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1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4화
114화. 여럿이 한 놈 바보 만들기
삽시간에 전장은 정리되고 서 있는 자는 천무학과 검을 맞대고 있는 단 한 명뿐이었다.
‘혈마인은?’
콰광! 쾅!
아직 다섯의 혈마인이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는 화경 급의 아홉 명이었다.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쩝! 잠시 지켜보는 수밖에.’
마교 소교주 씩이나 되는 데 불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가 끼어 들 수는 없는 법. 일행들에게 전장 정리의 명령을 내렸다.
“혹여 도망치거나 살아있는 자가 있는지 확인하시오!”
어벤저스를 제외한 일행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분주히 움직이며 수색에 들어갔다. 나도 소림과 함께 근처를 수색했다.
처음부터 막강한 전력으로 밀어붙여 도주자는 없었다. 때문에 별 소득 없이 돌아와야 했다. 전장을 살피니 이미 전투는 끝이 나고 천무학이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무학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소교주!”
“글쎄, 이게 이래서........쩝!”
면목 없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의 손엔 목이 없는 시체가 한 구 들려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복면을 벗겨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에 손쓸 틈도 없이 머리가 터져 버리지 않겠소이까. 이런 꼴로 말이오.”
“혹시 뭔가 물어보지 않았소?”
“복면을 벗기며 비천에서의 신분을 물어보긴 했소이다만........”
“아! 그렇게 된 일이구려.”
아깝지만 분명한 내 실수였다. 놈들에게는 ‘비천’ 이라는 말로 자살할 수단이 있다는 것을 미처 알려주지 못했다. 조직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금제가 발동해 당장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천무학에게 사실을 설명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입맛을 다셨다.
“쩝! 그렇다면 결국 놈들을 포로로 잡아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뜻이 아니오.”
“그렇소이다. 아무리 비천이라는 단어를 피해 말해도 놈들이 상상하는 순간 죽어버리니 말이오. 금제를 푸는 방법을 알아내기 전엔 포로는 하등의 가치가 없소이다.”
“그럼 일단 잘라낸 수급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겠구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증거능력이 떨어지니.......”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해결방법을 찾아봅시다. 본교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마공魔功이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오.”
사실 나도 정파 보다는 사파와 마교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금제는 사공邪功과 마공 쪽에 가까우니 까 말이다.
“귀교에서 알아봐주신다니 감사할 뿐이오. 이왕 수고하는 김에 혈마인에 대해서도 조사해 주시오.”
“그럽시다. 그리고 한 단주께서 조속한 시일 내에 본교에 방문해 주시겠소?”
갑작스런 초대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 천무학을 쳐다보며 물었다.
“공적인 일이요? 아니면 사적인?”
“하하! 둘 다지만 우선은 공적인 일이라고 해 둡시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오셔야 할 것이오. 명색이 본교가 마교 아니오이까? 삼두육비 괴물이 있는 마교 말이오.”
천무학은 재밌어 죽겠나보다. 마교라고 까지 하며 나를 놀리고 있었다.
“쩝! 알겠소이다. 우선 무림맹의 일을 대충 마무리 짓는 대로 들리도록 하겠소이다.”
천무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게 하시오. 하지만 내 한 단주의 용기와 패기에는 감탄하고 있소이다. 성녀와 지봉으로도 모자라 감히 마교의 신녀를 건드렸으니 말이오.”
내 귀에는 힐난이 아닌 질투로 들려 조용히 천무학을 불렀다.
“소교주.”
“예?”
“부러우면 지는 거요.”
“쩝! 들켰소? 아무튼 본교의 젊은 무인들의 환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오. 이 말은 진심으로 하는 충고요.”
“명심하겠소이다.”
젊은 애들까지 일일이 신경 쓸 만큼 자상한 놈이 아니라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전장정리를 마치고 모두 한 곳에 모였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건진 것은 15구의 혈마인과 20구의 반혼인밖에 없었다. 정사마 대연합에 비해서는 초라한 결과였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안타깝게 비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혈마인이라는 새로운 병기를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또한 소문과 달리 신교와 비천이 전혀 다른 조직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혈마인에 대한 연구와 각종 정보를 공유해 함께 비천의 야욕을 저지 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제 1차 정사마 대연합은 막을 내렸다. 한번 화경급 고수를 부려보니 다른 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 개인적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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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천의 이목을 끌어준 덕에 다른 대원들은 무사히 무림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일 특검단의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었고.
발족식은 배정받은 전각에서 조촐하게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참석자의 면면이 처음부터 조촐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무림맹에 파견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로들이 참석하게 되니까 말이다. 바늘가면 실 따라 온다고 당연히 중소문파나 무림맹의 간부들이 참석할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부단주로 임명된 황보와 화산 장원의 무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기반이 없는 나 때문에 소림과 남궁도 한 팔 걷어야 했고. 난 입만 부지런히 놀렸다.
그러던 중 뜻밖의 방문자를 맞이했다. 안주인 노릇하던 소림이 개방의 방문첩을 가져온 것이다.
“가가를 찾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데?”
“개방 장로 취팔개가 뵙자고 하네요.”
무림맹내 개방 장원에 파견된 장로로 무림맹의 장로중의 하나였다.
“흐흐! 빨리도 왔군. 과연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 어서 들어오라고 해.”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복귀해 바로 맹주에게 후개의 무단이탈을 보고했다. 다른 놈으로 추천하지 않으면 아예 개방은 제외하겠다고 방방 뛰었고.
맹주는 가타부타 알았다고만 했었다. 때문에 맹주와의 관련 사실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죽었어야 할 나는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고, 거꾸로 후개와 세 명의 장로는 사라졌다. 세 명의 장로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무단이탈이라고 보고했지만 알 놈은 아는 것이다.
