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9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92화
92화. 따귀 한 대로 끝내는 거야?
“한 장주, 여기!”
광견이가 들어서는 날 보고 손을 들어 불렀다. 몇 년 못 본 서방을 보는 듯 한 얼굴에 금련이 삐죽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저 년은 친구보다 사내부터 먼저 찾네.”
“흐흐! 사람들 앞에선 말조심 해. 그리고 너도 그러면서 누가 누굴 욕해.”
“내가 뭘 어쨌다고.”
첫날 삼십년 넘은 묵은 때를 벗긴 금련이는 더 이상 사황련의 정보각주가 아니었다. 열락에 눈을 뜬 한 마리 암말에 불과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여기 오는 한 달 내내 밤낮으로 곁에서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식사 중에는 밥에 반찬까지 올려주며 상 장로가 치를 떨게 만든 애였다.
아마 일행을 만나게 되면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절박감에 더 했을 거다.
‘쩝! 지금부터가 문젠데.’
광견이와 금련이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그런데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도 모자라 육체관계까지 맺었다.
아무리 금련이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쉽게 인정하기는 어려운 일. 잘못하면 나 때문에 머리채 잡고 싸울 수도 있었다.
‘아니 백퍼 싸움나지.’
광견이나 금련이 둘 다 한 성격하는 무림의 여걸들이다. 좋은 칼 두고 말로 싸우는 법은 배우지도 못한 애들이고.
‘명색이 사파잖아!’
어쨌든 아랫도리 잘 못 놀린 놈은 나라서 내가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금련이는 나보고 입 꾹 닫고 있으라 한다. 이런 일은 둘이 해결해야 한다고.
‘설마 생사대결을 벌이는 것은 아니겠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곤란한 일은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금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사실 현대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이 시대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까.
‘소림과 남궁도 그랬잖아. 그러고 보니 걔들은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 이번 일만 마치면 전부 불러들여야겠어. 내 여자는 내가 지켜야지.’
광견이와 금련이를 눈앞에 두고 딴 여자를 생각하는 나를 인간말종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최소한 주제파악은 하고 사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난 광견이가 제 옆자리를 내줘 거기에 앉았다.
금련이는 일부러 떨어진 곳에 앉는 듯했으나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게! 아주 티를 내라. 티를! 광견이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 앤데.’
자리에 앉자 광견이가 처음 보는 사내를 소개했다. 이십대 후반의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한 장주, 이분은 당문 삼공자인 일수천망一手天網 당사독공자세요. 이번에 우리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해 모셨어요.”
“반갑소이다. 일권무적 한 대갑이오.”
“임 방주님과 검후님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당사독입니다.”
인사를 마치자 광견이가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당문에서는 대공자와 삼공자께서 간신히 혈사를 피할 수 있었어. 당시 마침 대공자는 무림맹에 있었고, 삼공자는 부인을 팽가에 데려다주고 귀환하는 길이었어.”
팽가가 당문 보다 먼저 멸문을 당했다. 왠지 좋지 않은 생각이 들어 물었다.
“팽가? 그럼 혹시?”
광견이 당사독의 눈치를 보자 당사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견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맞아. 안타깝게도 삼공자의 부인도 팽가혈사로 희생당하셨어.”
부인뿐만이 아니었다. 부부 금슬이 좋은 당사독 부부였지만 아이가 없었다. 그러던 중 결혼 구년 만에 부인이 임신을 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처가가 편할 것이라 생각해 아이를 낳을 때까지 팽가에 머물 생각이었다.
부인을 처가인 팽가에 데려다주고 잠시 머물다 되돌아가는 도중 팽가 혈사가 벌어진 것이다. 당사독이 달려갔을 때 부인은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뱃속의 아이도 함께.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당가로 돌아가던 중, 당가마저 혈사를 당한 것이다. 당사독은 원수와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짠한 사연이었다. 지금 당사독이 멀쩡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자칫 폐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일단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으음. 사정도 모르고 죄송 하외다.”
그동안 무슨 말을 들었는지 당사독은 간절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한 장주님.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 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당문이라면 독과 암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특히 은밀한 공격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일단 귀찮은 독에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일이지.’
나야 사이비 만독불침이지만 동료들은 그렇지 못했다. 화약도 사용하는 비천이 독이라고 사용 말란 법은 없었다. 당사독이 합류한다면 최소한 독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었다.
“당 공자가 합류한다면 나로서도 바라마지않는 일이나 당문을 재건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겠소?”
“다행히도 큰 형님도 혈겁을 피하셨습니다. 현재 무림맹에 남아있는 세가원들과 재건을 위해 애쓰고 있다 들었습니다. 제가 끼어들어 괜한 분란을 일으키느니 복수에 매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당가가 멸문했다고 전부 사라진 건 아니다. 큰아들과 셋째를 내세워 이권을 챙기려는 무리들도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 일부터 함께 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한 장주.”
당사독의 얘기가 매듭지어지자 금련이 광견을 불렀다.
“옥군아.”
“왜?”
“잠깐 얘기 좀 하자.”
“여기서 하면 안 되는 일이야?”
“그래, 잠깐 따라와 봐.”
금련이 일어서자 광견이도 따라 일어섰다.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두 여자를 보며 괜히 찔렸다.
‘쩝! 성질도 급하지.’
다른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신경을 두 여자의 자리에 가 있었다. 구태여 들으려면 들을 수 있겠지만 빤한 얘기라 귀를 닫았다.
‘결국은 나만 나쁜 놈이 되고 내 욕으로 끝날 테니까. 쩝!’
