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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4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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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44화

144화. 다시 만난 천마신녀

 

 

 

 

 

“예, 제가 둘째 왕녀에요.”

소림의 진정한 신분은 상친왕의 둘째 딸인 무현공주武賢公主였다. 그녀가 소림의 제자가 된 이유는 딸들을 아꼈던 상친왕의 정략혼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현 황제는 친왕들의 왕녀들을 양녀로 맞아 들여 국경을 위협하는 변방의 왕들과 혼인시켰기 때문이었다. 첫째 딸이 몽골의 부족장과 정략혼을 하게 되자 서둘러 소림에 보냈던 것이다.

정략혼이 판치는 세상이고 여성 인권이 무시되는 세상이라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소림은 무림인이 되어 세상의 관습과 신분을 벗어 버릴 수 있었다고 홀가분해 했다.

나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내 여자가 당한 일이라 측은지심이 생겼다. 원래 사람은 모든 나쁜 일들에 대해 ‘나만 아니면’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튼 소림사에서 소림에게 베푼 모든 특혜들이 한 번에 이해가 됐다. 그리고 이전 남궁 세가의 규모에 놀라던 나에게 자기 집은 더 크다고 한 말도 이해되었다.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호호! 전 상관없어요. 덕분에 상공을 만났으니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말도 예쁘게 하는 소림이었다.

“그럼 주매는 그동안 상친왕부와는 인연을 끊고 지냈던 거야?”

“정식으로 출가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림인으로서 지내고 있어요.”

“그럼 혹시 이번 일에 대해 상친왕께서 주매에게 특별히 언급한 것은 없었어?”

“예, 사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 친왕들이 견제를 받고 계신 건 아닌가 해서요?”

“견제? 황제가 친왕들을 견제한다고?”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특히 아버님이신 상친왕은 배가 다르긴 해도 황제폐하의 형님이시니까요.”

동생도 아닌 형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자식 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권력이 아닌가?

세상 어느 곳이든 황제와 살아있는 형제들의 우의가 영원히 이어진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황제라는 절대 권력의 보좌는 하나뿐이고 피를 먹고 자라는 마물과도 같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황제도 아니고 황실 사람도 아니다. 더구나 그런 사람들을 본 적도 없는 나로선 그들의 속사정을 알 길이 없었다. 얇은 전생의 지식으로 함부로 판단하기는 위험했다.

“그럼 이번 일을 친왕부에서는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주매가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 아냐?”

이번 질문에는 가만히 있던 남궁이 했다.

“그렇지 않아요, 상공. 만일 황제가 원하는 것이 무림말살이라면 친왕부 역시 전란을 피할 수는 없을 거예요. 구파를 비롯한 세가들은 친왕들과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불똥이 튀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또 다시 등장하는 복잡한 정략혼의 인맥이다. 특히 구파보다는 오대세가의 정도가 심했다. 남궁 세가주만해도 부인중의 하나가 황실과 관련이 있으니까 말이다.

“흐음! 주매, 무엇보다 황제의 흉중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야. 그래야 화해를 청하던 맞서던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주매가 해줄 수 있겠어?”

“알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걱정도 되었는데 제가 집에 다녀오겠어요.”

두 말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소림이다. 남궁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고마워. 주매 혼자 보내기는 뭐 하니까 화매가 같이 가주겠어?”

“제가 상친왕부에요?”

“응, 그래줘.”

소림만 보내서는 제대로 알아낼 수 없을 듯해 남궁을 딸려 보내려는 것이다. 남궁도 내 시선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상공. 제가 주 언니를 모시고 다녀오겠어요.”

“두 사람 모두 조심히 다녀와. 안심할 수 있게 부지런히 연락 남기고.”

“예, 상공.”

 

@

 

소림과 남궁이 상친왕부로 떠난 지도 벌써 삼일이 지났다. 아직 정보가 부족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황보 세가의 밥만 축내는 처지였다.

그나마 가용한 정보체계를 전부 가동한 덕에 매일같이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 정말 짜증나 미치겠군!’

현대를 살던 나로서는 이 시대의 모든 것이 불편했다. 그 중에서도 통신과 교통의 불편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전화 한 통이면 전부 알 수 있는 문제를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하다니. 제기랄!’

더구나 쌍방향 통신이 불가능해 왕복으로 두 배가 걸렸다. 아무래도 연락을 기다리다 조급증으로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기는커녕 무전기도 만들 줄 모르는 나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천리신응을 이용한다고는 해도.’

사황련과 마교에서 얻은 천리신응이 그나마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말은 대륙 놈들의 뻥에 불과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정세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시간은 절대 우리의 편이 아닐 텐데, 하릴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삐이익!

마침 마교에 보낸 한 마리의 천리신응이 도착한 듯했다. 서둘러 전통을 열어보았다. 한눈에 주욱 읽고 나니 절로 욕이 나왔다.

“이런 제길!”

-상공 보세요.........

천마신녀의 구구절절한 심정이 담긴 연애편지가 유려한 필체로 써 있었다. 맨 마지막에 한 줄로 내가 부탁한 사황련의 배신자들을 감시하겠다는 말이 있었다.

아직 마교가 황군의 공격을 받기 전인. 내가 무림맹을 출발하며 보낸 첫 번째 전서에 대한 답이었던 것이다. 천리신응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결국 입 소문보다도 느리다는 증거였다.

