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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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2화
신룡전설 3권 - 12화
방 안이 조용해지자 만박귀자가 한결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왕무적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물음을 건넸다.
“자네가 부인하지 않으니 다행이군. 그래, 천마혈풍장은 어디서 익혔는가? 아니, 자네의 사부는 도대체 누구인가?”
“저는… 섬에서 무공들을 익혔을 뿐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누군가에 의해서 익혀졌다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왕무적의 대답에 만박귀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에 의해서 익혀졌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그것은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왕무적이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만박귀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좋네. 그렇다면 다시 묻겠네. 자네는 자네가 주장하는 대로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무림에 나온 것인가?”
“거짓 없는 사실입니다.”
곧바로 대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만박귀자는 아무런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만박귀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자네가 내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겠지.”
“네.”
“자네가 내게 이토록 솔직하니 나 역시 솔직해지도록 하지.”
만박귀자는 잠시 신왕대 무인들과 백서린을 바라보더니 한숨과 함께 말을 시작했다.
“사실 나는 혈천신교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세.”
“……!”
“……!”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혈천신교에 있어서 대단한 사람이거나 교인(敎人)은 아니네. 그저 약간의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일 뿐이지. 사흑련의 련주가 날 잡으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네. 도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흑련의 련주는 나를 통해서 혈천신교와 연락을 하려고 하더군.”
사흑련에서 만박귀자를 잡으려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되자,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시원해진 얼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여간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그런 사람일세.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무슨 문제입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만박귀자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자네가 날 구하였던 날, 공교롭게도 혈천신교에서, 아니 정확하게 나와 연이 닿은 혈천신교의 인물이 나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었네.”
만박귀자의 말에 왕무적이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아! 절 도와줬던 사람이군요?”
“그렇네. 그날 자네를 한차례 도와주었던 사람일세.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이 자네가 펼친 천마혈풍장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네.”
“그렇군요.”
담담하게 대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만박귀자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하네. 나 때문에 자네가 곤란하게 되었으니…….”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 어르신께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을 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만박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이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말을 해보도록 하게.”
“혈천신교는 어디에 있습니까?”
“…….”
왕무적의 물음에 만박귀자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군! 저, 정말로 혈천신교를 찾아가실 생각이십니까?”
만박귀자의 경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듯 진중악이 급히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 말 할 수 있는 물건이 혈천신교에 있으니 당연히 그곳으로 가야죠.”
“하, 하지만! 혈천신교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솔직히 이런 말씀은 그렇지만 아무리 주군이라고 하시더라도 혈천신교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차라리 다른 것을 찾아보시는 쪽이…….”
“전 가야 합니다!”
왕무적의 확고한 음성에 그를 만류하던 이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침묵이 돌았다.
“허 어르신, 부탁드리겠습니다. 혈천신교는 어디에 있습니까?”
왕무적이 다시 묻자 신왕대 무인들의 눈짓에도 불구하고 만박귀자가 입을 열었다.
“혈천신교는 사흑련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곳이네. 그래도 괜찮은가?”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두려워 겁부터 내는 것은 사내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혈천신교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세히 모릅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사내이기 때문입니다.”
왕무적의 말에 만박귀자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말을 들으니 선대인(先大人)께서 살아생전에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지 내 짐작을 할 수 있겠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제게 혈천신교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생각이십니까?”
“미안하네.”
“예?”
“내가 알려주고 할 필요도 없게 되어버렸네. 자네가 천마혈풍장을 익혔다는 사실에 그쪽에서 자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버렸네. 미안하네.”
만박귀자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로 사과했다.
“허 어르신! 그럼 앞으로 주군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도담우의 물음에 만박귀자가 왕무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틀 후에 사람이 올 것이네. 그는 자네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혈림(血林)으로 갈 것이네.”
“혈림?”
“도대체 그곳에 왜 주군이 가야 하는 것입니까?”
“혈림이라니…….”
