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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8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84화

84화. 조심해,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야(1)

 

정상부근의 널찍한 공터에 자리를 잡고 중앙에 마주 섰다. 나머지 일행들은 관전을 위해 멀찍이 빙 둘러서 있었다.

챙!

먼저 청강검을 뽑아 들고 포권하며 말했다.

“소교주, 현천삼검이란 도가의 검공으로 상대할 생각이요. 검에는 눈이 없으니 부디 조심하기 바라오.”

천무학도 마주 인사하며 말했다.

“본교의 절학인 천마삼장으로 상대할까 하오. 한 장주께서도 조심하시기 바라오.”

최고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경시할 수는 없었다.

‘과연 마교의 소교주는 어느 정도나 될까?’

강자존의 법칙을 따르는 마교의 소교주라면 절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천무학은 교주의 아들이 아니다.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소교주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초절정 이상일 것은 분명하고 화경이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 쟤들은 입마入魔라고 하나?’

아무튼 일반적으로 마공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내공을 빠르게 증진시킨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마공을 익히며 영단 한 두알 먹으면 나정도의 내공을 갖는 것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봐줄 필요가 없잖아?’

괜히 어쭙잖게 봐주다가 상 장로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할 순 없었다.

방어보다는 공격을 선호하는 난 현천삼검 육 초식을 노도와 같이 퍼붓고 빨리 끝내기로 결정했다.

대치하던 검 끝을 서서히 들어 올려 천무학에게 겨누며 현천삼검의 일 초식을 펼쳤다.

“현천일검! 공!”

팟!

먼저 남궁괴물이 해석한 현천삼검이었다. 검 끝에서 푸른 섬광이 일어나 천무학을 덮쳐갔다.

“천마출해天魔出海!”

동시에 초식명과 함께 천무학의 손에서도 묵광이 번뜩였다. 놈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할 생각인 듯했다.

까강!

쾌검은 천무학의 지척에서 막혔다. 바로 서른여섯번의 칼질을 하며 소리쳤다.

“현천이검, 허虛!”

“천마비천天魔飛天!”

콰과광!

현란한 검광과 장광이 허공을 갈랐다. 반탄력에 의해 두세 걸음 물러나며 거리가 벌어졌다.

이번엔 상 장로의 현천삼검이었다.

“현천삼검, 중!”

검강에 의한 신검합일의 초식이다. 푸른 검강이 허공으로 치솟자 무심했던 천무학의 표정에도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입술을 꼭 다문 천무학의 쌍 장에도 묵색의 강기가 서렸다.

“천마천하天魔天下!”

천무학의 커다란 외침과 함께 묵색의 장강이 허공으로 쏘아져 나왔다. 커다란 쌍 장은 삽시간에 불어나며 허공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차례로 내게 부딪혀왔다.

퍽!

처음 부딪친 장영掌影은 손쉽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 수백 개의 장영이 끊임없이 밀려오며 부딪혔다.

퍼벅. 퍼버벅.

뻗어나간 검강은 밀려오는 장영을 차례로 파괴하며 천무학을 향했다.

꽈광!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폭음과 함께 충격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쉽게 장영을 파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부턴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남은 장강들이 계속 밀려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천무학도 편하지는 않아 보였다. 혼신의 공력을 끌어내는지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꽈광! 쾅! 꽈과광!

하지만 끝나지 않는 축제는 없는 법. 마침내 끝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십여 개의 장영이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일거에 몰려들었다.

나 역시 백호기를 전신에 두르고 마지막 내력을 쏟아 부었다.

쾅!

폭음 소리와 함께 간신히 버티던 청강검이 결국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쩌억!

쩌저적.

순간 목표를 잃은 십여 개의 장영이 전신을 두들겼다.

퍼버버버벅!

번쩍.

백호기가 백광을 번쩍이며 장영을 맞이했다.

“으악!”

고통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명이다.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며 온 몸으로 장영을 맞이했다.

버버버벅.

