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2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8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21화
121. 고정관념과 발상의 전환
더구나 마뇌가 말하는 품새를 보니 이미 대책을 가지고 온 듯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얼마나 더 깐족댈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마뇌께서 지혜를 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 방주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제가 짧은 소견이라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나중에 어리석다고 웃음거리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머리 좋고 말 잘하는 놈은 사설이 길다. 그래서 짜증났다.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상종하기 싫은 족속이었다.
“경청하겠습니다.”
“확실한 결론은 재침공을 겪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전을 참고해보면 침공에는 어떠한 조건이 있고, 황 방주님은 그 조건을 인원수나 시간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만일 인원수 제한이라면 굳이 이곳에서 대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막아낸다고 해도 침략은 계속될 테니 말입니다.”
너무 황당한 소리였다. 여태까지 나와 군웅들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예? 그럼 마뇌께서는 적의 침략을 방관하자는 말씀입니까?”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입니까?”
“황 방주님. 아직 확실히는 모르나 침공 사이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마뇌가 말을 멈추고 확인하듯이 날 쳐다봤다.
‘새끼, 지가 할 말만 하면 되지. 사람 번거롭게 꼭 확인하고 지랄이야.’
우선은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자 말을 이었다.
“적의 처지에선 당연히 저번보다는 강한 자들을 보내야겠지요. 하지만 초절정 이상이 어디 그렇게 흔하겠습니까? 따라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반론이었다.
그래서 한마디 해 줬다.
“그럼 몇 번 더 막아내면 인적 자원이 고갈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침략을 포기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마뇌는 니가 틀렸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얄미운지, 생각 같아선 뒤통수를 한 대 갈겨 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마교주가 대단한 거야. 밖에서 새는 바가지가 안에서라고 멀쩡할 리는 없으니까.’
새삼 마교주 군천악이 존경스러웠다.
“마뇌의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어떤 수단을 마련해서라도 침략은 계속될 것입니다. 문제는 시기가 점점 길어져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마뇌가 말을 멈추고 잠시 장내의 반응을 즐기다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 방주께서는 군웅들을 계속 잡아 놓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 잡아 놓는다고 해도 무림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말을 멈추기에 즐길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먼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군천악이 그럴 줄 알았다며 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결국, 자네가 졌군. 내 그 심정은 잘 알고 있다네.”
곁을 보니 수교 오위도 동감이라고 씩 쪼개고 있었다.
마뇌가 머쓱한 얼굴로 물었다.
“황 방주님, 제가 말하는 게 그렇게 답답합니까?”
“답답하기도 하지만 얄밉지요. 한 대 패주고 싶을 만큼.”
“그것 보게. 나나 되니까 자네의 얘길 참고 들어주는 걸세. 사람이 고마운 줄은 알아야지.”
“쩝! 전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것뿐인데 얄밉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삼천포로 빠진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
“그래서 마뇌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뭐였습니까?”
마뇌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한 차례 더 막아낸 다음, 통로 봉쇄는 포기하는 겁니다. 들어와 봐야 7층 아닙니까? 경비 몇 명만 있으면 우린 바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적을 맞이해도 늦지 않습니다. 어차피 고수들은 7층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 7층을 내주어도 이젠 우리가 공세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되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듣고 보니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했으면 좀 좋아…….’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수성전이 아닌 바에야 수비가 공격보다 몇 배는 힘들다. 수비하는 쪽은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항상 긴장과 불안에 떨어야 하니까.
반면에 공격은 형편이 좋을 때, 공격할 수 있었다. 최고의 컨디션과 상황에서. 물론 기습도 가능했고.
“흠......! 역시 마뇌님이십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바꾸시다니. 전 침략을 저지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하자 마뇌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덧붙였다.
“하하! 아직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면 7층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통로 주변에 진법과 함정을 보강해야겠지요. 단, 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닌,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미로진이나 환영진 등이 좋을 듯합니다. 일정한 경계 병력의 운용은 지금처럼 황 방주께서 맡아주시면 될듯합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겠습니까?”
“나머지는 병력 운용에 관한 문젠데......”
난처하다는 듯이 말을 늘이는 마뇌였다. 나한테 안 좋은 얘기라는 뜻이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약간의 손해는 감수할 생각입니다.”
“7층을 개방하면 병력 운용에도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어차피 7층을 탐사하려면 그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어려운 법. 자연스럽게 각 문파의 고수들이 모여들지 않겠습니까? 동원 문제는 황 방주께서 적의 침략에 차출되어야 한다는 개방 조건을 걸면 문제없을 것입니다. 정파의 경우는 명예와 체면 때문에, 본교는 교주님이 보증할 것이고 사황련이야 뭐.......”
