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3화
83. 어라?
사내가 울컥해 뭐라 하려는 순간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디선가 날카롭고 가느다란 고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사람은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지만 내력이 담긴 소리여서 무인이라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삐이. 삐삐이이. 삐이이. 삐이이이
흠! 모스부호 같은 신호음이군. 총단에서 보내는 걸까?
과연 우릴 향한 지시였는지 사내의 태도가 180도로 확연히 바뀌었다. 사내가 우릴 향해 정중하게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사황련의 황 방주님과 빙궁 천외일미 소궁주님의 본교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두 분을 즉시 총단으로 안내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앞장설 테니 두 분께서는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신호에 놀랄 만큼 많은 정보가 담겨있었나 보다. 마교의 진보적인 신호체계에 놀라는 동안, 설빙이는 제 몫을 하고 있었다.
“호호! 귀교의 환대에 감사해요.”
“급한 일이니 서둘러 주시오.”
“앞장서겠습니다.”
사내들이 다시 포권하고 몸을 날렸다. 나도 설빙이의 손을 잡고 뒤들 따랐다. 살며시 깍지를 껴오는 보드라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쿵쾅대는 설빙이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스쳐 지나가는 마교의 모습은 단순한 무림의 방파로 생각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그냥 국가라고 해도 되겠어!
실제로도 관과 대립하고 있어 독립 국가라고 해도 좋았다.
솔직히 난 이미 당가타나 사황련의 규모에 충분히 놀랬었다. 그런데 마교는 또 달랐다.
말이 좋아 그냥 천산天山이라고 하지, 실제 천산은 수백 개의 설봉이 연결된 거대한 산맥이었다. 괜히 사람들이 십만대산十萬大山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수백 킬로에 이르는 웅장한 산맥 전체가 마교나 다름없었다. 쪽수뿐만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천하제일이 아닐까 싶었다.
마교의 거대한 규모에 감탄하고 있자 설빙이 못마땅한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방주님, 빙궁도 결코 작지 않아요.”
“하하, 그렇소?”
“예, 황 방주님도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하하! 그거 정말 기대되는구려.”
그사이에 높은 전각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마도 이곳이 마교의 총본산인 듯했다.
하늘하늘한 나삼을 걸친 여인들이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우릴 맞이했다.
“따라오십시오, 안내하겠습니다.”
“어디로 가는 게요?”
“총 군사님이 의사청에서 두 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린 교주님을 뵈러 왔소만?”
“교주님은 출타중이십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했다. 마뇌 사공천이라면 대화상대로는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주인이 만나기 싫다는데 불청객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웬만한 곳이라면 생떼라도 부리겠으나 그럴 만한 간담은 내게 없었다. 받아주지도 않을 터였고.
마뇌 사공 천이라……. 교주보다 빡빡하겠는 걸?
힘세고 머리 좋은 놈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마뇌 사공 천을 만나는 것보다는 힘만 센 바보 교주를 만나야 편했다. 역시 세상은 뜻대로만 되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사공 천은 넓은 홀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40대 중반의 청수한 중년의 탈을 쓰고 있으나 무림에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이놈 역시 속이 시커먼 마두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중에 목덜미 잡고 후회하지 않을 거다.
중앙에 커다란 원형 탁자가 있었는데, 사공 천은 그곳에 그림같이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일어서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태화방주와 천외일미를 뵙소이다. 총 군사를 맡은 사공 천이외다.”
“마도 제일뇌를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태화방주 황대정이오.”
“신교의 총 군사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빙궁의 소궁주 초 설빙이라고 합니다.”
서로 예의를 다한 인사를 나누자 사공 천이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분 자리하시지요?”
나란히 자리에 앉으며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환대해 주는 귀교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리오.”
“별말씀을. 그래서 무슨 일로 황 방주께서 직접 본교를 찾아주신 것이오?”
사공 천이 노 타임으로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바였다. 나보다 머리 좋은 놈하고 입이나 머리로 싸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덕분에 안타깝게도 설빙이가 제 역할을 못 하고 병풍이 되어야 했다. 이런 놈에겐 미인계도 안 통하니까. 그냥 무식하게 무대포나 억지를 써야 조금의 승산이라도 있었다.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주변을 쓱 둘러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도 숨어서 지켜보는 놈이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내 귀교에 커다란 환란이 닥치는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어 경고해 주기 위해 이렇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방문하게 되었소이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황 방주님께서는 아주 재미있는 말씀을 하십니다. 총 군사인 본인이 모르는 어떤 환란이 본교에서 일어난다는 것인지 무척 궁금하군요.”
“총 군사, 잘 들으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의 군단이 마교를 덮칠 것이오. 군세는 대략 초절정 이상이 수십에, 절정 이상이 수백, 나머지가 수만의 해골 병사들이오. 이들이 마교에 들이닥치면 마교 역시 존망을 걸어야 할 것이 아니오?”
일단 사공 천도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상정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면 놀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놈은 태연하게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호오! 방주님의 설명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군세로군요. 사실이라면 말씀대로 존망이 걸린 중대한 위협이겠습니다.”
“총 군사께서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게요?”
“아니, 믿습니다. 단지 그들의 목표가 마교라는 방주님의 말씀에 의문을 가질 뿐입니다.”
말의 행간에서 사공 천도 죽음의 군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마교에서 불과 하루 거리에서 벌어진 일을 모른다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렇다면 계속 밀고 나가는 수밖에.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총 군사께서는 내 말을 믿어야 할거요.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하건대 죽음의 군단은 분명히 마교로 향할 것이오.”
