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6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6화
186. 집주인도 아니면서
무스에 의해 다섯 개의 구체가 마장기가 확실하다고 판명되었다.
그러자 내 마음은 더 급해졌다. 당장이라도 대륙으로 달려가 깨우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황군이 산서성의 혼세미궁에 도착하려면 석 달의 시간은 필요했다. 그 시간이면 대륙에 한 번 정도는 다녀와도 될 법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거느린 식솔이 사황성에 빙궁까지 어느덧 10만이 넘었다. 그 정도 사람이 많으면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물론 모든 일에 내가 나서야 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내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미궁과 빙궁에 이어 이제는 대륙까지 들락거리다 보니 사황성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은 담당자 선에서 전결사항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최종 결정권자는 나였다. 내가 모처럼 사황성에 머물자 때는 이때다 싶었는지 밀린 보고와 결재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그냥 대륙으로 도망쳐?’
하지만 나를 믿고 사황련을 해체하고 사황성을 만든 팔천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내게는 장인이고 장모였다.
그러니 나 몰라라 하고 팽개칠 수는 없는 일.
오늘도 산더미같은 서류를 처리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지금 내가 복에 겨워 이러는 거지?’
한국에서 반백수였던 나였다. 만일 각성하지 못했거나 무림으로 차원 이동하지 못했다면 마찬가지 생활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흐흐! 더구나 열 명의 마누라는 꿈도 꿀 수 없고. 열 명이 뭐야?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도 불확실한데.’
그런 내가 열 명의 아내에 10만의 식솔을 거느린 거물이 되었다.
‘더구나 치트 키를 얻어 무공의 최정상이고 새로운 차원 여행까지 하게 되었으니 솔직히 더 바라면 나쁜 놈이지. 그런데 자리에 맞는 업무가 힘들다고 투정하면 돌 맞아 죽지. 암! 돌을 맞아도 싸고.’
각성하지 못한 나를 떠올리며 심기일전해 다시 서류를 살펴볼 때였다.
똑똑!
“들어 와!”
덜컥.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날벼락이었다. 날벼락은 마장기 확인 후 놀아줄 시간이 없어 방치한 상태였다. 그냥 어벤져스 노인들과 잘 지내겠지 하는 정도였다.
“사부!”
“무슨 일인데?”
“대륙에 언제 가요?”
염장 지르는 소리에 눈앞의 서류더미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도 당장이라도 가고 싶어. 하지만 이거 안 보이냐?”
날벼락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걸 다 처리해야 해요? 그런데 사부. 대공이랑 약속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대륙 진출을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수는 없잖아요?”
“쩝! 그건 그런데……. 내겐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진행할 주변머리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생각할 때 난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임 할 땐 멀티 플레이도 잘하는데 일상생활에선 잘되지 않았다.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면 둘 다 망가지는 편이었다.
‘난 자신을 잘 알아.’
그런 내 주제를 알기 때문에 대륙 진출은 일단 미뤘다. 석 달 앞으로 닥친 황군을 먼저 상대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놓고 볼 때 대륙 진출과 사황성을 지키는 일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바둑에서도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고 했으니까.’
내가 산 다음에 상대를 잡으러 가라는 말이다.
‘지금의 내겐 사황성이 홈 스위트 홈이니까.’
본진을 털리고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와 부하들의 근거지인 사황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었다.
‘그에 비해 대륙은…….’
솔직히 말해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대륙 진출은 잘 사는 거 더 잘 살자고 하는 거니까.’
지금도 사황성은 혼세 미궁의 독과점과 물류 산업의 독점을 통해 잘 먹고 잘 살았다.
이전 사황련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식도 달라졌다.
지금의 사황성을 과거의 사황련과 연계해 생각하는 무림인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젠 단일 세력 최강이라는 마교와도 조심스럽게 비교되는 상황이니까.
‘한 마디로 용 된 거야, 용.’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사황성이 정상의 위치에 오르자 성도들도 변했다.
성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더는 사파라고 부를 수 없어서 사황성의 정체성이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다 좋고, 잘 되어가는 중인데 더 잘 살려고 대륙 진출을 모색하는 거니까.’
아직 혼세 미궁만 해도 발전 중이었다. 내가 벤치마킹한 지구처럼 되려면 몇십 년은 더 걸릴 터였다.
그동안은 사황성의 독과점은 계속된다는 뜻이었고. 따라서 서둘러 대륙 진출을 모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솔직히 마장기가 아니면 나도 서두르지 않았을 테고.’
새로운 차원에 관한 호기심은 한 번 다녀와서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이 많겠지만 본거지를 놓고 도박을 벌일 정도로 궁금하진 않았다.
‘그래도 약속을 어기는 건 그러니까........’
진출을 늦춘다고 신의까지 잃을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상대는 대륙 진출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인연을 만드느니 이왕 만들어진 인연을 지키는 편이 쉬웠고.
좋은 생각이 떠올라 날벼락에게 말했다.
“이번엔 너 혼자 다녀와라.”
“예? 저 혼자요?”
혼자 가라니까 감격한 얼굴로 깜짝 놀랐다. 자기 고향인데 혼자 가기 무서운 건 아닐 테고 너무 뜻밖의 말이었기 때문일 거다.
솔직히 날벼락이 내 제자가 되었으나 아직 반은 포로의 신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따라서 혼자 보낸다는 말에 감격한 거다.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서는 혼자 보내지 않을 테니까.
대충 날벼락의 마음을 알아채고 한 수 더 떠줬다. 도와줄 땐 팬티까지 벗어 주라고 했으니까.
“왜? 너도 가고 싶잖아. 혼자 가기 뭣하면 호위들하고 함께 가던지. 걔들도 가고 싶어 환장할 테니까.”
