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0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00화
100. 기후였는가?
한 무리의 인영이 숨죽인 채 아슬아슬한 잔도棧道를 지나고 있었다. 잔도의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로 오태산 사황련 총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대략 스무 명 정도의 인원으로 모두 등에는 커다란 짐을 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좁고 위험한 길을 등짐을 지고 이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모두 무공을 익힌 자들이어서 가능했다. 그래도 웬만한 사정이 아니라면 관도를 버리고 잔도를 이용하진 않았을 터였다.
이 스무 명의 무인은 하북성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칠살방七殺幇이라는 삼류 살수 집단 소속이었다. 칠살방은 방도라고 해봐야 전부 100명도 되지 않는 군소방파였다.
선두에서 걷고 있는 칠살방주 사문혁은 안색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검문이 강화된 것으로 보아선 비밀이 새어나갔다는 건데. 처음부터 찝찝하더니만……. 휴우!’
그 역시 좋아서 잔도를 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문혁은 아무래도 이번 의뢰는 길吉 보다는 흉凶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
‘애초에 살수 집단에 표국에서 해야 할 물품 운송을 의뢰하는 것부터가 수상한 일이었으니까.’
더구나 운송지는 사황련의 개파식장이었다. 사황련과 팽가의 관계가 나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고. 좋지 않은 의도의 물건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발!’
솔직히 사문혁은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북성의 패자인 팽가를 거스른다는 것은 멸문지화를 부르는 일. 울며 겨자 먹기로 의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정도의 잔도에서는 공격받으면 반격도 하지 못한다. 천 길 낭떠러지로 피할 수도 없어 때리는 대로 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발걸음을 들여놓은 이상 무사히 빠져 나가 배송을 마치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후우! 기우였는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10㎞에 이르는 잔도를 무사지 지났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일류 고수인 사문혁의 등에도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잔도를 빠져나와 조금 넓은 공터를 발견한 사문혁은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멈춰라! 여기서 잠시 쉬고 가겠다!”
“충!”
부하들은 서둘러 등짐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며 진땀을 식히며 대화를 나누었다.
-휴우! 이제 살겠네.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어.
그러던 중 사내 하나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응? 이게 무슨 향기지?”
“어? 정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던 사문혁도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은은히 풍기는 향기는 기분을 절로 좋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문혁과 칠살방도들의 안색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비록 칠살방이 삼류라도 살수는 살수였고 사문혁은 일류 고수였다. 산중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수상할 수밖에.
깜짝 놀란 그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숨을 멈춰!”
“헉!”
“흡!”
사문혁은 재빨리 경고했고 부하들도 바로 숨을 멈추었다. 하지만 풀린 독은 사문혁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이었다.
사문혁이 눈치채고 경고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독은 벌써 그들의 신경을 마비시켰으니까.
털썩. 털썩.
부하들은 물론이고 사문혁도 몽롱해지며 정신을 잃었다. 가장 위험하다고 여겼던 잔도를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이 방심을 불러온 것이다.
스무 명의 칠살방도가 쓰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여인이 공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여인이 쓰러진 칠살방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여긴 우리가 정리할 테니 천매는 먼저 화약을 가지고 출발해.”
“예, 화 언니. 먼저 갈게요.”
천매로 불린 여자가 손짓에 칠살방도가 내려놓았던 짐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나란히 줄을 지어 천매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나머지 두 여자는 칠살방도의 몸에 화골산을 뿌려 시신도 남기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이 오태산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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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한편 쫓기는 청월도문의 여자 무사들은 천 길 낭떠러지를 눈앞에 맞이하며 걸음을 멈췄다. 맞은편 절벽까지 수백 장은 되어 보여 경공으로 건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뒤로는 황보와 팽가의 무사들이 쫓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물론 이곳은 미리 준비한 함정이었으나 연기에 몰입한 그녀들의 표정은 절박해 보였다.
청월도문의 여식으로 변장한 정보각 부각주가 돌아서서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래야 추격대가 들을 수 있으니까.
“항복은 없다! 방진을 꾸려 결사항전을 준비하라!”
“충!”
청월도문의 호위들은 한목소리로 복명하며 재빨리 부각주를 중심으로 반원의 진을 만들었다. 결사 항전을 준비하는 여자 무사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비장감이 넘쳐 흘렀다.
물론 선두의 열 명은 아주마단이었고 비장한 표정은 연기에 불과했다. 준비한 함정이 아니라도 그녀들만으로도 추격자를 물리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추격하는 황보, 팽가의 무사들이 보기에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생쥐가 최후의 결전을 각오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추격자의 선두는 귀싸대기를 맞은 팽가의 장남 팽 도식이었다. 팽 도식은 아직 청월도문 여식에 대한 음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으니 입맛에 맞게 요리하면 된다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팽 도식은 전투태세를 갖춘 청월도문의 진영 앞에 떨어져 내리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흐흐! 이 죽일 년들! 겨우 도망친 곳이 이곳이더냐?”
팽 두식은 한두 마디 말을 섞으며 일단 항복을 권유할 생각이었다. 정 안되면 문도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욕망을 채울 생각이었고.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대화는커녕 선두의 여자 무사가 느닷없이 장력을 발출하며 일갈했다.
