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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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3화
신룡전설 3권 - 13화
“내가 듣기론 현재 혈천신교는 두 가지의 파벌로 나누어져 있네.”
만박귀자의 말에 왕무적은 관심 있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도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아는 한에 있어서는 최대한 도움을 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나로 인해 자네가 고생을 하게 생겨서 미안할 뿐이네.”
왕무적은 아니라는 듯 웃음으로 만박귀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현재 혈천신교에는 강경파(强硬派)와 온건파(穩健派)로 나누어져 있네. 강경파는 현재 중원 무림을 다시 한 번 장악하고자 하는 분파이고, 온건파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강경파와 맞서고 있는 분파라네.”
“아…….”
만박귀자는 말을 계속 이었다.
“두 파벌의 갈등이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현 교주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은 혈천신교의 발호가 없을 것이네.”
“그 말씀은?”
왕무적의 말에 만박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 교주는 중원 무림에 관심이 없지. 자네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혈천신교에 있어서 교주의 말은 곧 하늘의 법이지. 교주가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그것에 있어서는 조금도 불평, 불만을 가질 수가 없어. 그게 바로 혈천신교의 교주라는 위치의 막강한 권한이지.”
왕무적이 고개를 끄덕이자 만박귀자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혈천신교도 곧 변할 것이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주가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공식선언을 했다고 하더군. 이유는 모르지만 예상보다 너무 이른 퇴임으로 인해 혈천신교 내에서도 꽤나 당황하고 있네. 교주에 대한 괴소문도 돌고 있으니. 어쨌든 중요한 것은 교주가 갑작스럽게 예상보다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다음 대 교주가 혈천신교 역사상 가장 젊은 교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네.”
“……?”
왕무적이 의문스런 눈으로 바라보자 만박귀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혈천신교에서는 교주를 뽑기 위해 ‘혈천대전(血天大典)’이라는 거대한 행사를 행하도록 되어 있네. 그건 변하지 않는, 그리고 변할 수 없는 행사지. 혈천대전은…….”
혈천대전!
혈천대전은 혈천신교에서 교주를 뽑기 위한 일종의 비무대회라고 할 수 있다. 혈천대전은 교주가 뽑히는 순간까지 무기한으로 이뤄지며, 어떠한 이들이든 교주의 자리를 얻고 싶다면 도전할 수 있다. 물론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혈천신교의 교인이라는 것에 대한 증명!
이 한 가지 조건만 성사시킬 수 있다면 어떠한 사람이든 혈천대전에 참가하여 최후까지 승리하면 교주가 될 수 있었다.
“혈천대전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입니까?”
“특별한 방식은 없네. 비무대 위에서 도전을 해오는 일곱 명의 상대를 모두 이기기만 하면 되네.”
혈천대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장로원에서 인정한 혈천신교의 고수가 비무대 위로 오른다. 그러면 그를 상대로 교주가 되고자 하는 혈천신교의 교인이 차례로 도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하루에 받아들일 수 있는 도전자는 한 사람당 총 3명뿐이었다. 즉, 압도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3일은 걸린다는 소리였다.
“비무대 위에서는 어떠한 방법이라도 허용이 되네. 설사 그것이 상대를 죽이는 독과 암기라고 하더라도 승리만 할 수 있다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지.”
혈천대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허용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혈천신교의 교주는 웬만한 방법으론 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어째서 다음 대 교주가 역사상 가장 젊은 교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까?”
“그것은 간단하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혈천대전의 승리자는 혈천신교의 삼 가문의 후계자들뿐이었네. 즉! 이번 혈천대전이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바람에 현재 젊은 삼 가문의 후계자들 중의 하나가 교주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지.”
삼 가문!
혈천신교 내에 가장 강력한 3개의 가문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혈천대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역대 교주들은 만박귀자의 말대로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곤 모두 삼 가문의 후계자들뿐이었다.
그 정도로 삼 가문의 후계자들은 고강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삼 가문 내에서도 차기 교주를 자신의 가문에서 배출해내기 위해서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즉, 삼가문에서 태어나는 후계자들은 선택받은 교주 후보들이란 소리. 하지만 이번에 그 시기가 앞당겨지는 바람에 그들이 30대를 충분히 넘어선 후에야 벌어질 혈천대전이 10년은 일찍 벌어지게 생긴 것이다.
