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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2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23화

123화. 벽은 무슨. 기분만 좋던데.

 

 

 

 

 

몰입沒入

리드미컬한 불경의 독음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상태로 운기에 몰입했다.

‘이럴 수도 있나?’

층층무적공은 전진이라는 도가에 뿌리를 둔 무공이다. 그런데 불경과도 조화를 이루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류귀종萬類歸宗이라는 말인가?’

-공즉시색색즉시공空卽是色色卽是空.......

마침 혜운스님이 내가 아는 유일한 불경의 구절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가끔 제대로 된 뜻도 모르고 농담처럼 사용하던 구절이다.

그런데 지금 그 구절이 마치 화인火印처럼 뇌리에 새겨지며 전율이 일었다.

번쩍!

그 순간 삼생의 삶을 관통한 하나의 어두가 떠올랐다.

-나는 누구인가?

한 순간 지나온 삼생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전전생의 야쿠자였던 한대갑의 삶과 전생의 경찰인 한대갑의 삶.

또 이곳에 떨어져 근 일 년 간 살아온 무인 한대갑 삶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라졌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달랐어도 셋 모두 인간 한 대갑이다.

-나는 나일뿐인데.

콰광!

순간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이 뇌리를 관통하며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뇌리에서 현실을 망각하고 세상이 사라졌다. 뇌리에선 휘황찬란한 광채가 끊임없이 폭죽처럼 터지며 극상의 쾌감을 느꼈다.

극한상황에서 욕망을 느끼더니 이젠 운기를 하며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물론 욕망을 해소하고 느끼는 쾌감과는 또 다른 종류의 쾌감이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마치 세상과 내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듯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졌다. 난 어느새 또 하나의 나를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듯이 덤덤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나는 뼈는 물론 모든 장기와 실핏줄까지 전부 보이는 투명한 나였다. 투명한 내 몸 속에는 선명한 세 가지 색상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

심장에서 출발해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새빨간 선혈이었고, 단전에서 출발해 혈도를 따라 도는 황금색은 내공이었다. 심장을 감싸고 돌고 있는 푸른빛은 백호기가 틀림없었다.

붉은 피는 혈관을 따라 힘차게 돌고 있고, 황금빛 내력은 맹렬한 속도로 단전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항상 활발하게 앞서며 내력을 선도하던 백호기가 심장에 자리 잡은 채, 꼼짝 앉고 있다는 정도였다.

체내의 모든 내력이 단전으로 모여 들자 전부 수용하기 위해 단전은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일순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번쩍!

펑!

폭발이라도 한 듯한 황금빛 광채는 단전을 중심으로 빠르게 온몸의 혈도와 혈관으로 퍼져나갔다.

‘아아!’

나는 또다시 천상의 쾌감을 음미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투명한 육체는 단전을 중심으로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혈도와 혈관으로 스며들어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러자 단전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스스슥.

처음은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느린 회전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속도가 붙어가며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 온몸에 퍼져 있던 황금빛이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마침내 체내의 황금빛이 모두 단전에 모인 순간 거짓말처럼 회전을 멈췄다.

그러나 난 알 수 있었다. 회전을 멈춘 것이 아니라 속도가 극에 달해 멈춘 듯이 보이는 것이라는 걸.

콰광!

다시 뇌전이 관통한 듯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투명체가 연기처럼 사라지며 내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곤 뼈마디가 틀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두둑. 두둑. 우두두둑.

‘아! 탈태환골!’

육체의 재구성 과정으로 드디어 이번에 제대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아니 내가 느끼는 쾌감이 너무 커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상관있나?’

고통을 느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아무래도 좋았다. 난 지금 무인으로선 꿈에 그리는 화경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았으니까.

계기?

그것도 상관없었다. 알다시피 난 결과를 중요시하지 과정을 중요시하는 놈이 아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화경의 벽을 깬 내가 잘난 놈일 뿐이었다.

‘아차! 백호기는?’

심장을 벗어나 새롭게 구성된 육체를 각인이라도 하듯이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흐흐! 놈, 아주 신이 났군!’

이전 보다 더 튼튼한 신체를 얻었으니 놈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어디 운기를 해볼까?’

새로운 힘을 얻으면 확인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얼른 층층무적공의 구결을 암송했다.

팟!

‘헐!’

혈도를 따라 대주천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전에서 일어난 내공이 일순 전신 혈도로 퍼졌다 돌아왔다.

‘이러니 당할 수가 있나?’

무한내공의 비밀이 드디어 벗겨진 것이다. 화경은 한 호흡만으로 일 주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 주천으로 1/12의 내공을 보충할 수 있다.

‘십이 주천을 한다고 해도 열두 호흡이면 끝이니 완전 사기네.’

말했듯이 무공은 기승전내공이다. 화경에 이르려면 최소한 이갑자의 내공은 필요하다. 이갑자의 내공을 가진 놈이 펑펑 써대면 절정이나 초절정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이젠 나갈 수 있다.’

