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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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72화
신룡전설 3권 - 22화
오기를 꺼려했던 사람을 설득했으니 당연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 왕무적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백서린 역시도 그다지 흥이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왕 소협.”
“예?”
“음… 그러니까… 아니에요.”
“……?”
백서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비무대 위로 돌렸다.
‘억지로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던 백서린은 치열한 진평남과 오무중의 대결에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하앗-!”
스팟-!
기합성과 함께 내지른 오무중의 검은 진평남의 팔뚝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퍽!’ 소리와 함께 오무중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진평남은 매번 오무중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큰 부상만을 면했으며, 오무중은 그 뒤에 날아드는 그의 반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평남의 몸엔 상처가 늘어갈 뿐이었고, 오무중도 금이 간 갈비뼈와 온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렸다. 결국은 진평남과 오무중 그 누구도 결정적인 일격은 허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었다.
“어디 이것도 피하는지 보자!”
말과 동시에 오무중의 허리춤에서 5자루의 비도가 하늘을 날았다.
파파파파팟-!
가까운 거리였고, 갑작스런 비도술이었기에 많은 이들은 진평남이 이번만큼은 깊은 부상을 입을 것이라고 여겼다.
진평남은 요혈을 노리고 날아드는 5자루의 비도를 바라보곤 내공을 잔뜩 끌어 올리며 몸을 뒤틀었다. 순간적으로 날아드는 비도를 피할 정도로 보법이나 신법이 뛰어나지도 않았고, 그렇다 하더라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러서지 않는 싸움!
그게 바로 진평남의 싸움이다.
퍼퍼퍼퍼퍽!
“헉!”
“저런!”
구경꾼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진평남의 몸에 박혀 들어간 5자루의 비도는 이미 승부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바로 혈투귀 오무중!
‘교묘하게 모든 요혈을 피했으며, 비도가 생각보다 깊이 박히지 않았다!’
오무중은 이미 진평남에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으며, 이미 수십 차례 공수를 교환하면서 그의 외공이 유난히 강인하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진평남이 익힌 무공 중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외공, 철왕호신강기!
사실, 몇 차례나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무중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의 공격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진평남의 외공이 강인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오무중은 이번에도 진평남이 자신의 비도를 어렵지 않게 막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지금!
진평남의 좌측으로 돌아간 오무중은 작은 곤봉을 휘둘렀다. 노리는 부위는 진평남의 오른쪽 어깨였다.
후우웅-!
곤봉은 검, 도, 창이랑 다르다!
베고, 찌르는 병기가 아니라 후려쳐서 무엇이든 박살을 내버리는 병기다. 제아무리 진평남의 외공이 강인하다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큰 타격을 받으리라!
오무중은 절대적으로 확신했다.
퍼억-!
“컥!”
비도를 날림과 동시에 몸을 날려 곤봉을 휘두른 오무중!
결국 그의 공격은 정확하게 들어갔다. 신음과 함께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진평남의 얼굴에 극심한 고통의 표현이 드러났다.
더군다나 아직 5자루의 비도도 몸에 박혀 있는 상황!
‘기회는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 법!’
오무중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평남을 노려보며 곧바로 손에 쥐고 있던 곤봉을 내던졌다.
휙-!
피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가 노리는 것은 곤봉이 아니라 막 손에 쥐기 시작한 철퇴였다.
‘머리를 박살내주마!’
“…….”
진평남은 어깨가 부서진 고통 속에서도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날아드는 곤봉과 막 철퇴를 날리려는 오무중을 주시했다. 어차피 어떤 공격이든 하나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준다!’
“하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진평남은 앞으로 내달렸다.
퍼억!
“멍청한……!”
빠각!
“크윽!”
늑골에 곤봉을 얻어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진평남은 달려 나가던 속도 그대로 오무중의 머리를 이마로 들이받았다.
쿠당탕!
철퇴를 막 휘두르기도 전에 이뤄진 일이었기에 오무중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크윽!”
“윽!”
진평남이나 오무중이나 서로 신음을 흘리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만약 진평남의 갈비뼈가 부러지지만 않았다면 단번에 오무중을 끝장냈을지도 모른다.
“크으……!”
신음을 흘리며 핏물을 소매로 닦아내는 오무중의 코는 처참하게 부러져 있었고, 잔뜩 터져버린 입술 사이로 그의 앞니가 몽땅 나가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하악, 그릉… 하악, 그릉…….”
진평남이 숨을 내쉴 적마다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허파가 파열됐다는 소리. 즉, 상대적으로 더 큰 부상을 입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일류고수들의 싸움치고는 약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지저분했지만, 생사가 걸린 일이었으니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진평남과 오무중은 비슷한 싸움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박투사! 화려한 검술이나 강인한 도법, 막강한 내공으로 장력을 펼치는 이들과 다르게 그들은 몸으로 부딪히며 상대와 싸우는 이들이다.
