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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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0화
신룡전설 3권 - 10화
第七章. 혈림(血林)으로…….(1)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백의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무림맹의 맹주 백의신군 천우생.
시간은 벌써 1각이나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침묵만 하고 있을 참인가?”
침묵을 깨고 나온 천우생의 말에, 그의 앞에서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던 무림맹의 군사 쌍절서생 오경이 희미하게 웃었다.
“차 맛이 좋습니다, 맹주님.”
오경의 말에 천우생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자네, 알고 있나?”
오경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천우생이 답했다.
“자네가 내게 ‘사흑련이 멸문을 하였습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일각 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자넨 알고 있기나 한 건가?”
“맹주님, 제 기억력은 꽤 좋은 편입니다.”
오경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 오경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천우생이 한탄을 하듯 입을 열었다.
“가끔가다 생각하는 거네만… 맹주라는 직책도 사실은 별것 없는 듯싶네. 군사인 자네의 말을 일각이라는 시간 동안 이토록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 걸 보니.”
“하하하! 맹주님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오경의 웃음에 천우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네와 벌써 오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여전히 종잡을 수가 없군.”
“맹주님의 그 말씀, 섭섭하게 들립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천우생의 말에 오경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림이 심상치 않다는 건 나보다도 자네가 더 잘 알 것이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중한 어조에 오경 역시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간 무림은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그렇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천우생이 동조하자 오경이 말을 이었다.
“벌써 오검파와 삼도파, 팔대세가까지도 모두 제각각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가?”
가볍게 대꾸하는 천우생의 모습에서 그 역시도 이미 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경 역시도 그런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싶었다.
그럼에도 오경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오검파는 우선 무당파가 주축이 되어 검파전(劒派殿)을 만들었으며, 삼도파는 황산파(黃山派)를 주축으로 도천맹(刀天盟)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팔대세가… 이제는 육대세가로 전락을 해버렸지만, 어쨌든 그들은 남궁세가(南宮世家)가 있는 안휘성(安徽省) 합비(合肥)에 세가맹(世家盟)을 창설하였습니다.”
오경의 말에 천우생이 찻잔을 들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신 천우생이 중얼거렸다.
“역시 차는 식어버리면 별로군.”
“맹주님.”
오경의 부름에 천우생이 천천히 시선을 옮겨 그를 바라봤다.
“알고 계십니까?”
“무엇을 말인가?”
느긋하게까지 느껴지는 천우생의 반문.
오경은 그런 천우생을 향해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곳 호북성만 하더라도 저희 무림맹을 제외한 오검파의 검파전이 생겨났으며, 안휘성에도 각각 삼도파의 도천맹과 육대세가의 세가맹이 생겨났습니다. 벌써 정파 무림인들로만 이뤄진 연합체가 세 곳이나 생겼습니다. 힘을 하나로 모아도 부족할 판에 각각 세력을 분산시켜…….”
오경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천우생이 입을 열었다.
“지금 무림엔 아무런 문제도 없네.”
“맹주님, 불과 몇 달 사이에 진주언가와 모용세가가 깨끗하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두 가문은 그저 그런 무림의 무가가 아닙니다. 팔대세가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흑도 문파 중에서도 꽤 알아주던 사흑련 역시도 두 가문과 마찬가지로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없이 멸문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천우생은 오경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군사는 지금 무림에 큰 겁난(劫難)이라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
오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굳이 부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 오경을 바라보며 천우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진주언가와 모용세가의 멸문은 무림에 있어서 커다란 충격임이 분명하네. 또한 얼마 전에 멸문을 당한 사흑련 또한 크다면 큰 충격이 될 수도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각각 세력을 형성하는 오검파나 삼도파 등처럼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말일세.”
잠시 말을 멈춘 천우생은 찻잔의 차디찬 차를 한꺼번에 들이켠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덩달아서 움직일 필요는 없네. 우리까지 움직인다면 얼마나 많은 무림인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겠는가? 굳이 우리까지 움직여서 그렇지 않아도 오검파나 삼도파, 팔대… 육대세가로 인해 불안해 하는 무림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이네.”
“맹주님, 그렇다고 이대로 있는 것 또한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는 오검파, 삼도파, 육대세가와는 다르네.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게 오래전부터 힘을 응집시켜 왔으며, 언제든 그 힘을 방출할 수 있도록 항상 대기하고 있네. 군사는 무림맹의 힘을 모르는가?”