“황 방주님의 말씀은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들리는군요. 본인이 잘못 이해한 겁니까?”
“난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이오.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듣는 총 군사에게 달렸지 않겠소?”
충분히 불쾌할 만도 한데 사공 천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난 이래서 머리 좋은 놈들이 싫었다. 성질이 나면 성질을 내야지 왜 속으로 참냐고.
“그럼 묻겠습니다. 황 방주님께서는 어떤 이유에서 죽음의 군단이 본교로 향한다고 확언하십니까?”
“이유는 총 군사께서도 잘 알고 있지 않소이까? 죽음의 군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마교 뿐이오. 그밖에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한 것이오?”
걔들이 딴 데로 가도 내가 끌고 올 것이라는 의지를 확실하게 밝힌 거다. 그러니까 제발 니들이 막아달라고.
이제야 사공 천의 얼굴에서 비릿한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 징그러운 놈.
그래도 어조가 싸늘하게 변한 것을 보아 내심 동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황 방주께서는 마교를 상대로 협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협박이라……. 귀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소이다. 난 신강이 귀교의 세력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귀교의 앞마당에서 괴물이 날뛰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뜻이고?”
나름대로 자신 있는 한 수라고 생각해 던졌는데 실착이었던 모양이다. 사공 천의 얼굴에 사라졌던 미소가 돌아오며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대청의 문이 활짝 열리며 찰랑한 교소와 함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호호호! 본교의 총 군사님께서 그런 빤한 격장지계擊將之計에 넘어갈 분은 아니랍니다. 괜한 심기를 쓰실 필요 없습니다, 황 방주님.”
소리를 쫓아 돌아보니 많이 봐야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가 한 무리의 시녀들을 이끌고 들어서고 있었다.
“쩝! 그런데 소저는? 내가 안목이 부족해서 말이오.”
사공 천이 일어서 소녀에게 포권하며 넌지시 알려주었다.
“본교의 일월성녀日月聖女시오, 황 방주.”
소녀가 천마와 함께 마교의 정점에 서 있는 권력자라는 말이다. 무림에서는 천마신녀로 불리지만 지들끼리는 일월성녀라고 부르는 듯했다.
설빙이와 자리에서 일어서 포권하며 인사했다.
“태화방주 황대정이 신교의 성녀를 뵈오이다.”
“빙궁의 소궁주 초 설빙이 성녀를 뵈어요.”
“호호호! 교도가 아닌 두 분에게 과한 예를 바라지 않습니다. 갈 영영이예요. 그만 자리에 앉으시지요.”
갑자기 나타난 성녀로 인해 팽팽했던 분위기가 산만해졌다. 성녀는 신경 쓰지 않고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황 방주님께서 괴물군단을 끌고 오겠다고 본교를 협박할 줄은 정말 짐작도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황 방주님이 무서워서라도 어쩔 수 없이 본교는 나서야겠군요. 이렇게 직접 뵈니 확실히 황 방주님은 소문보다 더 대단한 분인 것 같으니까 말이에요. 총 군사님이 보기에는 어떤가요?”
“확실히 소문보다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신도 설마 단신으로 쳐들어와 본교를 상대로 협박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앞에 두고 칭찬을 하니 끼어들 수가 없었다. 한데 사공 천이 성녀에게 지극히 공경하는 듯해 의아해하고 있을 찰나 설빙의 전음이 들렸다.
-황 방주님, 갈영영 성녀는 어려 보이나 실제 나이는 100살도 넘었으니 실례하지 마세요. 나이를 언급하지도 마시고요.
-헉! 설마 전설의 주안술朱顔術이라도 익힌 게요?
-주안과를 먹었다는 소문도 있어요.
설빙이와 전음을 나누는 동안에도 성녀와 사공 천은 대화를 나누었다. 완전 따로따로 놀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성녀가 날 쳐다보며 물었다.
“만일 협박이 통하지 않았을 경우 황 방주님은 무얼 내놓으실 생각이셨나요?”
“허! 신교에서 정말 경계해야 할 사람은 총 군사가 아니라 성녀님 이셨구려.”
“호호!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물론 괴물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본녀는 정말 기대가 크답니다.”
한국이나 이곳에 와서 여자를 그것도 어리고 예쁜 여자를 때리고 싶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심으로 생글거리는 낯짝에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고 싶었다. 나쁜 년.
“하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선뜻 내놓기가 두렵습니다.”
“호호! 황 방주께서는 절대 본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말하는 품새가 아무래도 밑천까지 탈탈 털릴 것 같았다.
시발! 어차피 두세 달 후에는 유출될 테니 선심이나 쓰자.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던 것을 먼저 내밀어 입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다.
“귀교의 모든 무인을 괴마동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력 심법을 내놓겠소이다.”
말을 끝내고 ‘어때?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며 두 사람의 안색을 살폈다. 한데 두 사람은 물론이고 설빙이마저 시큰둥한 게 아닌가.
어라? 얘네들 전부 가지고 있었나 보네?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녀가 사공 천에게 말을 건넸다.
“총 군사님, 교주님께 연락해 그만 돌아오시라고 해야겠어요. 삼만 교도들도 더는 괜한 고생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예, 성녀님. 아무래도 황 방주님과의 인연도 여기까지인 듯싶습니다.”
성녀가 한 말 때문에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만! 교주? 삼만 교도? 시발! 얘들 벌써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잖아! 그것도 교주가 직접 나서서.
당연히 삼만 교도는 마교의 최정예일 거다.
[연재]던전 in 무림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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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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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