가죽 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느껴지는 고통은 크지 않았다. 물론 청강검을 부수며 위력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그동안 몸집을 불린 백호기 덕분이었다.

내가 느낀 고통은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치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으음! 조금 민망하긴 한데?’

비명소리만 들으면 난 벌써 바닥을 뒹굴 거나 십여 장은 날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두 발로 멀쩡히 서 있으려니 뻘쭘할 수밖에.

빨리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검 자루만 남은 검을 들어 보이며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 밑천이 드러나기도 했고 검이 이 지경이니........소교주, 비무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소이다.”

하지만 모두 내 기우였던 모양이다. 천무학을 비롯한 천마교의 인물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내 비명소리도 듣지 못한 듯 완전히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놀라운 결과였던 모양이다. 힐끔 상 장로를 쳐다보니 애써 표정을 감추고 있지만 왠지 뿌듯해 보였다.

‘쩝! 예상대로 초식에는 지고 내공으로 이겼다는 말인가?’

그때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신녀가 천무학에게 말했다.

“소교주, 한 장주께서 기다리십니다.”

“.......아! 이런 실례가. 죄송하지만 뭐라 하셨소이까?”

천무학에게 부서진 검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이 신녀가 전음을 보냈는지 천무학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게 합시다. 한 장주의 놀라운 무공을 더 견식해 보고 싶지만 역시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하! 양해해 주셔서 감사하오. 그나저나 부러진 검 값은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오?”

술 한 잔 사라는 얘긴데 정색하고 나오면 곤란했다. 하나 왠지 천무학은 찰떡같이 알아들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하하하! 먼저 검을 부순 것에 대해 사과주를 살 기회를 주신다면 그때 얼마든지 청구하구려.”

“아시다시피 명검이라 술값이 만만치 않을 거외다.”

“하하! 제가 이래 뵈도 명색이 마교 소교줍니다.”

천무학이라는 놈이 꽤 마음에 들어 술을 사라고 한 거다. 싸우고 술 마시며 화해하면 친해지게 되니까 말이다. 사실 이 정도 배경 있는 친구 하나 사귀어 두면 손해 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심으론 은근히 불편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어쨌든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무림인이고 더구나 얘들은 소림이나 무당도 눈 아래로 보는 천마신교였다.

그런데 듣보잡인 내가 무려 소교주와 동수를 이뤘고 내공은 오히려 위였다.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천무학은 쩨쩨한 놈은 아니었다. 아니 제법 배포가 있고 호탕한 놈이었다. 나머지 일행들도 승패의 여부보다는 예상외의 내 실력에 놀란 눈치였다.

‘흐음! 잘 하면 든든한 조력자가 생길 지도.’

 

@

 

다시 객잔으로 돌아와 주루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시간이 늦어 손님은 거의 없었다. 새로 한 상이 차려진 뒤 천무학에게 말했다.

“소교주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하오체를 쓰려니 불편해 말을 놓고 싶었던 거다.

“하하, 전 올해 서른다섯이 되었소이다. 한 장주께선?”

대충 나보다 많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역시 그랬다. 아무리 괜찮은 놈이라고 해도 형이라고 까지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진 않았다.

“하하하! 이런 인연이 있나. 소교주와 갑장일 줄이야.”

천무학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그렇소? 이상하군! 서른넷으로 알고 있었는데 천비대주天秘隊主가 틀릴 때도 있나보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그러고 보면 마교의 정보조직은 탐날 정도로 대단한 것 같았다. 내 입으로 직접 나이를 밝힌 적은 광견이한테 밖에 없었고 그때 서른넷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거였다.

그러나 천무학은 아직 날 잘 몰랐다. 호적도 없는 난데 그런 말에 동요할 정도로 새가슴이 아니다.

“하하하! 그 정도만 해도 가슴이 서늘할 정도요. 대체 나에 대한 조사는 언제, 어느 정도나 한 것이오?”

“서호에서 우연히 한 장주의 활약을 목격한 교도가 있었던 모양이오. 그러던 중 무림대회에서 이 봉의 임자가 한 장주라는 것이 알려져 주목했던 것이고 말이오.”