“문답무용! 쳐라!”
슈왁! 펑!
팽 두식은 급히 방어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장력에 얻어맞고 비틀비틀 서너 걸음 밀려나며 공격 명령을 내렸다.
“크윽! 비겁한 년! 쳐라!”
팽 두식의 명령에 황보, 팽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빼어 들었다.
피잉! 핑! 핑! 핑!
맞은편 절벽에서 십여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화살이 날아오자 청월도문 여자 무사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부각주 염월이 짜랑한 교소를 흘리며 외쳤다.
“호호호! 우린 이만 갈 테니 잘들 해 보거라! 언니들, 그만 가죠!”
“호호호! 그래요! 부각주.”
아주마단 열 명이 나머지 여자 무사들을 한 명씩 안고 쏘아진 화살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휘리릭! 휘리릭!
턱. 턱. 턱.
열 명의 아주마단은 한 명씩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경공 실력을 뽐내며 차례로 화살을 밟고 몸을 날렸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다른 화살이 마중 나와 있었다.
“저, 저런! 잡아랏!”
팽 도식이 놀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의 실력으론 쫓아갈 수 없었으니까.
결국, 황보, 팽가의 무사들은 차례로 건너편 절벽으로 사라지는 청월도문의 무사들을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중에 생각 있는 자가 있어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 함정이다!”
“함정이라니? 어디가?”
“뭐야?”
황보, 팽가의 무사들이 우왕좌왕하며 팽 도식을 쳐다봤다.
“팽 공자님?”
하지만 팽 도식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뒤따라 도착한 황보 영을 쳐다보며 눈만 껌벅일 수밖에.
황보 세가의 차남인 황보 영도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팽 도식에게 물었다.
“팽 형,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글쎄,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소. 하지만 년들을 돕는 놈들이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오이다.”
“아니, 누가 년들을 돕는다는 말이오?”
팽 도식이 맞은편 절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쪽에서 화살이 날아와 년들의 도주를 도왔소이다.”
황보 영은 팽 도식이 가리킨 절벽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화살이? 아니 청월도문에 그런 고수들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물이나.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도주할 이유도 없을 것이 아니오?”
그 역시 절정의 무공을 지녔지만 쏘아진 화살에 의지해 수백 장을 건널 자신은 없었다.
황보 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황보 영은 음욕에 눈이 먼 팽 도식보다는 정신이 멀쩡했다.
‘최소한 초절정은 되어야……. 그런 실력이 있었다면 왜 쫓겼을까?’
생각을 이어가던 황보 영이 무언가를 떠올리고 급히 몸을 날리며 말했다.
“아!.......설마! 팽형, 위험하오! 모두 피해야 하오!”
하지만 그 역시 늦고 말했다. 황보 영이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섬광이 번쩍하며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올라 그의 신형을 삼켜 버렸다.
콰앙! 쾅!
“으아악!”
폭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연이은 굉음과 함께 커다란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황보 세가와 팽가의 무사들을 덮쳤다.
번쩍! 콰앙! 쾅!
지지직. 우르르.
설상가상으로 추격대가 서 있는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요행히 폭발에서 살아났다고 해도 꼼짝없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판이었다.
“으악! 피해!”
“아아악!”
그리고 곧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벌어졌다. 후미에서 시작한 폭발은 살아남은 추격대를 절벽 끝으로 밀어붙였다.
꽈앙! 쾅!
곧이어 굉음과 함께 절벽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으아악!
폭발에 휘말린 추격대는 가랑잎 날리듯 무너지는 절벽과 함께 만장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들 중에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멀쩡한 무공을 지닌 자는 없었다. 황보 세가의 두 아들은 물론이고 팽 도식 역시도.
하지만 무슨 일이든 만에 하나가 있는 법. 무협지의 대표적인 클리세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기연을 얻는 것이다.
그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내가 직접 행차한 거다. 천장 절벽 아래는 나와 두 호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지는 떨어지는 바위 사이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만천화우!”
촤라랑! 쐐액!
푸른 검기가 맺힌 열두 자루의 검이 떨어져 내리는 양 세가의 무사들에게 쏘아졌다.
서걱서석. 서걱서걱.
“화염사슬!”
“용권풍!”
기성와 원섭도 고유능력을 사용해 놈들을 도륙했다. 우리 셋이 나서자 일각도 지나지 않아 양 세가의 무사들은 육편肉片이 되었다.
“방주님!”
“부군!”
“오! 수고 많았소.”
맞은편 절벽으로 사라진 부각주 일행이 곁으로 다가왔다. 아주마단의 단원 한 사람이 대표로 포권하며 보고했다.
“충! 부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시체를 확인하고 돌아갑시다.”
“충!”
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확인사살을 명령했다. 아주마단과 정보각 대원들이 시체를 일일이 확인했다.
놈들을 처리한 것으로 팽가에 대한 작은 복수는 끝냈다. 제대로 된 복수는 개파대전이 끝나고 나서 확실히 해줄 생각이었다.
이것으로 화약 문제도 마무리 지어 개파대전에 올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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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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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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