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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34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34화

신룡전설 2권 - 9화

 

 

 

 

 

“자네는 어떤가?”

 

남자의 뜬금없는 물음에 사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응?”

 

“만약 신도황이 세력을 모은다고 하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사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자신이 지닌 도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한 자루의 도에 목숨을 내맡기고 지금까지 무림에서 굴러먹은 나야! 당연히 사내라면! 도를 집어든 무인이라면!! 신도황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은 진평남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생각했다.

 

‘신도황… 그는 도대체 무슨 수련을 했을까? 도대체… 무슨 수련을 했기에 그토록 강해질 수 있었을까?’

 

진평남에게 왕무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자신처럼 처절하게 수련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왕무적에게서는 최소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림에서 벌써부터 이름을 날리는 후기지수(後起之秀)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온갖 영약을 복용하면서도 혹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겉으로는 번지르르할지 몰라도 그들의 눈은 알게 모르게 독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검을 쥔 손과 수백, 수천 번 휘두른 주먹엔 딱딱한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었다.

 

하지만…….

 

왕무적은 달랐다.

 

그의 눈엔 여느 후기지수들처럼 독한 독기도,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살기도 없었다. 그리고 얼핏 본 그의 손바닥은 도를 수련한 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토록 강한 거지…….”

 

진평남은 어느새 탁자 아래로 늘어트린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오로지 강해지기 위해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자신과 그렇지 않아 보이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닌 왕무적과의 차이… 그것이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신도황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걸 육 소저도 절정 잘 알지 않소?”

 

“그래서 어쩌자는 거예요?”

 

“그걸 몰라서 묻는 말이오?”

 

“예! 몰라서 묻는 말이에요!”

 

육소빈의 앙칼진 대꾸에 허풍도는 눈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육 소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이제 왕 소제는…….”

 

“언제부터 적랑이 허 아저씨의 ‘소제’가 되었나요? 그거 참 이상한 일이군요!”

 

“…….”

 

허풍도는 자신의 말을 끊어버리며 쏘아붙이는 육소빈의 모습에 눈으로 모자라서 입까지 일그러트렸다.

 

“이미 왕 소제와는 이야기가 끝난 일이니 육 소저가 상관할 바가 아니오!”

 

“흥! 순진한 적랑을 교묘한 말로 속였겠죠!”

 

육소빈의 말에 허풍도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육 소저! 말이 지나치시오!”

 

“흥!”

 

고개를 홱! 돌리는 육소빈의 모습에 허풍도도 더 이상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

 

두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왕무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항상 밝기만 했던 그의 얼굴이 이번만큼은 결코 좋지 않았다.

 

“적랑, 어디 가?”

 

“왕 소제! 어디 가려고 그러나?”

 

동시에 말을 하고 동시에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왕무적은 그런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여기로 온 겁니다. 두 사람은 그걸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잊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치고 왕무적은 등을 돌려 방을 나가버렸다.

 

“…….”

 

“…….”

 

왕무적이 나가자 육소빈과 허풍도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방을 나온 왕무적은 잠시 자신이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방을 빠져나와 황룡전장을 나왔다.

 

“왕 공자님!”

 

왕무적이 황룡전장을 나오기가 무섭게 신왕대의 대주인 진중악이 달려왔다.

 

“아… 진중악 선배님.”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그냥 진중악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하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란 배웠으면 실천을 할 줄 아는 행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하고 알고 있는 것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요.”

 

왕무적은 말과 함께 빙긋 웃었다.

 

진중악은 마치 무슨 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아주 작게 웃었다.

 

“왕 공자님께서는 항상 겸손하시군요.”

 

“배웠으니까요.”

 

활짝 웃는 왕무적의 모습에 진중악은 그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 속에 누구보다 강한 힘이 있다는 것에 그는 왕무적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분이라면 평생을 모셔도 후회가 없으리라!’

 

진중악은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나오셨습니까?”

 

“어디 좀 갈 데가 있어서요.”

 

“그럼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중악의 말에 왕무적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혼자서도 갈 수 있습니다.”

 

“사양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왕 공자님을 모시는 일은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아…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왕무적의 모습에 진중악이 화들짝! 놀라서 급히 고개를 더욱 숙였다.

 

“제게 고개를 숙이시면 안 됩니다!”

 

진중악의 놀란 행동과 말에 왕무적은 알겠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까지 예의를 차리는 것은 결코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십니까?”

 

“일성검문입니다.”

 

“알겠습니다.”

 

진중악은 이유 따윌 묻지 않았다. 그저 앞장서서 왕무적을 안내할 뿐이었다.

 

사실 진중악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신왕대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왕무적을 위해서 한 일이 솔직히 변변찮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도 큰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직접 손수 왕무적을 안내한다는 사실이 그에겐 큰 기쁨이었다. 이제야 정말로 왕무적이 인정하는 신왕대의 대주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왕무적의 뒤로 나머지 신왕대 무인 6인이 주변을 철저하게 경계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왕무적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런 그의 행동에 신왕대 무인들도 진중악처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도 되겠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앞을 뚫어져라 주시하며 길을 걷던 진중악이 급히 대답했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진중악의 대답에 왕무적이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무엇일까요?”

 

“예?”

 

너무나도 뜬금없는 물음이었기에 진중악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왕무적을 바라봤다.

 

“제가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고 있거든요. 그런데 쉽지가 않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왕무적의 모습에, 진중악은 아주 잠시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 굉장히 난해한 일이군요. 사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고 불리는 것은 많지만, 어떤 것도 믿을 수는 없습니다. 나름대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는 확인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이미 허풍도에게 들었던 말과 같았기에 아주 약간의 기대를 가졌던 왕무적은 실망스런 음성으로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중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의 말 중에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 현 천하제일고수라 불리는 신도무적 나태강의 화룡신도나, 전 천하제일고수인 성천검제 임청정의 백룡검, 그리고 모습을 감추고 있는 지상 최강의 방패 용린마간을 비롯해서 몇 가지의 천하이십육병들. 아! 그러고 보니 왕 공자님께서도 전설의 도라 불리는 묵룡도를 지니고 계시는군요. 하하하!”

 

“아…….”

 

이미 천하이십육병은 자신이 찾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아님을 알게 된 왕무적이었기에 진중악의 말은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진중악과 왕무적은 일성검문의 정문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일성검문에 도착했습니다.”

 

“예.”

 

왕무적은 일성검문의 정문 위사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천하이십육병이 아닌 것들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 불리는 것을 들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혈천신교(血天新敎)의 보물이라는 것 같았는데…….”

 

진중악이 그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리는 사이, 왕무적은 일성검문 정문 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무쌍마황갑(無雙魔皇鉀)! 왕 공자님, 혈천신교의 보물이라 불리는 무쌍마황갑이… 이런!”

 

이미 일성검문 정문 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을 넘어서고 있는 왕무적의 모습에 진중악은 급급히 그 뒤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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