만박귀자의 말에 신왕대 무인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한 사람!
“혈림은 어디입니까?”
왕무적만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혈림은…….”
第八章. 혈림(血林)으로…….(2)
혈림(血林).
중원 무림(中原武林) 최대 신비지처(神秘之處)!
가장 흔한 말로 각 지방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무인시장!
중원 무림은 물론이고, 새외 무림(塞外武林)에 존재하는 낭인(浪人)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모여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공을 파는 곳.
……(중략)…….
혈림은 누가, 언제, 어떠한 계기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언제부턴가 혈림은 자연스럽게 각 지방마다 한 군데씩 만들어졌으며, 그들은 자신의 목숨과 무공을 팔았다.
혈림의 주인은 혈림을 구성하는 수백, 수천 명의 낭인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이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돈에 의해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웃고 떠들던 동료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지만, 혈림의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결코 어떠한 분쟁도, 싸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중략)…….
무림에 혈풍이 불었을 당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은 혈림뿐이었다. 혈천신교(血天新敎)에서도 건드리지 않았던, 아니 건들지 못했던 곳이 바로 혈림이다.
혈림을 상대로 싸운다는 건… 수천 마리의 늑대들 사이를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혈림을 구성하는 낭인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의 단결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략)…….
많은 이들이 혈림을 손에 쥐겠다고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혈림을 구성하는 낭인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은 어떠한 세력 아래에도 구속받길 거부한다.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이자 그들의 생명력이다.
자유(自由).
어떠한 이라도 자유를 원한다면… 혈림으로 가라!
-무림실록(武林實錄) 지역(地域)편.
중원 무림(中原武林) 혈림(血林)의 장(章)에서 발췌-
“대주, 앞으로 어쩔 작정이오?”
도담우의 물음에 진중악이 그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어쩔 작정이냐니?”
“대주도 들어서 알 것 아니오.”
상자량의 대답에 곧바로 엄등이 말을 이었다.
“주군께서는 이미 혈림으로 가시기로 작정한 모양인데, 우리도 길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묻는 것 같은데…….”
“길이라뇨? 저희는 당연히 주군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자운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등을 바라봤다.
“막내야, 그건…….”
“막내의 말이 맞다. 우리는 당연히 주군을 따라 혈림으로 가야 한다.”
진중악의 말에 장량이 고개를 저었다.
“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오.”
“예? 그게 아니라니요? 장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량이 주자운을 바라보다 진중악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우리가 혈림으로 가는 것은 주군에게 있어서 짐밖에 되지 않을 거요. 따지고 보면 주군이 혈림으로 가는 것은 혈천신교로 들어가기 위함이오. 우리까지 주군을 따라가게 되면 우리는… 주군의 발목을 잡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오.”
“나 역시 장량과 같은 생각이오.”
도담우는 간단하게 장량의 말을 동조했다. 상자량도 콧잔등의 상처를 매만지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같은 생각이오. 우리가 혈림으로 가는 것은 주군에게 있어서 도움 될 일이 하나도 없을 거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우리까지 혈천신교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아마 십중팔구 번번이 주군을 곤란하게만 만들 것이오.”
상자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자운이 대꾸했다.
“하지만! 주군 혼자만 혈림으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주군이 혈천신교로 들어가서도 그렇습니다. 최소한 우리가 곁에서 주군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막내야, 틀렸다. 우리는 주군의 손과 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군이의손과 발을 묶는 족쇄가 될 거다.”
“주 형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군의 은혜로 내공도…….”
“우리의 내공이 높아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너는 여전히 이류 무인일 뿐이고, 나는 일류 무인일 뿐이다. 그게 현실이다.”
“하, 하지만…….”
상자량의 냉정한 말에 주자운이 어떻게든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도 상 형과 같은 생각이오.”
“엄 형님까지! 대주님…….”
엄등까지도 같은 생각을 표명하고 나서자 주자운이 힘 빠진 얼굴로 진중악을 바라봤다.