이제 나도 당당한 화경이다. 백호강기가 아닌 진짜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었다.

‘흐흐! 그럼 난 이중 보호막을 얻은 건가?’

겉은 호신강기로, 피부는 백호강기로 이중으로 보호한다면 강기무공도 두렵지 않았다. 이제부턴 진신 내공의 고하가 승부를 가를 테니까 말이다.

‘설마 사 갑자가 넘는 내공을 지닌 놈이 얼마나 있겠어?’

더 이상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충분할 듯했다. 그렇다고 과거 혈왕처럼 무대포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힘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으니까.’

생각을 마친 난 혜운스님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불경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응?’

혜운스님은 눈을 꼭 감은 채 고운 아미를 한껏 찡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점점이 시커먼 얼룩이 묻어있었다.

‘견디기 힘들었나?’

내 무게가 80정도라 부담은 됐을 것이다. 그래도 여자는 자신의 다섯 배는 감당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럴지도.’

그때 혜운스님의 전음이 들려왔다.

-추, 축하해요. 한 단주의 성취는 무림의 홍복입니다.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거야.......아미타불.

물어보고는 아차 싶었다. 바로 눈앞에서 번쩍번쩍 하면서 광채가 빛나는 등 별 일이 다 벌어졌을 테고, 탈태환골마저 이루어졌을 텐데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환골탈태라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노폐물의 배출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얼굴에 떨어져 있는 얼룩이나 아미를 찌푸리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지금 내 코도 썩어 들어가고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날 테니 잠시만 숨을 멈추고 계십시오.

-아미타불.

이건 서두르라는 아미타불이 틀림없었다. 얼른 등 뒤로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들썩들썩.

푸스스.

‘오오!’

등 뒤의 흙과 돌덩이들이 밀려나며 대략 일 척一尺가량의 공간이 생겨났다. 몸을 돌릴 정도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혜운스님, 죄송하지만 돌아 눕겠습니다.

내 딴에는 또다시 신체의 마찰이 일어나니까 양해를 구한 것이다.

-아미타불!

그런데 곧바로 전음이 날아왔다. ‘됐으니까 빨리 해, 새꺄!’ 라는 아미타불이 틀림없었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부비적부비적.

그런데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움직이는 대로 돌 더미가 밀려나고 있었으니까.

‘이런! 괜히 오해받겠는 걸?’

그냥 일어서면 될 걸 비벼댄다고 말이다. 호신강기는 처음이라 몰랐는데 혜운스님이 이해해 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젠 음심은 1도 없어 그런 오해는 억울했다. 최소한 나도 쪽팔림은 아는 놈이고 그를 떠나 음욕도 사라지게 할 만한 지독한 악취였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었다.

-저. 미안하지만 스님이 절 안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돌 더미를 탈출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었다.

-.......아미타불.

다행히 이해한다는 아미타불인 듯했다. 그래도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선뜻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했다. 재촉할 수도 없는 일이라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매끄러운 손이 겨드랑이를 타고 들어왔다. 주춤거리고 망설이는 듯한 손길은 느리게 등을 타고 가슴으로 향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치 애무하는 것 같아 전율이 일어났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짜증을 내었다.

-아! 그냥 한 번에 확 껴안으세요. 기분 이상해지니까.

-아미타불........

꽈악.

그제야 제대로 안는 혜운스님에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밖의 상황을 모르니까 제 장삼을 벗겨 몸을 가리십시오.

-........

또 망설이는 듯 대답이 없다.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스님이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현재 스님의 복장이 말이 아닙니다. 입은 것 보다 벗은 쪽이 많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정말 몰랐는지 당황의 아미타불을 연호했다.

스르륵.

장삼을 벗긴 혜운스님은 자신의 앞을 가리고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꽉 안아왔다. 역시 처음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 이제 나갈 테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아미타불!

혜운스님의 불호소리를 신호로 용천혈에 내력을 실어 힘차게 땅을 박찼다.

푸스스스.

쉬익!

실제로 묻힌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아서 바로 푸른 하늘을 아니,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콰광! 쾅!

채쟁! 챙!

“끄악!”

“아악!”

더불어 폭음과 함께 난무하는 검기와 비명소리도 함께. 알고 봤더니 지상은 더 개판이었다.

‘어!’

그런데 대부분의 비명소리가 소림과 황보, 남궁 장원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누런 복식의 황산 장원 무사들과 개방도들 사이에 끼어 협공을 받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본산의 무사들인 개방과 황산파에 비해 무림맹 자원이 전부인 세 장원의 무사들의 경지가 낮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이미 정체가 드러나기 일보 전인 개방의 등장은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쓰고 있던 탈을 벗었다는 것이 반가울 정도였다. 그래도 노인네들과 단원들이 있는 이상 전력은 우리가 위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이 의아했다. 단원들과 노인네들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노인네 들은 대체 무얼 하기에!’

단원들과 노인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곳에는 없었다.

-스님, 꼭 잡으세요.

혜운스님을 등에 매단 채, 경력의 파장이 가장 강한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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