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64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64화
164. 검이 아니니까
“니가 언제 이기어검술을 구경이나 해봤겠냐!”
쐐액! 쐑! 쐑!
열두 자루의 검은 곧바로 마장기의 얼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열두 자루가 모두 직선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곡선을 그리며 다채로운 비행을 해 목적지를 알기 어려웠다.
직선 直線과 곡선 曲線.
대륙과 무림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었다.
날벼락은 스피드와 강력함이 대륙 검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기사들의 차징과 같이 힘으로 밀어붙여 파괴한다는 뜻이었다.
그에 비해 무림의 검술은 초식으로 대변되는 다채로운 변화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기어검술은 변화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로 연결된 열두 자루의 검은 마치 유도탄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며 목표를 향해 쏘아나갔다.
어떤 검은 빠르게 어떤 검은 느리게. 속도도 비행 궤적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여섯 자루는 정면에서 쇄도하며 삼황자의 시선을 현혹했다. 나머지 여섯 자루는 시선에 닿지 않는 곳을 비행하고 있었다.
물론 삼황자 정도의 무인이라면 처음 보는 어검술이라도 능히 막아낼 터였다.
당연히 시선이 닿지 않아도 기감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짜증난다는 말이지.’
눈에 보이는 공격보다는 보이지 않는 공격이 더 위험한 법.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 나면 신경이 쓰이는 법이었다. 아니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거슬릴 터였고.
더구나 무림의 검술을 처음 상대하는 삼황자였다. 이기어검술이 어떤 검술인지 과연 어느 정도의 강함인지를 알 수 없었다.
무림에서 차지하는 이기어검술의 위치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물론 절정 이하에겐 하늘과 같은 경지였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절정 이상만 돼도 호신강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기어검은 호신강기에 막혔다.
따라서 검이 무슨 짓을 하던 신경 쓰지 않고 놔두면 되는 거였다. 이기어검을 시전하는 무인이 제풀에 지치도록.
기를 연결해 조종하는 이기어검은 내공 소모 역시 어마어마하니까. 그에 비하면 호신강기에 소비되는 내공은 껌값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기어검은 초절정 이상의 고수가 양민학살을 할 때 아니면 별 소용이 없었다.
그저 무공의 경지를 나타내주는 증명일 뿐이었다. 아니면 노인네들이 손자들 앞에서 펼쳐 보이며 뽐내는 정도였다.
따라서 대륙 10강의 초인인 삼황자에게도 이기어검은 화려하기만 할 뿐 위협적인 공격은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놈은 마장기에 탑승한 상태.
가만히 놔두면 박히지도 못하고 마장기의 장갑에 흠집이나 내고 말 터였다.
더욱이 무림의 검은 길이가 1m 정도였다. 클라크의 대검과 길이는 물론 검폭도 차이가 컸다.
마장기의 거대한 신체에 비하면 이쑤시개 정도에 불과할 터였다.
하지만 말했듯이 이기어검술은 보여주기 위한 검술.
화려한 변화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검기를 씌워 검신이 새파랗게 빛났다.
따라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삼황자가 이쑤시개 취급하기는 찝찝할 터였다.
‘흐흐! 하지만 놈은 이기어검을 모른단 말이지. 더구나 방금 맞아본 느낌도 있을 테니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
클라크의 대검은 마장기의 발목을 자르진 못했다. 그래도 검신 전체가 마법 보호막과 마법 합금의 장갑을 뚫고 박혔다.
따라서 새파랗게 빛나는 열두 자루의 검을 삼황자도 보호 장갑만 믿고 무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이제 제 살길 찾느라 더는 앞차기 콤보로 나를 우롱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나는 이제부터 마음껏 삼황자를 농락할 수 있었다.
무림에는 허허실실 虛虛實實의 묘리를 담은 무공이 한가득하니까.
“상공!”
“아니, 이기어검술을!”
이기어검술을 펼치자 그동안 지켜보고 있던 두 여자가 소리쳤다.
걱정하기보다는 어처구니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들 역시 이기어검술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날 하늘 같이 믿는 그녀들은 조금 전의 위기상황도 장난으로 알고 있었을 터였다. 계속되는 장난에 책망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여인의 뾰족한 목소리는 괜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법.
삼황자에겐 놀람에 찬 경악성으로 들렸을 터였다. 이 또한 유리하게 작용할 터였다.
삼황자는 내가 굉장한 비기라도 시전한 줄 알 테니까.
그럴 법도 한 것이 이기어검술은 시각적인 효과는 최고였다.
쐐애액, 슈왁! 쉭쉭!
열두 자루의 검은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며 전방위에서 삼황자의 시선을 교란했다.
삼황자 역시 거대한 검과 방패를 들어 열두 자루의 검을 막았다.
그러나 절대 부딪치지는 않았다.
물론 검 값이 비싼 탓도 있었다. 하지만 난 검 값 정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사황성의 성주였다.
검 값에 대한 부담보다는 부딪치는 순간 어검술의 정체가 들통나기 때문이었다. 이기어검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그건 아직 안 되지! 흐흐흐!’
농락에 대한 복수도 마장기에 대한 분석도 이제 시작이었다.
‘먼저 기동성부터!’
마장기는 체구에 비해 빠르다고 들었다. 한데 실제 얼마나 빠른지, 과연 무림인의 경공을 따라올 수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 문제는 어검술로 충분했다.
