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2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29화
129화. 뇌도 천재네
무림맹의 조직은 일원삼부오각一院三府五閣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원은 당연히 장로원이고, 삼부는 맹주부, 군사부, 총관부를 일컫는다.
언급한 순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맹주부는 장로원보다 순위가 낮았다. 겨우 군사부나 총관부와 같은 항렬이니까 말이다.
각 부의 부주는 같은 항렬이니 결국 맹주의 지위 역시 군사나 총관부주와 동급이라는 뜻이다. 그 역시 처음부터 장로원의 입김이 들어간 결과였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일은 총관부주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자신들이 제일 기부를 많이 하고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는 자리인데도 말이다.
이 또한 구파와 세가의 눈치 싸움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 만큼 서로 양보를 하지 않아 결국은 제 삼의 인물을 골라야 했으니까.
그렇게 임명된 총관부주는 공교롭게도 황산파의 속가에서 나왔다. 황산파는 아직은 구파는 아니었고 세가만큼 위세가 큰 명문대파였으니까 조건에 부합했던 것이다.
그런 총관부를 눈앞에 두고 서 있었다. 말이 부였지 이곳 또한 하나의 독립된 장원이었다. 그것도 가장 규모가 큰.
총관부는 다른 곳과는 달리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짐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과연 무림맹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고 하더니.”
“그렇습니다, 단주. 맹 내에서 가장 큰 장원입니다.”
“자, 들어갑시다.”
“충!”
저벅저벅.
앞장 서 총관부로 들어갔다. 가슴에 감찰이라고 수가 놓인 단복을 입고 있어 특별히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특감단의 소문 때문인지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수근 거렸다.
“상 장로는 천무대를 데리고 회계각의 압수, 수색을 실시하시오.”
“충!”
천무대는 척살단의 천무단을 말한다. 단에서 대로 격하됐지만 시비 거는 놈은 없었다. 이름뿐인 척살단 보다는 지금이 더 위세가 높았으니까.
“황보 부단주와 인의대는 나를 따라 황룡각을 접수한다.”
황룡각은 대총관인 진유학의 집무실을 비롯한 총관부의 중추적인 부서들이 몰려 있는 건물이었다.
“충!”
인의단도 그대로 인의대가 되어 황보 부단주가 이끌고 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검후가 이끌 부대의 이름은 백호대로 정했다.
인의대를 이끌고 황룡각에 도착해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즉시 대총관 진유학을 비롯한 일곱 명의 총관을 전원 체포하라! 체포사유는 횡령 및 수뢰 혐의다.”
이번에는 정보각과는 달리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맹주와 거의 동급인 대총관이지만 황산파의 끄나풀을 봐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충!”
인의대원들이 건물로 사라지자 곧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개중에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막무가내식의 진입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총관부의 무인 중에 대원들을 막을 만한 실력자는 없었다. 대원들에게도 사정 봐주지 말라고 주문해 바로 진압되었다.
휘릭. 척.
인의대원들이 하나, 둘 총관들을 체포해 나왔다. 마지막으로 황보 부단주가 건물에서 나와 보고했다.
“충! 단주, 대총관과 일 총관이 자리를 비워 다섯을 체포하는데 그쳤습니다. 다음 명을 내려주십시오”
“즉시 대총관과 일 총관에 대해 추포령을 내리시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 역시 같은 죄를 물을 것이오!”
“충!”
“나머지 대원들은 황룡각의 모든 인원을 구금하고 자료를 압수하시오.”
“충!”
“황보 부단주는 다섯 총관을 데리고 집무실로 따라오시오.”
다섯 명의 총관들은 마혈을 제압당한 채 대총관 집무실로 끌려왔다.
“너희들 중 누가 선임인가?”
내 질문에 말상의 육십 대 노인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특감단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것이 아니오? 우리가 무얼 잘못했다고 누명을 씌우는 것이오!”
“당신이 선임인가?”
인상을 팍 쓰며 다시 묻자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제 이 총관 마상기요.”
“대총관과 일 총관은 어디에 있지? 벌써 도주한 건가?”
“도주는 누가 무엇 때문에 도주를 한다는 말이오. 두 분은 지금 맹주부에 보고차 가시었소.”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쯧쯧! 보아하니 이곳에 있는 다섯 총관은 버려진 모양이군.”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는 것이오.”
이 총관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에 힘이 없었다. 이문에 밝아 이 총관까지 된 그였다. 지금의 상황으로 충분히 불안해 지고 있을 것이다. 단지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고.
“이 총관, 어디 나와 내기 한 번 해 보겠소?”
“이런 상황에서 무슨 내기를 한단 말이오?”
“난 대총관이 맹주부에 가지 않았다에 걸겠소이다. 그리고 만일 내가 진다면 당신들은 전부 풀어주겠소이다. 어떻소? 해 볼 생각이 있소이까?”
이 총관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건을 물어왔다.
“내가 진다면 무얼 걸어야 하는 것이오?”
“당신들이 대총관과 일 총관의 장부와 압수된 자료들을 조사해 주시오. 어떻소? 괜찮은 조건이 아니오?”
니들 죄는 용서해 준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어 이익이었고.
막말로 특감단 단원 전부 매달려 장부를 뒤져봐야 자금의 흐름을 찾아내진 못할 테니까 말이다. 알다시피 특감단원들은 무공 바보들이니까.
‘믿을 걸 믿어야지.’
