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05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05화
105. 그럼 됐군요
한참을 기다려도 남궁 설이 쉽게 답할 것 같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그녀가 대답하길 기다릴 순 없는 일.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기로 했다.
“남궁 소저도 세가의 사람이니 잘 알 것입니다. 무공이나 가문의 비기 등은 절대 유출할 수 없다는 것을.”
“하면?”
“제가 알기로는 소저도 무공 유출 때문에 가문의 무공은 익히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맞습니까?”
“그렇지만…….”
낙담하는 남궁 설에게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럼 문제없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제 열 번째 아내가 되어 주십시오.”
드디어 시원하게 질렀다.
세상에 이런 황당한 프러포즈가 있을까?
한국이라면 뺨을 왕복으로 맞아도 수십 번은 맞아도 싼 뻔뻔한 말이었다.
그래도 이 동네에선 능력 있는 놈이라면 가능했다. 비록 상대도 만만한 집안 딸은 아니었지만.
“예?!”
남궁 설은 잠시 황당해 벙쪄 있었다.
아마 너무 놀라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을 거다. 설마 살면서 대 남궁 세가의 여식이 이런 말을 들을 것으로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더구나 사파인에게.
이왕 말을 꺼낸 김에 가부 간의 결정을 봐야 했다. 내가 아무리 철판을 깔았어도 이런 낯뜨거운 말을 다시 꺼낼 수는 없으니까.
더구나 상대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했다. 얼을 쏙 뽑아 어어 하는 사이에 결정해야 했으니까.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남궁 설에게 연신 압박 질문을 던졌다.
“세가에서 소저가 혼인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까?”
“아, 아니요.”
“그러면 남궁 소저는 혼인에 있어 결격 사유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요. 그런 건 절대 없어요.”
“그럼 남궁 소저는 따로 마음에 둔 정인이라도 있습니까?”
“어, 없어요.”
남궁 설은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의 소나기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남궁 소저는 각성해 잠자고 있는 거대한 잠력을 깨우고 싶습니까?”
“예, 예! 도와주세요, 방주님.”
“그럼 그 방법이 세상에서 저 혼자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도 이해하십니까?”
“예.”
“당연히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하시겠군요?”
“......예.”
짝짝짝.
그럼 해결됐다는 듯이 손뼉 치며 말을 건넸다.
“그럼 우리 두 사람이 혼인하면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예, 아니. 하지만…….”
“남궁 소저는 제게 이미 아홉 명의 부인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까?”
“그건 아니에요.”
아니란다.
하긴 내가 알기로 남궁 가주도 부인이 일곱이었다. 또 다른 세가의 가주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따라서 세가의 여식이라면 일부다처를 당연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하나가 아닌 바에야 일곱 명이나 열 명이나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다시 남궁 설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사파라서 망설이시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의 여지를 주면 안 된다. 계속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사황련의 팔천주이자 태화방주라면 남궁 세가의 사위로도 부족하진 않겠지요?”
“.......예.”
“오태산 미궁에 관한 중요성은 세가에서도 알고 있습니까?”
“예.”
“남궁 소저도 몸속에 잠재해 있는 미증유의 능력을 반드시 끌어내고 싶겠지요?”
“예.”
짝짝.
다시 최면을 걸듯 손뼉을 치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물었다.
“그럼 됐군요. 저와의 혼인은 남궁 세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소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요?”
“......예.”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군요.”
“예.”
얼떨결에 ‘예.’라는 대답을 한 남궁 설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남궁 설은 정신없이 휘둘리다 보니 외간남자에게 손을 잡힌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남궁 세가는 만사장에 머물고 있지요?”
“예.”
“갑시다.”
“예? 어딜?”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했습니다. 가서 남궁 벽 어르신을 만나야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대답은 성큼성큼 걸어가며 했다. 어찌 된 일인지 남궁 설은 맥없이 끌려 나왔다. 잡힌 손목도 뿌리치지 않은 채로.
“세가의 가장 어르신이 아닙니까? 혼인 허락을 받아야지요.”
“지, 지금이요?”
만사장으로 걸어가면서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 말을 걸었다. 그녀가 궁금해할 만한 화제는 차고도 넘쳤다.
“더 정확한 사실은 신안으로 확인해 봐야겠으나 소저의 몸속에는 미증유의 거대한 잠력이 잠들어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물론 반은 맞고 반은 거짓이었다. 각성시키려면 반드시 혼인 전에 남궁 설을 안아야 하므로 밑밥을 깔아두는 중이었다.
하지만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확실한 안전장치는 아니었다. 선녀는 아이 둘을 낳고도 하늘로 날아갔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남궁 설은 내가 던진 떡밥을 덥석 물었다. 어쩌면 그녀에겐 혼인보다 더 관심이 있는 주제였을 테니까.
“거대한 잠력이 마력을 뜻하는 건가요?”
“예,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운입니다.”
“특별한 능력이라니요?”
“오늘 비무 상대였던 양 소저가 사용한 화염 공격도 특별한 능력이지요.”
“아! 그럼 저도 화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아직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으나 소저의 경우는 더욱 특별해 보입니다. 아마 능력을 얻고 나면 적수를 찾기 힘들 것 같군요.”