열두 자루의 검이 눈은 물론 각종 관절과 가랑이 사이까지 노리며 쇄도했다.
전 방위를 방패와 검으로만 막을 수는 없는 법.
팟! 팟! 팟!
마장기의 거대한 신체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어! 금강부동신법!’
블링크라는 말이다.
세상에 마장기가 블링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까 보니까 허공을 날 수도 있던데.......?’
블링크에 비행 마법까지 사용한다면 무림인이 금강부동신법과 곤륜대팔식을 함께 익힌 것과 다름없었다.
알다시피 두 신법은 무림을 대표하는 신법이었고.
‘그럼 신법은 아니고 보법인가?’
하지만 검을 사용하는 검사는 보법에도 능했다.
‘그래도 크기가 다르니까.’
한 손 검과 양손 사용법은 물론이고 검은 투로 鬪路 자체가 달랐다.
특히 무림의 검사는 절대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검의 길이가 있어 떨어지면 공격의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어떻게든 상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공수를 이어가야 했다.
그래서 보법에는 숫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았다.
삼재 三才나 구궁 九宮, 칠성 七星이니 하는 보법들은 다 그 걸음 수 안에서 해결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내겐 칠성둔형이란 절세의 보법이 있었다.
‘쩝! 보법은 안 되겠네.’
상대가 마장기였다.
막상 상대해 보니 중압감을 받는 범위가 달랐다. 한두 걸음 피하는 것으로는 어림없을 정도로.
따라서 내가 생각했던 경공과 보법의 이점은 거의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니까!’
타닷! 휙휙!
사방으로 잽싸게 움직이며 놈의 동체 시력과 반사 능력을 살폈다.
동체 시력이야 삼황자 역시 초인이라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반응했다.
부웅! 부와악!
그러나 역시 한 번 거쳐 가면 반응은 늦는 법.
반 박자 정도 늦게 반응했다. 마장기의 반응은 삼황자의 동체 시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증거였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블링크라는 사기적인 경신술로 피해버렸다.
다시 나타나는 거리가 삼십 미터 정도는 되어 연속적인 공격도 어렵게 만들었고.
하지만 마장기로는 두어 걸음 움직이며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전투 범위였다.
이점은 절대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었다.
‘그래도 놈도 우릴 맞추지는 못하니까.’
실 같은 연검 軟劍도 깻잎 한 장 차이로 피하는 무림인이었다. 기둥처럼 굵은 거검에 맞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비슷한 수준이면 목표가 클수록 불리한 법.
‘정말 눈감고 휘둘러도 빗나가지는 않을 정도니까.’
신체가 차이나는 만큼 유리했다.
결국, 마장기를 상대로는 일격필살을 노리기는 무리였다.
그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잔 매로 피해를 축적 시켜 보내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일대일보다는 다구리가 최고의 대책이라는 점도…….’
한 번에 이삼십 미터를 벌여놓는 블링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명 이상이 필요했다.
두 명 이상의 무인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상대하면 블링크의 이점을 어느 정도는 봉쇄할 수 있었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힐끗 다른 쪽의 상황을 살폈다. 세 명이 멀찍이 떨어져 품자 品字로 마장기를 가둬놓고 공세를 펼치는 중이었다.
근데 벌린 거리가 최소 삼사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역시! 늙은 구렁이들이라니까!’
삼신승과 삼선도 마장기의 블링크에 애를 먹은 게 틀림없었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 나타나든 바로 공격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이번엔 얼마나 튼튼한가 알아볼까?’
검강도 일 검에 자를 수는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았다.
‘사실 이런 마장기를 상대하려면 검이 제일이긴 하지만.’
강기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도 있었다. 권강이나 장강 또는 지강도 통한다는 뜻이니까.
“차핫! 빙백마라강!”
말을 모르는 상대로 진실된 초식명을 외쳤다.
빙궁은 천년 빙정의 영향으로 음한지공이 발달했다. 그리고 검술보다 장법에 능한 곳이었다.
특히 빙백신장 氷魄神掌은 오늘의 빙궁을 있게 만들어준 무림 일절의 장공이었다.
그 빙백신장의 결정판이 빙백마조 사조가 남긴 빙백마라강이었다. 장공의 결정인 수강으로 승화시킨 최후의 오의 奧義였다.
빙백신공을 운용한 오른손이 손목부터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변했다.
“타핫!”
그동안 무릎 아래에서만 놀던 내가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주먹은 얼굴에 꽂아주는 게 맛이니까.
“아구창 대!”
수강을 맺은 오른손이 활짝 펼쳐지며 번개처럼 마장기의 얼굴을 향했다.
내 몸뚱이만 한 마장기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중이었다.
마장기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가는 듯했다. 마치 삼황자 놈이 기분이 나타나는 듯이.
물론 착각이다. 마장기는 여전히 무표정했으니까.
쐐애액.
부웅!
삼황자는 무슨 생각인지 방패를 들어 올려 따귀를 막았다.
부아악.
내 몸만한 방패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방패 위로 거검의 날이 보였다.
부웅!
마장기의 거검이 내가 피할 곳을 예상하고 쓸어가는 중이었다.
그동안 직접적인 충돌은 한 번뿐이었다. 그후로는 계속 내가 피했으니까.
삼황자는 이번에도 피할 것으로 생각한 듯 예측 공격을 하는 중이었다.
‘흐흐! 이번엔 달라. 왜냐고? 검이 아니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1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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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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