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0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2화
102화. 진짜 나쁜 년
남궁 노괴의 뒤를 따라 걷다 보니 황보 세가의 장원이 보였다.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행선지가 그곳인 듯했다.
“어르신, 여기는 황보 장원이 아닙니까?”
“현판에 쓰여 있지 않느냐? 설마 글도 못 읽어서 묻는 게냐?”
“그럼 어르신께서 절 소개시켜준다는 분이 황보 세가가의.......”
“그래, 이 집에도 나 같은 뒷방 늙은 놈이 하나 있는데 요즘 기고만장해서 원.”
“무슨 일로 감히 어르신의 심기를 거스른 것입니까?”
남궁 노괴가 걸음을 멈추더니 날 쳐다보며 물었다.
“인의단주가 누구더냐?”
불쑥 물어보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황보진진 단주지요.”
“네 직속상관이 아니더냐? 그걸 가지고 그 늙은이가 얼마나 유세를 떠는 지 도저히 눈꼴이 시어 못 보겠더구나.”
아마 심심한 노인네들이 알량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내 새끼가 더 잘났느니 하면서 말이다. 나 때문에 단주직을 포기한 남궁으로선 꽤 자존심을 구겼던 모양이고.
“그럼 절 데려가시면 손해 아닙니까? 갑자기 직위가 바뀔 리도 없는데 말입니다.”
“흐흐! 하지만 황보 늙은이도 네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을 게다. 철혈방과 합심해 암중세력을 물리친 것 말이다. 당문도 팽가도 당했는데 너희는 멀쩡하지 않았느냐?”
“그것도 자랑이 됩니까?”
“아니면 세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는데 제 놈들이 무슨 소릴 할 수 있겠느냐.”
세상이 흉흉한데 참 팔자 좋은 노인네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쩝! 저야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이 알아서 하십시오,”
“흐흐흐! 오냐. 넌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어르신, 어르신도 제 심문 실력에 대해서는 들어서 아실 겁니다.”
“흠. 그런데?”
“이번 기회에 무림맹에 자리나 하나 마련해 주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이미 척살단에 들어가지 않았느냐?”
“이름뿐인 척살단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보다는 정보계통에 자리를 한 번 알아봐주십시오.”
남궁 노괴는 내가 무림맹에 뜻을 두고 있다고 오해를 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무림맹에서 자리를 잡고 싶은 게냐?”
“설마요. 아시다시피 전 남의 밑에 있을 놈이 못됩니다. 개인적으로 조사해보고 싶은 점이 있어서 그럽니다.”
“네놈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보계통은 개방과 제갈세가의 소관이 아니냐? 억지로 집어넣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네가 원하는 직위는 얻지 못할 게야.”
“역시 그렇습니까?”
“더구나 최근에는 개방 거지들이 전부 몰려들어 일손이 넘쳐나고 있어 그나마도 쉽지 않을 게다.”
역시 개방은 비천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거지는 어떡하고 전부 이곳에 왔답니까?”
“거지들이 본거지가 무슨 필요가 있어. 방주가 있는 곳이 본거지지. 그래도 후개까지 데려 온 것을 보면 이번에는 뭔가 작심하고 오기는 한 듯해.”
“후개도 이곳에 왔습니까?”
후개라는 말을 듣자 뒷목이 뻣뻣해져 왔다. 아무래도 그놈과는 빠른 시간 안에 만날 것 같았다.
“그래 한 바퀴 주욱 인사를 돌더구나, 아무튼 알아보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거라.”
“예, 어르신.”
말을 마친 남궁 노괴는 제 집이라도 들어가듯이 황보 장원으로 들어서며 문지기에게 물었다.
“석두 늙은이는 있느냐?”
“예, 어르신.”
문지기 막아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뻔질나게 들락거린 모양이었다. 남궁 노괴는 전각에서 인의단주와 대화를 나누던 늙은이를 발견하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게냐?”
늙은이는 남궁 노괴를 발견하곤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건넸다.
“너야 말로 무슨 시비를 걸러 온 게냐. 옆에 달고 온 덩치는 누구고?”
“처음 뵙겠습니다. 무림공적척살대 백호대주 한 대갑입니다.”
“흥! 네 놈이 그 놈이로군.”
늙은이가 고개만 까딱하자 함께 있던 황보진진이 남궁 노괴를 보고 인사했다.
“남궁 할아버님 오셨어요. 한 대주도 오랜만입니다.”
“오래만입니다, 단주.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습니다.”
과연 전대 중원제일미녀라서 그런지 정말 미인이었다. 젊었을 때는 광견이 만큼 성격이 독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아름다움이 있었다. 특히 처녀와는 다른 돌싱 만의 매력이 더해져 고혹적이었다.
“호호! 고마워요. 그동안 한 대주의 협명은 여기서도 잘 듣고 있답니다.”
남궁 노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다. 인사는 그 정도로 하고 술상이나 봐 오거라.”
“호호! 알겠어요. 남궁 할아버지. 한 대주도 그쪽으로 앉으세요.”
황보진진이 자리를 권하며 하인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했다. 엉거주춤 자리에 앉자 황보 늙은이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네 놈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 노인네는 또 왜 시비를 거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밖으로 티내진 않았다. 남궁 노괴와 야자 하는 것을 보면 한가락 하는 노인네가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죄송합니다. 강호경험이 미천해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황보 늙은이가 남궁 노괴를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네 놈은 여기까지 데려 오면서 내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냐?”
