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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1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6화

116화. 늪에 빠진 개방

 

 

 

 

 

다음날.

무림맹의 먹이사슬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될 특감단의 발족식이 벌어졌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예상대로 식장은 몰려드는 하객으로 인해 연회장을 방불케 했다. 열네 명의 금수저들을 앞에 세워놓고, 나 홀로 누런 용과 봉황이 승천하는 연단에 올라, 만인을 향해 특감단의 출범을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축하 연회가 열렸다. 난 단원들과 함께 중앙의 상석에 앉아 오연한 시선으로 연회장을 내려다보았다.

하객들의 축하 인사도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대신했으니 정말 재수 없게 보였을 것이다. 벌써 군데군데 모여 우리를 손가락질 하는 놈들도 보였다.

‘원래 우리 일의 성격상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가 없거든.’

업무를 시작하면 바로 재수 없는 새끼로 불릴 텐데 괜히 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재수 없는 놈이 되면 최소한 오늘은 편했다.

‘그나저나 한 놈도 안 오네. 전부 자신 있다 이건가?’

맹주는 물론 군사부, 정보각과 자잘한 무력부대 등 기존 조직의 수장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견제야, 무시야?’

둘 다 일수도 있었다. 지금 연회장에서 음식을 축내고 있는 놈들은 명문대파에 줄을 서보려는 떨거지들뿐이었다. 완전 죽 쒀서 개주는 꼴이었다.

‘내가 뭘 바라고 연회를 준비했는지.......’

고정관념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창단식을 하면 당연히 연회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어차피 놈들이 와도 좋게 끝날 자리가 아닌데 말이야.’

처음부터 이런 요식행위는 하등의 필요가 없었다. 단원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 흥이 날 리가 없었다. 그들은 더 성대하고 아부꾼이 많은 연회를 무수히 치렀을 테니 말이다.

황보진진을 힐끔 거리며 술잔을 홀짝이던 화산의 차기 장문인에게 말을 걸었다.

“화산신룡華山新龍 부단주, 재미없소이까?”

“하하! 본래 연회를 즐기는 취향이 아니라서.”

결국 재미없다는 뜻이다. 구파 쪽의 부단주로 임명한 화산신룡은 말이 새로운 용이지 나이는 사십 줄이다. 제 사부인 매화신검梅花神劍이 금분세수를 해야 신룡에서 벗어나 신검이 될 거다.

“그럼 일이나 하러 갑시다.”

“일이라니요?”

“개방.”

“단주, 정말 개방 장원을 조사 할 생각이시오?”

“그럼 부단주는 그런 일을 겪고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화산신검은 황보진진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아니오이다. 단주! 그런 파렴치한을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오. 당장 찾아가 철저히 조사합시다.”

황보진진을 바라보는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간다. 천하제일의 호남아가 골키퍼라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삽질하고 있었다.

‘쯧! 불쌍한 중생이로고.’

벌떡.

“자! 일이나 하러 갑시다.”

황당해 하는 축하객들을 뒤로 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개방장원으로 향했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던 하객들 중의 하나가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하객들이 허겁지겁 따라나섰다.

개방 장원으로 가는 길에 소문을 듣고 달려 나온 무인들이 하나둘 행렬에 합류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너도 나도 몰려들어 긴 꼬리를 만들었다.

그들 속에는 세 노인네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섞여 있었다.

이윽고 긴 꼬리를 이끌고 천하제일방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개방장원에 도착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척. 척척.

장원의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단원들과 따라온 무인들도 멈춰 섰다.

거지들의 소굴인 개방장원은 원래 항상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하루에도 수백의 거지들이 들락거리니까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굳게 닫혀 있었다.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두 내 입을 향하고 있었다. 과연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치였다.

“부단주, 문을 여시오.”

“예, 단주!”

명을 받은 화산신검이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쾅쾅쾅!

“특검단이다! 장원에 후개를 숨겼다는 제보가 있다. 개방은 당장 문을 열고 특검단의 사찰을 수용하라!”

제보는 내가 했다. 제보자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을 지켜야 하는 법. 없어도 있다고 하면 된다. 이런 걸 무소불위無所不爲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개방도 문을 열 생각이었으면 처음부터 잠그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상대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어제 그렇게 당하고서도 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니.......개방의 정보능력이 의심되는 군!’

설마 문을 부수거나 담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힐끗 뒤를 돌아다보니 관중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안에 섞여 있는 세 노인네도 ‘자! 이젠 어떻게 할 거냐?’라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노인네들에게 눈을 찡긋해주며 전음을 보냈다.

-우리 뒤에 바짝 따라 붙으십시오. 가까이서 지켜봐야 더 재밌지 않겠습니까? 중간에 도울 일도 있고.

-뭘 도우라는 게냐?

-보면 아십니다.

황보 노인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고 돌아서 소리쳤다.

“부단주는 물러서시오. 개방은 셋을 셀 테니 문을 열라!”

부단주가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 수를 세며 일 권을 내질렀다.

“셋! 백호출동!”

우르릉. 콰앙!

우지끈.

일 권에 대문은 박살나자 군웅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바로 셋을 셌어!

-정말 문을 부셨어!

‘흐흐! 난 하나부터 센다고는 안했으니까.’

앞장서 부서진 대문으로 걸음을 옮기며 단원들에게 명령했다.

“대항하는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손속에 용서를 두지 말고 일 검에 베어라!”

개방 장원의 부서진 대문을 넘자 공력을 실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이게 무슨 짓이냐!”

휘리릭. 휘리릭.

일단의 거지들이 파공성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어제 본 취팔개가 선두에 서서 소리치고 있었다. 놈들도 긴 꼬리를 물고 있는 관중을 보곤 당황한 듯 보였다.

