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0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3화
103화. 비구니와 진짜 나쁜 년(1)
더욱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다. 결국 놈들의 의도대로 쫓기는 인영은 관도를 벗어나 점점 시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쫓기는 인영은 최대한의 경공을 펼치며 달아났지만 마침내 산기슭의 한 적한 곳에서 포위를 당하며 멈춰 서게 되었다.
‘뭐야? 비구니잖아!’
상당히 고초를 겪은 듯 여기저기 헤지긴 했어도 틀림없이 스님들이 입는 가사였다. 삿갓으로 머리를 감추었지만 찢어진 장삼 사이로 드러난 뽀얀 속살로 보아 틀림없는 여자였다.
‘설마 아미파?’
내가 아는 검을 든 비구니는 아미파의 여중들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미파가!’
화를 입었을 확률이 높았다. 혈겁을 피한 생존자가 아미파가 있는 사천에서 난주까지 달려왔을 수도 있었다.
‘당장 죽이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조금 더 지켜보고 나서.’
죽이려면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복면인들은 이곳으로 몰고 오는 것이 목적인 듯했다. 이유도 알 겸 정체도 알 겸해서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었다.
과연 어둠속에서 복면을 쓴 일남일녀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여인이 입을 열었다.
“흥! 아미일검蛾眉一劍이라는 말에 비해선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실력이로구나.”
하지만 아미일검이라는 비구니는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검을 든 채 이리저리 빠져나갈 곳을 찾아 봤지만 완벽히 포위당해 마땅치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비구니는 포기한 듯 제 자리에 멈춰 검을 치켜들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악독한 시주들이로군요! 비록 나는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석가천존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미타불!”
저건 확실히 열반에 들겠다는 아미타불이다. 비구니는 동귀어진을 각오한 것이다. 물론 상대방은 당해주지 않겠지만.
그런데 여자 복면인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는 듯이 교소를 터뜨리며 비웃었다.
“호호호! 죽어? 누가 네년을 죽인다고 했느냐? 여인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여인의 기쁨은 알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니, 쓸모없는 네년의 몸뚱이로 세상의 불쌍한 남정네들을 위해 육보시라도 하고 죽어야 부처도 기뻐할 것이 아니더냐.”
아마도 여태 비구니를 살려둔 이유가 그것 때문인 듯했다. 복면여인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같은 여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지만 불교 역시 자살을 금하고 있다. 미천한 벌레의 목숨도 귀하게 여겨 살육을 금하니까 말이다. 자살도 할 수 없는 비구니로선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으음! 악독한!”
복면 여인의 무참한 발언에 비구니도 분기를 이기지 못했으나 알고 있는 욕이 없는 듯했다. 전음으로 알려줄까 생각했으나 하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고 지켜봤다.
“호호호! 그렇지 않아도 숭고한 척 하는 네 년의 꼴이 보기 싫었는데 어디 뭇 사내들의 품에 안겨서도 고고할 수 있는지 지켜보지.”
확실히 어투로 보아 복면 여인은 비구니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으음! 시주는 어찌 본니本尼를 알고 있는 것이오? 그리고 대체 누구기에 그런 참혹한 말을 입에 담는 것이오!”
“호호! 네 년이 설마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겠지. 저년을 산채로 잡아라!”
복면 여인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보아하니 복면여인은 기본은 된 악당이었다. 악당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끝을 보기 전에 말이 많은 점이다.
한데 복면여인은 몇 마디 나누다 바로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손에 넣은 후 즐기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난 궁금증이 풀리기도 전에 나서야했다.
‘쩝! 저 연놈을 먼저 잡아야 하는데.’
일대 다수의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적의 우두머리를 제압해야 했다. 그러자면 나중에 나타난 일남일녀를 제압해야 하는데 비구니가 불안했다. 아무래도 그때까지 버텨주지 못할 것 같았다.
더구나 놈들의 무공수위를 몰라 먼저 잡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자칫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별 수 없군. 일단 비구니부터 살려놓고.’
