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8화
88. 궁수대가 있었구나
아니나다를까!
마교 좌, 우군은 앞뒤로 협공을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해골 병사를 몰아내고 좌, 군이 뭉쳐 있어 다행이었다.
우려했던 운기조식 문제도 대충이나마 해결한 듯했다. 양쪽 끝에서 해골 병사를 막고 중앙에서 돌아가며 운기조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씩 쏟아지는 마법에 십여 명씩 뭉텅이로 날아가 위태로운 상황에는 변함없었다.
“궁수대가 있었구나!”
절정 이상의 고수들이 힘겹게나마 마법을 방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2만 마교도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집단은 활을 들고 있는 궁수부대였다.
대략 2, 3천 명 정도로 보이는데 이들 때문에 아직 버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무림에서 활은 등한시되는 무기였다. 일대일 대결이 대부분인 무림에선 궁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다.
장거리 공격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으나 화살에 당할 무인은 이류 정도에 불과했다. 일류 무인만 되어도 쉽게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었다. 거리를 잡히면 불리한 건 궁수였고.
이런 약점 때문에 대다수의 문파에는 궁수를 키우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에선 빼놓을 수 없는 병과가 궁수였다. 황궁과 전투가 많았던 마교에는 전략적으로 궁수부대가 필요했다.
궁수부대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월등한 사거리를 내세워 중간중간 박혀있는 리치를 견제하고 있었다.
마법을 펼치려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다. 리치라고 해도 마구 남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법을 전개하는 도중에 시차를 두고 일제 사격이 날아와 집중을 깨고 있었다.
더더욱 가끔 무시할 수 없는 내력이 실린 화살은 쉽게 죽지 않는 리치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화살은 끝이 있었다. 화살이 떨어지고 나면 리치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궁수부대의 중앙에 떨어져 내리며 말했다.
“난 태화방주다. 궁수부대를 지휘하는 자는 누군가?”
40대 장비 같은 외모의 사내가 앞으로 나서 포권하며 대답했다.
“마궁대장 염철환이외다. 태화방주를 뵙소이다.”
“인사는 생략하지. 화살의 재고는?”
내가 어검비행술로 날아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자신과는 급이 다르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 무력을 숭상하는 마교도답게 고분고분했다. 절대 고수가 도와주러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일제사 50번이면 떨어집니다.”
“개인당 50발씩 남았다는 얘긴가?”
“그렇소이다.”
“가장 솜씨 좋은 궁수 50명을 뽑아주게. 화살에 내력을 실을 수 있는 자로.”
“알겠습니다!”
곧 50명의 명궁이 모였다. 마궁대장도 당연히 끼어 있었고.
“잔여 화살을 모아 이들에게 지급하게.”
“예? 그럼 나머지 궁수들은 뭘 합니까?”
“궁수도 신교도가 아닌가? 당연히 무공을 익혔을 터 칼 들고 싸우면 될 것 아닌가? 원래 궁수는 활이 떨어지면 그러는 게 아닌가?”
“.......알겠습니다.”
50명의 명궁에게 오른쪽 허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자네들은 한 발 한 발에 내력을 실어 주술사의 허리 이쯤을 노리게. 한번에 전원이 쏠 필요는 없네. 놈의 약점이 이곳이라 한 발의 화살에도 놀라 자빠질 테니.”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절반으로 나누어 전후를 맡아 주게. 돌아가며 운기조식해 내력을 떨어뜨리지 말고.”
“충!”
궁수부대의 전술을 정해준 다음 후미로 이동하며 소리쳤다.
“이곳의 지휘관은 누군가!”
휘릭!
“검마전의 부전주 십전마검 팽량이외다.”
“오! 팽 부전주. 내가 앞장서 길을 뚫을 테니 절정 이상이 내 뒤를 따르고 이류, 삼류, 일류 순으로 쫓아오도록 배치하시오. 맨 후미에는 최절정들이 서게 하고.”
“충!”