그로 인해서 혈천신교의 삼 가문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단 한 번의 예외를 두 번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만약 삼 가문의 후계자 중의 한 사람이 교주가 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만박귀자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삼 가문 중의 두 개의 가문이 강경파의 주축이라는 것이지.”
“하지만 반드시 그 두 가문 중에서 교주가 나올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자네의 말이 맞기는 하네. 하지만 강경파나 온건파나 어느 쪽도 이렇다 할 압도적인 고수를 보유하진 못한 실정이네. 그러니 강경파 쪽에서 두 가문 중의 후계자 하나를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 아무래도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지.”
“아…….”
그제야 왕무적은 만박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연이 닿은 사람은 온건파의 인물일세.”
만박귀자는 다시 미안하다는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내 이미 말해서 알겠지만, 그는 자네를 시험하려고 하고 있네.”
“시험이라고 하시면?”
“자네의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지.”
“어째서 그렇습니까?”
만박귀자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가 자네를 이용해서 강경파를 견제하려고 하는 것 같네.”
“…….”
결국은 얼마나 쓸모 있는 도구인가를 시험한다는 소리였다.
“자네에게는 뭐라 할 말이 없네.”
“허 어르신께서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만박귀자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봤다.
왕무적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는 왕무적.
끼익.
“후우…….”
왕무적이 방을 빠져나가자 만박귀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자신으로 인해 왕무적이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 만박귀자는 너무나도 미안해 하고 있었다.
“이번엔 석 장로, 자네의 생각이 틀렸네.”
만박귀자는 자신과 오랜 시간 교류를 해오고 있는 혈천신교의 이(二)장로 석당진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왕 소협은 결코 자네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그는…….”
만박귀자는 잘 알고 있었다. 혈천대전에서 삼 가문의 후계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교주로 등극한 신화적인 인물에 대해서. 지금 왕무적은 그 신화적인 인물과 같은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한 번 일어난 예외는 얼마든지 두 번, 세 번도 가능하지.”
“여기 있었군요.”
백서린의 음성에 왕무적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아… 백 소저.”
“혈림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왕무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제가 원하는 것들을 얻기 위함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일이 될 거예요.”
백서린의 걱정스런 말에 왕무적은 그저 환하게 웃기만 했다.
“다른 분들과는 헤어지기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예.”
이미 진중악을 비롯한 신왕대 무인들에게 그들의 뜻을 전해들은 왕무적은 아쉬운 감정을 가졌지만, 워낙에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모르기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백서린이 왕무적의 곁에 앉으며 기대에 부푼 얼굴로 말했다.
“혈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막상 직접 가본다고 생각하니 많은 기대가 돼요. 헤헤.”
“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바라보던 왕무적은 조금 늦게야 의외라는 듯 백서린을 돌아봤다.
“백 소저도 혈림에 볼일이 있으십니까?”
“예?”
“방금 혈림에 가본다고 하셨기에…….”
왕무적의 말에 백서린이 배시시 웃었다.
“제 말을 벌써 잊으셨나요?”
“네?”
‘대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당신을 관찰하는 중이에요.’
‘관찰?’
‘네!’
‘그… 그게 무슨 뜻이죠? 왜 절 관찰하시는 겁니까?’
‘제 짝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예?’
‘헤헤.’
기억을 떠올린 왕무적은 백서린을 바라보다 물었다.
“백 소저가 혈림에 가는 목적은, 소저의 말씀대로 절 관찰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백서린의 대답에 왕무적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 소저, 저는 소저의 짝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당장은 혈림으로 가지만, 결국엔 혈천신교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소저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어요. 왕 소협에게 있어서 제 무공은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도 제 한 몸 정도는 얼마든지 지킬 수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헤헤.”
“백 소저, 하지만…….”
왕무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서린이 몸을 일으켰다.
“저도 왕 소협처럼 고집은 좀 세거든요.”
그렇게 말을 한 백서린은 귀엽게 혀를 내밀고는 이내 등을 돌렸다.
왕무적은 멀어지는 백서린의 뒷모습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