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7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7화
187. 앗! 뜨거워라
마교가 신강으로 쫓겨난 지도 벌써 오십 년이 흘렀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할 시간이 지났어도 앙금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과거의 원한을 잊기는 어려운 법이다.
‘뒤통수를 맞은 일이니까 더 할 수밖에. 더구나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 판이고……. 쩝!’
그래서 오십 년 동안 세 번이나 정마 대전이 벌어졌었다. 마교의 파괴력을 아는 정파는 이때만 되면 하나로 똘똘 뭉쳤다.
‘흩어지면 다 죽는다는 것을 잘 아니까.’
지금도 서로 닭 보듯하는 사이였다. 만일 차원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다시 한 판 붙었을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나와 사황련이라는 변수가 등장한 거다.
‘처음에는 사황련 정도야’라고 생각하던 두 세력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 두 세력에 버금가는 아니 어떤 면에선 앞서는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이젠 아차 싶은 거지.’
정파와 마교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제 우리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게 되었다.
따라서 두 편 모두 우리와 친선을 맺고 싶어 했다. 같은 편이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방 편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벌어질 정마 대전이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는 거였다.
‘한마디로 사황성이 억제력으로 존재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사실을 조금 달랐다.
‘만일 마교와 동맹을 맺은 걸 안다면 뒤집힐걸? 흐흐흐!’
외부에 알리지 않았을 뿐 마교와는 이미 동맹을 맺은 사이였다.
‘그렇다고 정마 대전이 벌어질 경우 마교 편에 선다는 말은 아니지만. 훗!’
마교는 내게 빚을 지었기에 한번은 무조건 내 편에 서준다고 했다.
설마 예상하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우습게도 그때 예를 든 게 황군과 싸우는 거였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고.
그 대신 정파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마교로서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거였다. 그 점은 나도 마찬가지라서 이견이 없었다.
‘정마 대전을 벌이겠다는 요구만 아니면 뭐든지 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사실 현대 전쟁과 달리 정마 대전은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땅이나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 이겨도 남는 게 없었다.
승자가 그런 마당에 중간에서 방관한 우리에게 떨어질 고물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전쟁이면 전쟁 상인이라도 하면 되지만 말이야.’
실제로 무림인은 병장기를 소비하지 않으니까 무기 장사도 안됐다.
또 수십만의 병사가 싸우는 전쟁과 달리 무림 대전은 보급으로 승패가 갈리는 법도 없었다.
중간에서 보급품으로 장난질 치며 이익을 남기는 전쟁 상인 짓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이 제일 좋은 거야. 그래야 소비가 느니까.’
무림인의 전투 욕구는 미궁에서 풀면 된다. 생사를 걸고 맞이해주는 몬스터라는 좋은 상대가 있으니까.
그런데 3차 정마 대전이 벌어지고 10년이 지났다. 주기적으로 볼 때 슬슬 정마 대전이 벌어질 시기.
‘선공은 늘 마교였지.’
전력상 약세에 단일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정파가 먼저 시비 걸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넘치는 힘을 신강이라는 시골 깡촌에서 주체하지 못하는 마교는 달랐다.
‘내부적인 문제라든지 중원에 큰 먹잇감이 발견되면 즉시 달려들었지. 도적떼처럼 챙길것만 챙겨서 치고 빠지는 전술로.’
따라서 최근의 정마 대전은 과거처럼 소림의 방장이 전사하거나 마교주가 전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충 장로나 호법 선에서 치고받았다. 따라서 전장 戰場은 항상 신강에서 가까운 감숙성이었다.
그곳에서 치고받다가 시기가 되면 마교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곤 서로 이겼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마교는 성동격서로 중원에서 챙길 건 챙겼고, 정파는 감숙에서 막아냈으니까.’
서로 명분이 있는 거였다.
한데 요즘은 마교에 궁짜가 끼지 않았거나 중원에 원하는 것이 없는 듯했다. 정마 대전을 일으킬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교 내부도 내가 아는 한 교주와 신녀가 잘 지내는 편이었다. 양대 권력자가 잘 지내는 한 내부 문제가 일어나기는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일을 빌미로 정마 대전을 일으키게 할 수는 없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쉿!”
여긴 사황성이고 내 집무실이었다.
더구나 나와 교주는 화경의 고수.
엿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없으나 만일 있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뻘 짓이었다.
교주와 마뇌도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런가?”
“성주님?”
그래도 꿋꿋하게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습니다.”
“수교 오위 어르신들이라도 우리 두 사람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을 걸세. 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러나?”
“흐흐흐! 그래도 말입니다. 사실 이번 황군과의 대전은 정파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알지는 모르지만 저는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동맹인 신교에만 전했다는 말입니다. 사황성과 신교. 두 세력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뭐가 또 필요해서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정파를 부르겠습니까?”
마교주가 뻘쭘한 얼굴로 말했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자네 말대로 본교와 사황성이면 충분하지. 사실이 그렇다면 우리가 쓸데없이 걱정한 모양이군.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도 생각해 주게.”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안도한 표정으로 마뇌가 물었다.
“그건 정말 다행이군요. 그럼 전장은 역시 혼세 미궁으로 한정하시겠군요.”
