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9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99화
99화. 추억을 떠 올리며
덜컹.
쉬쉬쉭. 쉬이익.
암기세례가 전부가 아니었다. 벽면이 열리면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동굴을 채우기 시작했다.
‘독? 아니면?’
연기의 성분이 뭐든 몸에 좋은 것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난 이미 유사 만독불침의 몸이라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숨을 적게 쉬며 연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자 삽시간에 동굴을 가득 메운 연기가 서서히 걷혀갔다. 다시 걸음을 옮겨 두 번째 횃불까지 왔다.
화르륵.
횃불을 밝히자 다시 오장 정도의 시야가 확보되었다. 바닥은 마찬가지, 좌우 석벽도 전과 동일했다.
비록 암기를 몸으로 막았지만 백호강기 덕에 통증은 크지 않았다. 민감한 부분에는 백호기도 특별히 신경 쓰니까. 연기 역시 나에겐 무용지물이었는지 신체의 변화는 없었다.
“바닥을 밟지 말고 도약하면 어떨까?”
이곳은 제갈세가다. 놈들이 그렇게 쉽게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들었을 리가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중!”
휘릭!
슈우욱!
현천삼검의 마지막 초식인 신검합일을 펼쳐 다음 횃불이 있는 곳까지 몸을 날렸다.
투두둑. 투둑.
허공을 통과하는데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하고 얇은 실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나 보다.
‘역시!’
척.
화르륵.
다시 횃불을 밝히자 이제야 새로운 광경이 나타났다. 동굴 끝이 막혀있는 막다른 공간이었다.
“절대 막다른 길일 리가 없지.”
투두둑. 투둑.
다시 신검합일로 날아가 횃불을 밝혔다.
펑!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강력한 파공음이 귀를 때렸다.
쐐애액.
슉! 슉! 슉! 슉!
수십 자루의 장창이 날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헛!”
이건 맞으면 꽤 아프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검막을 펼쳤다.
퍼버버버벅.
“휴우! 이제 다 끝난 건가?”
장창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기관이 꽤 위협적이긴 해도 역시 백호강기를 뚫지는 못했다. 기계장치로는 강기를 만들어 낼 수 없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그긍.
비밀 문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비밀 문이 열리자 시커먼 수직갱垂直坑이 모습을 드러냈다. 폭이 반장정도 되는 동그란 형태로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어떻게 내려가야 하는 거지?”
횃불을 비추며 자세히 살펴보자 일장 간격으로 툭 튀어 나온 암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발판 삼아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조심스럽게 횃불을 비추며 아래로 내려가지 시작했다.
‘이런데서 공격을 받으면 꼼짝 없이 당하겠는데?’
다행히도 더 이상의 기관 장치는 없는 듯했다. 그렇게 십여 장을 내려가자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 커다란 공동에 쇠창살이 달린 방들이 방사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호오! 이제야 뇌옥이라는 말이 실감나는군.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뇌옥이면 최소한 간수는 있어야 했다. 아니면 죄수라도 있던지. 내 예상으로는 이곳에 반혼인을 만드는 시설이나 설비가 있어야했다.
하지만 방들은 하나 같이 텅텅 비어있었다. 안에까지 들어가 살펴봤지만 깨끗이 치워져 있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었다.
‘쩝! 이래서야........’
남은 시간 동안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다.
참회동 밖으로 나왔더니 금련이 와락 매달려왔다.
“무사했구나!”
“근데 소득이 없어. 사람이 있던 흔적은 있는데 상당히 오래전에 폐쇄되었던 것 같아. 먼지만 쌓였더라고.”
“그래? 아무튼 일행들이 걱정할 테니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서 다음 일을 의논하기로 하고.”
“그러자. 앞장서라.”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했지만 일대 위기를 맞아 초조했다. 무림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 맞는 위기였으니까.
미인계까지 써가며 제갈 세가에 잠입해서 한 일이라곤 하등의 쓸모없는 대리가주 하나 보낸 것뿐이었다.
그 점은 쓰레기를 치워줬다고 오히려 제갈 세가에서 고마워 할 일이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성과는 1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이상 제갈 세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생각 같아선 비고라도 홀랑 태우고 싶었지만 진법을 모르는 우리에겐 무리였다. 정체라도 발각되면 엄청난 역풍을 맞을 테니까.
그렇다고 제갈 세가에 살육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실제적으로 반혼인과 제갈세가의 관계를 밝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벌이는 살육은 살인마나 다름없다. 일행에게도 불신감만 증폭시킬 것이다.
‘쩝! 이거 애들 보기 민망하군.’
우리 일행의 리더는 누가 뭐래도 나다. 그리고 여태 의논이라는 미명하에 내 생각대로 움직여왔다. 근데 이번엔 보기 좋게 헛발질을 한 것이다.
‘다른 애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검후와 당사독은. 쩝!’
자칫 리더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앞으로 영입할 신입들에게도 말 발이 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절대 한 번의 실수로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둑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만회하겠다고 무리해서 뭔가를 하려 해서는 안 되지.’
그러다 망하는 놈 많이 봐왔다. 모든 일이 때가 있는 법이라 억지로는 안 되더라.
‘일단 제갈 세가는 보류하고 난 무림맹으로 가보자. 답답하고 안 풀릴 때는 직접 호굴에 뛰어 드는 것이 최고니까.’
생각해보니 제갈청천을 미치게 만든 것도 악수였다.
‘놈이 무림맹의 가주에게 알리지도 않고 미쳐버렸으니........쩝!’
제갈청천은 나와 상 장로를 믿고 제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 결국 그깟 은자 오만 냥 때문에 제갈세가를 칠 명분도 잃어버린 것이다. 미친놈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 제갈 세가에서는 손을 떼고 합비로 돌아가자. 전열을 정비하고 다음 수를 생각해 봐야겠어.”