마음을 결정하고 나도 인피면구를 뒤집어썼다. 최소한 비천 놈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무혈음마의 인피면구라 비천의 인물이 알아볼 수도 있었으나 그 점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복면의 역할은 해줄 테니까 말이다.
얼른 인피면구를 뒤집어 쓴 후. 비구니에게 전음을 보냈다.
-적이 아니니 놀라지 말고 듣기만 하시오. 놈들과 마주 상대하지 말고 후방을 뚫으시오. 내가 돕겠소.
일전을 앞두고 기수식을 취하고 있던 비구니의 몸이 잠시 움찔했다. 갑자기 뻗쳐오는 도움의 손길이지만 거부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잡히면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백호기와 함께 내공을 끌어올리며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선공은 비구니로부터 시작되었다. 돌연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고 금빛으로 물든 쌍 장을 치켜들었다.
“타핫!”
청아한 목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앞에서 조여 오는 놈들을 향해 장력을 발출했다.
우우웅!
‘아니 저게 미쳤나? 뒤로 빠지랬더니 왜 앞으로 치고나가!’
비구니가 후방을 공격하면 나도 놈들의 등 뒤에서 협공해 단숨에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치고 나가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 상황에서 뛰어 나가면 비구니는 비구니대로 난 나대로 놈들에게 가로막혀 각각 싸워야 한다. 그래서는 비구니의 안전은 물론 내 안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중이라면 사바세계 인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지! 저렇게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어떻게 사리가 생기겠어.’
이렇게 된 이상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알다시피 난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니까.
아무튼 비구니가 금빛 장력을 퍼부으며 공격하자 복면여인이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흥! 무상금광선공無想金光禪功에 복호곤룡장伏虎困龍掌으로 벗어날 것 같으냐?”
과연 복면여인의 말대로 괴한들은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마주 장력을 뻗어 나갔다.
우우웅
부웅!
괴한들이 발출한 시뻘건 장력과 금광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광!
부우웅!
비구니는 그 반탄력에 몸을 실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가 있는 곳으로 훨훨 날아왔다.
그 모습을 본 복면여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괴한들에게 소리쳤다.
“구전환영보九轉幻影步! 저년을 잡아라!”
어느새 비구니는 등 뒤에서 압박하던 괴한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아차!’
비구니의 생각을 깨달은 난 다급히 몸을 날리며 권을 뻗었다.
“뒈져라!”
쐐애액!
쾌의 묘리가 담긴 백호출동은 비구니를 공격하기 위해 돌아서는 괴한들을 덮쳐갔다. 곧 피곤죽이 되어 나가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비구니의 앞을 막아서며 내가 맡는다고 말하려했다.
그런데.
콰광!
권경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두 걸음이나 물러서야 할 정도의 강한 반탄력이 밀려왔다.
“억!”
쿵! 쿵!
휘릭. 휘리릭.
그 잠깐의 사이 괴한들과 복면남녀는 우리를 다시 포위했다.
척.
두어 걸음 물러나 비구니와 등을 맞대며 속삭였다.
“아미파의 승려시오? 인사는 이놈들을 처리하고 합시다.”
“시주. 만만치 않은 자들입니다. 특히 붉은 장삼을 걸친 두 명은 사람 같지 않은 자들입니다. 조심하십시오.”
“혹시 그 둘이 반혼인이오?”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저 둘에게 사부님과 사숙들이 당했습니다.”
둘이 귓속말을 나누는 꼴을 지켜보던 복면여인이 혀를 차며 비웃었다.
“이런! 이런. 비구니란 년이 알고 봤더니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군.”
“미친년! 어른들 대화 나누는데 방해되니까 냄새나는 입 좀 다물고 있어라.”
“호호호! 말하는 본새를 보니 네놈도 아미일검의 몸뚱이에 관심이 있는 놈이구나. 그렇다면 본녀가 특별히 인심 써, 네놈에게도 맛볼 기회를 주겠다.”
