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3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5화
135화. 내 뜻대로 안 되는 일
맹랑한 백리산산의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 대꾸할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고, 늘 해왔던 일이지만 남이 콕 꼬집어 말하니까 듣는 사람 기분이 묘했다.
‘참나! 얜 도대체 뭘 보고 자라왔기에.......’
나야 삶이 고달프고 피곤해서 인성이 망가졌다고는 해도 그녀는 금수저가 아닌가?
‘근데 사고방식이 어째 나랑 그리도 똑 같은지.’
스무 살 가녀린 소녀가 생각하는 것은 꼭 남자 한 대갑이었다. 그녀의 비뚤어진 인성에 연민과 동정심이 샘솟는 차에 부단주들이 들이닥쳤다.
“단주! 새벽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단주님! 출동인가요?”
화산신룡을 필두로 황보진진과 검후까지 세 대주들이 모두 모였다. 꼴을 보아하니 이들 역시 자다말고 일어나 영문도 모른 채 달려온 듯했다.
“아니요. 일단 진정하고 자리에 앉으시오.”
“예, 단주.”
의아한 얼굴로 날 쳐다보기에 백리산산에게 설명하라고 턱짓했다.
“세대주님들 오늘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혈왕의 유물로 보이는 혈왕.......”
백리산산의 입에서 혈왕이라는 단어나 나오자마자 화산신룡이 경기라도 일으키듯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뭣이! 단주! 정말 혈왕의 유물이 나타났단 말이오!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천무대주, 진정하고 백리소저의 설명을 마저 들어보시오.”
“죄송합니다, 단주. 워낙 놀라운 일이라서 그만.......”
“괜찮소이다. 나 역시 놀랐으니까. 백리소저, 어서 마저 설명해 주시오.”
“예, 단주님. 혈왕유전과 혈왕갑은 제일 처음 산서성의.......”
“아! 그런 일이.”
백리산산의 설명이 끝나자 세 사람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곧 각 파는 물론 무림맹에서도 무언가 조치가 내려질 것이오. 그때까지는 특감단원들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각 대주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오.”
“충!”
이들은 지시를 내려야할 대상이지 대책을 논의할 상대가 아니었다. 일단 내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는 단원들의 단속이 우선이었다.
대주들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을 들은 세 노인네가 찾아왔다. 황보 노인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도 전에 질문부터 던졌다.
“너도 소문은 들었겠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찾아뵈려던 참이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화매도 불러 올 테니 잠시 앉아 차라도 드시고 계십시오. 백리소저, 미안하지만 세 분 어르신께 차 좀 내주시오.”
“알겠습니다, 단주님.”
세 노인에게 차를 권한 후 남궁을 데리고 나왔다. 남궁과 백리산산, 세 노인네라면 의논의 상대로 충분했다.
그동안 백리산산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는지 세 노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할아버지, 오셨어요. 남궁화가 두 분 사숙조를 뵙습니다.”
“그래, 오느라고 고생 많았다. 한데 넌 어째 장원에도 들르지 않고 이곳에 있는 게냐? 아무튼 애지중지 키워봐야 사내를 알게 되면 다 소용없다니까.”
남궁 노괴의 말에 황보 노인도 거들고 나섰다.
“오냐,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에잉!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아미타불!”
인사를 오래 끌어봐야 내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자, 회포는 나중에 푸시고 어르신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혈왕유전이 진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르신들은 혈왕지겁에 참가하셨으니 누구보다 잘 아실 것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내 질문에 남궁 노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지금 나타났느냐가 문제지.”
“혈왕이 남긴 심득이라면 전 무림이 달려들겠지. 나도 호기심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아미타불.”
물욕이 뿜뿜 넘치는 무광스님의 발언에 황보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암! 혈왕의 무공은 천외천이었으니까.”
내게 설명을 듣고 나온 남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커져만 갈 것이에요. 무림맹이 나서든 구파나 세가가 나서든 진위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빨리 회수해야 해요.”
“무림맹? 어느 세월에. 그리고 그깟 놈들이 나서서 뭘 할 수 있다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와 소림이 나서야지.”
황보 노인의 말에 무광스님도 동의했다.
“황보 시주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네. 소림과 황보세가가 나서 하루빨리 회수하여야 할 것 일세. 아미타불.”
“두 분 모두 정말 일말의 사심도 없이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일 회수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그거야 가주가......”
“장문인이 정할 일이네. 아미타불!”
말과는 달리 두 늙은이 모두 사심이 가득한 모양이다.
‘그래, 괜히 나서지 말고 차라리 이들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지도.’
사실 진품일 확률은 일할도 되지 않는다. 괜히 무리까지 해가며 내가 나서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벌써 소림이나 황보세가는 움직였겠지요?”
“연락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렇지 않겠느냐? 더 이상 무고한 중생들이 희생당하는 것은 막아야 할 테니. 아미타불.”
평소 쓰지 않는 불호를 연신 외우는 무광스님을 보니 소림은 벌써 나선 듯했다.
“하지만 본산에 대한 방비를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비천의 음모라면 반드시 노리는 것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차라리 세 분이 직접 가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
“아미타불!”
남궁 노괴 마저 얼굴이 확 피는 것을 보면 세 노인네 모두 엄청 가고 싶었나보다.
“예, 세 분 정도는 되어야 회수가 가능할 것 아닙니까?”
“아무렴. 당연한 소리지. 하지만 우리가 전부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느냐?”
말과는 달리 남궁 노괴의 엉덩이는 벌써 반쯤 일어서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다는 듯이.
