다고 하는 바람에 왕무적의 맞은편에 앉아 그와 그의 뒤에 선 진중악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절 만나자고 한 것이오?”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이 살짝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의 일을 사과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
“와, 왕 공자님!!”
왕무적의 행동에 유석군은 물론이고, 뒤에 시립해 있던 진중악까지도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음… 이러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저는…….”
왕무적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유석군이 지니고 있던 풍운신검이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몰랐기에 저지른 잘못들을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허풍도와 육소빈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용서를 받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을 하나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왕무적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유석군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진중악은 왕무적이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지를 깨닫곤 가슴 벅차오르는 감정을 가까스로 진정시켜야만 했다.
“절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유석군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향기가 제법 그럴듯한 차를 타온 손진악이 들어섰다.
“당신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풍운신검을 부숴버린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이오!”
이미 문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는지 손진악은 방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말했다. 하지만 왕무적을 바라보는 눈빛이 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보시오! 왕 공자님이 풍운신검을 부쉈다고는 하더라도, 모르고 한 일이 아니오! 사람이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인데 그런 걸로 너무…….”
“당신은 누군가 모르고 당신의 혈육을 죽였다면 용서할 수 있겠소?”
“그건 전혀 다른…….”
“풍운신검은 문주님과 본문에 있어서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이었소!”
“…….”
진중악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길!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진중악은 어떻게든 왕무적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머리로는 어떻게도 도와줄 수 없음에 답답할 뿐이었다.
“미안하오. 손 총관의 말대로 왕 소협의 심정은 십분 이해를 하지만, 용서를 하기엔 너무나 큰일이오. 내 심정을 이해해주길 바라오.”
유석군의 말에 왕무적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왕무적은 이내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왕무적을 유석군은 그저 가만히 보기만 했다.
이내 고개를 든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탁.
“제가 가진 것 중의 하나입니다. 무엇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문주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가져왔습니다. 부디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유석군은 왕무적이 내려놓은 작은 옥함을 바라봤다. 그저 그런 별 볼일 없는 옥함이었기에 그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 소협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받도록 하겠소.”
“고맙습니다. 그럼.”
포권을 하곤 방을 빠져 나가는 왕무적.
이어 그대로 일성검문을 나오자 아무런 말도 없이 왕무적의 뒤를 따르던 진중악이 다소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왕 공자님이 악의적인 마음으로 풍운신검을 부순 것도 아닌데 그걸 이해해주지 않다니! 생각보다 일성검문의 문주는 속이 좁은 사람입니다!”
“잘못은 저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왕무적의 말에 진중악은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옥함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아… 그건…….”
왕무적이 나간 후에 유석군과 손진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더 이상 그를 뭐라고 욕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것은 무엇일까요?”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서 손진악은 옥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유석군도 옥함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던 차.
“자네가 열어보도록 하게.”
“예.”
손진악은 왕무적이 남겨놓고 간 옥함을 열었다.
딸깍!
화르르르륵-!!
옥함을 열기가 무섭게 방 안 공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무, 문주님!!”
유석군도 갑작스런 방 안 공기의 변화에 급히 옥함 속을 바라봤다. 그 안에는 눈이 타오를 것만 같은 붉은색의 알(?)이 담겨져 있었다.
“이, 이건!!”
“호,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