진중악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진중악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모두의 말이 맞다. 우리는… 주군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우리는…….”
진중악의 말에 주자운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커다랗게 소리를 내질렀다.
“틀렸어요! 다 틀렸어요! 대주님도 틀렸고! 도 형님! 상 형님도! 엄 형님도! 장 형님도! 모두 다 틀렸어요! 우리는… 우리는 결코 주군의 손과 발을 묶는 족쇄가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는…….”
상자량이 주자운의 머리카락을 짓누르며 말했다.
“막내야… 네 심정은 이해한다. 나 역시 분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 하지만…….”
도담우가 주자운의 어깨를 굳게 잡았다.
“막내야! 우리가 주군의 앞길을 막아서야 되겠느냐?”
“그럴 수는 없지…….”
엄등의 힘없는 음성.
“기회라 여겨라. 그러면 된다.”
장량이 주자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기회?”
주자운이 장량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회. 우리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
“도약할 수 있는 기회…….”
중얼거리는 주자운을 바라보던 진중악이 외쳤다.
“그래! 우리 모두 기회라 여기자! 이번은 분하지만! 가슴이 터질 만큼 분하지만! 물러나도록 하자! 주군에게 자랑스러운 수하가 될 수 있는 기회라 여기자! 다음에 주군을 만나면… 그때는 주군의 손과 발이 되는… 자랑스러운 수하가 될 수 있는 기회라 여기자!”
진중악의 말에 주자운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 것뿐인가요?”
주자운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진중악을 시작으로 신왕대 무인들을 일일이 바라보며 주자운이 소리쳤다.
“저… 정말로 강해질 겁니다! 주군을 위해서 강해질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주군의 수하가 될 겁니다! 저는… 저는… 끅끅!”
주자운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래! 막내의 말대로 우리 모두 강해지자! 다시 주군을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분한 마음 들지 않도록! 강해지도록 하자!”
진중악의 외침에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의형제를 맺는 게 어떻소?”
상자량의 말에 도담우가 맞장구쳤다.
“의형제라… 것도 나쁘지 않군!”
“나 역시 찬성!”
“나도.”
“저도 찬성입니다!”
주자운까지 동의하자 진중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무릎을 꿇었다.
털썩!
진중악을 시작으로 하나같이 그의 곁으로 무릎을 꿇었다.
털썩! 털썩! 털썩…….
진중악이 절을 하며 맹세를 했다.
“진중악, 도담우, 상자량, 엄등, 장량, 주자운은 비록 한 부모 아래 태어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늘에 두고 형제의 연을 맺으려고 합니다! 여섯은 한마음이 되어서 평생토록 주군을 위해 살아가며,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황천후토(皇天后土)시여, 부디 우리 여섯 사람의 이러한 뜻을 굽어 살피어 주옵소서! 만약 우리 중에 의를 배반하는 자가 있다면, 지옥의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온몸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일 수 있도록 하소서!”
진중악이 맹세를 끝내고 돌아보자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문도 함께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상자량의 말에 주자운이 고개를 숙였다.
“저 때문에…….”
“막내야! 다시 말하지만 결코 네 탓이 아니다! 그건 조문의 뜻이었다. 다시 한 번 조문을 욕되게 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상자량의 말에 진중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량의 말이 맞다. 그건 어디까지나 조문의 의지였다. 막내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생각 하지 마라.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조문은 없지만 그 역시 우리의 형제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조문은 여기에 있다.”
진중악은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머리에 기억되는 사람은 언제고 잊히기 마련이지만, 가슴에 기억되는 사람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에게 조문은 그런 사람이다. 아니! 형제다! 모두 알고 있겠지?”
“물론이오! 대주, 아니지, 이제는 대형(大兄)이라고 불러야겠지. 대형! 앞으로 죽는 그날까지 잘 부탁하오!”
도담우가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