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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4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47화

147화. 내가 먼저 나설 필요까지는

 

 

 

 

 

“어르신들, 제가 한 번 끼워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무적권왕의 유물이고 진짜일지도 몰라 착용해보고 싶었다. 또 비록 낡았지만 가죽의 질도 좋아 보였고 외형도 멋들어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교룡피로 만든 장갑이다. 귀한 물건이니 조심해서 다루어라.”

똥개도 제집에선 먹고 들어간다고 오늘 유난히 말이 많은 황보 노인이다. 어쨌든 황보 노인의 허락에 조심스럽게 손에 끼워보았다. 가죽은 말랑말랑 부드럽고 촉감이 좋았지만 조금 작아 손에 꽉 끼는 느낌이었다.

‘이걸 억지라도 넣어, 말아?’

눈치를 보아하니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서서히 손을 마저 밀어 넣었다. 신축성이 좋은 편인지 억지로 넣어도 움직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너무 꽉 끼어 오래 끼고 있지는 못할 것 같았다.

스윽.

‘혈왕갑도 별 것 아니네? 그냥 부드럽고 질긴 가죽 정돈가?’

무림기보奇寶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덤덤한 내 표정에 무언가 깨달은 듯 무아성승이 말을 건넸다.

“한 시주, 혈왕갑에 내력을 운용해 보게. 아미타불.”

“아! 그렇군요. 내공.”

아차 기승전내공을 잊고 있었다. 잔뜩 기대를 부풀이고 양 손으로 내공을 운용했다. 상 장로가 혈왕갑은 진짜일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쩌저적.

내력이 들어간 혈왕갑이 빳빳하게 변했다. 마치 철로 만든 장갑처럼.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황홀한 빛이 반짝인다거나 뭔가 신기한 장치가 튀어나오거나 하는 등의 무림기보다운 효과 말이다.

‘응! 뭐야. 보통 천이나 가죽에 내력이 들어간 것과 다름없잖아?’

고개를 갸웃하며 손에 낀 혈왕갑을 살펴보며 무아성승에게 물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혈왕갑이 원래 이런 겁니까? 이건 그냥 가죽장갑 같은데요?”

“아미타불! 역시! 아무래도 혈왕갑은 가짜인 듯하네. 손등에 적힌 글로 보아 진품같이 보였는데 말일세.”

무아성승의 말에 손등을 살펴보았다. 과연 한구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무적개세진천하無敵蓋世振天下

글을 읽는 순간 진짜라는 감이 왔다.

“어? 이건 진품일 확률이 높은 데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장갑인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저런 광호한 글을 적을 사람은 무적권왕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권왕의 비전을 얻어 그 사람 성격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혈왕은 광오한 사람이라 들었습니다. 무공도 천하제일인에 가깝고. 그런 사람에게 기물의 도움이 필요하겠습니까? 단지 과시하기 위해서라면 딱 어울리는 글귀가 아닙니까?”

“우리도 그래서 처음에는 진품이라고 생각했었네. 하지만 재질을 제외하곤 너무 평범한 물건이라서 가짜라고 생각한 것이네. 알려지기로는 혈왕갑은 내공을 증폭시키고 푸른 광채를 발한다고 했으니까 말일세.”

내공의 증폭이나 푸른 광채는 층층무적공의 성질 때문일 것이다. 나야 백호기가 섞여 흰색에 가깝지만 말이다.

‘그럼 처음부터 가짜라고 생각했으면서 나보고 껴보라고 한 건 뭐야?’

보통사람이 그랬으면 어쨌든 유명한 물건이니 한 번 껴보라고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늙은이들은 절대 보통의 인간들이 아니다.

‘하긴, 그동안의 행적이나 무공으로도 충분히 의심받을 수는 있지. 날 시험해 본 것인가?’

갑자기 부상하는 사람에겐 시기와 의심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검증 과정을 거쳐 살아남는 자만이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었다. 딱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어 늙은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늙은이들의 표정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너구리 열 마리 정도는 뱃속에 있는 이들이니까. 단순히 농담을 해도 절대 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들인 것이다.

‘뭐, 아무튼 시험은 통과한 듯하니 속은 편하네.’

혈왕갑을 벗어 다시 건네며 황보 노인에게 물었다.

“혈왕유전은 어떻습니까? 어르신들의 보기에는 진품으로 보이십니까?”

“심공과 권법이 실려 있긴 하나 가짜라고 결론 내렸다. 자네도 한 번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네. 그대로 수련했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야.”

난 첩첩무적권이나 층층무적공처럼 단순 명료한 무공이 아니라면 이 동네 무공은 봐도 모른다. 특히 상승무공일수록 이해하기 힘들었다.

괜히 살펴보다가 책이라도 잡힐 까봐 화제를 돌렸다.

“전 볼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가짜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아무리 가짜라고 말한다고 해도 군웅들은 믿지 않을 것 아닙니까?”

“군웅들 앞에서 가짜라고 선포하고 버리면 어떤가?”

황보 노인의 말에 남궁 노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듯싶은가? 우리가 진짜를 숨겼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네. 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자들로 인해 가짜 쟁탈전이 계속 될 것이야.”

“뭐, 그거야 간단합니다. 문제는 구파나 세가에 있지 힘없는 일반 무인들이 아닙니다. 장문인 회합에서 가짜라고 확인하고 없애거나 무림맹에서 보관하면 될 겁니다. 설마 일반 무인들 중에 무림맹으로 쳐들어갈 간 큰 놈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맞아. 그게 좋겠군.”

“아미타불!”

