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2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28화
128. 길을 잃었어요.
아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비공정의 선내를 구경했다.
비공정의 정원은 조종사, 부조종사를 포함 열 명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전부 열 명. 나까지 열한 명이어서 한 명은 탈 수 없었다.
따라서 제작자인 왕 산산을 제외한, 아홉 명이 시험 비행할 예정이었다.
연금술 공방 총책임자인 왕산산은, 변신 마갑과 통신구의 최종 작업을 이유로 승선을 양보했다.
그녀의 경우, 제작과정에서 이미 시험 비행을 몇 차롄가 했고, 책임자인 만큼 양보했던 거다.
어쨌든 오늘은 처음으로 정원의 승객을 싣고 장거리 시험 비행을 할 예정이었다. 아내들은 물론 나 역시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조종사인 은 미령을 제외한 아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거다.
그런데도 아내들의 얼굴에는 한 점의 불안감도 없었다. 그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즐거워했다.
‘여기가 무림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낙하산이 없어도, 아내들의 무공 수준이면 떨어져도 멀쩡할 터였다.
비공정의 외부 구경을 하는 동안, 시험 비행할 시간이 됐다.
오늘 첫 장거리 비행의 목적지는 강소성 회음의 독고 검문이었다. 독고 검문에서 태화방을 거쳐 총단으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산서에서 강소까지는 하남과 산동을 거쳐야 해서, 나 혼자 달려도 편도 이십 일은 소요되었다. 아내들과 함께 이동한다면, 족히 한 달은 걸리는 거리였다.
비행 예상 시간은 10시간.
사실 당일치기도 가능한 거리였으나, 이삼일 정도는 머물다 올 예정이었다.
착륙지인 독고 검문에는 미리 서신을 통해 도착일을 알렸다. 착륙에 필요한 준비가 되어있을 터였다.
오늘 시험 비행의 조종을 맡은 사람은 비공정의 제작에도 참여한 은 미령이었다.
출발 시각이 다 되어 아내들과 얘기 중인 미령에게 말했다.
“령매, 이제 슬슬 출발하지?”
“예, 가가.”
짝짝!
은 미령이 손뼉을 쳐서 아내들의 주의를 끌며 말했다.
“자, 언니, 동생들. 이제 시험 비행을 시작할 테니, 모두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어 주세요.”
“영매, 안전띠라니? 이건 왜 매는 거야?”
수란의 질문에 미령이 대답했다.
“하늘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요. 바람이나 공기층이 달라 흔들릴 수도 있답니다. 또는 조류와의 충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때를 대비해 안전띠를 매는 거예요. 모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전띠를 꼭 매주세요.”
“알았어. 고마워, 영매.”
사실 매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선체는 마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을 잡아줬다.
그냥 만들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 실수였다. 만들고 나니 없는 것보다는 나을 듯해, 제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내들이 안전띠를 착용하자, 미령이 조종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가께서 조종하시겠어요?”
“아냐, 영매가 해. 난 부조종석에 앉을게.”
“호호, 알겠어요.”
미령이 조종석에, 내가 부조종석에 앉았다. 비행기는 어떤지 몰라도, 여기서는 부조종사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운항은 조종사가, 전투는 부조종사가 전담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배치였다.
하지만 무림에선 공중 전투가 벌어질 일은 없을 터였다. 그냥 옆좌석에서 말 상대나 되어주면 충분했다.
딸깍.
우우웅!
미령이 마력 엔진을 켜자 은은한 엔진음이 들렸다. 실제로는 무음이지만, 작동 확인을 위해 약간의 소리가 나도록 조작했다.
“언니, 동생들. 이제 이륙합니다. 모두 창밖을 보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세요. 이륙!”
비공정은 아무런 진동 없이 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상승하자 아내들이 탄성을 질렀다.
“꺄악! 뜬다, 정말 떴어!”
“어머나, 난 몰라!”
“어머머, 어쩜 좋아!”
“와아! 우리 총단이 이렇게 생겼네요!”
아내들 대부분은 아직 이십 대 초반이었다. 아직은 소녀 감성이 남아있어 환호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슈슈슉. 슈웅!
비공정이 서서히 가속하기 시작했다. 최고속도까지 올려보는 거다.
곧 총단 건물이 개미집만 하게 보이다 사라졌다.
비공정은 순식간에 오태산을 벗어나 하북 성으로 접어들었다.
“우리, 정말 하늘을 날긴 나는 거야?”
“총단이 사라진 걸 보면 이동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저기 구름 지나가는 거 봐.”
아내들의 의문에 조종 중인 미령이 대답했다.
“수란 언니, 지금 한 시진에 1,500리를 날아가고 있어요.”
맞다. 시속 300㎞로 비행하면, 한 시간에 750리, 두 시간이면 1,500리였다.
하지만 비공정은 지나칠 정도로 안정적이고 정숙했다.
만일 지상에서 300㎞의 속도로 달렸다면 의문이 들지 않았을 터였다. 스치는 풍경이나 거센 맞바람으로 제대로 속도감을 느꼈을 테니까.
그러나 비공정은 탑승감은 최고였으나, 스릴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실제로 바뀌는 풍경이 아니라면, 날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정도였다.
“언니들, 좌석 옆에 있는 천리경으로 아래 세상을 비춰보세요. 그럼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은 미령의 말에 너도나도 천리경을 꺼내 지상을 살폈다.
“와아! 정말 빠르다. 휙휙 지나가네.”
“정말 우리가 날긴 나는구나!”