역시 우연을 가장해 알 건 다 알고 있었다.

“그게 전부요?”

“일단은 그렇소만 앞으로는 더욱 주목하라고 지시할 생각이오. 가장 기본적인 나이마저 틀렸으니 말이오.”

당장이라도 천비대주를 문책할 듯 말하지만 표정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기껏 화제를 바꿨는데 다시 돌려놓는 것을 보면 정보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럴 땐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떼는 것이 최고였다. 물론 화제도 바꾸고.

“시간도 늦었고 위험도 없을 듯한데 그만 지붕위의 사람들도 쉬게 해 주는 것이 어떻겠소?”

주루의 주변에는 최소한 스무 명 이상이 기척을 숨기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의 호위무사들일 것이라 한 말이었다.

“하하, 그들은 내 부하가 아니오.”

“그럼?”

대답은 천마신녀 염사혜가 했다.

“한 장주님, 그들은 제 호위에요. 본교의 율법 상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겠어요.”

“뭐, 귀교의 법이 그렇다면야.”

다시 화제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굴리는데 신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장주님같은 잠룡을 키워낸 사부님이 누군지 궁금하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문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왠지 얘들한텐 가전무공이라고 우기면 안 될 듯했다. 그랬다간 집안 내력까지 파헤칠 것이 분명했다. 천비대의 능력으로 보아 뽀록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테고.

그럴 때 쓰는 전가의 보도가 무림엔 있었다.

“사부님과의 약속이라 알려줄 수도 없지만 비인부전의 일인전승 문파라 알려줘도 모를 것입니다.”

“호오! 그래요? 한 장주님은 신원도 비밀에 쌓여 있던데 사문도 그렇군요. 한 장주님께서는 무척 신비한 점이 많은 분이시군요.”

이건 추궁이다. 내가 좀 친해지려고 애썼더니 얘가 날 물로 보는 모양이다. 난 예쁘다고 봐 주는 평범한 남자가 아닌데 말이다.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 군요. 전 남이 내 말을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염 소저.”

“정말 궁금해서 한 말이지 한 장주님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사과드릴게요.”

“사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귀교의 과도한 관심은 사양하겠습니다. 천비대에게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해주십시오. 검에는 눈이 없으니 말입니다.”

보고 있던 천무학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나섰다.

“하하하! 한 장주. 나도 사과하리라. 설마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지는 미처 모르고 한 말이오.”

더 뻗대봐야 나만 속 좁은 놈이 될 것이고, 애써 친해지려한 노력도 허사가 될 터라 마주 웃어줬다.

“하하! 나야 말로 대범하지 못하게 굴어 미안 하외다. 요즘 신비세력의 준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신비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듯하오. 용서하시오.”

“한 장주는 요즘 벌어지는 사건이 신비세력의 짓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천무학이 옳다 싶어 화제를 바꿨지만 나도 뒤끝이 있는 놈이었다.

“염 소저, 천비대의 보고는 어떻든 가요?”

막말로 그렇게 정보력이 좋은 천비대가 신비세력이 존재를 모른다면 말도 안 되는 거다. 정말 모른다면 내 뒷조사가 이루어진 경위도 의심해 봐야 했다.

“흠! 글쎄요. 한 장주님께 대답하기는 곤란한 문제군요.”

‘이 년이!’

신녀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조금 전에 사과까지 한 년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거절하다니. 표정으로 봐선 안다는 건지 모른다는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년도 철면이란 말이다.

‘어떡한다? 여기서 모험을 한 번 걸어봐?’

만일 비천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짐도 덜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르고 있다면 나만 손해고, 얘들이 비천일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었다.

만일 마교가 비천이라면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여 미는 꼴이었고.

‘쩝! 이럴 땐 하나 잡아서 시험해 봤으면 좋겠구먼.’

하지만 당장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하나 만만한 놈도 없었지만 얘들 정도면 수뇌부가 분명해 금제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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