더욱 욕심을 갖도록 욕망에 부채질도 끊임없이 했다. 칼 밥 먹는 무림인이라면 남녀 불문 강해지고 싶어 하니까.
더구나 지금 남궁 설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성을 반쯤 잃은 상태였다.
내 말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남궁 설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특별한 잠력이 잠들어 있는 건가요?”
“남궁 소저. 제가 허언이나 하는 사람입니까?”
“아니요, 황 방주님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에요.”
‘헐! 사파의 수장인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니!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흐흐.’
남궁 설은 지금 완전히 맛이 갔다. 이쯤에서 매혹 한 방을 터뜨려주면 게임은 끝나는 거다.
각성 전에 걸어야지, 각성하면 마법 저항이 생겨 어렵다.
더구나 남궁 설은 이명을 지닌 S급의 비활성 각성자였다. 그녀에게 매혹을 걸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봐야 했다.
매혹을 걸려면 일단 눈과 눈을 마주쳐야 했으니까 걸음을 멈췄다.
‘매혹!’
서큐버스퀸의 스킬인 매혹을 사용하며 남궁 설을 불렀다.
“남궁 소저.”
“예? 황 방주님.”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빙매, 사랑하오.”
“........아!”
반응이 한 박자 늦었으나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보아 매혹이 걸린 듯했다.
손목을 잡아 살며시 끌어당겼다. 못 이기는 척 품으로 파고드는 남궁 설을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남궁 설의 새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방황했다.
내 얼굴이 점점 다가오자 남궁 설을 견디지 못하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쪽. 쪽.
가볍게 입술에 두어 번 키스하고 본격적으로 강렬한 입맞춤을 했다.
추릅.
“읍!”
반쯤 허리가 뒤로 꺾인 남궁 설은 팔로 내 목을 감싸 안고 매달렸다.
추르릅. 쭙.
본격적으로 설왕설래하다 숨이 차서 입술을 떼었다.
남궁 설에겐 입맞춤으로 충분했다. 이 동네에선 입맞춤이면 깃발을 꽂은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특히 명문이면 명문일수록 구속력이 강했다.
“아……!”
아쉬워하는 남궁 설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빙매, 지금 만사장으로 가서 남궁 벽 어르신께 혼인을 허락받을 생각이오. 세가와 어르신들의 반대가 극심할 텐데 나를 믿고 따라와 주겠소?”
“예……. 가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소녀는 가가를 따르겠어요.”
전국의 딸 가진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남궁 설이었다.
와락!
“아! 가가…….”
다시 힘껏 안았다. 나를 바라보는 남궁 설의 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오는 듯했다.
‘무서운 매혹! 함부로 쓰면 안 되겠어.’
팔을 내밀자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어왔다. 팔짱을 낀 채 나란히 남궁 세가가 머무는 만사장으로 향했다.
보는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소문나라고 버젓이 큰길로 당당하게 걸었다.
치사하게 남궁 설에게 매혹을 사용한 이유는 최종 보스인 남궁 벽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궁 벽은 보나 마나 펄쩍 뛰며 반대할 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궁 설이 완전히 내게 빠져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혼담은 남궁 세가로 가기 전에 그에게서 막힐 테니까.
패배로 인해 실의에 빠진 손녀딸의 상태를 알고 있는 남궁 벽이다. 느닷없이 나와 혼인하겠다고 하면 의심하지 그러라고 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남궁 벽은 강호의 세파에 닳고 닳은 늙은 생강이다. 순간의 임기응변이나 말로는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내가 믿는 것은 단 하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었다.
따라서 나는 통보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남궁 벽과 세가에 대한 설득은 오로지 남궁 설의 몫이었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하는 남궁 설이었다. 나와의 신뢰 관계는 개뿔 만큼도 없었다.
달리 내가 여자를 한눈에 반하게 만들 방법이 없으므로 그녀에게 매혹이라는 치트키를 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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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난리가 났다. 버젓이 팔짱을 낀 채 정문을 통과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누누이 말했듯이 무림은 여자에겐 조선 시대만큼 불합리한 세상이었다. 외간남자와 팔짱 낀 소문이 나는 순간 남궁 설은 혼사 길이 막혔다고 봐야 했다.
이로써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남궁 벽도 아끼는 손녀가 처녀 귀신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그건 그거고 남궁 벽과 마주한 자리는 냉랭하기만 했다. 연장자인 남궁 벽이 못마땅한 티를 감출 생각이 없는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발작할 듯했으나 역시 노괴물이었다.
남궁 벽이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황 방주,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어르신, 고정하십시오. 제가 남궁 소저에게 반해 청혼했고 소저가 승낙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뭣이! 설아와 혼인을 하겠다고!”
“예, 어르신. 제가 설 소저를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내일 정식으로 남궁 세가에 매파를 보내 청혼하겠습니다.”
뻔뻔한 내 대답에 남궁 벽도 인내의 한계를 보이려 했다.
“이……!”
남궁 벽이 폭발하려는 순간 시기적절하게 남궁 설이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허락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서, 설아!”
“전 이미 결심했어요. 이제 황 가가가 아니면 안 돼요.”
“설아, 너 설마……?”
많은 의미를 함축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섣부른 패착이었다. 이로 인해 주도권이 남궁 설에게 넘어갔으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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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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