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4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40화
40. 이 자리를 빌어 제안합니다.
긴 타원형의 탁자에 나를 포함한 여덟 명의 천주가 빙 둘러앉았다. 상석에는 사황련주 양문혁이 앉았고 내 옆에는 파검문주가 앉았다.
파검문주를 제외하곤 모두 5, 60대의 장년이지만 외견상으론 중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다.
들어오면서 간단히 서로 인사를 나눈 뒤라 바로 회의가 시작됐다.
이미 전날 밤 반 각주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상태라 사황련주가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뭐, 천주분들의 성격상 서로 빤히 아는 사실을 모른척하며 길게 끌 필요는 없겠지요. 일단 저는 황 방주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입장입니다만 서로 생각이 다를 테니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말이 끝나자 파검문의 왕 문주가 손을 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고보면 왕 문주나 나는 오늘이 사황련에 데뷔하는 무대였다.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뒤이어 광서의 남녕파, 귀주의 귀양 조가가 찬성표를 던졌다.
“련주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수용하겠소.”
“나도 받아들이지.”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만장일치로 내 요구조건을 수용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수용할지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사황련주가 내게 물었다.
“그럼 그 문제는 결정됐군. 이제 황 방주께서 천주들에게 한마디 해야 하지 않겠소?”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 련주와 각 천주들에게 포권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린 저의 요구에도 건방지다 꾸짖지 않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신 련주님과 천주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사황련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 그냥 앉으면 되나. 우린 황 방주에게 그런 빤한 인사를 듣자고 하는 게 아니잖소. 우린 이번 기현상에 대한 황 방주의 고견을 듣고 싶은 거요. 사황련의 대처에 대해서도 말해주면 더욱 고마울 테고.”
다른 천주들을 쳐다보니 모두 같은 생각인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염치없지만 선배님들께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근거는 없지만 저는 지금 일어나는 기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선배님들도 아시다시피 이런 현상은 지금 왕성해진 것이지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그 증거로는 마교와 소림, 무당 등의 새로운 무력부대를 들 수 있겠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들은 아마 수십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목이 말라 잠시 말을 멈추자 천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어.”
“얍삽한 놈들. 세상에 홀로 고고한 척 온갖 내숭을 다 떨더니만 몰래 숨어서 그런 것들을 만들고 있었던 거야.”
“쯧! 우리라고 안 그랬겠어? 모르고 당한 우리가 바보지. 한데 구파일방도 전부는 아닌 것 같더라고. 사천이나 섬서 등은 고전하고 있잖아? 오대 세가 놈들도 그렇고.”
꿀꺽꿀꺽.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자 천주들은 지방 방송을 끄고 경청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역시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황련은 새로운 무림에서 도태되고 말테니까 말입니다.”
사황련주가 손을 들고 발언을 요청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했다.
“새로운 무림이라니? 어떤 뜻인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겠나?”
“예, 련주님. 괴물과 기현상을 일으키는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이권이 창출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일 새로운 이권이 생긴다면 무림의 판도도 다시 짜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라고 언제까지나 소림과 무당, 마교의 뒤나 쫓을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내 말을 듣고 사황련주가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 방주, 그러나 전통과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네. 소림과 무당의 무서운 점은 당금의 무력이 아닌 역사와 전통이니까. 그들의 진실한 전력은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닐세.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크고 강하다는 말일세.”
“련주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전통과 역사가 자랑하는 그 무공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돈전이라 부르는 그 기현상 속의 세상에 말입니다. 또한, 그 세상을 통해 전혀 새로운 무공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갈 것이고 말입니다.”
사황련주가 천주들과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그들 사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 있는 듯했다.
“흐음! 과연 황 방주는 소문대로 괴물 전문가라는 말이 맞는 듯하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은 그 돈전이라고 하는 기현상 속에서 발견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도 바로 그에 대한 것입니다.”
“황 방주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말해줄 생각이었나?”
의미심장한 사황련주의 질문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 역시 사황련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태화방의 방주입니다. 설마 제가 무림맹이나 마교에 먼저 알리겠습니까? 아니면 오대세가를 찾아가겠습니까?”
“흠! 흠! 그렇지 황 방주 역시 사황련의 기둥인 8천주의 하나였지. 암! 당연히 그래야지.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잊으면 안 되는 걸세.”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제안할 일은 특별히 보안을 요구하는 사항입니다. 뒤늦게 출발하는 우리에겐 정보는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에 우선 양 련주님 이하 천주님들께 비밀 유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당분간 천주님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정보를 담당하는 반 각주에겐 따로 알릴 생각입니다.”
“알겠네, 약속하지.”
