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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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6화
신룡전설 3권 - 6화
“이거 현 상황에서는 대화로 풀기가 너무나 어렵군. 후에 다시 대화를 해보도록 하지. 그때는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으면 좋겠군. 후후후.”
“……?”
련주가 일흑을 바라보며 말했다.
“흑야대는 놈을 사로잡아라! 아! 혹시라도 반항을 한다면… 팔과 다리 정도는 잘라내도 별 상관이 없다. 어차피… 말할 수 있는 머리와 입만 멀쩡하면 되니까.”
일흑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먼저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그의 뒤로 나머지 흑야대가 한꺼번에 왕무적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왕무적이 손에 들어 녹슨 검을 움켜쥐자 련주가 입을 열었다.
“이거 잊은 모양이군. 난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으으으윽!”
“그, 그런 게…….”
왕무적이 뭐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련주가 말을 이었다.
“검을 앞쪽으로 던져. 그리고 이왕이면 도와 창도 함께 던지도록.”
“이……!”
꾸욱.
“아아아악-!!”
만박귀자의 죽을 것 같은 비명에 왕무적은 어쩔 수 없이 검과 도, 창을 모두 앞쪽으로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텅텅텅.
“이번에는 대화가 잘 통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쁘군! 모쪼록 후에도 그러길 바라도록 하지. 후후후.”
“…….”
왕무적은 말없이 련주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흑야대 무인들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으며, 어느새 일흑은 검까지 뽑아 들고 왕무적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쇄애애애액-!
절정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
왕무적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드는 검날을 바라만 봤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왕무적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크게 당황한 얼굴로 검날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왕무적을 련주는 조롱기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가 가도록 하자꾸나.”
“저는…….”
“되었다! 그런 몸으로는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으니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자. 그놈 잡으러 가다가 네가 먼저 저승사자에게 잡혀… 흠흠! 어쨌든 오늘은 이쯤 쉬도록 하자꾸나!”
노인은 그렇게 말을 하곤 곁에 힘겹게 서 있는 여인을 조심스럽게 부축하여 이름도 거창한 신룡객잔(神龍客棧)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의 외침에 노인은 어디서 큰 소리를 치냐는 듯 두 눈을 부라리곤 말했다.
“여기서 가장 깨끗하고 큰 방을 내놓거라!”
“예? 아! 예, 예!!”
잠시 멀뚱히 노인을 바라보던 점소이는 노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허겁지겁 대답을 하곤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뚜벅.
노인의 음성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객잔을 가로질러 가는 노인과 여인에게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약간의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놈의 노인네 목청 한번 크군!”
객잔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앉은 거한의 남자가 노인과 그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기는 여인을 바라보며 커다랗게 말했다. 그러자 그와 같이 자리를 하고 앉아 있던 30대 초반의 중년인이 곧바로 대꾸했다.
“그러게 말이야!”
우뚝!
걸음을 옮기던 노인은 천천히 몸을 돌려 거한의 남자와 중년인을 죽일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불거리는 주둥아리를 찢어놓아야 조용해질 놈들이구나.”
“……!”
“……!”
노인의 말에 남자와 중년인은 물론, 객잔에 자리를 잡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복건성 남평(南平)에는 웬만한 문파보다도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2명의 무림인이 있었는데 그들의 별호가 바로 진천쌍걸(震天雙傑)이며, 그들이 바로 현재 객잔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남자와 중년인이었다.
진천쌍걸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저런 노인을 본 적이 없었다. 하긴 자신들을 보고도 저런 말을 겁 없이 해대는 것으로 보아 외지에서 굴러왔다는 것쯤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스윽.
거한의 남자, 이홍이 몸을 일으켰다.
이홍은 앉아 있을 때보다 적어도 3배 이상은 커진 듯했다. 그 정도로 이홍의 신체는 우람했고, 그에 비해 노인은 초라하다 못해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아무리 살 만큼 살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지. 내 아무리 착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내 앞에서 사죄의 절을 하고 주둥아리를 봉한 후에 곱게 객잔을 나간다면, 이쯤에서 없었던 일로 해줄 수도 있다.”
노인이 이홍의 거대한 체구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자 많은 이들이 더욱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바, 방금 뭐라고 지껄였지?”
이홍의 물음에 노인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아무래도 네놈의 주둥아리는 오늘 반드시 찢어놔야 할 것 같구나!”
“이 미친 노인네가!!”
후우우웅-!
노인의 말에 참지 못한 이홍은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가는 권경(拳勁)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 정도였으니, 이홍의 실력이 그저 그런 일류는 아니란 소리였다. 능히 절정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홍의 공격에도 노인은 가만히 서 있었다. 오히려 우습지도 않다는 듯 눈살까지 살짝 찌푸릴 정도였다.
“잠시 다녀오마.”
노인은 부축하고 있던 여인에게 그렇게 말을 하곤 한 발을 내딛었다.
