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2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20화
120. 비공정 飛空艇
가장 먼저 성과물이 만들어진 것은 포션이었다. 재료가 거의 준비 되어있어, 제작법만 알면 바로 제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성능 향상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필요하다.
그래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완제품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포션의 보유는 전력 상승을 의미했으니까.
“이제 우리도 전투 중에 약 빨고 일어날 수 있게 된 거네.”
연금술사 왕 산산이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최상급 회복 포션까지 제조할 수 있고, 마력 포션과 해독 포션도 곧 완성될 거예요.”
“흐흐흐! 이게 다 마법사의 아공간을 열 수 있어서 가능했던 거지. 혜 누이가 굉장한 일을 해주었어. 정말 수고 많았어.”
마법사의 아공간을 열자는 생각은 판타지 소설에서 착안했다. 소설 속의 고위 마법사는 아공간을 사용했고,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열려고 하자 문제가 있었다. 개인 아공간은 비밀번호 같은 식별장치가 설정되어 있어, 아무나 열 수는 없었다.
마법사가 죽어 아무도 열지 못하게 된 아공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런 와중에 차시환령대법이 튀어나온 거다. 죽은 사람의 입을 열 수 있는 차시환령대법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과연 마법사 두 명의 아공간에서 많은 보물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마법 서적이 제일가는 보물이었고. 포션과 변신 갑옷 제작방법도 마법 서적에 적혀 있었다.
전부 이십여 권에 이르는 마법 서적은 무지에 가까운 마법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중 진본도 세 권이나 들어 있어, 해석과 번역이 끝난 후에는 나부터 익힐 생각이었다.
이제 무림에도 본격적인 마법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전투로 변신 갑옷이나 마법 검 등의 아이템에 관한 무림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동안 무림인은 방어구에 무관심했으나 변신 갑옷이 충격을 준 거다. 검기 정도는 호신 강기처럼 가볍게 튕겨 내었으니까.
따라서 변신 갑옷은 화경 이하의 모든 무림인이 탐낼만한 보물이었다. 장비 시장의 활성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설 나나가 마지막 해석 작업을 마치고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서적은 이미 모두 마쳤다. 뒤로 미뤘던 잡다한 기록물과 쪽지 등의 해석을 끝낸 것이다.
“방주님, 이쪽은 해석을 끝낸 결과물이고 이건 제 능력으로 해석할 수 없는 기록물이에요.”
“그래요? 설 소저의 능력으로 해석이 안 되는 것이라…….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해석이 안 된 자료를 힐끗 살펴보았다.
전부 기호나 도형, 그림 등이었다. 그녀의 해석 능력 역시 내 문장처럼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다.
“이건 제가 해석할 수 있을 듯하군요. 그럼 이제 정보 해석은 전부 끝난 것입니까?”
“예, 방주님.”
“설 소저가 한 가지 더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가요? 능력이 닿는 일이라면 하겠어요.”
“다름이 아니라…….”
설 나나에게 부탁한 일은 도청이었다. 포로를 심문하기 전에 솔직한 속내를 알고 싶은 거다.
현재 포로는 날벼락 일행 세 명과 천은 길드 소속 일곱 명으로 총 열 명이다. 이들은 각기 세 곳으로 나뉘어 분리 수용되어 있었다.
포로들은 우리와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사실이었지만 설 나나만큼은 달랐다. 그녀에겐 해석 외에도 통역 능력이 있으니까.
그래서 저희끼리 나누는 얘기를 도청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본격적인 심문 전에 방향을 정할 수 있을 듯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설명을 들은 설 나나는 즉시 승낙했다.
설 나나가 돌아간 뒤, 미해석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중 한 장의 도면이 내 눈을 끌었다.
“이건! 비공정 飛空艇!”
비공정이란 한마디로 말해 마력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였다.
“시발! 됐어!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내가 무림에 와서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점 중의 하나가 교통이었다. 땅은 지랄 맞게 넓은 데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성 省 하나 지나가려면 한 달이나 걸리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더욱이 빠른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한국에서 살다 온 나였다. 답답해서 미치고 팔짝 뛸 정도였다.
그런 내가 비공정의 설계도를 손에 넣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된 거다.
‘시발! 구파일방? 다 덤벼!’
전쟁에 있어 약한 적을 강한 군사로 치는 방법이 전술이다. 집중과 선택의 전술은 무력이 약한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비공정은 가장 효율적인 집중과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략 무기였다.
‘어디 전략뿐이랴.’
비공정은 화물 운송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무림의 대표적인 물류 운송은 표국 驃國.
이러한 표국의 운송비 단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은 인건비였다.
도적이나 수적으로부터 표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사를 고용해야 했다. 표사는 무림인이라 인건비도 비쌌다.
그다음은 부대비용이다.
표사와 쟁자수 등이, 장기간 이동하며 먹고 자는 비용이 전부 운송비에 포함되었다. 솔직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였다.
이러한 운송비는 당연히 상품에 부가되었다. 따라서 상품의 가격은 본래 가치보다 몇 십 배는 높게 거래되었고.
‘그런 것들이 전부 수익이 된다는 뜻이지.’
비공정의 등장은 무림의 물류사업 개편을 촉진할 거다.
‘여기는 독과점 법도 없으니까.’
운송 사업은 쪽수만 많은 사황련이, 물 만난 고기처럼 제대로 날뛸 수 있는 분야였다.
물류 독과점으로 발생한 이익은 사황련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돈 많은 곳엔 사람이 모이니까.