과연 내 조건을 들은 이 총관의 안색이 밝아졌다. 한 가닥 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총관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물론 다른 총관들 역시 같은 생각일 테니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좋소이다. 만일 대총관과 일 총관이 오늘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 다섯은 단주의 조사에 최선을 다해 적극 협조하겠소이다.”
“좋소이다. 불편하더라도 내기가 끝날 때까지는 참아 줘야겠소이다.”
“알겠소이다, 단주.”
살 길을 열어주자 고분고분해지는 총관들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황룡각에 총관부의 각종 문서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필요도 없는 문서일 테지만 모조리 끌어 모았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대총관의 집무실을 차지하고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황보 부단주가 찾아왔다.
“단주.”
“어서 오시오. 벌써 다 끝난 것이오?”
“아닙니다, 단주. 백리산산 소저가 찾아와 단주님을 뵙고 싶다고 하는데 어찌할까요?”
“백리산산이?”
또 올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루 만에 찾아 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찾아온 장소와 시기도 좋지 않았다. 난 지금 업무 중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금 실망했다.
‘백리산산이 그렇게 개념 없는 애 같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만나자고 한다고 바로 만나주기도 싫었다. 밀당이 아니라 단원들에게 말발이 안서니까 말이다. 단주인 내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어떻게 감사업무를 할 수 있겠냐?
“부단주, 보다시피 지금은 업무 중이니 나중에 찾아오라고 전해 주시오.”
“단주, 저도 그렇게 말했지만 백리 소저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뵈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단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백리산산이 내 일에 도움을 준다고 했단 말입니까?”
“예, 단주님.”
“흐음! 무슨 도움일지 일단 만나나 봅시다. 들여보내주시오.”
“알겠습니다. 단주.”
황보 부단주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리산산이 들어왔다. 오늘은 하얀 무복 차림이었는데 몸의 굴곡이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몸매 자랑하러 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년이!’
속았다는 생각에 찌푸려진 내 얼굴을 본 백리 산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호호! 단주님께선 제가 찾아온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요.”
“글쎄, 그건 백리 소저께서 한 모에게 무슨 도움을 줄 지에 달렸지요.”
시큰둥한 말에 오히려 교소를 터뜨리는 백리 산산이었다.
“호호호! 서운하네요. 전 단주님께서 총관부로 향하셨다는 말을 듣고 한 달음에 달려왔는데 말이에요.”
이러니 더 짜증이 날 수밖에.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백리 소저가 그렇게 달려온 이유가 뭐냐는 말이오?”
“어머? 왜 도우려온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그러세요.”
얘가 또 인내심까지 시험하고 있다. 난 빙빙 돌려 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스무 살짜리 애한테 속 좁은 것을 들키고 싶지도 않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물었다.
“짜증내 미안 하외다. 보다시피 할 일이 많아서. 그래 백리 소저께서는 어떤 일을 도와줄 생각이시오?”
“호호호! 단주님이 총관부를 사찰하시는데 가장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 드릴까 합니다.”
“가장 곤란한 문제? 그게 뭐요?”
솔직히 이번에는 조금 흥미가 생겼다. 과연 백리산산이 무얼 말하는 것이며, 무슨 대책을 가져 왔는지 궁금했다.
백리산산은 내 표정의 변화를 읽었는지 은근슬쩍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제 자랑 같지만 전 숫자에 무척 밝은 편이에요. 한 번 슬쩍 보아도 암산이 가능하고 장부를 볼 줄도 알지요. 어때요? 이만하면 단주님께 도움이 될 것 같은가요?”
역시 백리산산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단원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호오! 백리소저는 미인인줄만 알았는데 두되도 아름다운 사람이었구려. 하지만 본인이 그 대책도 없이 총관부를 사찰했을 것 같소이까?”
“물론 현명하신 단주님이라면 해결책이 있겠지요. 호호! 만일 저 같으면 총관부의 몇몇을 회유하겠어요.”
니 말이 맞는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계속해보라고 눈짓을 보냈다. 백리산산은 이 때다 싶었는지 바짝 다가앉아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별 내용도 아닌 것을 마치 비밀 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단주님은 그들을 믿을 수가 있나요? 그들이 거짓보고를 해도 모르면 지적할 수 없잖아요. 봐도 모르니까.”
달콤한 목소리로 귓가를 간질이던 백리산산이 어느새 턱 밑에서 고개를 들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얘가 왜?’
백리산산의 말대로라면 미모에 두뇌까지 갖춘 일세재녀一世才女라는 말이다. 그런 애가 빤히 보이는 수법으로 유혹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나야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지만 얘는 모르니까 말이다.
‘역시 맹주가?’
맹주가 나를 야망의 도구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말했듯이 정략이 판치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이미 내 곁에는 무시할 수 없는 소림과 남궁이 있었다.
‘그만큼 백리산산을 믿는다는 뜻인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봐도 상당히 매력적이니까.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자.’
나도 빤히 마주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난 백리 소저를 어째서 믿어야 하는 것이오?”
백리산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말했다.
“전 단주님께 밉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바로 턱 밑에서 미녀가 달콤한 향기를 풀풀 날리며 나풀대고 있었다. 백 프로 안아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걸 확!’
초인적인 정력을 지니지 못한 놈들은 바로 사고를 쳤을 것이다. 물론 참았다고 자랑도 아니지만. 하지만 밖에서 듣고 있을 황보 부단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광견이가 알면 죽이려 들겠지?’
소림과 남궁의 얼굴도. 광견이와 금련이, 신녀의 얼굴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고. 나도 몰래 조금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러자 일순 백리산산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생겨났다. 얘도 아는 거다.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