“…….”
천우생의 자신만만한 음성에 오경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맹주님의 말씀이 맞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오경이 슬쩍 웃었다.
“이거 역시 맹주님은 못 따라가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자네의 그 말은 나를 칭찬하는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잠시 맹주실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 웃음도 천우생의 말에 오래가지 못했다.
“백과 청이라…….”
조금 전의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오경은 잘 알고 있었다.
백(白)과 청(靑)!
진주언가의 멸문이 있기 전에 백발, 백미의 사내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리고… 모용세가가 멸문을 당하기 이전에 또 다시 백발, 백미의 사내가 나타났다. 이는 분명히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이번에 멸문을 당한 사흑련에는 청발, 청안의 사내가 나타났다. 백발, 백미의 사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해도 청발, 청안의 사내는 잘 알 수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해 그 어떤 무인들보다도 빠르게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신도황 왕무적! 아직까지는 사흑련이 그의 손에 멸문을 당했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사흑련이 멸문을 당하기 전에 그와 한차례 충돌이 있었다는 점이다.
“자네는 어느 쪽이라 보는가?”
천우생의 물음에 오경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맹주님께서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천우생이 슬쩍 웃었다.
“검파전, 도천맹, 세가맹이 만들어진 이유가 그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아무래도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도 그렇군요.”
“그래, 자네의 생각은 어느 쪽인가?”
오경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어느 쪽도 좋진 않습니다.”
“자네는 양쪽 모두를 생각하는 건가?”
천우생이 의외라는 듯 묻자 오경이 대답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 고른다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 그렇기도 하군.”
고개를 끄덕이며 오경의 말에 동조하는 천우생. 그런 천우생을 향해 오경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우선 백의 사내는 그 행동이 너무 은밀하고 신출귀몰(神出鬼沒)합니다. 거기에 모용세가의 일로 인해 확실해졌지만, 그를 돕는 세력이 꽤 있습니다. 이는 확실하게 무림의 불안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은?”
“청의 사내… 그가 만약 신도황 왕무적이라면 그는 굉장히 무서운 사내입니다. 어떤 면에서 있어서는 백의 사내보다도 더욱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런가?”
천우생이 관심 있게 묻자 오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드러난 것들에 의하면 그는 어떠한 세력도 없습니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고작 일류 수준의 무인 몇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만약 사흑련을 멸문시킨 장본인이라면, 그의 무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는 하지.”
천우생도 동의한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흑련은 개인이 무너트릴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물론 현 무림에 있어서 그런 힘을 지닌 무림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그런 무림인들은 소위 열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극강고수들뿐이다.
이제 고작 약관에 들어선 듯한 신도황 왕무적이 그런 극강고수들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무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오경은 천우생의 그런 생각과 조금 다른 듯싶었다.
“신도황 왕무적이 자신의 무력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백의 사내보다는 신도황 왕무적을 조금 더 위험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제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일 때의 경우이지만 말입니다.”
“…….”
오경의 말에 천우생이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군사의 말이 맞다. 그가 자신을 앞세워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면…….’
신도황 왕무적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당장 그런 것이 판가름 나기 이전에 그는 명실상부한 도황의 전인이다. 그런 그가 도황의 이름을 들먹여 세력을 만들고자 하면, 그의 도 아래 모여들 무림인들의 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도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의 무림인들이 그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무림인들의 생리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천우생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는 현재 어디에 있나?”
“그라면?”
오경이 자신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자 천우생이 다시 물었다.
“신도무적 나태강 말일세.”
“아!”
천우생의 말에 오경이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천우생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곤 슬쩍 웃었다.
“현재 하남성(河南省) 천중산(天中山)을 지나고 있다 합니다.”
“조금은 더딘 발이로군.”
천우생의 말에 오경이 희미하게 웃었다.
“명색이 천하제일인의 발걸음입니다. 가벼울 수 있겠습니까?”
“천하제일인이라… 하하하!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재미있다는 듯 웃던 천우생이 입을 열었다.
“천하제일인의 도가 도황이 도를 꺾는다면… 자네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지?”
천우생의 물음에 오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십중팔구는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열에 여섯, 일곱 정도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겠지.”
천우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