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5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56화
156화. 사황련의 살아있는 전설
사실이 그렇다면 다행한 일이었고 오히려 해결은 간단했다. 황제를 미혹에 빠트린 놈을 처치하고 구하면 끝이다. 오히려 난 단번에 구국의 영웅이 될 것이 분명하며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
사실상 극히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일련의 사실들은 황제를 주모자로 지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은 황제를 없애야 한다는 뜻인데.’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법이다. 솔직히 황제를 제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뒤의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막말로 내가 황제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니.’
황제를 암살했다고 황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암살이란 무림인에겐 가장 수치스런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성공했다고 떳떳이 내가 했다고 밝힐 수도 없다는 뜻이다.
‘쩝!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나 몰라라 팽개칠 수도 없는 일이고.’
당장은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때문에 일단 황제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서 죽이든 살리든 손을 댈 수가 있었다. 당장은 황제의 수족을 잘라내며 시간을 벌어야 했다.
“어르신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세 놈을 잡아 심문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혹시 황제가 놈들의 꼭두각시일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놈들이 쉽게 입을 열려고 할까?”
“제게 입을 열게 할 방법이 있습니다.”
봉공들은 내 말을 믿는지 의문을 달지 않았다.
“그래, 그럼 뭐 조력자를 기다릴 필요까지 있을까? 당장 우리끼리 들어가 해 치우고 오는 것이 어떤가?”
장마가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말하자 검마가 혀를 차며 나무랐다.
“이놈아, 명색이 금의위고 오군도독부야. 모르긴 몰라도 용담호혈이 따로 없을 것이야. 또 제갈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려놨을 지도 모르고. 네놈이 진법을 알기나 알아?”
“제갈의 진법이 무섭다고 해도 설마 우리 셋을 막을 수 있겠소?”
“진법에 고전하는 중에 혈마인이라도 툭 튀어 나오면 어쩔 건데?”
“아! 그렇지. 혈마인이 있었지.”
막말로 진에 갇힌 상태에서 혈마인이 셋 만 나와도 암습은 실패라고 봐야했다. 몸을 뽑아내는 일도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쩝! 제갈 세가에서 혈마인을 발견해 완전히 제거했어야 했는데.’
무림맹 금마옥의 생산시설은 파괴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혈마인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이곳은 비천의 총단이나 다름없었다. 제갈의 진법이나 혈마인이 튀어나온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사황련에서 보낸 조력자들이 오실 동안 우리는 잠입경로와 퇴로를 확보하기로 하죠.”
“그렇게 하지. 자칫 우리가 실수라도 하면 무림은 즉시 피바다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서 조심해야 할 것일세.”
“그렇습니다. 또한 황궁무사들의 실력을 확실히 모르니 너무 경시하지는 마시고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럼 당장 시작하지. 내가 아우들과 오군도독부를 맡기로 하지.”
“예, 어르신. 저와 상 장로가 금의위를 맡겠습니다. 하지만 사전 정찰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절대 충돌은 피하셔야 합니다.”
“걱정 말게.”
그렇게 해서 나와 상 장로는 금의위 도독의 사저를 정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보니 북경성내의 분위기도 한껏 경직되어 있었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굳은 표정을 살펴보던 상 장로가 말을 건넸다.
“장주님, 확실히 무기휴대 금지령이 내려진 것 같군요. 거리에 장식용 검을 찬 사람마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자금성이 있는 북경 시내라 더 그런 듯하오.”
실제로 많은 관군들이 눈을 번뜩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때문인지 객잔이나 주루에도 흔한 청강검 한 자루 차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상 장로와 난 무기가 필요하지 않아 소지하지 않았다. 화경에 오른 고수라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맡은 금의위 도독 제갈현기의 사저는 북경시내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 낮에 한 차례 주변 지형지물에 대한 정찰을 끝내고 오늘 밤은 내부지형을 살필 생각이었다.
비록 황실무공의 최고수들의 집단이지만 이곳은 사저였다. 과연 이곳까지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지는 않았다.
스윽. 스륵.
가장 화려한 전각의 지붕에 올라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여러 인기척은 있지만 무공을 익힌 자들은 몇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실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상 장로, 별다른 잠복은 없는 듯하오만?
상 장로에게 전음을 보내자 즉시 대답했다. 그 역시 매복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예, 장주. 설마 공격받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흐음! 정말 그랬으면 좋겠구려.
-그럼 후원까지 한번 살펴보시겠습니까?
-역시 그러는 편이 좋겠소.
휘리릭.
후원까지 살폈지만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 했지만 오늘은 침투로와 퇴각로를 확보하기 위한 정찰이므로 포기하고 돌아갔다. 괜히 시작도 하기 전에 벌집을 건드려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황제가 문제지 이놈들이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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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봉공들이 정찰한 오군도독의 사저역시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문제는 금의위와 오군도독이 최근 사저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더 많다는 점이었다.
‘이왕이면 한 날 한 시에 처리해야 하는데.......쩝!’
최소한 같은 날에는 처리해야 뒤탈이 적었다. 때문에 정찰을 마치고 나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같은 날 귀가하게 만드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오늘도 그 문제로 늦게까지 고민하다 술이나 한 잔 할까하고 객잔으로 내려갔다.