“흥!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놈의 이름이 뭐 대단하다고 일부러 알려 주기까지 할까?”
남궁 노괴가 여전히 알려줄 생각이 없자 황보진진이 전음으로 알려줬다.
-호호! 제 증조부님은 우주제일장 황보진천 태상장로님이세요.
전음을 들은 순간 노인네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이럴 수가!’
나보다 먼저 무림에는 제 스스로 별호를 만든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눈앞의 늙은이 황보진천이었다. 더구나 스스로 만든 별호가 천하제일도 아닌 우주제일이다.
‘확실히 철면으로는 나보다 한 수 위로군.’
창피하지만 난 겨우 천하제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황보진천은 너무 뻔뻔하고 광오하다고 집에서도 내놓은 애물단지였다. 하지만 그런 놈일수록 믿는 한 방이 있는 법. 황보진천도 무공은 별호대로 고강했던 것이다.
‘오늘은 상당히 갑갑하겠구나.’
이런 사람과는 정상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울컥해서 들이박을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니 답답할 수밖에.
어쨌든 두 노인네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난 가능한 노인네들의 대화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주로 황보진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발정난 개도 아닌데 집적댈 수는 없어 자연히 대화의 주제는 최근의 혈겁이었다.
“단주, 요즘 무림맹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정중동靜中動이라고나 할까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당문이나 팽가처럼 피해를 입은 측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하지만 구파가 요지부동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역시 마교를 흉수로 지목하고 있는 것입니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달리 의심할 만한 곳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한 대주의 생각은 다른가 보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네요.”
‘마교에 친구가 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 라고는 할 수 없어 얼버무려 대답했다.
“글쎄요,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그랬습니다. 뭔가 마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제 생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보다 황산파는 어떡하고 있습니까?”
“황산파? 아! 그러고 보니 요즘 구파의 인물들과 부쩍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듯해요. 때문에 구파의 장로들도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역시 당분간은 공적척살대가 할 일은 없겠죠?”
“아무래도 그렇지요. 단원들도 대부분은 본산으로 귀환한 상태니까 말이에요.”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남궁 노괴가 끼어들었다.
“너희들은 젊은 것들이 어찌 그리 고리타분한 얘기나 하고 있는 게냐?”
영문을 몰라 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잉! 됐다. 저렇게 눈치가 없는 놈이 어떻게 화아는 꼬셨는지.”
‘엥? 설마!’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어 황보진진을 쳐다봤다. 민망한 둣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황보 노인네도 힐끔힐끔 날 쳐다보고 있었고.
‘이것 봐라? 정말인가 본데?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손녀사위에게 딴 여자를 소개하겠어?’
아무리 일부다처고 영웅호색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지는 것을 보면 짐작이 맞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 나도 섣불리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남궁 노괴물이 달리 노괴물이던가.
‘아서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남궁 노괴가 날 시험하려 만든 간교한 함정이 틀림없어.’
더구나 내일이면 소림을 만날 텐데 나도 양심이란 게 조금은 있는 놈이었다. 금련이와 광견이, 신녀의 문제만 해도 이미 충분히 미안하니까 말이다.
그냥 눈치 없는 놈으로 찍혀 불편한 술자리를 보내는 편이 여러모로 편했다.
‘될 인연이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당장은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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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그래도 남궁 노괴가 유익한 정보를 알려줬으니까.’
일찌감치 무림맹을 빠져 나와 난주 시내의 객잔을 잡았다. 무림인이 많은 곳이라 조금 한적한 곳에 자리한 곳을 골랐다.
아무래도 소림은 유명한 애라서 사람들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다행이 허름하긴 해도 사람이 별로 없는 객잔을 발견해 즉시 방을 잡고 소림에게 서찰을 보냈다.
‘잡히면 죽인다는 데 누가 제 발로 찾아 가겠냐고. 흐흐흐!’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이라도 좋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밖의 풍경을 벗 삼아 자작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감숙성은 고원지대와 사막과의 접경지대로 무위 주천 옥문 돈황 등 고대 실크로드를 잇는 역사적인 도시가 있는 곳이다.
높은 지대와 험하고 황량한 산지라 내겐 이국적인 분위기지만 적막한 지역이다. 한마디로 창밖으로 볼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밖의 풍경에 질려 시선을 거두려 할 때였다. 쫓고 쫓기는 일단의 무리가 눈에 띠였다. 말했듯이 이곳은 시내에서 벗어난 한적한 곳이다.
‘사냥?’
단순히 십여 명이 한 명을 쫓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쫓기는 인영은 필사적으로 불빛이 있는 시내 쪽으로 들어오려 하지만 쫓는 자들이 교묘히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한 명이 열 명을 유인하거나 아니면 열 명이 무슨 이유에선가 몰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것으로 보아 몰이를 당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아직 소림이 오려면 시간이 있으니까.’
휙.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조심스럽게 쫓는 무리의 뒤를 밟았다.
‘저 놈들은 비천?’
쫓는 무리들은 하나같이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사실 복면이야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느낌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무리 한적한 곳이라도 난주는 무림맹이 있는 곳이다. 이렇게 공공연히 비천이 설치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쫓기는 사람이 누구기에?’
위험부담을 감안하고 모습을 드러내야 했지만 궁금했다.
‘적의 적은 친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