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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3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6화

136화. 또 이 짓을 해야 하다니.

 

 

 

 

 

상 장로의 듬직한 한 마디는 마음속 한편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찝찝함마저 사라지게 했다.

‘그렇다면? 흐흐흐! 더 이상 시간 끌 필요는 없는 건가?’

너무 오랫동안 맹 내에만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인연도 악연도 생기는 법. 그동안 무림맹에서 얻을 것은 기대 이상으로 전부 얻었다.

이젠 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무림맹을 벗어나야 할 시기였다. 군사부의 제갈 씨족들만 처리하고 나면 일단 무림맹에서 드러난 비천의 세력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마침 혈왕유전의 회수를 맡았으니 외부에 명성을 드높일 기회였다.

‘제갈세가의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쳐야 할 테니 서둘러야겠군.’

놈들이 돌아갈 집도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배수의 진을 치고 극렬하게 저항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측의 피해도 상당하게 된다.

알다시피 난 아슬아슬한 승리는 원하지 않는다. 뭐든 일방적이고 확실한 승리를 선호한다.

‘쩝! 괜히 세 노인네를 내보냈네. 상 장로도 없어 전면전을 벌이기는 많이 불안한데.’

절대고수의 부재로 일단 전면전이라는 선택지는 아예 없다고 봐야 했다.

‘비록 무림맹이지만 이곳이라고 혈마인이 없으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막말로 놈들이 혈마인 몇 구만 풀어놓으면 학살을 당하는 쪽은 오히려 우리가 될 테니까 말이다. 절대 고수의 부재가 이번처럼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제길! 별 수 없이 또 담을 넘어야겠군. 이젠 사회적 체면도 있어 웬만하면 쪽팔리는 짓은 하지 않으려 했건만.’

나도 벌써 등 따습고 배부른가 보다. 쉽고 간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겨우 체면 때문에 망설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래서 개구리 올챙이 때를 기억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짧은 자아비판과 반성 후에 백리산산과 각 대주들을 불렀다.

“단주, 무슨 일이십니까?”

“각 대주들은 은밀히 대원들을 동원해 내일 밤 군사부를 포위하시오.”

“드디어 군사부를 감찰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하지만 반드시 은밀히 행동하면 내 명령을 기다려야 하오.”

“충!”

대주들이 준비를 위해 물러나자 남아있던 백리산산이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서두르시는 건가요? 역시 혈왕유전 때문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소.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혈왕유전은 가짜라고 하오.”

“호오! 대체 그 소식통이 누구이기에 단주님께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눈을 반짝이며 묻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말실수를 한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백리소저도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불렀소이다.”

“제가요? 글쎄 일개 보조인 제가 단주님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림맹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오.”

백리산산이 낯 간지럽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호호호! 알았어요. 공치사는 더 이상 안 할 테니 그런 재미없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럼 제가 무림맹을 위해 할 일이 뭔가요?”

“이 시간부로 백리소저를 출정하는 오개 단의 부대장으로 임명할 것이니 내일 출정식이 끝나는 대로 바로 대원들을 이끌고 군사부를 포위해 주시오.”

“군사부를요? 그건 총대장인 단주님이 하시면 되는 일이잖아요.”

“내가 하루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해서 하는 말이오.”

“군사부를 치신다면서 자리를 비우신다고요? 내일 출정식도 있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전부 관련이 있는 일이오. 나 역시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소저께 이렇게 부탁하겠소이까?”

아무리 백리산산이라도 암살하러 간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백리산산이기에 더욱 사실대로 밝힐 수 없었다. 나중에 곰탕 우려먹듯이 우려먹을 애니까.

“호호호! 뭐 남궁화소저의 보조에서 총부대장으로 파격적으로 승격했는데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겠죠. 안 그래요? 총대장님.”

“오개 단은 특감단의 후방에 폭넓게 포위망을 구축해 주시오. 부대장만 믿겠소이다.”

“호호! 물론 저희도 은밀하게 행동해야겠죠?”

“당연한 일이오.”

내 편이라고 생각하니 얄밉기도 하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는 애였다.

 

@

 

휘리릭. 척.

군사부에 화경고수의 잠입을 알아차릴 수 있는 무인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담을 넘어 잠입했다.

이미 침투로는 숙지한 상태였고 제갈 유가 머무는 곳도 파악해 두었다. 조심스럽지만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제갈 유의 침실을 향해 소리 없이 이동했다.

오늘의 목표는 제갈 유와 제갈 씨를 쓰는 다섯 명의 부 군사들의 암살이었다. 전부 없앨 생각이지만 순서는 역시 우두머리부터다. 괜히 아랫놈부터 없애려다 진짜 없애야 할 놈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는 싶지는 않았다.

‘또 금적금왕이라고 했으니까.’

휘릭. 척.

침실 안에는 고른 호흡소리가 들렸다. 원래 독수공방하는 놈이라 혼자 자는 모양이었다.

‘흐흐! 있군. 하지만 놈도 강심장이군.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저리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야.’

스르륵.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상으로 접근해 놈의 얼굴을 확인했다.

‘맞군!’

퍼버벅. 퍽퍽.

재빨리 아혈을 제외한 전신 혈도를 짚었다. 내공을 끌어 올려 기막氣幕을 만들어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한 다음 복면을 벗고 놈을 깨웠다.