저벅.
“……!!”
이홍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노인은 단순히 한 발을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노인의 신형이 사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당황스러웠지만 그는 엄연히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
쿵!
이홍은 주먹을 휘수함과 동시에 하체를 굳건하게 객잔 바닥에 붙이고 양주먹을 사방팔방으로 내질렀다.
후웅! 후우웅! 후웅!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간 강한 바람이 사방에서 튀어나온 노인들을 노리고 정확하게 날아갔다.
“흥! 실력이라고는 개삼류 문파의 문지기나 해먹기에 딱이겠구나!”
“이 빌어먹을 노인네!!”
퍼억! 퍼엉! 퍼엉!
이홍의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온 권력(拳力)은 그가 노린 노인을 맞추기보다는 엉뚱하게도 객잔의 기물들만 박살내고 있었다.
스으윽-
“네놈의 꼴을 보니 밤일을 어떻게 할지 눈에 선하게 보인다! 조준도 제대로 못하는 멍청한 놈!”
“……!”
자신의 턱 아래로 바짝 붙어서 말을 하는 노인의 모습에 이홍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급히 쌍권을 내질렀다.
후우우웅-!
산이라도 무너트릴 만큼 위력적인 쌍권에 노인은 가볍게 왼손을 털어냈다.
휙.
퍼어어엉-!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이홍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객잔 한쪽 벽면에 부딪혀 쓰러졌다. 붉은 핏물에 흥건하게 젖은 그의 양 주먹을 보니 다시 권법을 사용하기엔 큰 무리가 있을 듯싶었다.
“이, 이홍!!”
중년인, 영호상이 급급히 이홍의 곁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홍의 권력을 손쉽게 뚫고 바로 아래까지 다가갔는지, 그리고 어떠한 수법으로 그의 주먹을 이렇게까지 만들어놨는지 영호상으로서는 경악스러울 뿐이었다.
“…….”
“…….”
이홍으로 인해 객잔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입을 뻥끗하지 않았다.
어느 누가 이홍이 이토록 허무하게 쓰러질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해봤을까?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건 말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노인은 이홍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노인이 다가오자 이홍은 물론이고, 영호상은 절정고수로서의 자존심과 체면을 다 집어던진 채, 사색이 된 얼굴로 급히 머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가, 감히 하늘을 몰라보고 주둥아리를 나불거린 죄,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이번만 용서를… 용서를…….”
영호상의 사죄에 노인은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언제부터 이따위 버러지 같은 놈들이 절정고수가 되었는지! 무림이 썩을 대로 썩어서 고약한 냄새만 풍겨대는군!”
노인은 자신의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영호상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퍼억!
“크아악!”
몸이 붕! 떠올라 이홍의 곁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쿨럭! 쿨럭!”
단순한 발길질이 아니었던가?
기침을 할 적마다 영호상은 자신의 앞섬을 붉은 핏물로 물들였다.
노인은 어느새 이홍의 앞까지 다가갔다.
“으으으……!”
이홍의 눈엔 공포라는 감정이 가득했다. 그런 이홍을 바라보며 노인이 히쭉 웃었다.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은 웬만해선 잘 어기지 않기로 유명하지! 네놈의 주둥아리를 찢어놓겠다.”
“으으으……!”
노인은 정말로 이홍의 입을 찢어놓으려는 듯 손을 들어 그의 입을 잡았다. 그리고 양옆으로 길게 찢어놓으려는 순간.
“할아버지… 그만 가요.”
“으잉?”
여인의 음성에 노인이 이홍의 입을 잡은 그대로 고개만 돌렸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내가 이놈의 버릇없는 주둥아리를 찢어놓고…….”
“그냥 가요.”
여인의 말에 노인이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빈아, 그래도 할애비 체면이 있는데 이렇게 물러서기에는 좀 그렇지 않겠느냐? 주둥아리 찢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주 잠깐이면…….”
재빨리 이홍의 입을 찢어놓으려는 노인을 향해 여인이 기어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냥 가자고요! 으…….”
“어이쿠! 빈아! 빈아!!”
여인이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비틀거리자 노인의 신형이 귀신처럼 사라졌고, 곧바로 여인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빨랐던지 객잔의 그 누구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빈아, 괜찮으냐? 괜찮은 거냐?”
노인은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괜찮으니까… 그냥 가요.”
“그래! 그러자꾸나! 이놈아!! 당장 방으로 안내를 해라!!”
“예, 예!!”
후다닥!
노인의 고함에 점소이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급급히 방으로 안내를 했다.
여인을 부축하며 점소이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르던 노인은 쓰러져 있는 이홍과 영호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천상의 선녀나 다름없는 우리 귀여운 빈이가 아니었다면 그놈의 못된 주둥아리를 죄다 찢어놓았을 거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처먹을 때는 우리 빈이에게 고마움의 절을 하도록 해라!! 이 죽일 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