“그렇습니다. 황제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별 수 없잖습니까?”
“흐흐! 이번 기회에 해 보는 건 어때? 우리가 화끈하게 밀어줄 테니까?”
교주의 말에 마뇌가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쯧쯧! 교주님은 한 번 당해보고도 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교주님께서 이러시니까 사람들이 요즘 본교가 물렁해졌다고 하는 겁니다.”
“아니, 내가 뭐라고 했다고? 왜 나만 갖고 그래?”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건 그만큼 허물없다는 소리였다. 마뇌가 교주의 똥 기저귀도 갈았다니 그럴만했다.
“자자, 두 분 부부싸움은 댁에 가서 하시고 그 일 말고 다른 용무는 없으신 거죠? 보시다시피 전 할 일이 많아서.”
그만 가보라고 축객령을 내렸는데 두 사람은 미적거리며 일어서지 않았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마뇌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그래도 동맹군에게 전술이나 전략 또는 병력의 배치에 관해 설명도 하지 않으실 겁니까? 무려 1만이나 데려온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가 있는 겁니다, 성주.”
예상 밖의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진 것도 한순간이었다. 1만이 적어도 석 달이나 먹고 마실 보급이 생각났다. 동맹군이 지고 왔을 리는 없으니 전부 우리 부담이었다.
‘하루 세끼 라면만 먹는다고 해도 그게 전부 몇 개야?’
하루 세끼면 3만 개.
황군이 도착까지 3개월에 전투, 회군까지 최소로 잡아도 거의 100일 정도였다.
따라서 라면만 먹여도 3백만 개의 라면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20개 상자 15만 상자, 40개 상자라도 7만 5천 상자였다.
‘라면에는 신김치만 있으면 되지.’
간편한 라면이 그 정도라면 식량은 더 부피도 크고 보관도 불편했다. 부식은 더해서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 아공간 주머니가 있으니까 그건 아닌가?’
어쨌든 무림 전쟁에서 무력이 아닌 보급으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으헉! 1만이나 데려왔습니까? 아니 그 많은 사람을 누구보고 먹이려고. 그런 일이야말로 출발하기 전에 저와 상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마워하기보다는 펄쩍 뛰는 내 모습에 마교주가 씩 웃으며 마뇌에게 손을 벌렸다.
마뇌는 허탈한 표정으로 품에서 황금 한 냥을 꺼내 교주에게 건네며 대답했다.
“성주님, 제가 함께 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1만이나 데려왔겠습니까? 저희 보급 문제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적당한 숙영 장소나 물색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성주님도 예상하지 못한 인원인듯하니 새로 전략을 구상하셔야 할 듯하군요.”
“아! 그래요? 그런데 두 분이 내 반응을 걸고 내기하신 겁니까?”
“지금 그게 중한 일이 아니지. 마뇌 말대로 어서 새로 전략을 구상하세. 그전에 자네가 세웠던 전략부터 들어보세. 어떤 식으로 황군을 상대하려고 했었나?”
기가 막힌 일이지만 빤한 반응을 보인 내가 더 한심해서 따질 기운도 없었다.
‘그나저나 전략이라니?’
현대인이며 아직 군대도 가기 전이었던 내가 집단 전투나 전술, 전략에 관해 잘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별다른 전략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신기 막측한 전략을 기대하는 두 사람에겐 안 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초롱초롱 빛내는 네 개의 눈동자를 실망시킬 수도 없는 일.
그보다는 내 반응을 걸고 내기를 한 게 괘씸해서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필승 전략은 알고 있지. 특히 상대가 무림인이 아닌 황군이라면 더욱 확실하지.’
최정예, 최고수가 앞장서면 되었다.
황군이나 군대로 치면 장군급. 최소 초절정 이상은 되는 무인이 앞장서 돌격하면 허접한 일반 병들은 추풍낙옆처럼 쓰러질 거다.
‘양민학살이라고 욕할지는 모르지만.’
뒤늦게 장군들이 헐레벌떡 달려와도 이미 전열은 무너지고 사기는 땅바닥을 기고 있을 터였다.
‘그 다음부터는.......흐흐흐!’
패잔병을 쫓으면서 가장 큰 전과를 올린다고 했다. 50만 황군을 속절없이 무너져 미궁을 벗어나는 자는 절반도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여기에 1만이 더해지면?.......이건 곤란한데?’
자칫 몰살각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한 번에 50만을 미궁에 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양심에 걸렸다.
‘30만이나 50만이나. 50보, 100보로 마찬가지면서.’
어쨌든, 황제에게 우리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주려면 몰살보다는 절반은 살려 보내는 편이 나았다.
‘떠드는 입이 많아야 귀에 들어가는 법이니까.’
이번 도발에 대한 응징은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이면 충분했다.
또, 황군을 전부 묻어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00만 황군에 3/4 남은 것과 절반이나 잃은 것은 얘기가 다르니까.’
절반이 남은 황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꼭 내가 아니어도 다른 정적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는 일.
그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황제가 어떤 미친 짓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황제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몰살시키는 일은 피해야 했다.
‘3/4 남았으면 그래도 아직 괜찮으니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면서 앗! 뜨거워라!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 더 손해 봐서는 자기도 곤란하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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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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