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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6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62화

162화. 십만이 아니면 어때

 

 

 

 

‘흐음! 이놈들을 어찌한다?’

상친왕의 처소를 지키는 경비는 두 가지 형태였다. 처소를 돌아다니는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일반 경비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암살자에 대비해 몸을 숨기고 침소를 지키는 경비는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이들은 반드시 일거에 제압해야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감추고 은신한 자들의 기척을 살폈다. 귀식대법을 펼치고 있지 않은 이상 내 청력을 속일 수는 없었다.

곧 미약한 숨소리가 하나 둘 귀에 들어왔다. 은신해 있는 경호는 전부 여덟. 일시에 제압하기에는 나로서도 부담스러운 숫자였다.

-주매, 은신해 있는 경호원을 일시에 제압한다면 몇이나 가능하겠어?

-서너 명이라면 일시에 제압할 수 있어요.

-그럼 왼쪽부터 세 명을 맡아.

-예, 상공.

잠시 목표를 확인할 여유를 준 뒤, 먼저 은밀히 몸을 날리며 전음을 보냈다.

-주매, 지금이야!

-예, 상공!

푸슉. 핏핏핏!

일시에 지풍을 날려 은신한 자들의 수혈을 집고 기척 없이 침소로 잠입했다. 다행이 이른 시간이라 상친왕은 책을 읽고 있었다. 침실 주변에 기막을 두르고 상친왕의 뒤로 다가가 불렀다.

“상친왕전하.”

“아버님.”

“헉! 누, 누구........아니, 넌 승아가 아니냐?”

깜짝 놀란 상친왕이 뒤를 돌아보다 소림과 날 알아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은거를 한다던 자네가 이 밤중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건가? 경호원! 경호원들은 뭘 하고 있는 건가!”

상친왕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있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나타난 것을 책망하는 것이다.

“전하, 경호원들은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또 주변에 기막을 둘러 아무리 말씀을 하셔도 다른 사람은 들을 수 없습니다.”

“감히 본왕의 경호원을 해치다니!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짓이냐!”

대노하는 상친왕을 소림이 나서 달랬다.

“아버님, 그들을 해친 것이 아니라 잠지 잠을 재웠을 뿐이에요. 화만 내시지 말고 저희들 말도 좀 들어주세요.”

“이런 무엄한 짓을 벌이고 나서 무슨 말을 들으라는 것이냐?”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상친왕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내미가 찾아 왔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데 가만히 살펴보니 노기 띤 표정 속에서 동공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혹시? 경호가 아니라 감시였단 말인가?’

처소 곳곳에 은신해 있던 경호원이 실제로는 상친왕을 감시하는 역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전음을 보냈다.

-전하, 혹시 은신해 있던 자들이 전하를 감시하던 놈들입니까?

흠칫!

일순이지만 반응이 있었다. 갑작스런 전음에 놀랐을 수도 있어 다시 한 번 안심시키며 물었다.

“전하,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아무도 들을 수 없으니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경호원이 아닌 감시자들이었습니까?”

“정말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것인가?”

“예, 전하.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후우! 이제 큰일 났네. 놈들이 자네에게 제압당했다면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네. 그런데 내가 멀쩡하다면 날 의심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상친왕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다는 듯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버님, 진정하세요! 상친왕부에서 누가 감히 상친왕이신 아버님을 감시하고 의심한다는 말씀이세요?”

소림이 왕녀다운 어조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또 다른 분위기의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상친왕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그놈들은 황제가 보낸 자들입니까?”

“후우! 그렇다네. 상친왕부에는 저들 말고도 황제폐하의 사람들이 더 있다네.”

“역시 황제는 친왕들을 감시하고 있었군요.”

상친왕은 원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다네. 해서 자네에게 승아와 은거하라고 당부했던 것이고. 한데 어찌 다시 돌아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된 듯합니다.”

“잘 되다니! 자넨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른다는 말인가!”

상친왕의 원망 섞인 말을 듣는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상친왕부에 침투한 황제의 첩자를 전부 색출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절대 무리였다.

‘얼마나 있는 지도 모르니까.’

한 명이라도 놓친다면 상친왕의 걱정대로 화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거꾸로 놈들을 이용하면?’

어차피 내가 필요한 사람은 상친왕이었고, 거사가 끝날 때까지는 반드시 보호해야 했다. 그렇다면 첩자들이 우글거리는 이곳보다는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오히려 우리의 실수로 상친왕이 위기에 빠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르신들이 쓸 데 없이 무력시위를 벌일 필요도 없어졌고 말이다.

상황이 이런 줄 모르고 무력시위를 벌였다면 황제에게 전부 전해졌을 것이고 상친왕부는 큰 위험을 맞게 될 뻔했다. 그때는 지켜주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오늘 첩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우리에겐 천우신조이며 거사의 성공을 알리는 하늘의 가호라고 느껴졌다.

‘경호원을 처치하고 상친왕이 납치를 당한 것으로 위장한다면?’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상친왕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명분이 없었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 전에는 손을 쓸 수가 없다는 뜻이다.