다른 일행들에게 지금부터의 계획을 설명했다. 듣고 난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암중세력을 친다는 놈이 멀쩡한 사황련의 팔천주를 턴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입이 아프지만 다시 한 번 일의 전후를 설명해야했다.
“세상에 그럴 수가!”
“으음! 사황련이 그렇게 되다니.”
설명을 끝내고 결론을 내렸다.
“해서 적에게 피해를 줘 사황련을 구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때였다.
짜악!
찰진 타격음이 조용한 주루에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 난 곳을 향했다.
고개가 돌아간 금련.
발딱 일어서 한 손을 들고 있는 광견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방금 전의 찰진 소리는 광견이가 금련의 따귀를 때린 것이다.
‘크! 기어코.’
두 여자의 날선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히 부딪쳤다. 이제 곧 머리끄덩이를 잡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방주님!”
“옥 언니!”
철혈사신과 검후가 광견이를 말릴 생각으로 일어섰다.
그때 금련이 볼을 쓰다듬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이제 됐지?”
금련이의 물음에 광견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래. 됐다, 이 년아.”
금련이 광견이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자, 한 잔 마시고 다 잊자.”
“너 또 그러면 죽어!”
“그럴 일이 또 있겠냐?”
금련이 날 한 번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하긴 하나면 충분하지.”
어쨌든 따귀 한 대로 원만하게 해결 된 것 같았다. 두 여자의 화해 방법이 꼭 남자들 같았다.
‘저것들 남자 아냐?’
그건 아니다. 내가 다 확인해 봤으니까. 둘 모두 확실한 여자가 맞았다.
@
금사문의 근처에 잠복해 당사독을 기다리는 중이다. 당사독은 상 장로와 함께 먼저 잠입해 수면향을 퍼뜨리고 있었다. 무인이야 할 수 없지만 일반인까지 죽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휙! 휙!
두 사람이 곁으로 떨어져 내리며 보고했다.
-한 장주, 수면향은 성공적으로 살포했소. 최소한 두 시진 동안은 하늘이 무너져도 깨어나지 못할 것이오.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모두 복면을 뒤집어쓰고 계획했던 대로 행동하시오. 이번 일은 신속이 생명이니 쓸데없는 충돌은 피하기 바라오.
모두 비천에게 빼앗은 복면을 뒤집어썼다. 일행에게 지시를 내리고 먼저 담을 넘었다. 비밀창고나 보물을 찾는 일은 내가 할 일이었다.
휙! 휙! 휙!
일행들도 나를 따라 몸을 날렸다.
핑!
퍽!
수면향에 당하지 않은 경비를 제압하며 가장 큰 전각으로 달렸다. 무릇 보물은 안방에 감추는 법이니까.
문주 부부의 침실에는 문주부인이 외롭게 잠들어 있었다. 검후가 얼른 문주부인을 들쳐 업고 밖으로 나갔다.
금고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침실 한 구석에 버젓이 놓아두었으니까.
‘호오! 기계식 잠금장치라!’
다이얼식의 원형쯤 되는 장치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귀를 붙이고 숙련된 솜씨로 회전판을 좌우로 돌렸다.
끼릭. 끼릭. 끼리리릭.
철컥. 철컥.
순식간에 걸림쇠가 하나둘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호오! 장주는 기관진식마저 능통하셨구려.
상 장로의 감탄이 섞인 전음에 내심 웃음이 나왔다.
‘열쇠 따기도 기관진식이라면 기관진식이지. 흐흐흐!’
다른 이들도 존경의 시선으로 날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벌컥.
마침내 모든 잠금쇠가 풀리고 금고는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금고 안에서 터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황금물결에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와우!”
“오오!”
“자, 자! 감탄은 나중에 하고 어서 옮깁시다.”
모두가 달려들어 보물을 옮기자 금방 끝났다.
“자, 이제는 모두 맡은 건물에 불을 붙이고 약속장소로 모이시오. 특히 창고는 불이 확실히 붙는 것을 확인하고 이동하셔야 하오. 자,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두릅시다.”
환금성이 좋은 보물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놔두고 갈 수도 없는 일. 전부 태워버릴 생각이었다.
“예, 장주.”
각 자 맡은 곳으로 몸을 날리자 라이터를 꺼내 하늘하늘한 천에 불을 붙였다.
띵!
화르륵.
불길은 순 식간에 침구로 옮겨 붙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난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고.
그리고 얼마 후.
화륵. 화르륵!
금산파의 전각 이십여 채에서 불길이 솟았다. 일순간에 맹렬히 타올라 금산시가를 환하게 비출 정도였다.
화재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라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일행이 다음 목표인 광서성의 계림으로 이동하는 중에 금산파의 화재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흉수는 역시 암중세력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금산문에 이어 광서의 계림파, 복건의 무이방을 탈탈 털었다. 재화는 전부 금의장으로 보내 보타문과 당문의 재건에 돕도록 했다. 물론 절반은 내가 챙겼다.
이제 오천주 중 남은 곳은 복건의 구화방과 절강의 천목파였다.
“이번 목표는 절강의 천목파天目派외다. 우린 전력으로 항주杭州로 갈 것이오.”
항주는 절강성의 성도로 상유천당하유소항의 항주다.
“한 장주님 구화방은 지나쳐 가는 겁니까?”
사실 지금 있는 광동성에서 항주로 가기 위해선 복건성을 지나가야 한다. 당사독은 그 얘기를 묻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동경로를 따라 털었으니까.
나대신 금련이가 나서 설명했다.
“그동안은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놈들도 눈치 챘을 거예요. 그러니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야죠. 그리고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남창에서 구화방보다는 항주가 훨씬 멀어요. 증원군을 보낸다 해도 우리보다 빨리 도착할 순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