“정말요? 그래도 돼요?”
“안 될 게 뭐가 있겠냐? 걔들도 좀 가고 싶겠어? 그런 건 네가 먼저 알아서 챙겼어야지.”
“하지만……. 저희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노인네들이 그러는데 인연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소림삼신승이 날벼락을 두고 내게 한 말이었다.
알다시피 제자를 받았는데 가르칠 수는 없는 나였다.
그래서 날벼락을 삼신승과 엮어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랬더니 삼신승이 그만 포기하라며 한 말이었다.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날벼락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그 사정을 모르는 날벼락은 더욱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돌아오든 말든 알아서 해. 하지만 내 성격 잘 알지? 니들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보면 내가 어떻게 할지는 너도 잘 알 거야.”
통행로를 봉쇄한다든지, 패국에 고자질해 준비할 수 있게 한다든지, 내가 손해보는 일은 많았다.
그 점을 잊지 않고 안전장치를 위해 주먹을 꽉 쥐어 보여주며 씩 웃어줬다.
날벼락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에휴! 그 말만 하지 않았으면 백 점 만점에 백이십점이었는데.”
“이렇게 생긴 걸 어쩌겠냐? 그런 사부 만난 네 팔자가 사나운 거야.”
“하지만 대공을 만나면 뭐라고 해요? 대공과 약속한 사람은 사부지 제가 아니잖아요.”
“흐흐흐! 다 생각해 둔 게 있지.”
“뭔데요?”
“내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고 시간을 늦춰달라고 해. 틀림없이 대공도 이해해 줄거야. 오히려 더 좋아할 지도.”
이 말만으로는 날벼락은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요?”
“너도 대륙 100강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둔하냐? 무인에게 중요한 시기라면 뭐겠어? 대공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니까 서운하지 않을 거야.”
“아!”
날벼락이 이제야 이해했는지 감탄사를 터뜨리며 날 쳐다봤다. 존경과 감탄의 시선이긴 했는데 좀 묘했다.
무인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한 층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대륙 100강의 강자인 대공이라면 충분히 이해해줄 터였다.
“가 있는 동안 알지?”
“마장기 계약 방법이요?”
“그래,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꼭 알아와.”
“얼마나 줄 건데요?”
“한 석달이면 되려나?”
날벼락은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석 달이면 제집이 있는 백국에 다녀와도 될 시간이었다.
“정말 석달이나 있어도 돼요?”
“그래, 대공에게 말만 전하고 어디서 뭘 하든 상관없어. 대신 마장기 계약 방법만 꼭 알아서 와.”
“예, 최선을 다 할게요.”
“아니, 최선은 상관없고 반드시 알아 와. 성공하면 네게 어울리는 검법 하나 알려주지.”
“정말이요?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너도 꼭 약속 지켜.”
“예, 사부.”
날벼락이 좋아서 껑충껑충 뛰며 나갔다. 잰 키가 커서 뛰면 얼마 남지도 않아 위험한데 말이다.
똑똑.
날벼락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노크가 들렸다.
“들어와!”
벌컥.
“어! 자네 이게 무슨 꼴인가?”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마교의 군천악 교주였다. 내가 싫어하는 마뇌 사공천도 바로 뒤따라 들어왔고.
“아니, 오셨으면 미리 연락을 주시지. 이렇게 갑자기 오셔서 사람 무안하게 만드십니까?”
“하하! 들어오래서 들어왔는데 누가 무안하게 만들었다고. 또 자네가 그런 일로 무안해 할 사람인가? 그럼 내가 잘 못 본 모양인가 보군.”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저희 교주님이 반가워서 그랬나 봅니다, 성주.”
변함없이 너스레로 시작하는 교주와 마뇌였다. 막무가내 교주에 군사는 피곤한 스타일.
사람들이 왜 마교를 싫어 하는지 두 사람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어쨌거나 원군을 요청한 사람으로서 웃는 낯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자리를 권하고 차를 준비 시킨 후 말을 건넸다.
“그런데 직접 오셨습니까? 전 수호 오위어르신들만 오실 줄 알았는데.”
“하하하! 웬만한 일이면 그렇게 했을 거네. 근데 이번엔 상대가 상대잖나? 안 그런가?”
은근히 묻는 교주의 말에 마뇌가 말을 붙였다.
“하하, 황군과 한 판 뜰 생각을 하시는 분은 교주님과 성주님 말고는 없을 겁니다. 본교에서는 성주님의 의기를 높이 사며 우리도 구적 仇敵을 맞아 총력전을 벌이기로 결의했습니다. 우린 동맹이니까 말입니다.”
“하하하! 의기는 무슨. 신교가 예전에 당했듯이 집주인도 아니면서 방 빼라고 하니까 못하겠다고 하는 것뿐입니다.”
마뇌의 말로 보아 기대했던 이상으로 데려올 모양이었다.
“방 빼라고요? 하하하! 맞습니다. 집주인도 아니면서 말이죠.”
마교는 예전에 토사구팽을 당한 거라 더 억울할 거다.
‘그러게 사람 잘 보고 도와야지.’
어쨌든 두 사람이 인사차 온 건 아닐 테고 내게 볼 일이 있어 찾아 왔을 터였다.
또 무슨 억지를 쓰나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질문이 끝나자마자 마뇌가 말릴 틈도 없이 교주가 입을 열었다.
“설마 이번에 정파 놈들도 함께 싸운다는 말은 아니겠지?”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었다. 교주쯤 되면 듣기 좋게 돌려 말할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마교주는 그런게 없었다.
‘그래서 맘에 든다니까 말이야!’
교주가 마뇌 사공천보다는 훨씬 맘에 들고 다루기 쉬운 인물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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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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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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