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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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7화
신룡전설 3권 - 7화
第五章. 이제는… 내가 가지 않아
쇄애애애액-!
일흑의 검이 왕무적의 오른쪽 어깨를 베어버리려는 순간!
[놈은 허 어르신을 죽이지 못하니 그의 말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소!]
“……?”
어디선가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제야 왕무적도 련주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유? 이유라… 간단하지! 만박귀자는 내 야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길로 안내해줄 수 있는 훌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안내자라고 했으니 죽일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구나!’
휙!
“……!”
부아앙-!
일흑은 꼼짝도 하지 않다가 가볍게 어깨를 흔드는 것으로 자신의 검을 피해버리는 왕무적의 행동에 급급히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였다.
련주가 그 모습을 보곤 은빛 가면 속의 눈동자를 찌푸렸다.
“내 말뜻을 아직도 제대로 알아듣지…….”
“안내자라고 했잖아?”
왕무적이 제법 커다랗게 외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련주를 향해서 왕무적은 계속 말을 이었다.
“안내자라고 했으니까 허 어르신이 죽는 건 너도 바라지 않을 거야. 내 말이 맞지?”
빙긋 웃는 왕무적의 모습에 련주는 가만히 있다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것이었군. 그럼 이건 어떨까?”
“뭐라……!”
콰직!
왕무적이 뭐라고 묻기도 전에 련주는 다른 한 손으로 만박귀자의 한쪽 팔을 사정없이 부러트려버렸다.
“으아아아악!”
팔이 부러지는 고통에 죽어라 비명을 지르는 만박귀자.
“이 나쁜 놈!! 하지 마!! 하지 마!!”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기색으로 소리를 지르는 왕무적의 모습에 련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만박귀자의 또 다른 한쪽 팔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부러트려 버렸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네 말대로 죽이는 건 나에게도 조금 곤란하지. 하지만… 병신으로 만들어버릴 순 있어. 원한다면 더 보여줄 수도 있지. 원한다면 계속해서 움직여라. 그러면 그럴 적마다 하나씩, 하나씩 부러트려줄 테니까.”
“…….”
련주의 말에 왕무적은 어떠한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고통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과 부들부들 떨리는 만박귀자의 몸을 보고 있자니 쉽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흑!”
련주의 외침에 일흑은 다시 왕무적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액!
이번에는 깨끗하게 잘라내버릴 수 있다는 확신이라도 드는지 검날까지도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연막탄(煙幕彈)이 터지면 곧바로 허 어르신부터 구하도록 하시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더욱 힘들어질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주시오.]
‘누구지?’
왕무적은 또다시 들려오는 전음에 그 상대가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당장은 그것보다도 그의 말대로 연막탄이 터짐과 동시에 만박귀자를 재빨리 련주의 손에서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일흑의 검이 다시 한 번 왕무적의 오른쪽 어깨를 베고 지나가려는 순간!
[지금이오!]
퍼엉-!
어디선가 날아든 검고 둥그런 물체가 공중에서 터졌다.
“……!”
“뭐야!”
“연막탄!”
“모두 물러나!!”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장내를 뒤덮었고, 그와 동시에 왕무적은 섬광과 함께 검은 연기를 헤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그에게 이 정도의 연기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흑과 흑야대, 련주는 침착했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연막탄의 검은 연기의 범위에서 벗어나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특히 련주와 같은 경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눈빛으로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회는 한 번!’
왕무적은 연기 속을 뚫고 련주의 우측 후방으로 파고들었다.
“……!”
련주가 화들짝 놀라며 급히 손을 휘둘렀지만, 이미 왕무적은 좌측 후방으로 움직인 이후였다. 그리고 련주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 제일초(第一招)!
혈풍비(血風飛)!
무림 4대 금기 수공 중의 하나인 천마혈풍장이 다시 한 번 왕무적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피로 물든 듯한 핏빛 장력이 련주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으음!”
빈틈을 비집고 날아드는 공격들이 얼마나 교묘했는지 피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그렇다고 맞받아치기엔 한쪽 손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양손을 사용해야만 했다.
결국 련주는 만박귀자의 목덜미를 놓아야만 했다.
퍼퍼퍼퍼펑-!
“으윽!”