그렇게 왁자지껄한 가운데 비행은 계속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조종석의 미령에게 물었다.
“어때? 문제는 없어?”
“예, 아직은 안정적이에요.”
“다행이네. 잘 살펴 둬.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려고 시험 비행을 하는 거니까.”
“예, 알고 있어요.”
비공정을 조종해 하북 성의 팽가도 살펴보고, 북경의 황궁도 구경했다. 하늘 위 높은 곳을 비행하는 우리를 발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내들도 즐거워했고, 선체나 기기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매우 순조로운 시험 비행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였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고.
하북 성의 팽가와 산동 성의 황보 세가를 거쳐 황궁 구경을 마치고, 종착지인 독고 검문을 향해 비행하는 중이었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자, 전혀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종일 들떠 떠들고 웃고 즐기던 아내들은 모두 잠들어 조용했다. 선내에 깨어 있는 사람은 조종사인 미령과 나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령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비공정은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혹시 미령의 몸에 이상이라도 있나 해서 물었다.
“령매, 무슨 일이야?”
“가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길을 잃었다고?”
“예, 가가. 지금쯤 제남이나 태산이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아직 초경 初更도 되지 않았건만, 미령의 말대로 창밖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지상도 깜깜해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더구나 전기가 없는 무림은 오후 다섯 시만 지나도 어두웠다.
그나마 도시나 읍, 현 邑縣이라면, 인가 人家나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산중이나 들판은 아무것도 없어 정말 깜깜했다. 그렇다고 GPS가 있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일단 당황한 조종사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흠……! 영매, 일단 진정해. 정 못 찾으면 적당한 장소에 착륙해도 되고, 설사 밤새 헤맨다고 해도 마정석은 충분하니까 문제없어.”
“예, 가가. 이제 어떡해야 하죠?”
“영매는 별자리 볼 줄 알아?”
“아니요.”
나도 볼 줄 몰랐다. 서울에 별 보기란,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였으니까.
“나도 모르니까 나침판에 의지하자고. 황궁에서 남쪽으로 독고 검문이 있으니까 일단 남쪽으로 가자고. 가다 보면 뭔가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이 나오겠지.”
“예, 가가.”
“그래도 덕분에 문제점을 발견했네.”
“예, 야간에도 길을 잃지 않는 보완책이 필요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쩝! 내가 알 턱이 있나.’
무림에는 위성도 없어 GPS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다.
그것들을 제외하면 현대를 살던 문과생인 나로서는 길치나 다름없었다. 지상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하늘에서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쉽지 않을 거야. 하늘엔 이정표가 없으니까. 지도를 그릴 수도 없는 일이고.”
“아! 통신구는 어때요? 통신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어? 그거 좋은 방법 같은데. 승연 누이와 상의해 보고, 돌아가면 산산에게도 말해서 방법을 찾아봐.”
“예, 가가. 아! 저기 불빛이 보여요! 크기로 봐선 현 縣 이상의 도시 같아요.”
과연 멀리 환한 불빛이 보였다. 서둘러 기수를 불빛으로 돌렸다. 도시가 보이기 시작해 천리경으로 살폈다.
“흠......! 왠지 낯익은 곳인데......?”
“아……! 저기 황보 세가가 보이네요. 제남이네요.”
“거봐. 어쨌든 찾았잖아. 제남이면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독고 검문이 나올 거야. 회음은 소읍이라 본문이 제일 잘 보일 테니 걱정 없어. 철웅이가 착륙지에 준비도 해 놓았을 테고.”
“예, 가가. 그럼 계속 비행할게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독고 검문이 있는 강소성 회음에 도착했다. 저녁이 훨씬 지나 자정에 가까웠다.
여기저기 들려오기도 했으나, 몇 번 길을 잃어버려 예정시간보다 늦었던 거다.
전기가 없는 무림은 밤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웠다. 달빛과 별자리에 의지해 비행하기에는 상식이 부족했다.
나침반에 의지해서야 간신히 찾아올 수 있었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회음에서는, 새로 지은 태화학사의 전각들에서 불빛이 흘러나와 이정표가 되었다.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학업을 열심히 하는 듯해 뿌듯했다.
긴장이 풀린 미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선내의 등을 끄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들! 이제 그만 모두 일어나세요. 착륙을 위해 등화관제를 실시하겠어요.”
비행기라면 꺼졌던 불을 켜겠지만, 비공정은 비밀유지를 위해 몰래 착륙해야 했다. 하늘에서 환한 불덩이가 내려오면 모두 놀랄 터라 등화관제가 필요했다.
착륙장소는 녹단의 던전이 있던 독고가 獨孤家의 선산이었다. 던전의 비밀유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과 진법이 이번에도 도움이 되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철웅이 착륙장소를 알리는 등을 십자로 밝혀 놓았다. 비공정은 표식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덜컹.
마침내 열네 시간의 시험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휴우! 도착했네요.”
“영매, 수고했어.”
“영매, 수고했어!”
“언니, 수고했어요!”
“어두우니까 다들 조심해서 내려요.”
철컥.
굳게 닫힌 승강구가 열리고 계단이 내려갔다. 나를 필두로 아내들이 줄지어 따라 내렸다.
“사형!”
“대사형!”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철웅과 대산이 달려와 포권했다.
“오래 기다렸지?”
“아닙니다. 아! 형수님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사형도 잘 있었어요?”
수란을 시작으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어서 내려가시죠.”
철웅과 대산의 안내로 독고 검문으로 이동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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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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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