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04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04화
104. 진짜 나왔네
비무대에 붙은 불을 끄고 나자 바로 남자 부문의 첫 번째 비무가 이어졌다.
별호에 전부 무슨 용들이 붙었는데 관중들의 호응은 그만그만했다. 내 예상대로 사내들의 비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두 용의 실력이 앞선 여자들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더욱이 남궁 설의 패배가 준 여운이 아직도 길게 남아 있어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비무 대회는 계속되었다.
첫 번째 비무 이후로 이변은 일어나지 않은 채 열두 번째의 여자 부문의 비무를 맞이했다.
비무대에 올라선 두 명의 여자 중에서 한 명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알다 뿐만이 아니라 나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었다.
“끙! 진짜 나왔네.”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난처해하자 혜 누이가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가가. 어제 얘기를 나눠봤는데 진심으로 우승을 노리고 계시더라고요. 차마 기권하시라고는 할 수 없었어요.”
동쪽 코너에 올라선 여자는 바로 당문의 당소려였다. 소매에 당가 문양이 새겨진 흑색 경장을 입고 비무대에 서 있었다.
“뭐 일단 결격 사유는 없으니까……. 쩝! 그래도 웬만하면 참아 주시지.”
“암황暗皇 할아버지도 말렸는데 듣지 않던걸요.”
당소려는 사황련이 아닌 당문 소속이다. 나와 처 이모의 사이였으나 솔직히 당문과는 명분이 우선되는 비즈니스 관계였다.
더구나 그녀는 아직 미혼에 나이도 이제 서른넷이라 그럭저럭 기준에 맞았다. 마흔 가까운 참가자도 있었으니까.
무공이야 초절정에 마력 보유자라 말할 필요도 없었고. 최후의 5인 또는 강력한 우승 후보의 한 사람이었다.
용모 또한 전대 오봉五鳳 중의 한 명이었으니 절대 빠지지 않았다.
-삐이익!
-독봉 당소려! 독봉 당소려!
보시다시피 팬덤도 확실했고.
사실 이번 대전 역시 남궁 설이나 검후에 버금가는 빅 매치였다. 당소려의 상대는 바로 마교의 인물이었으니까.
이번 비무 대회에 마교는 열 명이 출전해 모두 오십 명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했다. 과연 마교라는 말이 나올만한 결과였다.
참가한 열 명은 신녀의 제자 다섯 명과 후기지수 다섯 명이었다. 후기지수라고 해도 거의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이었지만.
이번 당소려의 상대는 바로 신녀의 둘째 제자인 종소홍이었다. 마교에서도 첫째 제자와 함께 우승을 노리는 강자였다.
정보를 살펴보니 그녀 역시 마력 보유자로 레벨 90대의 강자였다.
‘그래도 이모님에겐 안 되지.’
둥둥둥!
다시 비무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두 대전자가 서로 포권하며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비무에 들어갔다.
보통 이런 경우 배분이 높은 사람이 선공을 양보했다. 하나 두 사람의 배분은 따지기 어려웠다. 신녀가 워낙 배분이 높았으니까.
따라서 선공은 성격 급한 당소려의 몫이었다.
“차핫!”
촤르르. 쐐액! 쌕!
당소려의 비기인 36자루의 무한 비도가 벌써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혜 누이가 보기에는 의외였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모님이, 처음부터 무한 비도를 꺼낸 것을 보면 빨리 끝낼 생각인가 봐요?”
“남궁 설 꼴 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어?”
“설마요.”
농담이었다. 하지만 대충 당소려의 의도는 알 수 있었다.
“흐흐, 상대가 마교잖아.”
“호호, 그렇군요.”
“그럼. 빨리 끝내면 최소 인기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지.”
“가가, 인기상도 있어요?”
“당연히 없지. 하지만 최소한 당문의 명성은 올라가잖아. 관중 대다수가 정파인이니까.”
“호호, 그건 그러네요.”
-와아!
-독봉 최고다!
-삐익!
혜 누이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벌써 승부가 결정 났다.
이변은 없었다.
아마 여자 무인 중에 화경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꼽으라면 난 망설이지 않고 당소려라고 했을 테니까.
초절정 무공에 마력을 지녔고 100레벨을 넘은 그녀였다. 아내 중의 몇몇을 제외하곤 상대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수란이나 혜 누이, 승연 누이 등은 벌써 130레벨이 넘었다. 내공이 조금 달려도 이능을 사용하면 능히 대적할 수 있었다.
설빙이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아내들은 아직 무공 쪽이 조금씩 부족했다.
어쨌든 비무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50번의 비무가 큰 사고 없이 전부 끝났다.
물론 이변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
그날 밤.
휘영청 밝은 달이 뜬 그림 같은 밤이었다.
총단 집무실에 앉아 행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지구에서는 컴퓨터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일일이 서류를 확인하고 결재해야 했다.
응?
누군가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떳떳하지 못한 발걸음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증거.
차창! 챙!
“누구냐!”
“멈춰라!”
경비를 서고 있던 원섭과 기성이 검을 빼 들고 소리쳤다. 호위라는 놈들이 나보다 한 박자 늦었으나 그래도 크나큰 발전이었다.