“상친왕전하, 잠시 우리와 함께 몸을 피하시고, 전하께서는 납치당한 것으로 꾸며야겠습니다.”

“납치당한 것으로 꾸미겠다고?”

“예, 저희가 이대로 떠난다면 전하에게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납치당한 것으로 꾸미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불편함이 이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곳에서 소식이 전해지고 다시 되돌아오려면 최소 한두 달은 걸리니까 말이다.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거사를 벌일 수 있었다.

“시간을 벌고 나면 해결 방법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다 소용없는 일이야. 자넨 황제폐하가 얼마나 무섭고 집요한 사람인지 몰라서 하는 말일세.”

그러나 지금 상친왕에게 시간을 벌고 황제를 죽일 생각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직 황제에 대한 공포심이 큰 상태라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없었다.

“아버지. 그렇다면 손 놓고 당하시겠다는 건가요? 그렇게 둘 수는 없어요!”

상친왕은 안타까워하는 소림을 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승아야,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비로서는 황제폐하를 거스를 수 없단다. 대적하는 순간 상친왕부에는 풀 한 포기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황제폐하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 아직 늦지 않았다. 너라도 심산유곡을 찾아 들어가 숨어야 한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상친왕의 태도에 일이 쉽지 않겠다고 느껴졌다. 뼛속까지 새겨진 공포심을 단 순간에 지우는 일은 불가능할 테니까.

‘이런 상태라면 정말 납치라도 하는 수밖에 없겠군.’

결정을 내리고 소림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매, 지금 당장 상친왕전하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일단 안전한 곳으로 모신 후에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설명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어디로 모셔야 할 까요?

-일단 소림으로 가지. 소림사라면 상친왕전하께서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테니 주매가 함께 하면서 설득해봐.

-예, 저도 소림이라면 안심이에요. 아버님도 어느 정도는 진정하실 듯 하고요. 한데 상친왕부의 식솔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시간을 벌고 놈들이 손을 쓰기 전에 거사를 성공시켜야지. 실패 하면 그때 피난을 시켜도 늦지는 않을 거야.

-예, 알겠어요.

말을 마친 소림은 직접 상친왕의 수혈을 짚었다. 내가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나서는 편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스르륵.

힘없이 쓰러지는 상친왕의 몸을 받아들고 침소를 벗어났다.

휙!

상친왕을 등에 업고 내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던 혈화선녀 일행에게로 갔다. 우리를 발견한 혈화선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직접 온 것인가? 등에 업은 사람은 또 누구고?”

“이분이 상친왕전하십니다.”

“상친왕이라고? 왜 제압해서 데려온 건가?”

“상친왕부에 황제의 사람이 많습니다. 한 번에 다 제압할 수 없어 거사가 끝날 때까지 보호하려고 모시고 왔습니다.”

“한데 제압한 것을 보면 상친왕은 자네 생각에 동의하지 않은 모양이군.”

“황제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커서 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소림성녀가 모시며 천천히 설득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동의하자 않더라도 거사가 성공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테니까 말입니다.”

혈화선녀가 낯빛을 흐리며 물었다.

“으음! 그렇기는 해도 황제가 된 후에는 더욱 무림을 경계하지 않겠나?”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지금 미래에 벌어질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선녀님이 우려하시는 점도 이해가 갑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으음! 할 수 없지. 그럼 이곳에서의 볼 일은 다 본 것 아니냐?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냐?”

“일단 소림사에 들려 전황을 살펴본 뒤, 황보 세가로 이동하겠습니다. 그곳에서 모두 모여 자금성으로 향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일행이 이동 준비를 하는데 검마가 다가와 마교의 소식을 전했다.

“한 장주, 조금 전에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교주님이 사만 제자들과 함께 옥문관을 넘으셨다고 하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데 사만이나 데리고 오신 겁니까?”

흔히 십만 마교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 무인의 수는 오만 정도였다. 그 숫자만으로도 무림맹의 전력을 훨씬 상회한다. 그 중 사만을 데려 왔다면 마교의 사활을 걸고 전력을 투입한 것이다.

“일반 신도의 경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데려 온 것이네.”

“오! 정말 잘 됐습니다. 한데 사만 제자와 함께라면 은밀히 이동하기는 어려웠을 듯한데 어떻게 된 겁니까?”

“옥문관을 파괴하고 당당하게 진군하고 계시네.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네.”

이렇게 되면 이젠 싸움이 아닌 전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만대 오십만.

말도 안 되는 전력의 차이지만 마교의 무인이 사만이라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그들이 양보 없이 공격한다면 오십만 황군도 속절없이 녹아날 것이다.

“오오! 정말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십만 황군의 거처가 곤란해질 것입니다. 철군해 재정비할 여유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교주님께서도 그 점을 노리고 진군하신 것이네. 배후에서 무림연합군이 황군을 압박하면 오도 가도 못하겠지.”

“예,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황제라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도 서둘러 소림사로 가야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

상친왕을 둘러메고 다시 소림사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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