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4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41화
141. 금분세수의 진실
독고호가 구파 순례를 성공리에 마치고, 마침내 총단에 도착했다. 아직 비공정은 비밀 사항이라 떠들썩한 환영 인파는 없었다.
조용히 공방 단지 안에 착륙하는 독고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내들이 전부였다.
무려 열 명이나 되는 선녀 같은 아내들을 보고, 검성이 부러운 나머지 속마음을 흘렸다.
“허! 정말 부러우이!”
“하하, 이미 신선이신 검성께서도 여색이 생각나십니까?”
“정말 신선이 됐으면 아니겠지. 신선이 되지 못했으니 부러운 게야.”
“하하하, 정 그러시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미의 금정 신녀님은 아직도 곱습니다.”
“쯧! 다 늙은 할망구를 환속이라도 시키란 말인가?”
“안 되는 이유가 뭡니까?”
검성이 멋쩍은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됐네, 됐어. 늙은이 너무 놀리지 마시게. 그래 이제 우린 어디로 가면 되는가?”
“설 소저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편안히 쉬십시오.”
“그래, 보아하니 자넨 편히 쉬지 못하겠구먼. 볼 수 있으면 내일 보세나.”
“하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곤륜 삼성을 보내고 아내들에게 다가갔다. 가만히 한 번씩 안아주고, 공방 책임자인 산산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수란이 총단의 전반적인 일을 보고했다. 패국의 침략도 없어, 별다른 일은 없었다.
한 가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런! 벌써 다들 오셨다고?”
무림 어벤저스에 참여하기로 한, 구파의 절대 고수 대부분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예, 무당 쌍선과 마교 오위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이미 도착했어요. 소림 삼신승께서 제일 먼저 도착하셨고, 종남 검성이 그다음에, 청성 일학과 금정 신니는 함께 오셨어요, 매화 쌍선과 대리 이선도 어제 도착하셨고요. 남궁 학 어르신도 일찌감치 와계세요.”
구파일방 중에, 개방과 태산파는 절대 고수가 없었다. 만일 있다고 해도, 개방은 제외했을 거다.
개방은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의리의 집단이 아닌, 그저 나태한 무사들의 집합소였다. 당연히 절대 고수가 등장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나는 현대 사고를 지녀, 부랑아나 거지에 대한 인식이 박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멀쩡하면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더구나 개방이 내세울 점이라곤 정보력뿐인데, 거지가 아는 정보가 얼마나 쓸모 있을까는 고민해 볼 문제였다.
차라리 난 하오문에 한 표를 던질 거다. 기방이나 객잔에서 나오는 정보는 의외로 고급 정보가 많았다.
따라서 하오문을 키워주고, 개방을 죽일 생각이었다.
더욱이 수정구가 개발되어 통신문제가 해결되면, 더욱 더 개방이 설 자리가 없어질 거다.
해서 이 기회에 무림의 중대사에서 개방을 제외할 생각이었다.
공동파를 제치고 구파일방의 자리를 꿰찬 태산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협잡을 일삼고 무공 연구를 등한시한 결과, 지금은 쇠퇴 일로를 걷는 중이었다.
구파일방 중에서, 단 한 명의 절대 고수도 배출하지 못한 문파는 개방과 태산파 뿐이었다. 이제 사라져 줄 때가 된 거다.
구파의 절대 고수는 총 열네 명.
오대 세가는 당 명환과 모용 후에, 화경(진)인 남궁 학을 포함해 세 명.
검각의 전전대 검후 추상아와 남해검문의 남해 신선 역시 절대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방문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에게도 정중한 초청장을 보냈다.
그들까지 전부 참가했을 경우, 정파가 열아홉 명이었고, 마교는 알려진 인원만 일곱 명이었다.
나와 빙매까지 포함하면, 절대 고수가 전부 스물여덟 명이나 되었다.
패국의 절대 고수가 전부 몰려온다고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었다.
더구나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어 만족스러웠다.
“란매는 어르신들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호호! 그렇지 않아도 여쭤봤어요.”
“뭐라고들 하셔?”
“한마디로 말하면 소외감과 외로움이에요.”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고령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으니까.
문파의 모든 제자는 자파가 배출한 절대 고수를 떠받들고 공경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일거리를 주진 않았다. 일거리를 주는 자체가 불경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사실 화경이면 나이나 육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골골한 2, 30대보다, 훨씬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뒷방에 밀어 넣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절대 고수들도 선배들이 그랬듯이, 체면상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들도 선배에게 해왔던 일이었으니까.
현역 은퇴를 뜻하는 금분세수 金盆洗手는, 실제로는 명문 대파의 고질적인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오대 세가만 보아도 4, 50대의 소가주가 대부분이었다. 오대 세가 가주 정도면 초절정 이상이라, 사고가 아니면 죽지 않고 오래 살았다.
그나마 혈연으로 연결된 세가는 괜찮았다. 하지만 혈연이 아닌 문파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강제 은퇴를 시켜야 했다. 그를 위한 제도가 바로 금분 세수였다.