-아! 황 방주님을 뵈러 왔어요. 계시면 전해주시겠어요?
-어? 남궁 소저가 아닙니까?
원섭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고 바로 기성이가 집무실을 향해 말했다.
-방주님, 남궁 설 소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말만 한 처녀가 유부남을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봤다.
별로 없었다.
아마도 오늘의 패배 때문이겠으나 날 찾아와야 할만한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어쨌든 뭔가 할 말이 있어 찾아왔으니 들어나 볼 생각이었다.
“안으로 모셔라.”
축 처진 어깨를 한 남궁 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탁자로 안내하고 차를 한 잔 내었다.
“오랜만입니다, 남궁 소저. 드십시오.”
한데 남궁 설은 내놓은 차는 쳐다보지도 않고 긴장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황 방주님…….”
명문 세가의 처자가 예의도 차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꽤나 절실한 심정인가 보다. 아니면 정신이 나갔든지.
강호에는 냉철하고 예의 바른 여협으로 소문난 그녀였다. 한데 지금은 소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불러놓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눈가가 붉게 부어있었다.
‘쯧! 울었네, 울었어.’
다 큰 처자가 울 정도면 이번 패배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내 여자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예, 남궁 소저.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히 말씀하십시오.”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용기를 얻었는지 남궁 설이 고개를 들고 날 쳐다봤다. 그래도 꺼내기 어려운 말인지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방주님은 신안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신안이라고 할 것까지는…….”
덥석.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궁 설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니 이 여자가!
깜짝 놀랐으나 민망할까 봐 손을 잡아 빼지는 않았다.
“방주님, 소녀를 도와주세요.”
절박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느라고 애를 썼다.
내가 공감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남궁 설의 나이 현재 스물아홉이었다. 그런데 소녀라고 하니 나로서는 얼마나 웃기겠나.
이 동네서는 미혼일 경우 상관없이 쓰는 모양인데 한국에선 열일곱만 돼도 소녀라곤 하지 않았다. 듣는 소녀 열 받으니까.
어쨌든 초인적인 인내로 웃음을 참아내고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다.
“글쎄, 제가 남궁 소저에게 어떤 것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소녀도 방주님이 창안하신 대정 심법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반년 만에 방주님이 말씀하시는 마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대단하군요. 보통 사람은 일 년이 걸리는데 과연 남궁 소저답습니다. 역시 남궁 세가가 자랑하는 일대 재녀라는 소문이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먹이는 게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감탄해서 한 말이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남궁 설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방주님. 한데 소녀는 대정 심법을 익히며 한 가지 기이한 경험을 했어요.”
“어떤 경험을 하셨습니까? 제가 들어도 괜찮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예, 방주님. 분명히 마력이라는 개념은 소녀가 대정 심법을 수련하며 처음 접했습니다. 한데 수련하는 과정에서 왠지 익숙한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뿐 아니라 소녀의 몸속에 잠들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호오! 그래요?”
흥미로운 말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활성 각성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물론 난 비활성이었을 때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내 경지가 너무 보잘것없어서였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남궁 설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예, 방주님. 오늘 비무를 하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상대였던 양 소저의 무공이 바로 마력이라는 기운이었어요. 제 몸속에 있는 기운이 반응했으나 결국,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방주님, 방주님의 신안으로 소녀를 도와주실 수 없나요?”
“어째서 제가 소저를 도울 수 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현재 가장 많은 인원을 던전에 투입한 곳이 사황성입니다. 방주님의 신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지요.”
이미 소문이 난 일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내 아내들은 거의 각성자였다.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펄펄 날아다니면 누구라도 수상하게 볼 터였다.
인과관계를 좇다 보면 그 끝에 내가 있다는 것은 웬만한 곳은 전부 알고 있을 터였다. 인제 와서 아니라고 해봐야 나만 구차해지는 거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찔러나 봐? 얜 다행히 세가의 무공은 익히지 않았으니까 가능할지도…….’
솔직히 S급 고유능력에 이명까지 가진 남궁 설이다.
더구나 무공도 이미 초절정의 수준. 각성하면 바로 전력이 될 여자였다.
문제는 그녀가 남궁 세가의 딸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아쉬워도 공짜로 퍼주는 짓은 생리적으로 하기 싫었으니까 망설이는 것이다.
‘좋아! 아니면 장난이지. 막말로 아쉬운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남궁 설이니까.’
또 누군가 그랬다. 상심한 여자는 꼬시기 쉽다고.
많은 관중 앞에서 어이없지 패배하며 가문의 명성에 똥칠하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받은 그녀였다.
아마 살면서 지금보다 상처받고 나약해진 적은 없었을 거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파고들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르기로 했다. 조금 비겁한 방법일 수도 있으나 그 정도 비난은 감수할 수 있었다.
‘난 사파니까.’
남궁 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물론 남궁 소저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저를 돕는 일은 아마도 무림에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아!”
남궁 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똥물을 끼얹었다.
“그럼 제가 소저를 도와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
남궁 설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기분일 거다.
‘시발! 이러니까 진짜 내가 나쁜 새끼 같잖아.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솔직히 무공 구결 하나로 인해 가문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가 무림이었다. 따라서 합당한 대가를 치르라는 내 말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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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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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