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3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7화
137화. 무저갱은 들어가지 말고 그냥 메우자
‘쩝! 오늘은 별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몇 군데 더 의심스러운 곳을 수색했지만 이렇다 할 것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사경이 넘어 오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여명이 밝아올 시간이었다.
‘장서각藏書閣이라........’
무림맹 내의 서고와는 별도로 군사부에 장서각이 있는 일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갈 세가의 성향으로 보아 책을 모아놓은 곳에서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뒤져볼 곳도 없으니. 마지막으로 살펴보는 수밖에.’
휘리릭. 척.
장서각은 삼 층짜리 건물이었다. 잠입은 쉽게 했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에 걱정이 앞섰다.
‘여길 언제 다 뒤져.’
하지만 난 긍정적인 인간이다. 걱정은 잠시,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다.
‘이런 곳에 비밀이 있다면 당연히 지하일 테지. 그렇다면 일 층부터.’
한 밤중의 장서각은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 경계 무사가 있다 해도 밖에 있을 테니까.
‘군사부 놈들 생각보다 학구파는 없는데?’
밤을 새고 학습열을 태우는 놈은 없었다. 삼 층과 이 층은 그대로 지나쳐 일 층으로 내려왔다. 일층 내부를 대충 살펴보며 기관을 설치할 만한 곳을 추측했다.
‘흐음! 나라면 저곳이지.’
입구 쪽에서 두 개의 서가를 지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서탁이 설치된 공간이 있었다. 서탁은 한 번에 열 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일단 서탁을 살펴보며 밀어보고 눌러보았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지.’
한 걸음 뒤로 물러 살펴보았다. 서탁이 있는 곳이 출입구라면 반드시 동선 안에 개폐장치가 있을 터였다.
‘손으로 열 테니 아주 낮은 곳과 높은 곳은 아닐
테고.......있다!’
두 번째 서가에 어깨 높이보다 조금 낮은 곳에 손잡이 같은 장치가 있었다. 당겨 보고 밀어 보자 기계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그그긍.
서탁이 반으로 갈라지며 밑으로 쑥 꺼져 들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지하로 연결된 계단이 나타났다.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이십여 개의 계단이 끝나는 곳에 화섭자와 손잡이가 있었다.
띵!
화르륵.
화섭자에 불을 붙이고 손잡이를 당기자 다시 기관이 발동되었다.
스르륵. 철컥.
길고 어두운 통로는 건장한 남성 네 명이 한 번에 지나갈 정도의 넓이였다.
저벅저벅.
‘이 통로는 대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 걸까?’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다. 네 번 정도 우회전과 좌회전을 번갈아 가며 반 시진 정도를 걸었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시설은 없고 비밀통로라는 말인데.......이렇게 넓은 통로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다시 반 시진 정도를 걸어가자 통로의 끝이 보였다. 이번엔 석문으로 단단히 막혀 있었다. 물론 석문의 옆에 개폐장치로 보이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석문을 열기 전에 밖의 상황을 살폈다.
‘사람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확실히 서너 명의 인기척이 들렸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청력을 집중하자 전부 네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을 열면 소리가 날 텐데.......’
바로 문 밖은 아니어도 석문이 열리면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다. 문밖이 어떤 곳인지 누가 있는 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문을 열수가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기도 늦었지.’
이젠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공력을 끌어올린 채 석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철컥. 그그긍.
서서히 석문이 열리고 사람이 통과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경공을 펼치며 지체 없이 안으로 뛰어들어 인기척이 있는 곳으로 지풍을 날렸다.
핑! 핑! 핑! 핑!
“어!”
“누구.......”
퍽! 퍽! 퍽! 퍽!
역시 예상대로 무공이 고강하진 않았다. 지풍을 맞고 쓰러지는 놈들에게 다가가 다시 아혈과 마혈을 짚은 후 주변을 살폈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석문 밖은 멀쩡한 건물이나 외부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어두침침한 동굴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알려줄 놈들이 있었다.
‘죽이지 않길 잘했네.’
아무리 무림이라도 죄 없는 자를 함부로 살인할 수는 없는 법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살려두길 잘했다. 더구나 복장을 보니 무림맹 소속의 무사였다.
한 놈의 아혈을 풀고 물었다.
“이곳은 뭐하는 곳이지?”
“다, 당신은 누구요!”
인상을 확 긁으며 물었다.
“네 놈이 아니라도 대답할 사람은 많아. 다시 한 번 질문하지. 이곳이 어디지?”
“이, 이곳은 무림맹의 영세옥永世獄이오. 대체 당신은 누군데 이곳에 침입한 거요?”
“영세옥?”
“그렇소! 당신은 지금 무림맹의 금지에 침입한 것이오! 어서 날 풀어주시오!”
영세옥은 다른 말로 금마동禁魔峒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무림공적을 체포해 가두는 곳이다.
‘아하!’
일련의 일들이 연결되며 머릿속이 환해졌다. 아무래도 비천은 이곳에서 반혼인이나 혈마인의 재료를 공급했던 모양이다.
“네 이름은?”
“영세옥 십이 조장 제갈현승이오.”
놈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흐흐흐! 역시 그렇군.”
“뭣이 그렇단 말이오. 이곳은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니 어서 날 풀어주고 나가시오.”
자신의 힘으로는 날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 같지도 않는 소리로 달래는 놈이었다.
‘이곳이 영세옥이라면 더더욱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지.’
네 놈을 한 데 모아 석문 안으로 집어넣고 석문을 닫았다. 석굴은 두 방향으로 한 곳은 또 다른 석문으로 막혀 있었다.
‘이곳이 입구인 모양이군.’
