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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10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0화

110화. 나를 따르라

 

부기는 잘 빠지지 않는 법이다. 특히 맞아서 부은 데는 시간이 약이었다. 후개는 별 수 없이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로 나왔다. 가끔 독기어린 시선으로 날 쏘아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제 놈도 명령받는 입장에서 우릴 감시해야 하니까 안 나올 수는 없었을 테지. 어쩌면 윗선에서 한 마디 들었을 지도 모르고.’

그리고 보기에는 흉측하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타박상이 전부였다. 솔직히 난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안으로 골병들게 패는 법은 전문가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만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육신의 상처보다는 정신적인 타격이 더 큰 법이지. 감히 누구 여잘 노려.’

놈은 낙양에서부터 소림에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비천이 아니라도 언젠간 당할 놈이었다. 그런 마당에 놈이 비천이라면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뒈지기 전에 마음에 둔 여자 앞에서 자괴감이나 실컷 느끼라는 배려였다.

놈을 쳐다보고 실실 웃어가며 말했다.

“자! 모두 모인 것 같으니 출발합시다.”

“예, 단주.”

두두두두.

그렇게 우리는 사천을 향해 무림맹을 떠났다. 우리가 떠난 후 소리 소문 없이 무림맹을 빠져나오는 세 노인네가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일단 기세 좋게 무림맹을 빠져 나왔지만 급할 이유가 없었다. 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단주,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지 않겠소?”

팽 가주의 말에 뒤를 따라오는 후개를 돌아보며 말했다.

“본인도 그러고 싶지만 알다시피 부상자가 있어서.......”

말했듯이 나 엄청 뒤끝 있는 놈이다.

“나, 나는 괜찮소이다.”

“내가 괜찮지 않소. 어제 손을 잘못 쓰는 바람에 손가락이 삐끗해 말고삐를 잡기도 어려운 지경이오.”

“가가, 어디 봐요.”

소림도 나와 어울리며 여우가 다 됐다. 내 멀쩡한 손을 잡아당겨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이 손가락 좀 봐! 정말 금창약이라도 발라야겠어요.”

후개는 제가 마음에 품은 여자가 내게 착 달라붙어 아양을 떨어대니 울화가 끓어오르는지 시선을 돌린다. 그래봐야 소용없었다. 귀로 들리는 말이 속을 박박 긁어댈 테니.

“어허! 주매, 단원들이 보고 있지 않소. 약은 나중에......”

“부상이 이리 심한데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뭐 남인가요?”

소림의 뻔뻔함엔 두 가주마저 민망해 고개를 돌렸다. 후개 놈은 아주 귀가 썩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흐흐흐! 꼬우면 또 덤비든지.’

후개를 약 올리기 위해서만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놈들에게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술래잡기하기에는 좋으니까. 내가 이번에 과연 뺑뺑이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지.’

결국 시간이 늦어 첫날밤은 난주에서 묵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지붕 위에 인기척이 느껴지며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뻐꾹뻐꾹!

‘어휴! 도대체 이 영감태기는 응용능력이 없어. 응용능력이.’

이런 계절 착오적 신호를 보낼 사람은 무광스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 까 무광스님의 전음이 들려왔다.

-노인네들은 이슬을 맞게 하고 젊은 놈들은 따뜻한 침상에서 자려니 잠이 잘 오지?

화경에 이러 한서불침寒暑不侵의 몸이면서 불쌍한 척 하고 있는 거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몇이나 우릴 따라 붙었습니까?

-개방 장로 다섯 놈이다. 하지만 후개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나선 것 일수도 있지 않느냐?

-퍽이나요. 아무튼 당장 처리하라는 건 아니니까 감시나 잘 하고 계십시오. 그런데 혹시 혈마인이나 반혼인 같은 애들은 없었습니까?

-없었다. 장로들 다섯뿐이다.

-그래요? 뭐 서서히 나오겠지요. 아무튼 이게 다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일이니 조금 고생이 되더라도 어르신들께서 참고 수고해 주십시오.

이 노인네들은 애와 같아 꼭 달래줘야 했다.

-알았다, 이놈아. 밤새 여기 있을 테니 행여 승아를 넘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자꾸 그러시면 증손자 보는 날도 멀어지는 겁니다.

협박이 먹혔는지 잠시의 번민 끝에 무광스님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나 말고 다른 늙은이들도 같이 있다. 아미타불.

-에효! 전 잠이나 잘 테니 밤새 이슬이나 맞으시던지 알아서들 하십시오.

사마귀를 쫓는 버마재비처럼 감시에 감시를 붙여 놓은 것이다. 할 일 없는 세 노인네에게 일거리도 줄 겸 해서 말이다.

무림맹을 떠난 지 삼일 째부터는 다시 속도를 냈다. 이것 역시 공격준비에 한창인 놈들을 혼란시키려는 꼼수였다.

무림맹을 나선 순간부터 우리 역시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물론 뒤를 따르는 세 노인네가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놈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을 버려두고 돌아가기도 하고 없는 길을 뚫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무림맹이 있는 감숙성을 벗어나 사천의 초입인 구채구九寨에 도착했을 때였다. 객잔을 정하고 단원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모여 있는 자리에 조금 늦게 나갔다.

“어서 오십시오, 단주.”

“늦으셨소이다.”

기다리고 있던 단원들이 인사를 받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단주, 안색이 어두워 보이는데 무슨 일이에요?”

황보진진의 질문에 무거운 신색으로 대답했다.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청성의 수우도장께선 이미 화산으로 향했다는 전갈입니다. 화산에서 다른 분들과 모여 무림맹으로 향할 요량인 모양이오.”