찰싹찰싹.

“.......헛! 누구냐?”

잠에서 깨어나 나와 눈동자가 마주치자 놀라 물었다.

‘누구냐? 어라 나를 몰라?’

제갈 유는 나와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또 최근 놈을 가장 괴롭히는 사람이 난데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혹시 잠이 덜 깬 건가?’

사실 머릿속은 벌써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몰라 한 번 더 확인해봤다.

“흐흐흐! 네 놈 손에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하러 찾아왔다.”

“이놈! 이곳이 어디라고! 이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고래고래 소리치는 놈을 보며 제갈 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어디!’

놈의 목덜미를 살펴봤다. 나 역시 면구를 써봐서 어디가 어색한지 알고 있었다.

‘역시!’

과연 피부색이 다른 곳이 있었다. 그곳을 잡아 당기자 고무줄처럼 주욱 늘어났다.

찌이익.

면구를 벗겨내자 전혀 새로운 얼굴이 드러났다. 위장이 발각되어 놀랐는지 고함소리가 쑥 들어갔다.

“제갈 유는 어디 있나?”

“으으! 나, 난 모른다!”

“모르면 죽어야지.”

“사, 사실이오! 난 정말 모르오. 난 그저 대역 무사 일뿐이오.”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것으로 이미 짐작한 일이었다. 문제는 제갈 유의 생사여부였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인피면구란 죽은 사람의 얼굴을 벗겨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제갈 유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말인데.’

불과 며칠 전에도 만나 대화를 나눈 제갈 유다. 물론 지금의 이놈과는 다른 놈이겠지만. 그 자가 진짜 제갈 유인지 아니면 또 다른 대역무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러면 정말 골치 아파지는데?’

제갈 유가 살아있어도 죽었어도 문제였다. 지금까지 내가 추리하고 확신하고 있던 많은 일들이 틀렸다는 뜻이니까.

특히 제갈 유가 죽었다면 문제가 컸다. 물론 그동안 제갈 유의 행세를 한 놈 역시 비천의 일원이겠지만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비단 제갈 세가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 다른 문파의 장문인이나 핵심 인물이 비천의 인물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제발 살아있어라.’

그나마 큰 틀이 바뀌지 않으려면 반드시 제갈 유가 살아있어야 했다.

“네 놈도 비천의 인물인가?”

“아, 아니오! 난 비천이 무언지도 모르오!”

의연하지 못한 태도로 보아 중요인물은 아니다. 그런데 비천이라는 말을 태연히 입에 담고 있었다. 놈은 그저 삼류 대역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백호안을 시전 하며 질문했다.

“제갈 유의 대역이 얼마나 더 있는 건가?”

“모, 모르오. 난 얼마 되지 않았고 침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임무요.”

“언제부터였지?”

“사, 삼 개월 전부터였소.”

몇 가지 더 질문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놈은 결코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며 잠에서 깨면 즉시 면구를 벗고 경비무사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면구가 더 있다는 것인데.’

제갈 유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유일한 정보라면 정보였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군사부 전체가 한 통속이 아니라면 어딘가 비밀통로가 있을 텐데.’

아쉽게도 대역은 비밀통로의 존재를 몰랐다. 하지만 특별한 방법으로 교대하는 것도 아니라면 침실과 연결된 비밀통로가 있을 것이다.

‘쩝! 골치 아프겠는데.’

알다시피 제갈 세가는 무공보다는 진법과 기관으로 유명한 가문이다. 놈들이 설치한 기관이라면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해봐야지 어쩌겠나.

‘흐음!’

대역의 수혈을 짚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침실이었다. 군사의 침실답게 한 벽면을 온통 차지하는 책장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응! 침실에 책장이?’

조명이 발전한 현대라면 책을 읽다 잠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조명은 아직 유등油燈이다. 자칫 잠이라도 들면 화재가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침실에 저만한 책장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지.’

가장 흔한 방법인 책장에 꼽혀 있는 책을 한권씩 빼어 보았다. 꽤 시간이 걸려 마지막 권을 뽑아도 책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지, 이 쪽에서 여는 것이 아닐 수도.’

대역이 비밀통로로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역이 들어오는 것이다. 반대편 쪽에서 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부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듯했다.

‘쩝! 정말 힘으로 열어야 하나?’

책장을 부수는 순간 침입사실도 발각되는 일이라 지금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책장의 한편을 밀어보았다.

스르륵.

‘어라?’

책장이 회전문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간단하고 일반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갈이라는 이름 때문에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어렵게 생각한 것이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이란 말인가?’

괜히 겸연쩍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자위하며 돌아가는 책장을 밀고 들어갔다. 통로는 길지 않았고 막혀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다른 곳으로 통하는 곳일 것이다. 반대편의 기척을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밀었다.

스르륵.

다시 회전문이 돌아가고 넓은 서탁과 책으로 가득 찬 곳이 나왔다. 구조상 놈의 집무실이 틀림없었다.

‘허! 이러면 안 되는데.’

비밀통로 밖이 겨우 집무실이라니.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건진 것 하나 없이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곳을 수색해 봐야 하나?’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진 않았지만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제갈 유의 생사가 불분명한 이상 다른 제갈 씨를 없애는 일도 애매했다.

‘놈들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뭔가 건져보자.’

복면을 뒤집어쓰고 집무실을 나가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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