금분 세수를 한 고수는 관례상, 무림의 모든 문제에서 제외되었다. 오죽하면 은원까지도 묻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닌 귀신이었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 있음에도 귀신처럼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거다.
그리고는 그저 뒷방에 앉아 무공 연구만 하라고 했다.
물론 무공 연구는 문파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속세의 인연을 끊고 틀어박혀, 연구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무공은 생사의 결전을 겪을 때, 더 발전하는 법이었다.
그러니 무공을 연구해도 성과는 나오지 않고, 하루하루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거다.
그러던 차에 내가 무림 어벤저스 창설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할 수 없으니 꼭 도와달라고 한 거다.
아마 어르신들은 내가 돌아간 뒤에 만세 삼창을 외쳤을 거다.
꼭 무림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혼세미궁을 통해, 외세의 침략을 막는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혹시 제자들이 잡을까 봐, 허겁지겁 달려왔을 거다.
오죽하면 당명환 같은 경우는 아예 집에 가지도 않고, 총단에서 죽치는 중이었다.
남궁 학도 내가 방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갔다가, 내가 떠나자 바로 달려왔다.
여기 있으면 대우도 받고 할 일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일 거다.
‘내겐 잘된 일이지.’
문파에서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사람은 없었다. 굳이 한다면 장문인이 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죄를 지었을 경우뿐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문파의 규약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신분이었다. 정사마가 별다른 반발 없이, 한 팀이 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또, 모두 살 만큼 살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빤했다.
더구나 무림사에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었다. 구태여 감언이설로 꾀지 않아도 일의 선후를 알았다.
따라서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는 동안은 배신이나, 자파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을 터였다.
생의 마지막에 좀스러운 일로, 자신과 사문에 누를 끼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자존심과 꼰대 성향인데, 비슷한 연배끼리 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제어될 터였다.
그들 사이에는 엄연히 항렬이 존재하니까.
무림에서도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였다. 무공 경지도 비슷해, 하극상은 일어나기 어려웠다.
‘내가 중간에서 잘 비위만 맞추면 되니까.’
내 생각이 맞는지 수란에게 확인해 보았다.
“란매, 장문인이 어르신을 모시고 온 문파는?”
“그게……. 한 곳도 없어요. 전부 수행원도 없이 어르신들만 오셨어요.”
“하하! 나도 그런 줄 알고 물어봤어. 아마 며칠 이내로 장문인들이 허겁지겁 달려올 거야. 곤륜 삼성 어르신들처럼 먼저 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왔을 테니까.”
“장문인들이 고생이 많겠군요. 장문인들 맞을 준비와 표국 창업 설명회 준비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요.”
“수고했어.”
수란의 정무 보고가 끝나자, 산산이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때마침 비공정 2호기인 태화호가 완성되어, 시험비행을 마치고 정규 비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 마침 잘 됐군. 이번에 태극선궁에서 발굴한 유물을 태화호에 실어 태화학사로 보내면 되겠어.”
“태극선궁이요?”
아내들에게 빙궁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태극선궁이 빙궁의 조사와 날벼락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에, 아내들도 깜짝 놀랐다.
“응, 그래서 말인데 빙궁에도 마법 연구소를 세워야겠어. 유물을 발굴하면 바로 연구할 수 있게 말이야. 특히 마법궁은 파면 팔수록, 대단한 자료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거든.”
“알겠어요. 저와 미령 언니가 당분간 상주하며 살펴볼게요. 빙매, 그래도 되겠지?”
“물론이에요.”
“앞으로 태화학사는 비공정과 기초마법을 연구하고, 빙궁과 총단의 연구소에서는 연금술과 변형 갑옷 제작에 집중하도록 하지.”
“알겠어요.”
마무리를 지으려는데 수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가가. 련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먼저 만나보세요.”
“련주님이? 무슨 일인지 알아?”
“직접 들으시는 게 좋겠어요.”
수란의 안색은 심각해 보였지만, 특별히 나쁜 일은 아닌 듯했다. 그보다는 뭔가 중요한 사안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찾아뵈어야지.”
사황련주와 다른 팔천주들도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총단으로 모일 예정이었다. 사황련주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사황련주가 머무는 곳은 만사방 구역인 만사장이었다.
시간이 늦었지만 바로 찾아갔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련주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구파의 협조를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네. 정말 큰일을 해 주었어.”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빙아가 경지를 이뤘다는 말이 사실인가?”
“하하!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식으로 깨달음을 얻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말입니다.”
“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네. 그 나이에,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경지를 이루다니. 무림사에 길이 남을 일이 아닌가 말일세.”
“하하, 그렇습니다. 여중 제일인이라는 역대 검후들 중에도, 빙매 만큼 어린 나이에 경지를 이룬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사황련주가 딸의 성취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련주가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사황련주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라네.”
사황련주의 자리는 팔천주가 돌아가며 맡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나,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은 평생 맡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너무 뜻밖의 선언이라, 신변에 이상이 생겼나 싶어 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혹시 건강에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예끼! 이 사람아. 다른 천주들과는 이미 얘기를 나눴다네.”
“련주께서 잠시 잊으셨나본데, 저도 천줍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농담이 아닌 듯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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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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