손끝을 통해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
련주는 이토록 강맹한 장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만약 왕무적이 마음먹고 자신을 죽이고자 장력을 날렸더라면 절대로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괜찮으십니까?”
왕무적은 그동안의 고생으로 안색이 파리해진 만박귀자를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네…….”
만박귀자는 무공도 익히지 않은 일개 범부(凡夫), 나이를 먹은 노인에 불과했다. 그런 노인이 양팔은 부러지고, 오랜 시간 목덜미를 붙잡혀 고통을 당했으니 몸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으음…….”
한순간에 긴장이 풀어졌기 때문인지 만박귀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혼절을 해버린 것이다.
잠시 련주와 그의 곁으로 모여든 흑야대를 바라보던 왕무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만박귀자의 몸을 안아 들었다. 저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 중요하겠지만 당장은 만박귀자가 먼저였다.
“방수(幫手)가 있었던가?”
련주는 가면 속의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몸은 방금 전에 있었던 충격의 여파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충격은 대단했고, 그만큼 왕무적을 바라보는 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왕무적이 펼친 무공이 무슨 무공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깊어져만 갔다. 연막탄의 검은 연기로 인해서 정확하게 왕무적의 무공을 살피지 못했기에 피에 물든 듯한 혈수 또한 보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놈의 진실한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련주의 입장에서 왕무적은 알면 알수록 그 정체가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인물을 길러냈는지 궁금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방수…….’
련주의 물음은 왕무적 또한 묻고 싶은 것이었다.
“이제 보니 제법 교활한 구석이 있는 놈이로군.”
왕무적은 가볍게 눈을 찌푸렸다.
“어쨌든 나중에 다시 오겠다!”
그렇게 말을 하고 사흑련을 떠나려는 왕무적을 곱게 보낼 련주가 아니었다.
“어딜 간다는 소리냐?”
련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야대가 재빨리 왕무적을 둥그렇게 감싸고 섰다.
사흑련은 이미 왕무적으로 인해 그 세력을 모두 잃었다. 남은 세력이라고는 흑야대뿐이었지만, 애초부터 흑야대는 자신만의 비밀 세력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사흑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단 소리였다.
사흑련 전체와 맞바꾸고서라도 알아내려고 했던 것은 바로 왕무적이 익힌 오도무적도와 팔로용비검이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왕무적의 품에 안겨 있는 만박귀자였다.
즉, 지금 련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모두 왕무적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방수로 일이 더럽게 꼬여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를 곱게 보낼 수는 없었다.
“비켜!”
왕무적의 외침에 련주가 ‘허!’ 하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대로 떠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
“나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주 큰 상관이 있지! 네놈이 사흑련을… 무너트리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 보상도 없이 이대로 떠나겠다? 어림없는 소리!!”
은빛 가면 속의 눈에서 흉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릉! 스릉! 스릉!
흑야대 무인들이 저마다 검을 뽑아 들었다.
“…….”
왕무적은 련주와 흑야대 무인들을 싸늘하게 바라보곤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만박귀자를 바라봤다. 이대로 뚫고 가자면 못 갈 것도 없지만 그러기엔 뭔가 마땅치가 않았다.
우선 간다고 하더라도 갈 곳이라고는 만박귀자의 집뿐이다. 그런데 그곳으로 간다면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만약 저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그때는 만박귀자뿐만이 아니라 신왕대 무인들도 함께 지키며 싸워야 하기에 더욱더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백서린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고,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자신의 몸 하나 지키는 정도일 것 같으니 결국은 그곳으로 갈 수는 없다.
그리고…….
왕무적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도망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저들이 그냥 보내준다면 몰라도,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는데 꽁무니를 뺄 수는 없었다. 그건… 사내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날 도와주었던 사람이 허 어르신만 지켜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어떠한 전음도 들리지 않았다.
연막탄을 던질 적만 하더라도 어렴풋이 방수가 있는 곳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냥 떠나버렸는지, 아니면 고도의 은신술로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혼자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지.”
왕무적은 그렇게 중얼거리는 만박귀자를 품에서 등으로 옮겼다.
부욱-
상의를 찢고, 검대를 이용해서 왕무적은 만박귀자가 등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었다.
웬만한 움직임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인 것을 확인한 왕무적은 련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내가 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