“대신 세 분이 회수하게 되면 반드시 무림맹으로 가져오셔야 합니다. 그럴 수 있겠습니까?”
“무림맹으로 가져 오라고?”
“예, 그 점만 약속해주신다면 당장 출발하셔도 좋습니다.”
세 노인네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러더니 곧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셋이라면 어느 하나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약속하마!”
“아미타불!”
“으하하하! 나만 믿어라.”
“좋습니다. 그럼 세 분만 믿을 테니 최대한 빨리 회수해 주십시오.”
그렇게 세 노인네가 떠나가자 접객청에는 백리산산과 남궁만이 남았다. 무심결에 나란히 앉은 둘을 쳐다보다 아차 싶었다.
‘이런! 나도 같이 빠져나갔어야 하는데.......제기랄!’
당황하면 사정은 더욱 나빠질 뿐. 마치 처음부터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듯이 태연히 입을 열었다. 보통은 잡은 물고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는 무조건 집고기를 배려해야 한다.
“주매, 백리소저와는 안면이 있겠지? 총관부 감찰을 주매에게만 맡기면 너무 벅찰 것 같아 백리소저에게 부탁했으니 서로 협의하며 처리해 줘.”
“백리소저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호호! 지봉 남궁화 소저라면 저 없이도 가능하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역시 둘은 아는 사이였다. 돌연한 소개에도 태연히 받아주는 백리산산을 보며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나이나 두뇌가 뛰어난 점은 두 사람이 비슷했지만 남궁의 경우 책으로 배운 지식이고 백리산산은 살아있는 지식이었다. 순진한 면이 있는 남궁이 백리산산을 상대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떨결에 남궁의 보조로 전락한 백리산산이지만 서운한 감정을 숨긴 채 환한 미소를 보였다.
‘정말 보통이 아냐? 소림이라면 얘를 다룰 수 있으려나?’
두 사람에 비하면 한없이 뇌가 순박한 소림이지만 연애나 관계에 대한 이해는 남달랐다. 더구나 금련이나 광견이에게 언니 소리를 들을만큼 강단이 있었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남궁과 인사를 나눈 백리산산이 내게 물었다.
“한 단주님, 단주님은 정말 혈왕유전을 세분에게만 맡길 생각이세요? 무림맹에서도 나설 텐데 말이에요.”
내 부하가 될 애들을 죽게 만들 것이냐는 뜻이다.
“저도 할 수만 있다면 가가께서 얻었으면 해요.”
남궁까지 거들고 나섰다. 얘들은 진품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내가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제 남자가 잘나면 지들도 좋으니까.
“그들이라면 나도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 걱정 마시오. 헛된 피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테니.”
“호호! 단주님이 그러시다면야. 한데 단주님은 혈왕유전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 마치 가짜라고 확신이라도 하시듯 말이에요.”
“그렇소. 난 음모 쪽에 비중을 두고 있소. 더구나 지금 내가 무림맹을 비우면 좋아할 놈이 누구겠소? 군사부를 없애기 전에는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이오.”
또 내가 참가한다고 반드시 얻는 다는 보장도 없었다. 보물에는 임자가 있는 법.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세 늙은이가 얻지 못한다면 내가 가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렇기는 해도 과연 상황이 단주님의 의중대로 흘러갈까요?”
“어쨌든 먼저 나서지는 않고 지켜볼 생각이오. 맹주나 장로들이 뭔가 조치를 취할 테니.”
“알았어요. 단주님.”
백리산산도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은 벌이고 싶지 않은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혈왕유전으로 인해 무림맹은 소란스러워졌다. 구파와 세가의 경우 본산에서 주도해 움직이기에 무림맹 파견인원들은 동요는 하고 있어도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소문파나 일반 무사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어갔다. 이에 맹주는 급히 장로회의를 소집했다.
장로회의에는 군사인 제갈유는 참석했지만 특감단주인 난 참가자격이 없었다. 때문에 난 결과를 전해 들어야 했다.
회의 결과 무림맹 산하 오대 무단이 전부 출동하게 되었다. 물론 출정하는 오대무단은 전부 백리산산의 손길이 닿은 곳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오대무단을 지휘를 만장일치로 내게 맡겼다는 것이었다. 맹주의 경우 백리산산의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고 장로원 역시 나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백리산산의 말대로 됐군! 문제는 제갈유가 날 찬성했던 이윤데.’
회의의 분위기상 밀려서 반대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제갈유가 먼저 날 추천했다고 했다. 결코 호의를 가지고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설마 이제와 잘 지내보자고 화해를 청하는 것은 아닐 테고. 대체 놈이 날 굳이 무림맹 밖으로 보내려는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라 답답하기만 했다.
‘어쨌든 놈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지.’
@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금련이에게 받은 호각을 불었다.
삐이익-
날카로운 소리가 밤하늘에 길게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 속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는 무서운 속도로 내 어깨위로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쐐애액.
턱!
비둘기 보다 조금 큰 덩치의 새하얀 빛깔의 새는 천리신응千里神鷹이라는 매과의 영물이었다. 본래는 사황련의 정보각에서 전서응으로 사용하던 것을 내게 빌려준 것이다.
혈왕유전이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 상 장로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고 지금 그 답장을 가지고 온 것이다. 천리신응의 발목에는 서통이 매달려 있었고 열어보니 상 장로의 필체로 넉 자가 쓰여 있었다.
멸滅. 위僞. 음모陰謀.
‘역시. 가짜였어.’
멸은 제갈세가를 멸문시켰다는 뜻이고, 위는 혈왕유전이 가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