‘흐흐! 끝까지 오리발은 내밀어 봐야지.’
아마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찾아왔을 테니까 어찌되나 두고 볼 생각이었다.
소림이 늙은 거지를 데려와 소개했다.
“단주님, 무림맹의 개방 장로이신 취팔개 대협이세요.”
“말학후배 일권무적 한 대갑이 노선배를 뵙습니다. 어서 자리에 오르시지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포권 하고 인사한 후 맞은 편 자리를 가리켰다. 나이 값은 쳐 주는데 상석은 양보 못하겠다는 뜻이다.
맡은 일에 따라서 직위와는 상관없는 권력이 생기는 법이다. 알고 봤더니 성역 없는 조사권을 가진 감찰단주는 위아래를 몰라도 됐다. 맹주는 물론 장로원까지 조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취팔개는 영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그래서 뭐?’ 하고 있는 내 표정을 보고는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취팔개라고 하네.”
“그래 장로께서는 어떤 일로 저를 보시자고 하셨습니까?”
“자네가 맹주에게 보고한 사항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찾아왔네.”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요?”
“옥안개가 자네에게 말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지금 공적인 일로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자네가 아니라 단주입니다, 취팔개 장로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깐족거리는 거다. 성질내고 큰소리치는 놈치고 실수하지 않는 놈은 없으니까.
그리고 오늘 이놈이 큰 소리를 내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나도 받아칠 수 있으니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아무튼 내가 중간에 말을 끊으면서 지적하자 취팔개는 어이가 없었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원래 어린놈과 싸우면 무조건 늙은 놈 손해다. 이겨봐야 남는 것이 없으니까.
“후우! 후읍!”
취팔개는 벌게진 얼굴로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삭였다. 일부러 내가 들으라고 한 모양이지만 모르는 척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 후, 심호흡을 하며 평정을 되찾은 취팔개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실례했네, 특감단주. 그럼 다시 묻겠네. 옥안개가.......”
“주매, 잠시 자리를 피해주겠어?”
“예, 가가.”
다시 취팔개의 말을 끊고 옆에 앉은 소림에게 말했다. 얼굴이 붉어지며 발끈 하려던 취팔개는 내 굳어진 안색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소림이 나가기를 기다려 취팔개를 쳐다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취팔개 장로님.”
“왜 그러나?”
소림을 내보내고 경직된 표정으로 한숨까지 내쉬었으니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내게 바싹 다가앉는 취팔개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개방의 체면을 생각해 이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장로님께서 납득하지 못하시는 것 같으니 할 수 없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뭔가? 혹시 우리 옥안개와 무슨 일이 있었는가?”
“장로님, 소림성녀 주혜승과 제가 어떤 관계인지는 보셨으니 아시겠지요?”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네. 지금 보니 소문이 사실이었군.”
소림이 나간 곳을 쳐다보며 대답하는 취팔개였다.
‘정보로 먹고 사는 거지새끼들이니 당연히 알겠지. 그래야 얘기가 되거든? 흐흐흐!’
취팔개의 귀에 대고 나직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였다.
“지금 무슨 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런 개 호로새끼가 대 개방의 후개라니요! 개방은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철면피 거지새끼들이 모인 곳입니까! 그 새끼 제게 맞아 뒈질까봐 도망친 겁니다. 아시겠어요? 무엇이 진실인지를!”
조용히 속삭였지만 내용은 개방과 후개를 싸잡아 쌍욕을 해댄 거다.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이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취팔개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였다.
쾅!
부르르 몸까지 떨며 탁자를 치고 벌떡 일어나 금방이라도 출수할 듯 공력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이놈! 감히 대 개방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게냐! 내 오늘.......”
쾅!
또 다시 취팔개의 말을 끊고 탁자를 치며 일어나 온 동네가 다 듣도록 큰 소리로 떠들었다.
“씨팔! 정말 거지같아 못 참겠네! 후개라는 젊은 거지새끼는 남의 여자를 강간하려 하질 않나! 늙은 거지새끼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죄 없는 사람을 잡으려 하질 않나! 아니 개방은 천하제일의 철면피가 모인 곳이라는 말이요!”
강간이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했기 때문에 취팔개도 바로 출수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내 목소리가 좀 커야지.
“뭣이! 강간! 누가 누굴 강간하려 했단 말이냐!”
“함께 있던 단원들도 전부 아는 사실이오! 처음에는 소림성녀에게 껄떡대다 나에게 몇 대 쥐어 팼더니 나중에는 황보 부인까지 욕보이려 했던 천하의 호로새끼가 개방의 후개라는 놈이오. 뭘 알긴 알고 따지는 것이오!”
“.........”
원래 너무 놀라면 말도 안 나오는 법이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백호후를 응용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왜 아직도 그 새끼 편을 들고 싶소? 만일 개방 장로 셋이 말리지 않았다면 그때 나한테 맞아 죽었을 것이오. 그나마 세 장로와 개방의 체면을 생각해 참았더니 사과도 없이 도망을 쳐! 이 개새끼 눈에 띠기만 하면 내 손으로 사지를 찢어발겨 놓겠소! 혹시 개방에서 놈을 비호하고 있다면 당장 내 놓는 것이 좋을 것이오! 나뿐만 아니라 소림과 황보세가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네, 네 말이 사실이냐!”
“단주라고 불러! 이 늙은 거지새끼야! 아! 그러고 보니 네놈들이 숨겨놓고 여기 와서 억지를 쓰는 것이구나! 당장 네놈들의 장원을 수색해 봐야겠다!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당장 특검단을 소집하라!”
이때 아니면 언제 장로한테 막말을 해보겠나. 소림과 황보를 끌어들였으니 한 판 떠도 좋았다. 이런 기회라도 만들어 개방 장원을 수색하고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