‘응? 저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저 노인네들이 망령이 난 건 아닐 테고.......’
객잔 한 구석자리에 마교의 네 봉공이 낯모르는 네 명의 남녀와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은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부인 한 명과 세 명의 육십 대 노인이었다.
‘저들은 사황련에서 온 사람들 같은데.......’
한데 네 봉공의 태도가 가관이 아니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할머니로 보이는 음마가 공손한 태도로 미부인의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다른 세 봉공 역시 미부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미부인이 한 마디 하면 과장된 모습으로 웃거나 리액션을 취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꼽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중년 부인에게 아양을 떠는 모습이 영 눈에 거슬렸지만 봉공들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누구지? 설마 사황련주의 부인이라도 되나?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봉공들이 그럴 사람들이 아닌데?’
사황련주 본인이 앞에 있어도 우습게 볼 사람들이 마교 봉공들이었다. 그렇다고 미색을 밝힌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여인인 음마 마저 중년미부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 장로는 보이지 않네?’
최근 봉공들과 상당히 잘 어울리고 있는 상 장로는 술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술자리에 빠졌다는 것은 불편한 자리라는 뜻이었다.
‘혹시 사황련에서 온 사람 중에 불편한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어차피 사황련 사람들과 인사도 나눠야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들의 자리로 다가갔다. 당연히 다가오는 나를 발견하고, 한차례 쳐다보기도 했지만 봉공들의 반응은 그것이 끝이었다. 평소 날 손녀사위처럼 살갑게 굴던 봉공들이 말이다.
‘어랍쇼! 대체 저 여자가 누구기에.’
처음 받아보는 무시에 빈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중년미부의 정체가 더 궁금했다. 말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기막氣幕을 펼치고 다가갔다.
가장 상전인 듯한 중년미부를 쳐다보며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었다.
“사황련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오! 소협이 천하제일장의 한 장주인가? 어서 오시게.”
막말로 사십대면 나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여자라면 거꾸로 오빠가 될 수도 있는 일이고. 한데도 중년미부의 자연스러운 하대에 별 거부감이 일지 않았다. 물론 봉공들이 공경하는 태도도 한몫했지만.
“예, 그렇습니다. 강호의 동도들이 무적일권이라고 부르는 한 대갑입니다.”
공손히 대답하며 ‘넌 누구냐?’라는 눈빛으로 중년미부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과연 듣던 대로 헌헌장부로군. 우리 군옥이와 금련이와는 각별한 사이라고?”
중년미부는 사황련의 광견이와 반 각주를 아이 부르듯이 부르며 묘한 시선으로 전신을 훑어 내렸다. 마치 사윗감을 처음 본 장모처럼 말이다.
“예? 아, 예. 철혈방주와 임 각주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중년미부의 부담스러운 시선도 시선이지만 봉공들의 눈치도 보여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화제였다. 그러나 중년미부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호오! 그래? 그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
“예? 그냥 이것저것.......”
말꼬리를 흐리지 중년미부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그와는 반대로 싸늘한 음색으로 경고했다.
“서른이 넘도록 짝도 찾지 못한 불쌍한 아이들이네. 그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면 본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내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일단 꼬리를 내려야 했다. 무림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를 앞두고 이런 일로 불화를 일으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예,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중년미부에게 대답하며 검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음을 보냈다. 당황하는 날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만 보는 그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으니 나가는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대체 이분이 누구신데 어르신들께서 설설 기며 꼬마를 살고 계십니까?
“호호! 한 장주는 본녀가 누군지 무척 궁금한 가보군. 마교 봉공들은 무림의 존장을 대하고 있는 것이지 꼬마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네.”
“헉!”
두 가지 이유로 너무 놀라 입 밖으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첫 번째는 무광스님이래 전음을 도청당한 점이었다. 당시는 성취가 절정 정도였고 지금은 화경에 오른 나인데도 말이다.
두 번째는 중년미부가 봉공들보다도 한 참 선배라는 뜻이다. 단순히 배분이 높다면 존장이라고까지는 하지 않았을 테니까.
“호호호! 그리 놀라면 내가 무안하지 않은가?”
“실례했습니다.”
“한 장주가 그리 궁금해 하는 본녀는 동도들이 혈화파파血花婆婆라고 부르는 노망난 늙은이라네.”
“혈화파파?”
처음 들어보는 별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검마가 손사래를 치며 나섰다.
“파파라니요! 아직 과거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하시고 계시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한 장주, 이 분은 사황련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혈화선녀血花仙女 노선배시네. 남궁 늙은이보다도 선배이시니 자네는 잘 모를 것이네. 어서 정식으로 인사드리게.”
아직 무림에서 남궁 노괴보다 배분이 높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현 남궁가주의 아비도 아닌 할아비가 남궁 노괴니까 말이다.
엄격히 따지면 황보 노인과 무광스님 보다도 한 배분 위였다. 지금은 같이 늙어가며 뒷방 신세라 허물없이 지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십대로 보이는 중년미부가 그보다도 앞 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 살은 훨씬 넘었을 것인데 아직 사십대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혈화선녀는 반노환동을 한 모양이었다.
‘이미 관속에 있어야 할 사람을 보낸 것을 보면 보사황련주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이군!’
사황련주가 혈화선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로서는 최후의 패까지 꺼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