“분명히 어제 경고 했소이다! 한데 문을 걸어 잠갔다는 것은 파렴치한을 숨겨 두고 있다는 뜻! 개방은 정녕 특감단의 행사를 고의로 방해할 생각인 것이오!”

“이놈! 네놈이 정녕.......”

말을 끊고 백호후를 섞어 버럭 소리 질렀다.

“단주라고 했지, 이 거지새끼야! 이놈 저놈 할 거면 이건 뭐 하러 만들어 줬어!”

특감단주라고 적혀 있는 묵색 영패를 취팔개에게 집어 던졌다. 보는 눈이 많아 적당히 삼 갑자 정도의 공력만 실었다. 강호에선 실력의 삼 푼은 숨기는 거니까.

쐐액!

날아오는 영패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취팔개도 공력을 끌어 모아 장을 뻗었다.

팟! 부르르

영패는 잠시 허공에서 멈춰 섰지만 곧,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내공의 우위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와! 취팔개 장로가 밀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군!

지켜보던 관중들의 감탄은 취팔개에게는 비수가 되어 날아갔다. 감춰 뒀던 내력까지 끌어올리는 듯 취팔개의 양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퍽! 쐐액!

하지만 없던 공력이 끌어 올린다고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영패는 취팔개의 내공을 뚫고 얼굴로 쏘아져 나갔다.

팟!

막을 틈도 없이 쏘아진 영패가 취팔개의 눈앞에서 멈춰 섰다. 지켜보던 관객들이 안도의 한 숨을 쓸어내릴 때 영패가 발딱 섰다. 선명하게 음각된 글자를 똑 바로 볼 수 있게.

특별감찰단 단주령.

“개방은 특감단의 조사에 협조하라!”

웅성웅성.

관중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취팔개에게 모였다. 취팔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흐흐! 등 뒤에 버티고 선 세 노인네를 봤을 테니 이도 저도 못하겠지?’

개인적인 치욕은 둘째 치고 개방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만일 세 노인네가 없었으면 백 프로 일전을 결하자고 덤볐을 거다. 구파의 위명이라면 오늘 발족한 특검단이나 관중의 시선쯤이야 무시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등 뒤에 있는 황보 노인과 무광 스님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버티고 있었다. 당사자인 두 사람이 관심을 가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후개를 옹호한다는 뜻이고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다.

더구나 무광 스님과 황보 노인의 성격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두 노인네가 끼어든다는 것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소림과 황보 세가와 일전을 벌일 수는 없겠지. 흐흐흐! 그렇다면?’

“만일 본장을 수색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어쩔 것이냐?”

죽어도 단주라고는 못 부르겠는지 인칭대명사가 쏙 빠졌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무는 법. 이 정도는 양보해야 했다.

“나오지 않아야 당연한 것이 아니요? 설마 천하제일방이라는 개방이 제보자의 말대로 악적을 숨겨 뒀단 말이오? 어디까지나 제보를 확인하는 차원의 조사일 뿐이오.”

내가 책임질 약속이라도 할 줄 알았을 것이다. 비록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나라도 많은 사람 앞에선 불리한 말은 절대 안 한다.

“이, 이런! 제보를 한 놈이 어떤 놈이냐!”

“어허!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그럼 만일 후개가 나온다면 장로는 어찌할 것이요?”

“네 놈 앞에서 칼을 물고 자결하마! 넌........”

능글맞은 내 말에 꼭지가 돈 취팔개가 또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난 또 말을 끊고 정정해 줬고.

“단주!”

취팔개는 잠시 날 잡아 죽일 듯이 노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을 터뜨렸다.

“허어!”

화를 낼 시점을 놓쳐 맥이 빠진 거다. 그럼 더 이상 싸움이 안 된다. 단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후개가 사용하던 곳부터 수색한다. 실시!”

“충!”

단원들은 하나하나가 구대문파의 미래의 주인들이다. 일개 개방의 거지들이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주춤주춤 물러나는 개방도를 헤치며 가장 큰 전각으로 향했다.

느긋이 뒷짐을 진채 단원들의 뒤를 따르는 귓가로 전음이 들어왔다. 어제 은밀한 지시를 받고 개방 장원에 잠입해 있던 상 장로였다.

-장주, 후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실내연무장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수고했소. 자연스럽게 뒤를 따르시오.

잠시 후, 상 장로가 군중들 속에 모습을 나타냈다. 화경급의 상 장로가 그동안 나를 따르며 배운 담 넘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모양이다.

벌컥!

우르르.

단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전각의 방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없는 놈이 나올리는 없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취팔개의 얼굴이 무섭게 변해갔다. 만일 아무것도 안 나오면 이 일을 빌미로 특감단의 해체를 주장할 것이 틀림없었다.

‘흐흐! 세상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오.’

조작을 하고 사기를 쳐야 뜻대로 굴러간다.

“단주, 없습니다.”

“아무도 없소이다, 단주.”

단원들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보고했다. 내가 큰 소리 뻥뻥 쳐서 잔뜩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시간이 지날수록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거다. 만일 빈손으로 끝나면 벌어질 일에 대해 걱정도 되고.

-가가, 그건 어디에 있어요?

그때 소림의 전음이 들려왔다. 소림도 단원들의 경직된 표정을 보고 슬슬 시작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거다.

-후개가 사용하던 실내연무장.

-지금 시작할까요?

-그래.

이미 입증된 연기력을 지닌 소림이다. 단원들 중에서 이런 조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취팔개 장로님, 제보에 의하면 옥안개가 즐겨 사용하던 실내연무장이 있다고 하던데 안내해 주시겠어요?”

“끙! 좋다. 하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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