7층을 개방한다는 말은 5층까지 자유 이동패도 제공한다는 뜻이었다. 마교의 경우 5층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으니 정파에 국한되는 조건이었다.
나로서도 이곳에 잡혀 있기보다는 개방하는 편이 편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이곳을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쩝! 그놈의 고정관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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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뇌의 제안은 당연하게 군웅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누구 하나 이곳에 잡혀 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전 무림에 공문을 발송하고 다음 침략에 대비했다.
또한, 각 문파에서 사전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무인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따라서 요새는 한층 더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교주의 참전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마교주의 참전으로 군웅들의 느슨했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마교에서 새로 지원한 병력은 무려 화경 셋을 포함한 초절정이 오십 명이나 됐다.
이들이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군웅들에게도 알려진 것이다.
전리품 배분 규칙은 공헌도. 많이 베면 많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더구나 뒷짐만 지고 있다 빈손으로 돌아간 구파일방의 전례가 있었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일절 없다는 뜻.
더욱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방어전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자칫 방심했다가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거다.
이에 군웅들은 구파일방의 예를 반면교사 삼아 전의를 활활 태우고 있었다.
아내들과 대책 회의 도중, 혜 누이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걱정하며 말했다.
“가가, 우리도 신경 써야겠어요. 강시 재료를 마교에 전부 빼앗길 수는 없어요.”
“마교에서도 강시를 제조하나?”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요? 어쨌든 다른 문파도 지난번처럼 우리에게 양보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맞는 말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겨야 했다.
“알겠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최선을 다하지. 마법사 최우선이라는 것을 모두 명심해.”
“예, 가가. 그런데 포로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날벼락의 진의를 파악한 다음 처치하든지 풀어주든지 결정할 생각이야. 그보다 7층 탐사 상황은 어때?”
수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본 련의 정예는 전부 이곳에 대기 중이라 지지부진한 상태예요.”
“쩝! 빨리 다른 통로를 찾아야 하는데.......”
“가가, 만일 다른 통로를 찾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본 련 단독으로 진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저들이 그랬던 것처럼, 첫 번째는 괜찮아. 그러니까 먼저 단독으로 진입해서 상황을 보아 공개 여부를 결정할 거야. 모두 그렇게 알고 있어. 통로가 먼저 발견되어야겠지만 말이야.”
“예, 가가.”
그때 밖에서 적의 침략을 알리는 뿔고동 소리가 들렸다.
뿡! 뿌우우우!
소리를 들은 아내들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가! 드디어 왔어요!”
“그렇군. 어서 준비해서 망루로 올라갑시다.”
“예, 가가.”
두 번째 침략을 막아내고, 정확히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휙휙휙! 휙휙휙!
요새에 도착하자, 망루에는 벌써 마교주가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곁으로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
“각오가 대단하신가 봅니다. 저보다도 먼저 나와 계시고.”
“어서 오게.”
마교주는 흥분한 기색으로 전방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휘관인 나에 대한 배려도 있겠지만, 아마 마뇌가 말리지 않았다면 벌써 뛰쳐나갔을 것 같다.
군웅들이 속속 도착하자 마교주는 겨우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적의 숫자는 얼마나 된다고 하던가?”
“이번에도 백 명이라고 보고받았습니다.”
“황 방주, 그럼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보는 것은 어떤가?”
“어떻게 바꾸자는 말씀입니까?”
“기다리지 말고 나가서 맞이하는 것이 어떤가? 군웅들의 투지도 만만치 않으니까 말이야. 전력도 우리가 앞서지 않는가?”
마교주는 전투를 앞두고 몸이 근질근질해 기다리기 어려운 듯했다. 새로운 적을 만난다는 흥분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듯이 보였다.
확실히 패도를 지향하는 마교의 종주다운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번엔 먹음직한 전리품도 걸려 있었다.
하지만 적은 피해로 물리칠 방법을 두고 전면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 전면전은 그만큼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진과 함정을 의지해 싸우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사기가 오른 군웅들도 마교주의 말에 찬성하고 나섰다. 따라서 먼저 마교주를 말려야했다.
일단 마교주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말을 건넸다.
“그게 다 누구 때문인지 정말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누구 때문이든 전투를 앞두고 투지가 높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세. 칭찬해 줄 일이네.”
“조금 더 지켜보시죠. 한번 들어온 놈들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럼 선봉은 나네. 이건 양보할 수 없어.”
그 정도는 나도 양보할 수 있었다. 마교주와 수교 오위가 맡아준다면 믿을 수 있었고.
“하하, 알겠습니다. 중앙은 교주님과 신교에서 맡아주십시오.”
“고맙네. 한 놈도 흘려보내지 않겠네.”
그렇게 해서 마교가 중앙, 사황련이 오른쪽, 정파 군웅들이 왼쪽을 담당하기로 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1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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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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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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