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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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33화
신룡전설 2권 - 8화
第五章. 홀로서기(1)
왕무적이 귀마도 홍륜을 단 일초 만에 패배시킨 사건으로 인해서 복주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신도황(新刀皇)!
바로 왕무적을 부르는 새로운 무명, 즉 별호였다.
일각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왕무적의 신위(神威)에 매료된 10여 명의 무림인들은 벌써부터 그를 경외와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신도황왕무적친위대(新刀皇王無敵親衛隊)!
이름도 거창하기 그지없었다.
신도황왕무적친위대라 자청하는 무인들의 수는 고작 7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행동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우선적으로 그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황룡전장 인근의 가장 가까운 도화객잔(桃花客棧)에 짐을 풀었다.
도화객잔에 공동 투숙하며 그들은 밤낮을 교대로 황룡전장의 주변을 지켰으며, 혹시라도 누군가 왕무적을 헐뜯고 그를 모함하면 우르르 달려가 그 사람을 응징하는 집요함과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칭 신도황왕무적친위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왕무적이 황룡전장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항상 그의 뒤를 바짝 따라다녔는데, 그들로 인해서 복주시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왕무적은… 그저 좋아 웃기만 할 뿐이었다.
육소빈은 자신들의 뒤를 따르는 7명의 신도황왕무적친위대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오랜만에 왕무적과 단둘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려고 했던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적랑.”
“응?”
“저 사람들 좀 어떻게 하면 안 돼?”
왕무적은 육소빈이 말하는 신도황왕무적친위대를 바라봤다.
“헛!”
“이쪽을 보신다!”
왕무적이 자신들을 돌아보자 7명의 무인들은 저마다 각각의 얼굴로 나름대로 자세를 잡았다. 어떤 이는 부동자세로 딱딱하게 몸을 굳혔고, 어떤 이는 손을 흔들었으며, 어떤 이는 나름대로 날카로운 눈매로 사방을 돌아보는 등 각각의 행동들을 일삼았다.
왕무적은 그들의 행동에 환한 웃음으로 마주 대하곤, 다시 육소빈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왜?”
“자꾸만 우리를 따라다니니까…….”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그, 그야…….”
왕무적의 물음에 육소빈은 곧바로 대꾸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나쁜 건 아니지만, 저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잖아.”
“어째서?”
“어째서라니? 그렇지 않아도 저 정도의 인원이 좁은 길을 꽉! 채우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육소빈의 말에 왕무적은 다시 7명의 신도황왕무적친위대를 바라봤다. 확실히 그들로 인해서 별로 넓지 않은 길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눈치를 살펴보니 주변 사람들이 은근히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소빈, 잠시만 기다려.”
“응?”
왕무적은 이내 신왕대(신도황왕무적친위대)를 향해서 다가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신도황 왕무적님!”
신왕대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쾌비도(快飛刀) 진중악이 딱딱하게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이미 일류를 넘어선 제법 실력이 있는 무인이었다.
“아… 다른 게 아니라, 이렇게 다니니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요?”
왕무적의 말에 진중악을 비롯한 신왕대 무인들은 옆으로 길게 늘어서서 걷고 있던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확실히 자신들로 인해서 길이 꽉 차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진중악을 비롯한 신왕대 무인 7명이 한꺼번에 고개를 숙였고, 그들은 곧바로 아까와는 다르게 앞뒤로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이러면 괜찮겠습니까?”
진중악의 물음에 왕무적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환하게 웃었다.
“예!”
왕무적의 대답에 진중악이 급히 말했다.
“저희에게 말씀을 높이지 마십시오.”
“어째서요?”
왕무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진중악이 다소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저희는 신도황 왕무적님의 친, 친위대이고…….”
‘친위대’라는 말을 하면서 왕무적의 눈치를 보는 진중악.
그는 혹시라도 왕무적이 ‘내가 언제 니들보고 내 친위대를 하라고 했냐?’라는 식으로 따져오면 할 말이 없었기에 한없이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왕무적이 의외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말을 이어나가는 진중악의 음성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친위대인 저희는 신도황 왕무적님의 수하이니 말씀을 낮추시는 것이 맞습니다.”
친위대에서 이제는 수하가 되어버렸다.
그런 것을 알기나 하는 걸까?
진중악의 설명에 왕무적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는 그 사람의 지휘와 명성, 나이를 따지지 말고 존중을 해야 그게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소양이 갖춰진 올바른 사람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에… 이름을 몰라서 그러는데, 이름이 무엇입니까?”
“지, 진중악입니다!”
“진중악 선배님께는 말을 낮출 이유가 없습니다.”
진중악은 자신을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보는 왕무적을 넋 놓고 바라보다 그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희를 인정하시는 것입니까?”
“인정?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 신도황왕무적친위대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아… 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왕무적의 반문에 진중악이 아니라는 듯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네!”
