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7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7화
신룡전설 3권 - 17화
강서성 혈림에서 백운산까지는 약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애초에 말을 했듯이 왕정은 백운산 근처까지만 동행을 하다가 곧바로 일행에서 빠져버렸다.
왕무적은 백운산채가 위치한 곳을 찾아 백운산을 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의 곁에는 백서린이 동행을 하고 있었다.
“백운산채의 채주는 광부(狂斧) 동방척. 나이는 쉰다섯이며, 무공 수위는 절정? 산적치고는 무공이 꽤 강하네요.”
백서린은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백운산채에 대한 정보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에? 금마혈검(金魔血劍) 철목진!”
“아는 사람입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백서린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왕 소협은 금마혈검 철목진을 모르나요?”
“저는 잘…….”
“꽤나 알아주는 검의 고수예요. 듣기로는 무당파 제자 다섯을 무참하게 죽였기에 무당파에서 척살령(刺殺令)까지 내렸다고 하던데… 백운산채에 숨어 있었군요.”
백서린은 이후로도 왕무적에게 백운산채에 대한 것들을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일다경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왕무적과 백서린의 앞을 5명의 남자들이 막아섰다. 남자들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과 손에 들고 있는, 과장스럽도록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보고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산적임을 모를 리 없었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산을 오르는 거냐?”
“네놈들도 앞서 다녀갔던 멍청한 현상금 사냥꾼들이냐?”
“흐흐흐! 고 계집… 얼굴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반반하군!”
“형님! 이거 우리에게 그간 고생했다고 하늘에서 상이라도 내려주는 모양입니다.”
“…꿀꺽!”
산적들은 두 사람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서린의 외모에 군침을 흘려대며 서로 희희낙락거렸다.
“백 소저, 산적이란 다 이렇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아미를 살짝 찌푸리고 있던 백서린이 답했다.
“대부분은 이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렇군요.”
산적을 처음 보는 왕무적으로서는 자신의 눈앞에서 결코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을 일삼는 그들의 모습에 살짝 눈을 찌푸렸다.
왕무적은 산적들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나는 임남제라는 소년을 데려가기 위해서 왔소. 그러니…….”
“이건 또 뭐야?”
후웅!
산적 하나가 귀찮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대감도를 거칠게 휘둘렀다. 투박한 솜씨였지만, 적절한 순간에 휘둘렀기 때문에 일류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대번에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한 한 수였다.
퉁!
왕무적은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대감도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퉁겨내곤 그대로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 산적의 가슴에 가볍게 일장을 선사했다.
퍼억!
“크와악!”
비명과 함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간 산적은 곧바로 ‘쿵!’ 소리와 함께 나무에 부딪혀 정신을 잃고 말았다.
“비, 빌어먹을!”
“고수다!”
“모두 조심해!!”
산적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바짝 긴장하며 재빨리 왕무적을 감싸며 무기를 겨눴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백서린인 안됐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찼다.
“바보들.”
백서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적들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왕무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쳐라!”
“죽여!”
“으하아압!!”
왕무적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산적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퍽! 퍽퍽! 퍼퍼퍽!
“크악!”
“우악-!”
“커헉!”
저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산적들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차피 상대가 되지도 않는 이들이었으며, 굳이 이들을 죽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왕무적이었기에 그는 그저 가볍게 그들을 상대할 뿐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산적 한 명에게 다가간 왕무적.
“으으으… 모,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대협!”
벌벌 떠는 산적을 향해 왕무적이 말했다.
“산채로 가자.”
“에? 예!!”
왕무적의 말에 산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가슴을 부여잡고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는 산적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멍청한 놈! 산채로 가면 네놈은 죽은 목숨이다!’
산적은 왕무적이 산채로 가는 순간, 갈기갈기 찢겨져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것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산적의 뒤를 따라 산을 오르는 왕무적의 곁으로 백서린이 다가와 걱정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왕 소협, 이렇게 가는 건 좀 무모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아무리 산적들이라곤 하지만, 백운산채의 산적들은 1백 명이 넘는다고요.”
백서린의 말에 왕무적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 그저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에? 왕 소협?”
“전 두렵지 않습니다.”
“왕 소협! 그건…….”
왕무적의 말에 백서린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굳이 말을 해봐야 이미 결심을 굳힌 그를 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휴… 바보 같은 사람!’
第十一章.혈림에서의 첫 일(事) (2)
산적의 안내를 받아 산을 오르던 왕무적과 백서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법 그럴듯하게 목책(木柵)을 세워놓은 백운산채를 볼 수 있었다.
백운산채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산적들의 눈이 왕무적과 백서린을 뒤따랐다. 이미 그 전부터 산 곳곳에 숨어 있던 산적들을 포착한 두 사람이었지만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칠! 뒤에 두 사람은 누구야?”
왕무적과 백서린의 앞에서 길을 걷는 산적에게로 한 산적이 다가와 물었다.
‘칫!’