‘휴우!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더니.......이거야 원!’

말없이 한숨만 내쉬며 인상만 쓰고 있는데 백리산산이 허겁지겁 달려 들어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총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마교총단이 불에 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뭣이! 총단이 불에 타다니! 그럼 마교가 무너졌단 말이오?”

“확실한 건 아직 모르지만 총단이 불타고 있는 광경은 백리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백리 밖에서도 확인될 정도면 거의 대규모 산불과 같은 수준일 것이다.

‘확실히 총단이 타고 있다는 말은 맞는 듯하군.’

흔히 십만 마교라고 한다. 단일 규모로는 무림최대의 세력인 만큼 총단의 규모 역시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한데 조금 이상한데? 마교가 오십만 황군에게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는데?’

황군의 공격이 시작되고 불과 며칠 만에 마교 함락의 소식이 전해졌다. 솔직히 난 마교가 질 것이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오십만 황군이라고 해도 마교의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전투였다. 더욱이 천산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황군에게 유리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기는 어렵다.

‘마교주가 바보도 아니고. 지리적 이점을 살리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더구나 수적으로는 황군에게 밀려도 질적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 마교다. 험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고작 열흘 남짓에 총단까지 불타버렸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거나 숨은 사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혹시 마교주가 죽었다는 소식은 있소?”

백리산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직 구체적인 전황은 알려지지 않았어요.”

“섣불리 속단할 순 없으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후속 정보의 수집에 전력을 다 해주시오.”

“예, 총대장님.”

얼마 후, 금련이 가지고 온 소식도 별 다를 바 없었다. 확실히 마교에 변란이 일어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틀 후, 황보 세가로 뜻밖의 인물이 상 장로를 통해 은밀하게 날 찾아왔다. 그의 정체를 안 순간 깜짝 놀랐다.

“아니, 검마 어르신이 아니십니까?”

상대방은 총단까지 불타버린 마교의 십대봉공 중의 하나인 검마였다. 그가 어울리지도 않게 변장까지 하고 이곳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한 장주가, 무림맹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네. 축하하네. 신녀님께서도 매우 기뻐하고 계시 다네.”

“그럼, 신녀는 무사한 것입니까?”

먼저 궁금했던 신녀의 안부부터 물었다. 그러자 검마는 매우 흡족한 얼굴로 대답했다.

“흐음! 과연 신녀께서 굳이 따라오겠다고 하신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그려.”

“예? 그럼 신녀도 이곳에 왔단 말입니까?”

“교주께서 이번 일로 소교주를 무림맹에 특사로 파견했네. 한데 신녀께서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동행을 자처하셨지. 그게 다 자네 때문이었구먼.”

농담까지 하는 것을 보니 마교의 피해가 심각하진 않은 듯해 일단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 같이 오지 왜 어르신만 오셨습니까?”

“어허! 황보 세가에 신교의 인물이 드나들었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무리 급해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일이지.”

그렇게 되면 황군의 검 끝이 이번에는 황보 세가를 겨눌 수도 있었다. 어쩌면 무림 전체로 돌리는 핑계거리가 될 수도 있었고.

“그도 그렇군요. 그럼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함께 가시죠.”

“그러세. 안내할 테니 따라오게.”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광견과 금련을 불러 사정을 설명하고 검마의 뒤를 따라 나섰다. 마교의 방문은 비밀로 붙이고 자리를 비운 동안 적절히 대처하라고 일렀다.

마교 일행이 이목을 피해 어디 산속의 관제묘라도 차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성내의 객잔에 들어있었다. 정작 만나고 보니 소교주 일행의 표정이 생각보다는 어둡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어서 오시오. 한 장주.”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오, 소교주. 신녀도 무사했구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으며 물었다. 이 자리에서 제일 궁금한 사람이 나였으니까. 하나하나 묻기도 귀찮아 뭉뚱그려 전체적인 질문을 했다.

“황군의 공격으로 총단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었소. 대체 어찌된 일이오?”

“하하! 총단은 황군의 공격으로 불탄 것이 아니오이다.”

소교주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해 더 궁금해졌다.

“그럼?”

“저희가 시간을 벌기 위해 불을 질렀어요.”

신녀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무슨 시간이 필요하기에 일부러 총단을 불태우기까지 한단 말이오?”

“일반 교도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킬 시간이 필요했어요. 불이 꺼지기 전엔 황군도 공격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에요.”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마치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본말이 전도된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신교가 그깟 오십만 황군이 두려워 총단을 태우기까지 해야 했소? 충분히 물리칠 수 있었을 텐데 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것이오?”

내 연속된 질문이 마치 윽박지르는 것처럼 들렸는지 다시 소교주가 나섰다.

“한 장주, 그 대답은 내가 하겠소이다. 한 장주의 말대로 본교가 적극적으로 공격했다면 이미 오십만 황군은 시체로 변했을 것이오. 하지만 우리 역시 많은 교도들이 피를 흘려야 했을 것이오.”

“그렇다고 해도 총단을 불태우는 것보다는 낫지 않소이까?”

“내 말을 마저 들어보시오. 이번엔 황군을 물리쳤다고 칩시다. 다음엔 더 많은 황군이 공격해 올 것이고 우린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할 것이오. 다행히 물리쳤다고 해도 황제는 더 많은 군사를 보낼 것이오. 요행히 승리한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된 본교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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