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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0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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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5화

105화. 신뢰는 바닥을 기고

 

먼저 얼굴을 가린 삿갓을 벗겼다. 드러난 비구니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랐다.

‘헉! 먼저 얼굴을 봤다면 절대 손가락을 걸고 도박은 하지 않았을 것을! 쩝! 괜히 미안해지는 얼굴이네.’

복면녀의 다분히 질투 섞인 발언에서 대충 비구니의 미모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르라니 깍은 민머리로도 감출 수 없는 절대 미모의 중년 비구니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헐! 진짜 먼저 보지 않길 다행이군. 대체 이런 여자는 왜 중이 되었을까?’

갑자기 감춰진 비구니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호기심을 풀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지금은 눈앞의 난국을 타개하는 일이 먼저였다.

찰싹찰싹.

기절한 사람을 깨우는 다른 방법은 모른다. 가볍게 몇 번 두드리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 제일 먼저 보는 얼굴이 나라서 미안했다.

“.......으응! 헉! 시, 시주는?”

“스님, 일단 손가락이 잘린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외다. 급한 대로 응급처치를 해 놓았으니 좋은 의원을 만나면 붙일 수 있을 것이오.”

“노, 놈들은 어찌 되었나요?”

크게 원망하지는 않는 것 같아 일단은 안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험한 일을 겪고 난 후라 지금의 상황이 더 궁금했으니까.

상관 않고 비구니의 명문혈에 손바닥을 대며 대답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대충 수습은 한 것 같소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외다. 내가 도울 테니 일단은 스님께선 내상부터 치료하시오.”

“하지만 저 붉은 장삼의 괴한들은.......”

“바로 그들이 문제요. 지금은 저 상태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어서 내상부터 치료하시오.”

“아! 예. 감사합니다, 시주. 나무아미타불!”

“자! 서두릅시다.”

백호기를 흘려 넣어주자 비구니도 즉시 운기요상에 들어갔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비구니는 몇 번의 대주천으로 끝내려 했다.

그러나 백호기를 이용해 도움을 주면 완치가 가능했다.

-한두 바퀴만 더 돌려 보시오.

잠시 후, 비구니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운기요상을 끝냈다. 그런데 눈을 뜬 비구니는 나와 응급처치를 한 손가락을 번갈아 쳐다보곤 내게 원망의 눈길을 보내며 한 숨을 내쉬었다.

“휴우!”

처음엔 태연한 척 하더니 안전하다 생각되니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뭐야? 설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거야?’

기가 막혔지만 하는 꼴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원망의 시선도 잠깐. 내가 구명의 은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는지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시주의 구명지은은 잊지 않겠습니다. 전 아미의 일대제자 혜운이라고 합니다. 아미타불.”

인피면구를 벗으며 말했다.

“사정이 있어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습니다. 합비 천하제일장의 장주인 일권무적 한 대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 일권무적 한 대협이셨군요.”

말과는 달리 나를 모르는 눈치였다. 벌써 내 이름이 아미산까지 알려지진 않았을 테니 구태여 묻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혜운스님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는데. 한 대협. 한시라도 빨리 무림맹에 아미파의 혈겁에 대해 알려야 합니다.”

“혜운스님, 무림맹에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단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혜운스님의 조급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달려간다고 해서 바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리어 그녀가 화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큰일을 당한 혜운스님에게 냉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가혹한 일이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었고.

당장이라도 뛰어 갈 듯한 혜운스님의 양 어깨를 꽉 잡고 진정시켰다.

“혜운스님. 진정하십시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혈겁은 이미 끝났을 것 아닙니까? 조금 늦는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으니 먼저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냉정한 말이었지만 혜운스님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듯했다. 또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한 대협, 지금 이 시간에도 죄 없는 불제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이 사실을 무림맹에 알려야 합니다.”

“스님! 정신 차리십시오. 혈겁은 이미 끝났고 무림맹은 도울 수 없을 것입니다.”

“아! 아미타불!”

무슨 의미의 아미타불인지 몰라도 빨리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먼저 스님을 공격한자를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아미타불!”

계속되는 냉정한 어조에 혜운스님도 조금은 진정이 된 듯 합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운스님을 복면녀에게 데려가 복면을 벗기며 물었다.

“혜운스님을 핍박하던 여잡니다.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헉! 아미타불! 아미타불!”

혜운스님은 복면녀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이럴 수가!’ ‘믿을 수 없어!’ 의 아미타불을 연호했다.

“혹시 이 여자가 무림맹과 관련이 있습니까?”

“아미타불! 어찌 이럴 수가! 이 여시주는 제갈옥봉이라고 저와는 동년배로 과거.......”

혜운스님이 복면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지만 난 제갈옥봉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갈이라는 성씨는 그리 흔하지 않은 성이니까 말이다.

‘으음! 역시 제갈세가라는 말인데.’

그 사이 혜운스님은 말을 마치고 난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무림맹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제 말을 이제는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럼 한 대협은 이미 알고 계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갈옥봉의 정체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무림맹에 비밀세력의 간자가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실로 밝혀지니 저 또한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이 사실을 어서 무림맹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싶습니다만 누구에게 알려야 할지 몰라 고민입니다.”