대답과 함께 몸을 돌리는 왕무적.
“저…….”
왕무적이 고개만 돌려 진중악을 바라봤다.
“저, 저희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안 될 이유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감사합니다!”
“네!”
몸을 돌려 육소빈에게로 다가가는 왕무적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중악은 결심한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목숨을 바쳐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중악과 마찬가지로 왕무적의 호의(?)에 가슴 깊이 감동한 나머지 신왕대의 6명 무인들이 우렁차게 외쳤다.
“충(忠)!!”
“적랑,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갑작스럽게 더욱 감동한 얼굴들로 하나같이 ‘충’을 외치는 신왕대 무인들을 보면서 육소빈이 얼굴을 찌푸렸다.
“응? 뭐를 인정하냐고 해서 인정 안 하면 안 된다는 이유가 없다고 하기에 인정한다고 했는데?”
“뭐라고?”
왕무적은 더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육소빈은 자신들의 뒤를 더욱더 철저하게 따르는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아… 아무래도 또 뭔가 사고를 친 것 같은데…….”
훗날 불릴 신룡무적대(新龍無敵隊)의 탄생은 왕무적이 신룡무적대의 대주인 진천일도(振天一刀) 진중악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생겨나고 말았다.
귀마도 홍륜 이후로 함부로 왕무적에게 도전을 해오는 무림인은 없었다.
귀마도 홍륜은 복건성에서 알아주는 무인 중의 하나였지만, 그런 그가 왕무적의 단 일초식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사실이 커다란 압박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왕무적에게 도전을 하는 무인이 없음에도 복주시로 몰려든 무림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도 수십 명씩 복주시로 몰려들 정도로 복주시는 수많은 무림인들로 인해서 거리가 가득 찰 정도였다.
그 바람에 복주시의 상인들은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고, 반대로 복주시를 관리하고 있는 관부의 인물들과 뒷골목의 파락호들은 나날이 죽을 맛이었다.
“여기 술 가져오란 말이야! 술!!”
“예예! 여기 술 나왔습니다!”
“밥 가져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안 나오는 거야!!”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왕삼아! 빨리 손님 식사 내와라! 어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로 인해서 객잔의 점소이와 숙수(熟手)는 연신 욕설을 뱉어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고, 계산대에서 웬만하면 커다란 엉덩이를 쉽사리 떼지 않는 객잔 주인은 손수 양팔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나르면서도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으하하하!!”
웃고 떠들며 술과 음식을 먹는 무림인들.
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의 중심은 신도황이라 불리기 시작한 왕무적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일부의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질퍽한 음담패설들뿐이었다.
“자네는 앞으로 무림이 어떻게 변하리라 생각하는가?”
“그야 간단하지 않은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눈을 찌푸리는 사내의 대답에 남자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간단하다니?”
“그야 앞으로의 무림은 신도황이 어떠한 길을 걷느냐에 따라서 변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길? 좀 자세히 말해보게.”
자신의 말귀를 전혀 알아먹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사내가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답답한 사람 같으니라고! 잘 들어보게.”
끄덕끄덕!
“신도황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
“그런 건 당연히 알고 있네!”
“그럼 이야기가 편하겠군.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사내는 잠시 주변을 좌우로 살피곤 소곤거리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신도황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무림맹 맹주조차도 쉽사리 할 수 없다네. 제아무리 무림맹의 맹주라 하더라도 ‘도황’, 아니 이제는 신도황이지만, 어쨌든 그 이름 앞에서는 여느 때처럼 거들먹거릴 수가 없다는 말이야. 뭐, 그렇다고 무림맹 맹주가 아무한테나 거들먹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나?”
“물론이지! 무림맹 맹주가 천하제일인이라면 몰라도 그건 아니지 않는가? 물론 그가 천하제일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긴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신도황이 마음만 먹는다면 무림맹이 뭐 대단하겠나? 안 그런가?”
사내의 말에 남자가 또다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으이구! 자네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건가! 잘 생각해보게! 지금 복주만 하더라도 신도황을 위해서 목숨조차도 바치겠다는 자칭 ‘신도황왕무적친위대’라는 놈들이 생겨난 판인데, 그가 마음먹고 움직인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누가 예측이나 하겠나?”
남자는 여전히 사내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듯이 조그맣게 대꾸했다.
“그래도 무림맹은…….”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신도황이 지금까지 한 일이 뭐가 있나? 한 일이라고는 고작 귀마도 홍륜과의 비무를 한 번 벌였을 뿐이야. 그런데 그 한 번의 비무로 인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지. 그것만 보더라도 신도황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무림맹 맹주라는 이름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어쩌면 더하면 더하겠지.”
사내의 말에 남자는 그제야 수긍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신도황 왕무적이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에게 열광해서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절로 생겨났으니 그가 본격적으로 무림을 활보하기 시작하면 그 세가 얼마나 불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