사천과 화산이 있는 섬서가 경계를 이루고는 있지만 돌아가는 여정이었다. 바로 감숙으로 오는 것이 일반적인 행보였고 말이다.

“가가, 그럼 저희도 화산으로 가야 하나요?”

소림의 질문에 슬쩍 후개를 쳐다보니 똥 씹은 얼굴이었다. 우리가 화산으로 간다면 청성산 주변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얘들도 움직여야 하니까 말이다.

‘흐흐! 겨우 그 정도라면 별로 재미없지.’

난 화산으로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화산이 있는 섬서는 제갈세가가 있는 호북성과 개방의 하남성과도 가까웠다.

두 문파을 의심하고 있는 나로서는 놈들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말살이지 양패구상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자면 중원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 좋았다. 내가 준비한 지원군이 오기 편한 곳인 청해성 같은 곳 말이다.

“아니오. 우리는 날이 밝는 대로 곤륜으로 갈 것이오. 화산에는 이미 무당을 비롯한 단원들이 집결해 있다고 들었소. 그러니 홀로 남은 곤륜의 단원을 맞으러 가야하지 않겠소.”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정권자가 말하면 말이 되는 법이다.

후개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차라리 화산으로 가서 합류해 함께 돌아갑시다. 곤륜은 달랑 한 명이 아니오이까?”

“그건 안 될 말이오. 단 한명의 단원이라도 안전하게 확보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오. 그리고 돌아갈 필요 없이 사천을 통과하면 곤륜산도 멀지 않소이다.”

사천은 바로 삼국시대의 촉을 말한다. 지형이 험하고 길도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소수인 우리 일행은 넘기 쉬워도 다수의 인원은 어렵고 속도를 낼 수 없는 곳이다.

때문에 우리 일행은 비천의 습격을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곤륜까지 갈 수 있었다. 그 점을 알고 있는 후개가 당황해 이견을 말했던 것이고.

“무슨 그런 억지가.......”

후개의 말을 끊었다.

“그럼 후개는 화산으로 가시오. 우린 사천을 가로질러 곤륜으로 가겠소이다.”

“단주! 정말 이러시기오!”

발끈하는 후개였지만 듣지도 않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다시 덤벼들 배짱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자! 이럴 시간이 없소. 서둘러 출발합시다! 이럇!”

두두두두.

그날 밤.

야음을 틈타 이번엔 남궁 노괴가 찾아왔다.

“감시는 어쩌시고 방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왜? 네놈도 한 번 가볼 테냐?”

“괜히 제가 가봐야 발각될 확률만 높아집니다. 그리고 전 어르신들을 믿고 있습니다. 지금쯤 놈들도 많이 바쁘지요?”

“흐흐! 그렇지 않아도 오늘 네 놈이 벌인 일 때문에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하늘이 까매질 정도로 전서구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한두 마리 잡아 보시지 그랬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몇 마리 잡아봤는데 모두 같은 말이더구나. 청해 곤륜이라고 말이다.”

“다행이군요. 그럼 계획대로 곤륜으로 가면 되겠습니다.”

혹시 놈들이 계획대로 따라오지 않고 청성이나 화산으로 가면 큰일이었다. 한데 역시 이번에는 내가 목표가 확실한 듯했다. 지척인 청성을 포기하고 우리 뒤를 쫓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전서구 수를 보아하니 심상치 않던데 자신은 있는 게냐?”

“이 정도 시간을 벌었으면 걱정 없습니다.”

난 확실한 걸 좋아해서 비슷한 전력으로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확실한 전력의 우위 속에 일방적으로 싸워야 피해가 적은 법이니까.

놈들이 사천으로 다시 곤륜으로 옮겨 다니는 사이 마교와 상 장로를 비롯한 내 식구들도 곤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하 절정고수급으로 구성된 전력이면 피해 없이 말살할 수 있을 것이다.

‘잘만하면 그 여세를 몰아........’

마음 같아선 개방과 제갈, 하오문까지 싹 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물증이 부족했고 그렇게 까지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은 놈들이 조금 더 활약해 줘야 하니까.’

싹쓸이는 최소한 비천이라는 실체에 접근한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최근 들어 나 역시 비천이라는 단체의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아직도 놈들의 구성이나 수뇌부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심적으로는 제갈과 개방을 의심하고 있으나 전혀 다른 무언가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안 좋은 예감은 꼭 들어맞던데.’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었다. 당분간은 나 혼자 안고 가는 수밖에.

 

@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곤륜에 도착해 이틀을 머물며 후개를 살폈다. 곤륜이 공격 목표는 아니었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형적 요건을 고려하며 습격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봤다. 청해성의 경우 대부분이 해발 3,000이 넘는 고원지대였다. 더욱이 험한 산세를 자랑하는 곤륜산과 기련산 등이 있어 다수가 이동하기는 어려웠다.

‘역시 처음 내 예상대로 청해호靑海湖나 성도인 서녕 근처가 되겠군.’

아마도 청해호에는 벌써 지원군들이 집결해 있을 것이다. 이틀이라는 시간을 주었으니 비천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것이고.

다음날 호위를 극구 사양하고 대제자 청운도인과 무림맹을 향해 길을 나섰다. 멀리 청해호가 보이기 시작하자 후개의 안색이 변하는 듯했다. 뭔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해 보였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달리던 말을 세웠다.

“오늘은 여기서 머물기로 하겠소이다.”

후개가 울상이 되어 날 설득하려 했다.

“단주, 조금만 부지런히 달리면 어둡기 전에 황중에 도착할 수 있소이다. 일부러 노숙할 필요는 없지 않소이까?”

“아니외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 말도 지쳤소이다. 불편하겠지만 오늘은 노숙하며 말도 쉬게 해 주는 것이 좋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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