소림과 남궁 노괴도 동의했다. 구파나 세가가 뛰어들지 않는 이상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일반 무인들도 가짜라고 생각할 것이고 말이다.

“그 가짜들은 당분간 어르신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러지. 장문인 회합의 날까지 잠시 황보 세가에서 보관하고 있으마.”

“예, 수고해 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너구리같은 늙은이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이 불편해 물러나려 했다. 특히 무아성승은 내 속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영 불편했다. 한데 남궁 노괴가 초를 쳤다.

“이놈아! 늙은이들을 부려먹을 때는 실컷 부려먹고 아무 얘기도 안 해주고 그냥 가려는 게냐?”

“무슨 얘기를 말입니까?”

모르는 척 태연한 얼굴로 되묻자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어린놈이 쓸 데 없이 생각은 많아 가지고는. 네놈이 갑자기 황보 세가로 발길을 돌리고 장문인들을 청한 이유가 있을 게 아니냐?”

“그거야 황군이 마교를 공격했으니 대책을 강구하자는 뜻이 아닙니까? 어르신 말씀대로 어린 제가 무얼 하겠습니까? 다 장문인들이 협의해야 할 일이니 청한 것이죠.”

“그럼 왜 무림맹이 아닌 이곳 황보 세가더냐?”

“그거야 거리상 전부 모이기 좋은 곳이 이곳이 아닙니까? 또 혈왕유전의 문제로 마침 이곳으로 모이고 있는 중이 아니었습니까?”

남궁 노괴는 영 미덥지 않다는 듯이 되물었다.

“정말 그런 이유뿐이더냐?”

“그럼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모쪼록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어 원만하게 해결되기만 바랄뿐입니다.”

사실 세 노인들에게는 속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황보 가주나 소림 방장이 있어 곤란했다. 아니 세노인 역시 내 뜻에 따른 다는 보장은 없어 섣불리 밝힐 수가 없었다.

‘나를 아껴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역시 문파나 세가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테니까.’

 

@

 

가주전에서 돌아오자 상 장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한 걸음에 달려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장주, 무적갑은 보시었소? 어떻든 가요? 혈왕유전은 역시 가짜였지요?”

“봤소이다. 멋있기는 하더이다. 그리고 상 장로의 예상대로 혈왕유전은 가짜였소. 혈왕갑은 아직 모르지만.”

상 장로의 심정을 알기에 순서대로 전부 대답해 줬다. 그러자 상 장로는 흥분한 기색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무적개세진천하라는 말은 노부가 직접 써넣은 글귑니다. 장주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진품이 틀림없는데 회수할 수는 없겠습니까?”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가죽장갑이지만 상 장로에겐 추억의 물건이었다. 갖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은 곤란하지 않겠소이까? 어쨌든 방법은 생각해 보겠소이다. 한데 원래 무적갑에 특별한 효용은 없는 것이오?”

“그 분의 무공이 이미 천하무적인데 더 필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무적권왕께서는 멋으로 끼셨습니다.”

“역시 그렇구려. 아무튼 그 문제는 당장 급한 일이 아니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봅시다.”

“예, 장주님. 꼭 회수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갑에 불과하지만 제겐 특별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상 장로는 내 손을 꼭 잡고 다시 한 번 부탁했다.

“그럼 장주님만 믿겠습니다.”

“알겠소이다. 그리고 나도 상 장로께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소이다.”

“부탁이라니요. 명령만 내리십시오.”

“백리산산에게 지시한 일이 있으니 그녀를 좀 도와주시구려.”

“알겠습니다, 장주.”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신이 나서 달려가는 상 장로였다.

‘쩝! 근데 무슨 수로 혈왕갑을 달라고 하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신녀가 있는 객잔으로 갔더니 마교의 소교주 일행도 돌아와 있었다. 천무학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오태산으로 이동하던 중 혈왕유전이 세분 어르신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듣고 그냥 돌아왔소이다.”

“잘 하셨소이다. 저 때문에 괜한 수고를 하게 해 미안 하외다.”

“하하! 아니외다. 그런데 혈왕유전은 역시 가짜였소이까?”

천마의 무공을 배운 놈도 무적권왕의 비급에는 미련이 남았나보다.

“생각대로 가짜였소. 황보 세가에서 보관하다 장문인 회의에 선보여 소문을 불식시킬 예정이외다. 그때 소문주께서도 직접 확인할 기회가 있을 것이외다.”

“하하하! 한 장주가 가짜라고 하는데 나중에 확인해서 무엇 하겠소이까. 아무튼 이제 혈왕유전 문제는 대충 수습된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린 뭘 하면 좋겠소이까?”

“신녀에게 황군이 회군중이라고 들었소.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대처방법을 생각해야 할 듯하오.”

“혹시 한 장주는 무림맹으로 돌아갈 생각이시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요?”

천무학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이제 한 장주가 이곳으로 온 목적은 달성했지 않소이까? 그리고 또 왠지 한 장주라면 무림맹에서 황군을 상대로 한바탕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오.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내 소교주를 잊지 않으리라. 복수도 할 겸 많이 도와주기 바라오.”

“하하! 그것 좋은 생각이외다. 한 장주가 부탁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소이다.”

“한데 황군이 물러갔다면 소교주야 말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오?”

“일단은 장문인 회의에 참석한 다음 결정할 것이오.”

“소교주, 부득이하게 황군과 싸워야 한다면 신교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천무학은 잠시 날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대답했다.

“한 장주, 세외는 교도들이 정착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오. 십만대산에서 천산으로 피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오. 때문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본교외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무림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이오.”

“소교주의 말을 들으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구려. 어쨌든 최대한 희생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 봅시다.”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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