“팽 부전주, 앞으로 한 시진만 버티면 교주와 성녀, 원로들이 도착할 것이니 조금 더 힘을 내시오. 교도들에게도 전해 사기를 진작시키고.”
“충!”
부전주가 길게 읍을 하며 명령을 받았다. 자존심이 세고 타인을 배척하기로 유명한 마교였다. 원래라면 이렇게 순순히 외부인인 나를 따르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아는 놈이 안다고 초절정인 부전주는 내가 화경임을 알아본 거다. 말했듯이 힘을 숭상하는 마교다.
자기네 전주보다 무공이 고강하고 교주와 성녀와 대등한 내가 돕겠다고 사지에 들어왔다. 오체복지하고 넙죽 엎드려 절해도 모자란 거다. 마교도라고 제 목숨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진형이 준비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선두로 나섰다. 열두 자루 검을 허공에 띄워 놓고 사자후를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나를 따르라! 공격!”
-공격하라!
허공으로 몸을 띄워 해골 병사의 머리통을 밟고 전진했다.
휘릭. 탁. 탁. 탁.
퍽퍽퍽퍽!
일류 무사의 상대도 되지 않는 해골 병사다. 내 발에 밟힌 머리통은 갈비뼈를 부수고 골반까지 부수며 땅바닥에 박혔다.
해골 병사들이 연신 덜거덕거리며 칼을 휘둘렀으나 금강불괴의 몸이라 상처도 나지 않았다. 난 신경도 쓰지 않고 두더지 잡기를 하며 전진했다.
슈웅! 휘류륭!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리치의 마법 공격이 날아왔다.
이 새끼! 너 잘 만났다.
쐐애액!
내력이 가득 실린 한 발의 화살이 나를 지나쳐 리치에게 날아갔다. 리치는 화들짝 놀라 순간이동으로 몸을 피했다.
파밧!
순간이동의 거리는 길어야 50m. 허공에 뜬 11자루의 검이 일제히 사방으로 비산하며 쫓아갔다. 그리고 놈이 다시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렸다.
스슥!
놈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날 때 한 자루의 검이 허리춤을 쓸고 지나갔다.
쐐애액. 퍽!
끄아아악!
두 번째의 리치를 처리했을 때, 저 멀리 허공에 유령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미와 중간중간 병력을 인솔하던 데스나이트가 허겁지겁 달려온 거다.
일단 보이는 숫자는 넷이다. 더 몰려들기 전에 처리하자는 생각에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허공이라도 놈들의 진영에서 싸우는 편이 조금이라도 유리했다. 놈들과 충돌하면 여파가 밑에 있는 해골 병사를 쓸고 갈 거다. 다 죽지는 않아도 상당한 피해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일타 쌍피, 도랑 치고 가재 잡기다.
“하앗! 자하신공! 무당 면장!”
기합에 맞춰 11자루의 검이 파릇한 검기를 품고 꼬리를 물며 허공을 수 놓았다. 허공에서 칠성둔형을 밟으며 선두의 데스나이트를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콰광! 쾅!
퍼벅. 퍼버버벅.
데스나이트면 몰라도 유령마는 절대 어검술을 막지 못한다. 11자루의 검에 산적 꼬치로 변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떨어지는 데스나이트에는 신경을 접고 반탄력을 이용해 다음 놈에게 날아갔다. 일단 놈들의 유령마를 전부 학살할 생각이다.
데스나이트는 신법이 약해 허공에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무림인에 반해 훨씬 짧았다. 따라서 유령마를 잃으면 당연히 육상에서 전투하게 된다. 해골 병사들 한 가운데서 말이다.
내 경우는 어디 가든 나 한 몸을 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장강의 물결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내공 때문이다. 플러스알파는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잡을 수 있으면 잡고 아니면 튀겠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 이번에는 네 놈밖에 되지 않아 잡아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형환위!”
칠성둔형을 펼치며 데스나이트에게 접근했다. 놈들도 나름의 스텝이 있었으나 복싱과 비슷했다. 작은 반경에서 움직이는 건 능해도 무공처럼 트릭이 없었다.