사황련주를 선두로 모두에게 구두로 약속을 받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으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일단 보시고 난 다음 설명하겠습니다.”
천주들에게 양손을 펼쳐 보이고 녹단의 생존마법 중 집수를 펼쳤다.
“집수!”
츠츠츠츠!
대기 중의 산소가 손바닥에 모여들며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허어!”
“괴이한 일이로고!”
“사람이 어찌 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기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무공이나 환술도 아니고 말이야...”
만들어진 물방울을 물 잔에 따르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련주님, 회의실을 좀 부술 것 같은데 이해해 주십시오. 여러분은 기감을 펼쳐 기의 유동이 있나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사황련주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 보이고 이번에는 회의실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토굴!”
우지직! 퍽!
바닥의 석재와 함께 움푹 땅이 패였다. 천주들은 아까보다 더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헉! 바닥이, 땅바닥이!”
놀라는 그들을 향해 다시 양 손바닥을 하늘로 펼쳐 보이며 시동어를 외쳤다.
“발화!”
화르륵!
“헉! 불, 불이...”
보일만 한 것은 전부 보여준 듯해 마법을 취소하고 천주들에게 말했다.
“전 이러한 것들이 무림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보신 것은 극히 일부이며 앞으로는 더욱 강력하고 위력적인 무공도 나타날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괴물을 처치하면 뼈와 가죽 등의 부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병장기의 제작도 가능합니다. 더구나 돈전 안에는 철광산도 있고 금광도 있습니다. 단지 많은 것들에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뿐입니다. 전 이것들을 사황련과 나누려 합니다. 당장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마교나 소림 등에 의해 점점 뒤쳐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해서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제안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이권 사업에 우리 사황련이 한뜻으로 임하기를.”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천주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저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광동의 곤산권문의 문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다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머쓱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왔다.
“철광에 금광도 있다고...허! 나원 참! 황 방주, 아까 보여준 기예는 그 안에서 배운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미 철광산도 하나 발견했고 말입니다. 인력 부족으로 당장 채광을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허! 세상이 변하긴 변할 모양일세. 그 기이한 문안에 그런 세상이 있다니...”
사황련주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아! 사황단과 절정 고수를 지원해 달라는 말은 인력 부족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소림과 무당, 마교는 이미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황련의 경우 뒤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일개 방파의 전력으론 그들과 경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황련 전체가 하나의 방파처럼 움직여야만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끄응! 틀린 말이 하나도 없으니 반론할 수가 있어야지! 제기랄!”
그때 유일한 여성 천주인 강서의 옥화교주가 물었다.
“황 방주, 병장기는 지금도 충분히 생산하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이권이 된다는 말이죠?”
“예, 그렇습니다. 현재도 충분하지요. 한데 괴물의 뼈나 부산물로 만든 병장기는 성능이 전혀 다릅니다. 옥화교주님께서는 현재 괴물을 상대하기에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검기가 아니면 처치할 수 없다는 점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문도가 일류 이하이기 때문에 괴물을 상대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괴물의 부산물로 만든 병장기는 괴물에게도 통합니다. 검기를 싣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어 일반 무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옥화교주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되물었다.
“황 방주님, 그 말씀이 사실인가요?”
“예, 지금 제작 중이니 곧 실물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만일 그런 병장기가 있었다면 본방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궁세가의 창천검대가 몰살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 서둘러야겠군요.”
“하지만 그것도 아무 괴물이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병장기의 제조 방법도 더 개발해야 하고.”
“으음! 오늘 황 방주의 말을 듣고 나니 심정적으로는 전부 찬성하고 지지하고 싶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다는 것이 문제네요.”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나설 일이 아니니 천주님들께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그만 회사가 합병하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회사가 아닌 자존심 강한 무림인이다. 그것도 대기업 수준의 사업장을 가진 여덟 개의 세력이.
둘도 아닌 여덟이 원만하게 합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결국은 주식회사 형식으로 가겠지. 아니면 해체하고 합종연횡을 거치 거나.
모두를 만족시킬 원만한 합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공상에 불과하다. 그때 형편에 맞게 사정에 맞춰 변화할 거다.
그 중심에 내가 있기만 하면 된다. 마음 편하게 먹고 천주들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그 문제가 결정되면 내가 가진 정보를 전부 풀 생각입니다. 하지만 시일이 걸리는 일이니 먼저 기현상을 처리하는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천주님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사황련주가 대표로 대답했다.
“그래야겠지. 당장 처리할 일은 처리하면서 순리에 맞춰 풀어가도록 합시다. 천주님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렇게 합시다.”
“일단은 찬성입니다.”
다른 천주들도 이견 없이 모두 동의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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