입구를 확인했기에 기척을 살피며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천연석굴을 가공한 듯 기다란 통로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막다른 통로가 나왔고 석문 앞에 두 명이 기척이 느껴졌다.
핑! 핑!
다시 두 놈을 제압하고 물었다.
“안쪽이 영세옥인가?”
아혈이 풀리자 놈은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침입자다!”
“음파를 차단해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다.”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으으.......무, 무슨 일이오?”
“저 안에 무엇이 있느냐 물었다.”
“그, 그곳은 무림 공적을 가둔 영세옥이오.”
“저 안에는 얼마나 갇혀 있지?”
“그, 그건 모르오! 대체 누군데 그런 것들을 묻는 거요. 이곳은 무림맹의 금지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오!”
좋은 말로 하면 항상 이렇듯 자신의 처지를 잊는다. 하지만 더 물어볼 말도 없어 수혈을 짚었다.
‘자! 이젠 어떻게 한다?’
내가 정의로운 대협이라면 일단 밖으로 나가 이 사실을 만인에게 알리고 사람들과 함께 다시 돌아와 구할 사람은 구하든지 할 것이다.
만일 영웅이라면 당장 영세옥으로 들어가 음모를 파헤치고 분쇄하려 할 것이다. 그러다 대부분은 적에게 당한다.
‘난 대협도 영웅도 아니니까.’
이곳이 반혼인과 혈마인의 산실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
‘세상의 누굴 위해서?’
그렇다고 이대로 나간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확실히 챙겨야 하니까.
‘그렇다면?’
위험하지 않고 놈들의 야욕을 분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갇힌 놈은 전부 무림공적이잖아. 아예 무너뜨려 다 죽여 버리는 거야! 혈마인이야 살아날 수 있다고 해도 조종할 놈이 죽어버리면 소용없으니까.’
다행히 난 석굴을 무너뜨릴만한 위력의 무공을 알고 있고 탈출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렇다면 주저하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석문을 향해 첩첩무적권의 최후초식을 펼쳤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용의주도하게 초식명은 바꿔서 말이다.
“차핫! 백호풍운!”
슈와악.
꽝!
우르릉. 콰광.
일 권에 석문이 박살났다. 석문이 있던 곳이 뻥 뚫리며 시커먼 공간이 나타났다.
“응?”
달려가 살펴보니 아래쪽으로 끝을 알 수 없는 시커먼 공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직도 부서진 석문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걸 무저갱無低坑이라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더 잘됐네. 무저갱은 메우면 되니까.’
벽과 천정을 향해 연달아 권을 날렸다.
“백호풍운!”
우르릉. 꽈광!
“백호풍운!”
퍼벅!
우르릉. 꽈광!
처음 한 두 번은 돌 부스러기만 날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권격에 천정과 벽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듯 쩍쩍 금이 가며 갈라졌다.
지지직. 쩌억!
쩌저적!
그리고는 결국 굉음 소리를 내며 천정이 무너져 내렸다.
풀썩. 우르르릉.
콰과광!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일기충천一氣衝天!”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보며 호신강기를 두르고 경공을 펼쳐 솟구쳤다.
쐐애액!
투둑. 투두두둑
퍼버버벅.
한 줌의 내력으로 하늘을 꿰뚫는다는 경신술이다. 무너져 내리는 돌과 흙들이 호신강기를 두드렸지만 내 몸은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상당히 깊은 곳인가 본데?’
턱!
슈우욱!
떨어지는 돌멩이를 디딤판으로 다시 도약하기를 십여 번. 드디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불쑥!
무너지는 흙더미와 돌 더미를 뚫고 나온 곳은 무림맹의 뒷산의 정상이었다. 이미 여명이 밝아와 세상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내가 튀어나온 산 정상은 마치 분화구처럼 푹 꺼져 있었다. 아직도 여진처럼 곳곳이 들썩거렸다.
‘설마!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놈이 있지는 않겠지?’
잠시 허공에서 내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다 퍼뜩 정신이 들어 특감단으로 경공을 펼쳤다.
‘아차! 내가 지금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산이 하나 무너져 내리며 영세옥이 파묻히는 대 소동이 일어났다. 군사부는 물론 맹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달려올 것이다. 사정을 대충 알 수 있는 군사부의 놈들은 그 틈을 타서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특감단에 도착해 즉시 비상을 내려 대주들을 소집했다. 백리산산에게도 전갈을 보내 군사부의 외곽을 포위하라고 전했다.
채 반시진도 되지 않아 세 명의 대주와 특감단원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집결했다.
“지금 즉시 군사부로 이동한다!”
“충!”
@
“문을 열어라!”
화산신룡의 외침에 굳게 닫혀 있던 군사부의 문의 열렸다.
삐이꺽.
벌컥.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가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백호후를 펼쳐 명령을 내렸다.
“백호대는 출입구를 봉쇄하고 천무, 인의대는 군사부를 수색하라! 감찰에 비협조적이거나 반항하는 자는 즉시 체포하라!”
“충! 백호대는 나를 따르라!”
검후가 포권과 함께 백호대원을 데리고 출입구를 봉쇄하러 이동했다.
“충!”
화산신룡과 황보진진 역시 각자의 대원들을 인솔해 군사부의 건물로 진입했다. 마지막으로 난 제갈유의 거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잠에서 깨어 달려 나온 군사부의 무인들은 살벌한 기세에 그저 지켜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몰려있던 군사부 무사들이 그만큼 물러나며 길이 열렸다.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제갈유의 거처에 도착했다.
바로 제갈유의 침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제갈유의 대역무사가 제압당한 상태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