기사의 보법은 직선적이고 정직했다. 반면에 무림의 보법은 얍삽하고 변화막측하다.
무림의 보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트릭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소림의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이었다.
이름에 떡 하니 움직이지 않는다고 적어놨다. 그런데 실상은 순간이동과 동의어인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연속이었다.
마치 백조가 수면 아래서 존나 물갈퀴 질을 하는 것처럼 연신 이형환위를 반복하는 거다. 그래서 마치 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움직이지 않고 피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상대가 맹인이라 엉뚱한 곳을 공격했다면 몰라도.
어쨌든 무림의 보법은 트릭에 능했다. 칠성둔형만 해도 이름만 보면 일곱 방위를 천천히 밟는 것이다.
이게? 천천히야?
휙휙휙!
그림자만 보일 정도 빠르게 움직이며 놈의 혼을 쏙 빼놓는 보법이 칠성둔형의 정체였다.
놈의 측면을 잡았다. 내 손에 들린 검은 클라크의 롱 소드다. 이 검으론 무림의 검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부욱! 뿌아악
하지만 내겐 검강이 있었다. 물론 쟤들도 있지만 내게 더 세다. 검강은 무조건 길고 두꺼운 놈이 이긴다. 내 검강은 흑형이고 놈의 것은 고딩급이다.
콰과광! 퍼석!
허공에 떠 있는 11자루의 검은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며 검막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쏘아졌다. 마치 금강륜金剛輪처럼 가로막는 것은 전부 부숴가며.
지금의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다. 지휘봉 대신 클라크의 롱소드를 들고, 11자루의 검을 때로는 빠르게 회전시키며 자유자재로 지휘하고 있었다.
부웅. 붕붕. 퍽퍽퍽.
덜그락덜그락. 퍽퍽퍽.
피융! 핑핑! 쌔액. 쌔애액.
-끄아아악!
검과 어우러지는 해골 병사의 머리는 타악기가 되어 둔중한 리듬으로 화답했다. 검은 파공성을 울리며 현악기처럼 날아 리치의 허리춤을 스쳤다. 리치는 바이올린이 되어 가늘고 긴 고음을 내었다.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지휘하다 보니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끝나지 않는 공연은 없다고 막이 내려간 줄도 몰랐던 거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아직 놈들이 끝도 보이지 않았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은 거꾸로 기회 뒤에는 위기가 닥친다는 뜻이다.
후미에 있던 데스나이트까지 전부 몰려온 듯 30여 마리의 유령마가 나타났다. 그동안 숨죽이고 숨어 있던 20여 명의 리치와 함께.
슈캉! 화르륵!
번쩍. 지지직.
그들의 일제 포화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아무리 금강불괴였고 검강 최고라지만 저건 맞으면 뒈질 것 같았다.
“은하삼십육검!”
콰광! 콰앙!
11자루의 검으로 검막을 만들어 막았다. 검막과 함께 11자루의 검이 산산조각이 났으나 나는 그 반탄력으로 전가의 보도인 어검비행술을 펼치며 도망쳤다.
그때부터 놈들과 나의 쫓고 쫓기는 지루한 추격전이 시작됐다. 연신 나를 향한 공격이 쏟아졌으나 차츰 공격이 줄어들었다. 내가 해골 병사의 한 복판을 뛰어다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도망만 다닐 수는 없었다. 놈들도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몸을 돌려 마교를 향했다. 그럴 때면 쫓아가서 등에 칼을 꽂았다.
지랄! 시간 더럽게 안 가네! 두 시간이 이렇게 길었어?
시간은 흐름은 상대적이다. 국방부 시계가 사회의 시계보다 느린 것처럼. 설마 같다고 우길 사람은 없을 거다.
놈들도 지금은 열 받아 눈에 뵈는 게 없어 내게 끌려 다녔으나 멀쩡히 머리는 달려 있었다.
끌려 다니기는커녕 곧 인원을 나눠 보복 공격에 나설 거다. 그전에 마교주 일행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말짱 헛수고가 돼 버린다.
[연재]던전 in 무림 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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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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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