백서린은 아칠이라는 산적이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이제부터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예상은 단번에 빗나가고 말았다.
“협상을 하러 온 사람들.”
아칠의 말에 물음을 건넸던 산적은 그러냐는 듯한 얼굴로 왕무적과 백서린을 바라봤다. 특히 그는 백서린을 바라보면서 뭔가 모를 웃음을 흘렸는데,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더러워!’
백서린은 불결하다는 듯 산적을 노려봤고, 그는 ‘흐흐!’ 하는 웃음까지 흘린 후에야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가 버렸다.
“무슨 말이지?”
왕무적의 물음에 아칠이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종종 산채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돈으로 교환하려고 협상을 하러 산채에 오르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대협.”
“아… 그렇군!”
아칠의 말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다.
“백 소저,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왕 소협, 그건… 아니에요.”
“……?”
백서린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칠은 이후로도 다가오는 산적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물러나게 만들었고, 결국 백운산채의 중심 부근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대협.”
“그러…….”
“어딜 가는 거죠?”
순순히 대답하려는 왕무적과 다르게 백서린은 아칠의 앞을 교묘한 방법으로 가로막으며 물었다. 만약에 허튼짓을 하려고 했다가는 단번에 죽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듯한 경고성 짙은 행동이었다.
백서린의 행동에 아칠은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대, 대협님들께서 원하시는 사람을 데려가려면 풍천왕(風天王)님과 이야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그러니 제가…….”
“거짓말은 아니겠죠?”
아칠은 아니라는 듯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백 소저, 기다려보도록 하죠.”
왕무적의 말에 백서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칠을 보내주었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가는 아칠의 모습에 백서린이 중얼거렸다.
“역시 보내는 게 아니었나?”
비겁하다 할지 모르지만 아칠을 인질로 붙잡고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백서린이었다. 인질이 있으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더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법 잘 꾸며놓았습니다.”
한가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백서린이 대꾸했다.
“왕 소협, 여기는 산적들의 소굴이에요. 어쩜 그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거죠? 만약에 일이 틀어질 경우에는 여기 있는 모든 산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단 말이에요.”
백서린의 말에 왕무적이 대답했다.
“저는 저들이 먼저 절 죽이고자 덤비지 않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환하게 웃는 왕무적의 모습에 백서린은 졌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왕 소협만큼 태평스런 사람도 없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하하하!”
왕무적이 웃는 사이, 아칠이 수십 명의 사내들과 우르르 다가왔다.
“바로 저들입니다!”
아칠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왕무적과 백서린을 바라봤다. 아까는 고양이 앞의 쥐새끼처럼 부들부들 떨었다면, 이제는 그가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네놈들이 겁도 없이 본채의 형제들을 죽일 듯이 때리고, 본채의 귀중한 사람까지도 데려가겠다는 놈들이냐?”
늑대 가죽을 붉게 칠해 제법 으스스하게 차려입은 50대 중년인이 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어라?”
왕무적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백서린이 대신 대답했다.
“그들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기에 그저 가볍게 훈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현재 이곳에 잡혀 있는 한 소년을 데려가기 위해서 왔어요.”
중년인은 백서린의 말에 제법이라는 듯 묘한 미소를 그렸다.
“계집이 제법이로군. 본왕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만나봤지만, 네년처럼 입을 잘 놀리는 인간은 본 적이 없었다. 네년은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느냐? 여긴 백운산채다! 본왕의 한마디면 네년은… 처참하게 윤간(輪姦)을 당하다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이……!”
백서린이 두 눈을 치켜뜨며 중년인을 노려봤다. 마음만 먹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중년인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협상은 고사하고 1백 명이 넘는 산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백서린은 가까스로 참았다.
“백 소저에게 다시 한 번 그런 말을 한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겠다.”
왕무적이 굳은 얼굴로 중년인을 향해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중년인의 말은 백서린을 욕보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중년인이 자신들을 협박한다는 사실을 왕무적으로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이로군!”
중년인은 살기 어린 눈으로 왕무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긴말 하지 않겠다. 임남제라는 소년을 데리고 내려가겠다.”
“흥! 은자 1천 냥을 내놓는다면 생각해보도록 하지!”
“은자 1천 냥?”
백서린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중년인을 바라봤다. 왕무적 역시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돈은 줄 수 없다.”
“그렇다면 네놈에게선 목을 가져가고, 계집에게선 몸을 가져가는…….”
서걱!
말을 하던 중년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
“난 경고했어.”
언제 뽑았는지 왕무적이 녹슨 자신의 검을 늘어트리고 서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산적들은 뒤늦게야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히익!”
“푸, 풍천왕이 죽었다!!”
“놈이 풍천왕을 죽였다!!”
땡땡땡땡땡땡!!
산적들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산채 전체에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댔다.
“왕 소협.”
“백 소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왕무적은 그렇게 말을 하곤 구름처럼 몰려들어 사방을 감싸기 시작하는 산적들을 차분하게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