사람이 많이 모이고 돈까지 많으면 영향력은 저절로 올라간다. 사황련이 무림에 우뚝 서는 일도 꿈이 아닐 수도 있었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 마법진만 있으면 딱 인데.’
배부르면 눕고 싶다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법 서적에 장거리 이동 마법진에 대한 단서는 없었다.
하지만 적의 침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에는 좀 더 수준 높은 마법사가 장거리 마법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승연 누이 일만 자꾸 늘어나네.”
도면을 해석했다고 비공정을 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더구나 문과 출신인 내가 제대로 해낼 리가 없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처럼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문제는 전문가가 너무 부족해 혹사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뭐, 한국에서도 공돌이는 갈려야 제맛이니까 상관없으려나?”
비공정이라는 뜻밖의 보물을 건져내 희희낙락하며 승연 누이를 부르려던 참이었다.
-부군! 천마신교 군천악 교주께서 접견을 요청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마교주는 여기서 나올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되물었다.
“누구라고 하셨습니까?”
-천마신교 군천악 교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정말 교주가 이곳에 왔습니까? 아니, 마력도 없는 양반이 어떻게?”
그런데 문밖에 있었는지 교주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마력 이젠 나도 있네.
마력이 생길 때가 되긴 됐다. 아마 마력이 생기자마자 신나서 달려온 듯했다. 어린애가 선물을 받으면 참지 못하는 것처럼.
얼른 비공정 도면을 서랍에 수납하고 문을 향해 소리쳤다.
“어! 어서 들어오십시오. 사전에 연락 주셨으면 제가 마중 나갔을 것을.”
정말 마교주 군천악이 들어서고 있었다. 너스레까지 떨면서.
“하하! 바쁜 사람 번거롭게 했다간 좋은 소리 듣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왔네.”
그런데 군천악 뿐만이 아니었다. 교주 행차에 당연히 딸려오는 부속품도 보통이 아니었다.
먼저 마뇌 사공 천이 느물거리며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 방주님. 마력이 있으니 이렇게 미궁에서 뵐 수 있어 더욱 반갑습니다.”
다음은 수교 오위 중에 전대 검마와 화마 두 사람이 차례로 아는 체를 했다.
“강건하셨소? 황 방주.”
“오랜만이오. 황 방주. 겨우 한 줌의 마력 때문에 여태 들어오질 못했다니 나 원, 기가 막혀서.”
다행히 신녀는 보이지 않았다. 하기는 교주와 신녀가 한꺼번에 교를 비우긴 어려운 일이었다.
서둘러 네 사람에게 자리를 권하고 물었다.
“어서 앉으십시오. 근데 무슨 바람이 불어 누추한 곳까지 직접 행차하셨습니까?”
마교주는 씩 웃으며 엉뚱한 소릴 했다.
“아직 늦지 않아 다행이군.”
“늦지 않다니요?”
“자네가 재미 좀 봤다고 무림 전역에 소문이 자자하다네. 해서 나도 재미 좀 볼까 하고 서둘러 달려왔네.”
“제가 재미를요?”
교주는 계속 영문 모를 소리를 해, 니가 설명해보라고 마뇌를 쳐다봤다. 근데 마뇌 마저 씩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아! 지랄!’
내가 자꾸 약 올라 하면 놀리는 재미만 준다. 내가 많이 해봐서 잘 알았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알아서 말할 테니까.
“뭐,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구파일방이 떠나 불안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얼마나 계실 수 있습니까?”
“얼마가 됐든 재미는 보고 갈 생각이네.”
아직 교주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또 무시했다.
“그래요? 요즘 신교가 널널한가 봅니다. 교주님이 마뇌와 함께 자리를 비워도 되고.”
“그렇다네. 우리가 한가한 꼴이 보기 싫으면 자네가 정마대전이라도 일으켜보던지.”
“그렇지 않아도 구파가 시빌 걸던데, 친구를 대신해서 한 번 붙어 주시렵니까?”
“그게 다 혼자만 재미 보니까 생기는 일이 아닌가. 좀 나눠 먹지 그랬나?”
전리품 얘기였다. 아마 이곳에 도착해 괴마동주에게 보고받은 모양이었다.
“아! 그 얘기였군요. 일하지 않는 자 밥도 처먹지 말란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파일방과 척을 졌단 말인가?”
“친구 믿고 한 번 질러봤습니다. 아직 완전히 척진 것도 아니고요. 설마 인제 와서 발뺌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제야 마뇌가 끼어들었다.
“본교야 정마대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한데 사황련까지 같은 편이라면 너무 싱겁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도 머리가 있으니까 황 방주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듯합니다.”
“그래요? 그거 안타깝게 됐네요. 숭산에 분타 하나 더 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뇌가 아니라면 아닌 거다. 머리 좋은 놈이랑 싸우려면 머리가 아닌 헤딩으로 싸워야 했다.
내심 구파일방이 걱정되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나 보다.
‘아직은 구파일방과는…….’
어디까지나 생활기반은 미궁이 아닌 지상이니까 말이다.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데 마교주가 말을 건넸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침략이 없다고 들었네.”
“예, 적들이 지난번의 실패로 인해 준비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시작될 겁니다.”
“그런데 방주님. 계속 이곳을 지킬 생각입니까?”
마뇌의 질문은 바로 대답해서는 낭패 보기 쉬웠다. 대부분이 두세 번, 심하면 서너 번은 꼬여 있으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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