“맹주에게 알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혜운스님으로선 당연한 말이었지만 사정을 알고 있는 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아직 증거가 부족한 상태였다. 제갈옥봉의 경우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맹주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후우! 그것보다는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근데 무림맹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그게 문제였다. 그러나 파르라니 깎은 혜운스님의 머리를 보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아미장원으로 가십시오. 하지만 혜운스님의 정체를 드러내선 안 될 것입니다. 만약 놈들이 알게 되면 아미장원의 스님들마저 위험에 처할 테니 말입니다.”

비천이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충격으로 올바른 판단이 불가능한 혜운스님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미의 혈겁은 이미 소식을 통해 무림맹에도 알려졌을 것입니다. 혜운스님께서는 정체를 숨기시고 무림맹에서 암약하고 있는 첩자를 색출하는 일을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사문은 혈겁을 당했는데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또한 복수를 위한 일입니다. 혜운스님께선 진정한 흉수를 찾고 싶지 않으신 것입니까?”

“그런 아니지만........”

혹시 아미파에서의 지위나 직책 때문에 복수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지만 아미파에서 혜운스님의 지위는 어느 정돕니까?”

“비천한 불제자가 대제자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아미타불!”

이해가 되었다. 대제자라면 무림맹의 아미장원의 스님들과 합심해 복수와 재건을 책임져야 할 자리였다.

“쩝! 그렇군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대의명분을 따르겠다는 스님을 말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보낸다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고.’

죽을 뻔한 사람을 기껏 살려놨는데 다시 사지로 들어가는 꼴을 지켜만 보기도 어려웠다. 물론 내 정체가 드러날 위험도 있었고 말이다.

“혜운스님,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혜운스님도 답답한 심정이었는지 내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기발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시선으로.

“일단은........”

계책이랄 것도 없는 미봉책을 설명하자 혜운스님은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 대협.”

 

@

 

“가, 가가!”

휘릭.

눈물이 글썽한 소림이 날 향해 몸을 날렸다. 이 좁은 객잔에서 타인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아! 사람은 없으니까 그건 아니군.’

덥석.

깃털처럼 가벼운 소림을 안아들며 속삭였다.

“그동안 잘 지냈지?”

끄덕끄덕.

품에 안긴 소림은 대답 없이 그윽한 눈으로 날 쳐다보기만 했다. 고혹적인 모습에 주책없이 아랫도리가 불끈해 그대로 객방으로 올라갔다.

“아잉! 가가. 벌써부터.......”

싫지 않은 듯 매달리는 소림을 보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얻어놓은 객방 문 앞에 소림을 내려놓으니 의아한 시선으로 물었다.

“왜?”

그대로 침상까지 가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다.

스르륵.

방문을 열고 앞장서 들어가며 말했다.

“쩝! 주매 우리 회포는 나중에 풀어야 할 것 같아.”

“가가, 그게 무슨 소리에요?.......어맛!”

따라 들어오던 소림이 낮선 인물들을 발견하고 놀라 입을 다물었다.

“가가, 서, 설마 비구니마저........”

고리눈을 뜨고 날 쳐다보는 것으로 보아 뒷말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그 또한 지금까지 내 행실에 대한 결과니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억울한 오해는 바로 잡아야 했다.

“주매, 그게 무슨 불경스러운 말이야. 이분은 아미파의 아미일검이라는 분이셔. 선배님이니까 인사드려.”

그때 침상에 누워있는 제갈옥봉을 지키고 있던 혜운스님이 돌아서며 합장을 하며 인사했다.

“오! 혜승이구나. 오랜 만이다. 부처님의 홍복이로다. 아미타불!”

“혜운사형! 사형께서 어떻게 이곳에? 아! 얼마 전에 혈겁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무사하셨군요!”

구파 중에 달랑 두 개 있는 불문이라 역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으음! 어떻게 알려졌더냐?”

혜운스님의 침울한 표정을 본 소림이 사과하며 설명했다.

“죄송해요, 사형. 암중 신비세력이 이번에는 아미 본산을 공격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전부예요.”

“피해는 어느 정도라고 하더냐?”

소림은 뭔가 대답하기 껄끄러운 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사형은 어떻게 이곳에 계신 거예요?”

“난 무림맹에 놈들의 만행을 알리고자 사부님의 명으로 몇 분 장로님들과 본산을 탈출했다. 놈들의 추격으로 장로님들은 돌아가시고 나도 사로잡힐 처지에 놓여있었는데 마침 여기계신 한 대협이 도움으로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거야.”

원래 이쯤에선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소림은 침상위의 여자가 더 신경이 쓰였다보다.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침상의 여자는 누구예요?”

“이 여시주가 나를 쫓던 무리의 수장이란다. 너도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독심미호毒心美狐 제갈옥봉이라고. 아미타불!”

“헉! 이 여자가 독심미호라고요!”

난 처음 듣는 별호였지만 안성맞춤의 별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도 독하고 여우같은 년이었으니까.

그런데 소림이 놀라는 품새로 보아 꽤 유명한 여자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뭔가 사연이 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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