복면녀는 내 욕설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더욱 악독한 말을 쏟아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년이었다.
“흐흐흐!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난 나눠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러지 말고 네 부하들에겐 니 몸뚱이나 제공하지 그래. 우린 그냥 내버려 두고.”
일단 말을 받아주고 있어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며 기회를 엿보았다.
‘이상하다. 분명 피리 부는 놈들은 없었는데?’
비구니도 그랬듯이 먼저 붉은 장삼을 입은 반혼인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뒤를 밟을 때 조종하는 놈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주위에 숨어 있지도 않았다. 무공이 약한 놈들이라 내게 기척을 숨길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선은 반혼인부터.’
하지만 복면녀 역시 오래 말장난을 이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곧바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호호! 재미있는 놈이로구나. 저 놈도 생포해라!”
부웅!
번쩍! 쐐애액.
반혼인과 복면 괴한들의 검, 장, 도가 팔방을 점하며 짓쳐들어왔다.
나 역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던 터.
즉시 반혼인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백호후를 터트리며 첩첩무적권의 최후 초식인 패를 발출했다.
-크와아아아!
“타핫!”
번쩍!
우우웅!
집채만 한 권강이 허공에 떠오르며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짓쳐나갔다.
퍼벅. 푸스스.
순식간에 복면 괴한 네 명을 가루로 만든 권강은 반혼인에게 쏘아져 나갔다.
한데 백호후에 의해 무기력해야 할 반혼인이 멀쩡한 것이 아닌가! 장삼이 으스러져 알몸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최소한 권강에 닿았다는 말인데도 말이다.
콰과광!
“아니! 저건 권강! 혈마 칠, 팔호는 저 놈을 죽이고 혈마 오호는 저 년을 사로잡아라!”
복면녀가 경악성을 터뜨리며 재차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복면남이 네 명의 복면괴한을 맞아 방어에 급급한 비구니를 향해 몸을 날렸다.
부웅!
쐐애액!
‘헐! 저놈들도 강기를! 근데 반혼인이 아니라 혈마인이라고?’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여유가 없었다. 혈마인이든 반혼인든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놈들은 멀쩡한 것으로도 모자라 재차 반격을 해오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한 놈은 장강을 한 놈은 검강을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타핫!”
재차 권강을 펼쳐내 놈들의 공격을 막은 후, 반탄력을 이용해 질풍종횡보를 시전 해, 몸을 뽑아내 앞만 보고 달렸다. 혼자 서서 입만 나불대는 복면녀를 향해.
지금 상황에서 비구니를 구할 방법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다. 잘해야 둘이 손잡고 도망치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비구니를 잡기 위해 복면녀 옆에 있던 혈마 오호라는 놈이 나섰다. 그 결과 복면녀는 혼자 있게 되었고.
물론 복면녀는 설마 내가 혈마 칠, 팔호를 따돌리고 저를 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비구니의 생사를 도외시하면서까지 말이다.
‘비구니야 네년이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라고 했으니까.’
당장 죽이지 않을 테니 나머지는 내 하기 나름이었다. 내가 복면녀를 제압할 수 있다면 더 독한 놈이 이기는 거다.
‘최후의 순간에는 비구니는 포기하면 되니까.’
내가 언제부터 대협이라고 오늘 처음 본 비구니의 목숨에 연연하겠는가. 끝까지 가서 안 되면 다 죽이고 마는 거다.
몸을 뽑아 단숨에 거리를 좁히자 복면녀가 검을 뽑아들며 소리치려 했다. 아마 혈마인을 부르려 했을 거다.
하지만 백호안이 먼저 번뜩였다. 말보다 빠른 것이 시선이니까.
번쩍!
-어흥!
“꺅!”
챙그랑.
복면녀는 백호안에 영향 받아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혈마인이나 반혼인에겐 안 통해도 사람이라면 백발백중이다.
퍼버버벅.
정신 못 차리는 복면녀에게 지풍을 날려 아혈을 제외한 전신혈도를 점하며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