그 어떤 무인들의 싸움보다도 치열하며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대, 대단하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거지?”
“서로 반드시 한 대씩 주고받는군!”
왕무적과 백서린 역시도 진평남과 오무중을 대단하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을 참아가면서까지 저렇게 끈질기게 싸움을 펼치는 무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람이란, 고통을 느끼게 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결국 공포를 느끼게 된다. 공포를 느끼는 무인은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할뿐더러,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다!
진평남과 오무중에게는 고통이 없으니 두려움도, 공포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져도 참을 수 있는 근성이 있었고, 상대를 향해 달려드는 용기와 배짱이 있었다.
“크흐흐…….”
낮게 웃음을 흘리는 오무중.
그는 현재 자신에게 승기가 기울었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고작 해봐야 코뼈와 이가 부러지는 것에 그쳤지만, 진평남은 움직일 적마다 비명을 질러대도 부족할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
“쿨럭! 쿨럭!”
진평남이 기침과 함께 한 움큼이나 되는 선홍색의 핏물을 쏟아냈다.
“이거… 진평남이 지겠는데?”
“그렇지?”
“젠장! 돈 다 날렸군!”
“빌어먹을! 진평남이 질 줄이야!”
“생사박이 끝나면 당장 일거리부터 구해야겠군! 쳇!”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왕무적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현재, 비무대 위에서는 한 사내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건 돈을 잃었다는 것과 죽어가는 자에 대한 불만이나 뱉어내고 있었다.
‘어째서… 인간은 이리도 이기적인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왕무적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왕 소협…….”
백서린은 왕무적의 얼굴 표정을 보고는 약간 후회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왕무적이 저토록 기분이 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끝이다!”
슈슈슉-!
오무중은 자신 있게 외치며 허리춤에 남아 있던 3자루의 비도를 날렸다. 그리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진평남을 향해서 맹렬하게 돌진하는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작은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
진평남은 날아드는 비도와 달려드는 오무중을 바라보며 단전의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렸다.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내다!’
퍼퍼퍽!
푸- 욱!
세 자루의 비도가 각각 진평남의 양쪽 허벅지와 복부에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동시에 오무중의 손도끼가 그의 가슴을 절반이나 파고 들어갔다.
“크으윽!”
오무중의 신음?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던 오무중이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가 결국은 뒤로 자빠졌다. 그의 오른쪽 가슴은 살짝 찌그러져 있었고, 처참하게 온몸에 오무중의 병기를 박아 넣고 있는 진평남은 왼쪽 주먹을 내민 그 자세로 여전히 서 있었다.
양패구상(兩敗俱傷)?
“뭐, 뭐야? 둘 다 쓰러진 건가?”
“누가 이긴 거지?”
“누가 승자야?”
“내 돈은?”
“오무중이 먼저 쓰러졌으니 진평남이 이겼다!”
“무슨 소리! 오무중은 아직 죽지 않았다! 곧 일어나서 진평남의 목을 잘라버릴 거니 기다려라!”
“헛소리!! 이미 승부는 났다!”
“어떤 개자식이야!!”
시끄럽게 고함을 내지르며, 서로 자신들이 돈을 건 상대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속에서 백서린과 왕무적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오무중이 일어난다!”
백서린은 말을 하다 말고 급히 비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한 사내의 고함처럼 쓰러졌던 오무중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크으으… 빌어먹을… 빌어먹을 개자식!!”
오무중은 말과 함께 힘겹게 주먹을 내질러 진평남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쿵!
뒤로 날아가 비무대 밑으로 떨어져버린 진평남.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오무중은 비무대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털썩!
“하아, 하아… 크윽!”
“오무중이 이겼다!!”
“씨팔!! 돈 날렸군!”
“오무중이 진평남의 기록을 막았다!!”
생사박의 승자 오무중을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비무대 아래로 모습을 감춘 진평남에게로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그들의 눈엔 진평남이란 존재는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비무대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을지도…….
“…….”
왕무적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굳은 얼굴로 신형을 날렸다.
“왕 소협!”
백서린은 급히 왕무적의 뒤를 따랐다.
왕무적은 비무대 아래로 떨어진 진평남에게로 다가가 그의 생사를 확인했다.
두근… 두근…….
아주 미약하지만 아직 심장이 뛴다.
왕무적은 급히 품속에서 천령신단 한 알을 꺼내 진평남의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기에 백서린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진평남을 안아 든 왕무적은 백서린을 바라봤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네요.”
끄덕.
왕무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신형을 날렸고, 곧바로 백서린과 함께 장원을 빠져나갔다.
몇 사람이 왕무적과 백서린을 보았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진평남은 졌고, 그런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살아나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저… 시체를 안고 간다 생각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