“좋은 생각이야. 아무리 옥군이가 사파라고 해도 미친놈을 상대로 억지는 무리야.”
금련이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
일행과는 융중산에서 헤어졌다. 금련이는 사황련으로 나머지는 모두 철혈장으로 돌아갔다. 상 장로 역시 철혈장으로 보내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시켰다.
“처음인가?”
무림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홀로 하는 여정에 조금은 흥분되면서도 쓸쓸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유난인가? 쩝!’
밤이 되면 더 외로워 질 듯했다. 최근 혼자 자본적이 별로 없어서 말이다.
해가 저물기 전에 숙소를 정하려 양양 성내로 들어갔다.
‘가만! 양양에 누가 있었는데? 아! 그렇지 무혈음마 한무광이 이곳에 산다고 그랬지.’
남궁을 어찌해보려다 내게 잡혀, 처음으로 비천에 대한 단서를 준 놈이 무혈음마였다. 덕분에 폭약도 강탈할 수 있었고.
‘근데 무혈음마는 반혼인이 아니었지. 멀쩡한 정신을 가졌다는 말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았지만 무혈음마의 은거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놈이 내게 풍운비마라고 사기 쳤으니까 그 별호로 조사해 봐야겠군.’
하지만 양양은 무려 호북성의 성도였다. 도와줄 사람도 없는 내가 놈을 조사하는 것은 완전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래! 하오문! 하오문을 찾아가보자.’
비록 정파의 탈을 쓰고 있지만 개방을 찾기는 찝찝했다. 놈들 역시 주요 용의자 중의 하나니까. 그렇다면 정보계통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하오문밖에 없었다.
‘중요 정보도 아니고 사람 찾는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마침 품에 은자 오만 냥도 들어있었다. 어차피 공돈이고 큰돈도 들지 않을 터였다.
인피면구로 변장하고 양양 성내에서 제일 큰 기루를 물었다. 하오문의 주력 업종이 여자장사였고 기루만한 사업이 없으니까 말이다. 성내 상인들은 한 결 같이 입을 모아 풍운루라고 알려줬다.
‘하필이면?’
잠시 천하제일장의 전 이름과 겹쳐 잠시 기분이 상했다.
‘뭐, 지금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하오문과의 접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리 공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풍운루의 대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이리 오너라!”
삐이꺽.
문이 열리고 하인인 듯한 자가 나와 날 훑어보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공자님, 죄송하지만 오늘 예약은 꽉 차서 더 이상 받을 수가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삼일 후는 가능한데 예약하시겠습니까?”
그나마 칼도 차고 비단 장삼을 입고 있어 사정을 설명하는 거다. 여자 장사 잘 되는 곳은 하인도 끗발이 센 법이니까.
척!
품에서 은자 천 냥짜리 전표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난 이 돈을 다 쓰고 갈 생각이네. 자네 주인이 뭐라 할지 물어보고 오게나. 그래도 자리가 없다한다면 내 그냥 가겠네.”
은자 천 냥이면 금으로 백 냥이다. 현대로 환산하면 억 대의 돈이었다. 하인이 거절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니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돈은 귀신도 움직인다고 했으니까 결과는 빤했다. 잠시 후 허겁지겁 달려 온 총관이라는 사내는 호화로운 방으로 안내했다.
“공자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갈 사람이 아니니 천천히 일 보게.”
그리고 곧 바로 진한 화장을 하고 궁장을 입은 여인이 서너 명의 시비를 데리고 나타났다. 재빨리 날 훑어보고는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천녀 주옥이라 하옵니다.”
주옥은 곱상한 얼굴이기는 해도 서른은 되어 보였다. 기녀세계에서 서른이 넘었다면 할머니나 다름없다. 아마도 현재로 치면 마담이나 새끼마담 정도일 거다.
‘나같이 처음 온 손님을 루주가 맞아줄 리는 없으니까.’
내겐 기루 같은 곳은 마치 안방과도 같이 편하고 익숙한 곳이다. 기루는 현대의 룸살롱으로 보면 될 것이다. 야쿠자로 살 때는 돈벌이의 수단이었고, 경찰 질을 할 때는 친구가 마담 겸 주인이었다.
그곳에 많은 애인을 두고 지분도 가지고 있었다. 내겐 이런 곳의 생리는 물론 경영의 노하우까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편안할 수밖에.
‘시대가 달라도 여자 있는 술집에서 하는 짓은 같으니까.’
돈 잘 쓰고 팁 많이 주는 놈이 최고 손님이다. 들어온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자네가 기녀들을 관장하는 사람인가”
“그러하옵니다, 공자.”
아까 보여준 은자 천 냥짜리 전표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네만 들어주겠는가?”
주옥은 전표를 받으려 뻗은 손을 멈추고 대답했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공자님.”
“일단 오늘 비어있는 기녀는 모두 들이게. 가능하겠는가?”
“당연하옵지요.”
주옥의 손이 전표를 향해 조금 더 뻗다 멈췄다. 그 손에 전표를 쥐어주며 물었다.
“물론 술도 최고급으로 들여야 할 것이네. 그리고 그 술을 다 마시기 전에 한 사람의 거처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겠군. 가능하겠는가?”
“사.......람을 말씀이십니까?”
전표를 집어넣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이곳은 초행이라네. 만날 사람이 있는데 아는 것은 별호밖에 없으니 어쩌겠나. 그 정도 수고는 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주옥은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전표를 집어 품속에 넣었다. 그리곤 공손히 술을 따르며 말했다.
쪼르륵.
“공자님, 언짢지 않으시다면 기녀들이 들어올 때까지 제가 말동무나 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그러시게. 이런 곳에 혼자 있는 것만큼 어색한 일도 없으니까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